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6129)
주간 정덕현
조선시대 연예비사, 연예계 뒷담화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관객 수 1천만의 흥행성공을 넘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는 조선시대에 왕과 광대 사이에 벌어진 희대의 연예비사, 그것도 남성간의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만일 동성이 아닌 이성이라면야 무치(無恥 :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로 불렸던 왕에게 이건 비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 대상이 평민이었다면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중잡배들의 ‘이 놈도 잡고 저 놈도 잡는 문고리’에 ‘이 놈도 빨고 저 놈도 빠는 술잔’인데다, ‘이 놈도 타고 저 놈도 타는 나룻배’였던 광대를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왕이 탐했다는 점에서 연예비화가 될만하다. 게다가 이 영화의 내용은 그저 만들어낸 픽션이 아니다. 물론 많은 각색이 들어갔지만 ..
가토 네그로... 스페인어로 검은(네그로) 고양이(가토)란 이름의 와인이다. 칠레에서는 넘버 원으로 잘 팔리는 와인이란다. 그래서인지 아주 깊은 맛은 나지 않는다. 피니쉬도 좀 밋밋한 느낌이다.하지만 12000원 선의 가격대에서 이 정도 와인 찾기 그리 쉽지 않다. 샌 패드로사는 칠레 와인에서도 알아주는 회사... 마치 코카콜라 같다는 표현으로 통하는 이 와인은 가격대비 품질은 좋은 편이다.담배향 같은 것이 나는 데, 피니쉬가 약해서 조금은 비릿한 맛도 느껴질 수 있다. (영 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도 어린사람(?)에게 비린내난다고 하지 않나?) 그래도 풀은 아니지만 미디엄 정도는 되는 묵직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건 아무래도 까베르네소비뇽 특유의 포도품종이 그 힘을 발하는 탓인 것 같다.칠레 와..
난 술과 묘한 인연을 가지고 태어났나보다. 할아버지께서 어릴 적부터(취학전이었음) 주전자에 받아 마시던 막걸리 자시고 꼭 내게 남은 걸 줄 때부터 알아봤다. 할아버지는 젊어서 술 때문에 사단이 났다고 하더만... 가끔 명절 같은 날에 선산에 친척들이 모였을 때, 서로 술을 피하는 모습에서 나는 진즉부터 알아봤다. 그 술을 피하는 친척들이 사실은 엄청난 주당들이었고 각각 몇 번씩은 집을 말아먹다 풀어먹다 했다는 것을... 그래서 할아버지 산소 앞에서는 마치 자신들을 보듯 경건했던 것을...아버지도 만만찮게 술을 자셨다. 30년이 넘게 조기축구를 나가시면서 아침 겸 반주로 시작하던 것이 술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술로 사단난 일들을 아셨던 터라, 조심에 조심을 하셨고 따라서 결국은 당신 몸만 사단..
농구장에 가본 지 정말 오래됐다. 아니 경기장이란 데를 가본 게 오래된 거 같다. TV 속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거 아닐까.그러다 지난 한국시리즈 야구 티켓이 생겨서 딸내미랑 와이프 데리고 오랜만에 야구장에 갔었다. 야구는 재미없었다. 그런데 야구장은 참 재미있었다. 거기 있는 사람들, 공 하나에 환호하고 야유하고... 아마도 책상머리에서 골치깨나 썩였을 양복쟁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커다란 비닐봉지에 구멍을 뚫어 입고서 춤을 췄었다. 딸이 그걸 보고 이해할 수 없어하던 표정이 기억난다."아빠 저 사람 왜 저래?" "좋아서 그러지..."차마 그 양복쟁이의 춤 속에 숨어있을 삶의 무게감 같은 걸 얘기할 수는 없었다.공은 때리면 날아가고 바닥에 닿으면 튀어 오른다. 던지는 방향으로 곧바로 흔들림도 없이..
고대 국문과 출신 후배(와이프 친구)가 프로듀싱한 영화라고 해서 이 영화를 봤었다. 그 친구하고는 옛날에 8미리 단편영화를 한편 같이 만들었었다. (물론 의욕만 많았고 중간에 카메라가 맛이 가는 바람에 중도하차했지만) 여하튼 그 때 그 녀석은 연극을 하고 있어서 소주 한 잔으로 주인공으로 캐스팅 했었다. 나는 녀석이 연극으로 밥벌어 먹고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왠걸? 여러 회사들을 전전하다가 결국은 영화 기획사 들어가서 프로듀서를 하고 있다. 늘 함 보자는 말만 하고 한번 보질 못했다. 녀석도 바쁘고 나도 바빴으니까... 이 영화에서 최민식이 뭐 이런 얘길 했던 거 같다. "나 처음부터 다시 해보고 싶어..."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최민식은 이런 다시 해보고 싶다는 투..
안산에는 백수의 왕이 산다. 예전 우리 와이프를 만나게 해줬던 시나리오 쓰던 학원에서 만난 그 선배는 당시 건축디자인회사의 부장이었다. 공간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비롯된 그의 영화보기는 영화 속의 공간보기의 재미로 이어지다가 결국 영화판에 뛰어보겠다고 시나리오 학원에 들어왔던 것. 나이 40이 넘어서 누가 보면 대단한 용기라고 하겠지만, 선배에게는 대수로운 일이었다. 회사 때려치기를 밥먹듯 하면서 동남아 매니아였던 선배는 필리핀으로 싱가폴로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를 전전하며 살았다.(여행이 아니고) 그러다 갑자기 국내에 들어오더니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 경북 상주 오지에 안다는 민박집을 소개해줬고(그때는 집도 없었으니까) 배낭에 원고지 한 다발, 볼펜 한 박스 들고 상주 오지로 들어갔던 거디었다...
겨울이 다 왔는데도 참 푸르지... 할머니 말이 대나무는 누가 자르기 전에는 잘 안죽는단다... 폭설에 태풍에 바람잘날 없는 삼척 그 속에서 잘도 버티고 있지.한 5년 됐나. 친구 중에 한 놈이 백혈병에 걸린 적이 있다. 이 놈 피가 안 멈춰서 친구들이 모여 헌혈증 모으고 피 찾으러(드라큐라처럼) 다니고 했는데 정작 이 놈은 천연덕스럽게 전화를 해서 답답해 죽겠다고 하더만. 나중에 알고보니 무균실 들어갔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서 나왔는데, 그 노마 농담삼아 하는 말이 하도 심심해 매일 저녁 아무 자리에 있는 사람이랑 떠들곤 하는데, 그러다보면 한 사람씩 자리를 비우게 된다더라. 그 중 몇몇은 사망선고받고 나오고, 이 놈같이 재수좋은 놈은 살아서 나오고... 나오더니 이 노마 유머가 아주 출중해졌다. 집이..
동물원 옆 미술관에 가면 저것(뭐라 부르기 참 애매한)이 있다. 이것은 저 스스로 노래한다. 그게 전기적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손으로 돌리는 것이지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바람이 그걸 대신하는 거란 생각을 한다.노래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참으로 구성지다... 사람이 하는 그것보다도 더 그렇다. 아마도 아- 하는 그 소리를 계속 이어 붙이면 그런 정조를 느끼게 하는가보다.놀랍게도 그 아- 하는 소리 하나지만 거기에는 고저가 있어 그것이 감정을 만든다. 참으로 이야기라는 것은 별 쓸모없는 거란 생각이 든다. 저렇게 아- 소리 하나로 모든 걸 얘기해주니 말이다.과거에 성악을 했던 친구는 나나나 송을 들으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저 사람은 좋겠다. 가사 외울 필요 없어서..." 가사 외울 필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