‘나의 아저씨’가 그리는 지옥 속의 행복 찾기

“은행부행장이었다가 지금은 모텔에 수건 대고 계시고, 자동차연구소 소장이었다가 지금은 미꾸라지 수입하고 계시고, 제약회사 이사였다가 지금은 백수, 알지 형이랑 나는 청소. 야 좋겄다. 너는. 여기 네가 좋아하는 망가진 인간들이라.”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망가진 게 좋다”며 쫓아다니는 최유라(나라)에게 박기훈(송새벽)은 그렇게 버럭 화를 냈다. 그러고 보면 정희네라는 선술집이 풍기는 분위기가 그랬다. 아저씨들이 몰려오는 그 집에서는 ‘망가짐’의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한 때는 잘 나갔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한참을 망가져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그들. 술 마시는 걸로 전쟁을 하면 무적일 거라며 호기롭게 웃으며 술을 마시지만 그게 어딘가 짠하게 다가오는 그들이다. 

그러니 “망가진 게 좋다”는 말이 박기훈에게는 마치 ‘나보다 못한 인간이 있다’는 걸 그들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좋다는 뜻으로 다가왔을 게다. 하지만 유라는 정색하며 그런 뜻이 아니라 자신은 거기 있는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봐 두려워하며 살아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그게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구 사람들도 다 망가진 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망가져서 힘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것으로 행복을 찾는 것. 이 ‘행복론’은 어쩌면 <나의 아저씨>가 그리려는 세계일 것이다. 드라마는 좀체 밝은 희망이나 행복을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건 아저씨들만이 겪는 일이 아니다. 선술집에서 장사하고 그 곳에서 사는 정희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때 돌아갈 집이 없이 괜스레 아저씨들과 선술집을 나선다. 집을 구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퇴근 기분을 내지만 그는 결국 빙 돌아서 다시 선술집으로 돌아온다. 돌아가려 해도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삶이 그가 겪는 현실이다.

박동훈(이선균)은 아내가 자신의 후배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하지만 정작 그가 하는 건 후배에게 아내와 조용히 헤어지라고 엄포를 놓는 일이다. 박동훈, 박기훈, 박상훈(박호산)의 엄마 변요순은 자식들이 세상에서 겪는 일들을 보며 가슴 아파한다. 살기 위해 청소일을 하는 것도 그런데 건물주에게 아들이 무릎까지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본 이 엄마는 애써 활짝 웃으며 아들을 맞는다. 그 눈에는 아프게 흘러내리지도 못하는 눈물이 숨겨져 있다.

이지안(아이유)은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낮에는 회사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남들이 먹다 남긴 음식찌꺼기들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가 봉양해야 하는 할머니 봉애(손숙)는 돈이 없어 요양원에서 쫓겨나 하루 종일 그 어두운 방안에서 누워 자그마한 창으로 들어올 달을 보고 싶은 게 소망이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망가져 있다. 그리고 지금도 망가져 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들은 살아간다. 정희네 같은 술집에서 술 한 잔에 아픔을 털어내면서 오히려 웃는다. 박동훈이 말하듯 그들이 사는 곳은 지옥이다. 그렇지만 포기하진 않는다. 벌도 받다 보면 왜 받는지 알게 될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문득 이지안이 박동훈에게 묻는다. 자신을 왜 뽑았냐고. 박동훈은 이력서 특기란에 써놓은 ‘달리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무슨 특기가 ‘달리기’냐고. 그러자 이지안이 말한다.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박동훈과 아저씨들이 망가져가고 있는 사이, 이 청춘은 투명인간처럼 되어버렸다. 박동훈이 이지안에게 건배를 제안하며 “행복하자”고 한 마디 던지는 게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그리고 그건 이 드라마가 그려나가는 세계다. 지옥 속의 행복 찾기.(사진:tvN)

‘예쁜 누나’가 소박하게 담아낸 여성들에 대한 위로

이 정도면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연일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야기다. 거기 등장하는 ‘예쁜 누나’ 손예진 이야기이고, 그의 상대역인 ‘밥 사주고 싶은 동생’ 정해인 이야기다. 수다 자리에서 “그거 봤어?”하고 말하게 되는 그런 드라마가 되었다. 어째서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인 걸까.

손예진이 ‘예쁜 누나’라고 불러도 아무런 손색이 없을 만큼 진짜 예쁜 ‘방부제 미모’를 갖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정해인이 어색하게 쓱 웃는 소년 같은 풋풋한 미소를 던질 때마다 알 수 없는 설렘 같은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좀 더 사회적인 함의가 담겨있다. 그러니 그 일상적인 모습만으로도 이런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들이 나오는 것일 게다.

무엇이 대중들의 마음을 건드린 걸까. 가장 큰 건 이 드라마가 담아내는 소박해도 진솔한 여성들에 대한 위로의 시선이다. ‘예쁜 누나’라고 지칭되어 있지만 극중 윤진아(손예진)는 그냥 나이 든 누나다. 그 나이에 변변한 남자친구도 하나 없어 부모가 나서서 배경 좋은 남자를 엮어주려 할 정도다. 그런데 그 남자는 배경은 좋을지 몰라도 인성은 꽝이다. 요즘 같으면 극혐으로 불리는 ‘스토커’형 인간이다. 

바람을 피워 그게 들키고도 뻔뻔하게 윤진아 앞에 나타나 널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윤진아는 소유물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 파렴치한 스토커는 매장까지 찾아와 완력으로 윤진아에게 키스를 하려 한다. 그나마 좋은 기억으로 헤어지려 했던 윤진아에게는 처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건 저런 인간을 한 때 죽자 살자 좋아했던 자신에게조차 자괴감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속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들은 그를 마치 ‘소유물’ 취급한다. 회사는 그런 성차별과 성희롱, 성폭력이 난무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간이다. 직속상사는 회식 자리도 업무의 연장이라며 모두 참석하라고 강요하고, 그 자리에서는 마치 습관처럼 성희롱과 성폭력이 벌어진다. 

그래서 모두가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지만 윤진아만은 그러려니 포기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래서 출장까지 가서 굳이 가고 싶지 않은 점주와의 회식 자리에 가지 않겠다고 그가 선언하자 상사도 또 그 소식을 들은 동료들도 적이 놀란다. 윤진아가 어느 순간부터 현실에 적응한다는 이유로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아왔다는 걸 그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 보여준다. 

자신의 잘못도 아니지만 상사가 잘못한 걸 뒤집어써야 겨우 겨우 직장생활을 연명할 수 있는 처지나, 잘못은 점주가 했지만 직장에서는 그 점주를 관리 못한 그를 질책하는 상황. 그가 기댈 곳이라고는 유일한 친구 경선(장소연)뿐이다. 그만이 윤진아의 진가를 알아준다. 자신의 엄마가 죽고 아빠마저 재혼을 해 기댈 곳이 없었던 경선 옆에서 끝까지 그를 지지해준 이가 바로 윤진아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윤진아를 나이 들고 만나는 사람도 변변히 없는 데다 많은 걸 포기한 채 그럭저럭 직장생활을 하는 그런 사람 취급하지만, 드라마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별 내색도 안하고 밝게 살려 애써 웃는 윤진아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준희(정해인)가 윤진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딱 그렇다. 경선의 친구인 누나로서 옆자리에서 봐온 윤진아의 진짜 ‘예쁨’을 준희는 일찌감치 알아봐줬다. 

멜로드라마들이 늘 그려왔던 틀이 주도적인 남자와 그로 인해 천거되는 여자의 구도였다면, 이 드라마는 그런 틀을 훌쩍 벗어버린다. 그건 멜로드라마가 ‘여성’을 주 타깃으로 세우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지금의 여성들이 원하는 멜로의 구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예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나이와 성별을 훌쩍 뛰어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고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멜로가 어째서 지금껏 그리 많지 않았던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래서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소박하지만 강력한 위로를 건넨다. 신데렐라가 되는 엄청난 돈과 지위 따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대신 ‘밥 한 끼 사주는 것’ 속에 담겨진 소박하지만 진심어린 위로와 공감이 필요했던 것이다. 최근 들어 성 평등 사회에 대한 요구들이 시대의 목소리로 등장하고 있는 걸 염두에 두고 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만들어내는 신드롬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각자 제 위치에서 힘겨워도 버텨내며 살아가는 그들이 진심으로 예쁘다고 한 마디 해주는 것.(사진:JTBC)

‘현지에서’, 아쉬움 남는 현지인들과의 보다 긴밀한 접점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태국음식 요리사.’ 홍석천은 푸드트럭에 이렇게 새겨진 문구가 못내 불편했는지 ‘가장 유명한’이라는 문구를 빼달라고 했다. 바로 이 지점은 tvN 예능 <현지에서 먹힐까>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내놓은 부분이다. 외국에 선보이는 한식이라면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도 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그들이 늘상 먹는 팟타이를 홍석천이 태국에서 내놓는 일은 부담될 수밖에 없다. 태국에서 홍석천이 내놓는 태국음식이 과연 먹힐 것인가?

그래서 그런 제목을 달은 것이고, 그것은 이 프로그램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윤식당>과 관전 포인트를 달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홍석천은 첫 날부터 내놓은 팟타이에 꽤 높은 평점을 받았다. 현지인들도 그 맛이 고급 레스토랑의 팟타이 맛이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이렇게 홍석천이 만든 팟타이가 ‘현지에서 먹힌다’는 걸 확인하고 나는 순간부터 프로그램은 새롭게 할 이야기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물론 이것을 뛰어넘기 위해 <현지에서 먹힐까>는 하루 걸러 장소를 이동한다. 치앙마이에서 살짝 선을 보인 후, 님만해민에서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먹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모든 재료가 소진되었고, 뒤늦게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은 내일도 여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다음 날 롭부리로 또 이동했다. 이동은 그들이 내놓는 음식이 어떤 지역에서는 먹혔을지 몰라도 다른 지역에서도 먹힐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긴 장치처럼 보인다. 

메뉴도 조금씩 바뀌었다. 팟타이에서 피시케이크로 바꾸고 시작한 롭부리에서 홍석천이 만들었다는 그 메뉴도 성공적이었다. 물론 현지인들 중에는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이 정도면 홍석천이 태국에서 내놓는 요리들은 현지에서도 ‘먹힌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현지에서 먹히는 게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시청자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이 먹혔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프로그램에서 관심이 가는 건 홍석천의 요리와 그 요리를 맛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아니라, 여진구가 보여주는 작은 모험담들과 이른바 ‘꽃미남 마케팅’이 현지에서도 먹힌다는 사실이다. 너무 덥고 식사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찾지 않던 푸드트럭에 하교하는 학생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눈에 확 뜨인 여진구의 미소가 그들을 끌어들이는 그 장면들은 요리보다 흥미롭다. 여진구가 만드는 땡모반(수박주스)이 마치 이 푸드트럭의 시그니처 메뉴처럼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도대체 무엇이 어긋나 현지에서는 잘 먹히는 것이 우리네 시청자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게 된 걸까. 그건 애초에 ‘현지에서 먹힐까’라는 관전 포인트를 내세우면서(그래서 푸드트럭이라는 콘셉트를 세우면서) 상대적으로 적게 만들어진 현지인들과의 보다 긴밀한 접점이다. 만일 계속 이동하지 않고 치앙마이의 숙소에서 지내며 같은 장소에서의 영업(?)을 계속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아쉬움이 남게 되는 건, 롭부리에서 아무도 푸드트럭을 찾지 않자 이민우가 시장 상인 아줌마들에게 다가갔고, 거기서 과일을 주자 푸드트럭 음식을 갖다 주면서 생겨나던 ‘친밀함’을 목격하게 되면서다. 그 상인 아줌마들이 푸드트럭에 다가와 음식을 맛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주는 모습과, 그래서 찾아드는 다른 상인들과의 관계가 좀 더 진척되었다면 어땠을까. 마지막으로 남은 피시케이크를 할머니에게 건네는 홍석천의 모습 같은 것에서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해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진짜 관전 포인트로 삼았어야 할 지점은 바로 그 현지인과의 접점이고, 그 관계들이 처음에는 서먹하다가 차츰 친숙해지는 과정들 속에 어쩌면 흥미진진함이 있었을 거라는 점이다. 요리 잘하고 수완도 좋은 홍석천에 밝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이민우, 게다가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지어지는 꽃미남 여진구가 형제 케미를 보여주고 있어 그 조합은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다만 그 조합이 현지인들과 진정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이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가 보고 싶은 건 음식 솜씨가 아니라 타자가 친구가 되는 그 관계의 진전이었을 테니 말이다.(사진:tvN)

‘효리네 민박2’, 이효리의 무엇이 주변을 빛나게 할까

신기할 정도로 빛난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 직원으로 합류한 임윤아는 물론이고, 단기 직원으로 합류했다 떠난 박보검도 이상할 정도로 더 빛나는 느낌이다. 물론 타고난 외모를 가진 소녀시대 멤버로서도, 또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배우로서도 주목받았던 그들지만 <효리네 민박2>는 지금껏 그들이 해왔던 색깔에 새로운 색깔 하나씩을 더 채워 넣어준 듯 새로운 매력들이 빛난다. 

임윤아의 <효리네 민박2> 합류 소식은 불안한 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건 아무래도 톱 아이돌 걸 그룹의 얼굴이었으며, 연기자로서도 영역을 넓히려 노력하는 그의 다소 화려한 모습이 <효리네 민박2> 특유의 소탈함과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안함을 임윤아는 효리네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여 주인공처럼 머리를 질끈 묶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주방에서 요리와 설거지를 하며 어디로도 차를 타고 나갈 때면 나서서 운전대를 잡는 그 모습은 우리가 그간 임윤아의 반쪽만을 보고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해줬다.

이상순이 서울에 일을 보러갔을 때 그 빈자리를 든든하게 채워준 것도 임윤아였다. 몸살기가 있는 이효리를 일찍 쉬게 하고 박보검과 손님들을 척척 챙기는 임윤아는 우리가 그간의 이미지로만 막연하게 갖고 있던 ‘여리여리한’ 모습이 아니었다. 당차고 어찌 보면 기댈 수 있을 만큼 의지가 가는 그런 인물. 그래서 이상순 대신 단기 직원으로 들어왔던 박보검도 임윤아에게 의지하는 면이 있었고, 이효리는 아예 대놓고 “이젠 윤아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윤아가 <효리네 민박2>에서 어떤 의지가 가는 신뢰감의 매력을 또 하나의 색깔로 채워 넣었다면, 박보검은 훈훈한 외모만큼 싹싹하고 배려 깊은 모습으로 이효리, 이상순은 물론이고 손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새로운 색깔을 얻었다. 현실감 없는 완벽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먹방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먹는 걸 즐기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힘든 허드렛일을 나서서 챙긴다. 이효리의 눈에 하트가 생기고 그 모습에 이상순이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단지 그가 잘 생겨서만이 아니다. 그만큼 보여지는 따뜻한 인성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서다. 

떠나는 마당에 이별의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탐조부자와 예비신혼부부에게 일일이 문자로 아쉬움을 전하고, 마지막까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박보검에게 이효리가 “보검아 사랑해”라고 외친 건 물론 농담이 섞인 것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떠나고 난 후 그 부재에 느껴지는 커다란 빈자리는 그가 <효리네 민박2>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감을 갖고 있었는가를 드러낸다. 

그런데 도대체 <효리네 민박2>의 무엇이 임윤아도 박보검도 또 시즌1의 아이유도 더 빛나게 만드는 걸까. 그것은 어찌 보면 <효리네 민박2>의 편안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일상의 분위기 때문이다. 그들은 저 TV 속에서 내려와 이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고 그러니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들의 진면목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효리네 민박2>가 가진 매력의 본질을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바로 이효리가 가진 특별한 삶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도시의 삶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제주도 자연에 폭 파묻혀 지내는 그 일상의 편안함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그의 삶이 바로 이 프로그램 전체를 채워 넣는 공기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그 속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가 남다른 호감을 갖게 만든다. 직원이든 손님이든, 유독 더 빛나게 보이는 이유, 그건 마치 폭설이 지나고 나오는 햇살처럼 존재들을 비춰주는 이효리가 거기 있어서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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