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 여군특집에 대해 호불호가 생기는 까닭

 

군대가 장난이야?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을 할 때마다 나오는 비판이다. 사실 부사관 후보생으로 입소해 고작 34일 정도의 훈련을 받고 부사관이 되는 모습을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이 비판은 나아가 군대 체험이 연예인들의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며칠 눈물 콧물 흘리고 나면 여기 출연한 여자 연예인들의 인지도는 확실히 부각된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대박 아이템이 되면서 이 상황은 실제로 더 공고해졌다. 첫 여군특집을 할 때만 해도 누가 갈까 했었지만, 걸스데이 혜리가 단 몇 초 리액션으로 어마어마한 광고의 수혜자가 되는 걸 확인하게 된 이후에는 여기 참여하려는 여자 연예인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건 사실 의미 없는 일은 아니다. 샘 해밍턴의 경우를 떠올려 보면 그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네 군대의 모습들이 오히려 객관적으로 보여질 수 있었다. 대충 군대가 어떻다고 들어 알고 있는 우리들보다 전혀 개념조차 없는 외국인의 눈에 비춰진 군대는 그 안에 고생하는 장병들의 진짜 모습들을 포착해낼 수 있는 시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헨리나 제시처럼 언어적 문화적 장벽이 너무 심한 경우에 이들의 군대 체험은 가학적인 예능의 또 한 차원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부사관 후보생이라는 여섯 글자를 발음하지 못해 꾸지람을 듣는 제시의 모습은 외국인의 군대체험이라고는 해도 너무 안쓰러운 느낌을 준다. 그러니 이럴 경우 이들의 출연은 우리 군대 문화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기보다는 그 멘탈붕괴된 인물을 예능적으로 활용하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을 이런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본다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남성들의 공간으로만 인식되어온 군대에 여군의 존재를 드러내는 의미가 있다. 게다가 그들의 체험은 일선의 군 장병들이 겪는 그 힘겨움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소통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녀들이 흘리는 눈물과 땀이 어떤 감동을 주는 건 그들의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통해 우리네 군 장병들의 노력을 새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을 너무 현실적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이벤트적인 여자들의 군 체험으로 바라보면 꽤 이 아이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 특집을 현실과 견주어 보게 되면 거기에서 생겨나는 괴리감이 비호감의 요소로서 등장하게 되고 따라서 비판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의 호불호가 분명히 나눠지는 건, 바로 이 양극단의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군들을 포함한 우리네 군 장병들의 노고를 대리해 보여준다는 느낌은 호감을 주지만, 때론 본말이 전도되어 오히려 군대를 통해 연예인들이 홍보된다는 느낌은 비호감을 주기 마련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이 호불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맞추느냐에 달려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공감대까지 가져가기 위해서는.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든 <무도>의 음식 배달

 

모두가 엄마의 밥으로 큰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보니 늘 밥은 먹었니하고 묻고, 나이 들어도 여전히 어린 자식 대하듯 어떻게든 밥을 챙겨주려 애쓰는 엄마에게 괜스레 툴툴댔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다. 너무 편하고 익숙해 잊고 있던 엄마의 음식에 담긴 가치. <무한도전>이 이역만리에 떨어져 살고 있는 분들에게 전해준 음식이 그토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건 잠시 잊고 살았던 엄마의 음식에 담긴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유재석이 배달한 엄마의 음식이 각별하게 다가온 건 그 주인공인 선영씨가 아기 때 해외로 입양된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잃어버렸던 아이에게 엄마가 가졌을 미안함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 아이가 이제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엄마가 먼저 떠올렸을 것은 그래서 미역국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 먼 길을 찾아온 유재석이 그녀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그녀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엄마와 딸 사이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둘이 각각 걸어온 삶이 너무나 멀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 멀고도 먼 삶을 말이 통하지 않아도 연결해주는 건 엄마의 음식이었다. 혼자서도 챙겨먹을 수 있게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는 엄마와 딸 사이에 언어의 장벽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딸에게 정성스레 음식을 챙겨주는 엄마와 그 음식을 너무나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하는 딸 사이에는 언어 그 이상의 사랑이 전해졌다.

 

엄마와 딸이, 사위와 장모가, 또 그 낳아주신 엄마와 길러주신 아빠가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 누구보다 살갑고 정이 느껴지는 진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래서 기적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낳아주신 엄마가 해주는 밥을 사위와 길러주신 아빠가 오래도록 앉아 먹는 모습 속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 특별한 가족의 끈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끈끈한 가족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같은 경험을 한 통역사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어린 시절 입양된 그녀의 남편은 지금도 부모를 찾고 있지만 못 찾았다고 했고, 그런 그녀에게 선영씨의 엄마는 마치 친부모처럼 다독이며 기다리면 언젠간 만날 것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사실 만나기 힘든 가족을 다시 상봉시키는 그런 이야기를 우리는 TV를 통해 여러 차례 봐온 바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가족 상봉기가 특히 우리의 마음을 울렸던 건 거기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 전하는 사랑보다 음식이 전하는 사랑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수만 가지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기 마련이었다.

 

떨어져 있는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준 엄마의 마음,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주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걸 마다치 않은 <무한도전>의 마음, 음식을 통해 전해진 그 마음 앞에 한없이 느껴지는 행복감, 그 광경을 보며 각자의 엄마의 음식을 떠올렸을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무한도전>이 배달한 음식 속에는 그 많은 마음들의 오고감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우리 코미디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행보와 가능성

 

어째서 나이 들어가는 배우를 보는 느낌과 코미디언을 보는 느낌은 다를까. 이순재, 박근형, 최불암. 나이 든 노년의 배우들에게서 연륜은 나이테처럼 쌓여 연기에서도 더 깊은 맛을 준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지워져가는 코미디언들을 떠올려보라. 한때 우리를 그토록 웃게 만들었던 고 배삼룡 선생이나 고 서영춘 선생. 아니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이 한 때를 풍미했던 최양락, 김학래, 엄용수 같은 현역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코미디언들에게서도 배우들과는 달리 느껴지는 건 어떤 애잔함이다.

 


'김준호(사진출처: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아마도 그건 직업적인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 늘 밝게 웃으며 웃음을 주던 이들이 어느 날 나이 들어간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데서 오는 애잔함. 하지만 그것뿐일까. 혹 배우를 보는 시선과 코미디언을 보는 시선이 다르고, 배우들이 가진 환경과 코미디언들의 그것이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이제 3회를 맞은 <부산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느껴지는 공기는 그런 것이었다. ‘부산바다 웃음바다라는 캐츠 프레이즈에 걸맞게 다이내믹 부산의 이미지와 왁자지껄 한 바탕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 페스티벌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이 행사를 이토록 세우려 노력하는 이들의 안간힘을 슬쩍 슬쩍 발견하게 될 때면 느껴지는 것이 저 애잔한 마음이다.

 

이 행사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지금껏 이끌어온 김준호에게서 느껴지는 것도 그런 것이다. 방송에서 보면 영락없는 살살이캐릭터지만 행사장에서 본 그의 모습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다. 3회를 거치며 규모가 커진 행사에 꽤 많아진 하객과 관계자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담소를 나누었고, 우리네 코미디와 코미디언들이 제대로 설 수 있기 위해서 행사가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하는가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동분서주 속에는 왜곡되고 편향된 우리네 코미디의 현실 그리고 <부산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이 앞으로 나가야할 길들이 담겨져 있었다.

 

우리네 코미디는 너무나 방송 중심으로 왜곡되어 있다. 코미디를 얘기하면 <개그콘서트>, <웃찾사>, <코미디 빅리그> 정도를 얘기하는 수준이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공연형 코미디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이 방송 코미디와 그다지 다르다고 말하기 어렵다. 공연형 코미디가 없고 방송형 코미디만 남아 있다는 건 코미디의 저변이 약하다는 얘기다. 해외의 코미디가 페스티벌 현장은 물론이고 거리에서, 광장에서, 카페에서, 공연장에서 생활 속으로 들어와 있다면 우리의 코미디는 방송에 포박되어 있다.

 

방송형 코미디가 마치 코미디의 전부인 것처럼 되다보니 대사 중심으로 흐르는 개그가 그 중심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우리네 코미디가 본래부터 이런 편향과 왜곡을 갖고 있던 건 아니다. 굳이 남사당패 같은 먼 과거로 가지 않더라도 유랑극단이나 서커스의 시절 코미디는 만담만이 아니라 기예를 포함한 쇼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글링을 하거나 두발 자전거를 타거나 마술을 하고 심지어는 공중그네를 타면서도 코미디가 가능했다. 그건 저 남사당패 줄타기 명인이 제 몸을 살판과 죽을 판 위에 세워두고 그 아슬아슬함을 이완시켜가며 웃음을 만들 던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이번 <부산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개막식에 갈라쇼로 보여진 해외의 코미디는 대부분 기예를 포함한 공연형 코미디들이었다. 그들은 저글링을 하거나,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체조를 보여주고, 놀라운 복화술이나 마술은 물론이고 독특한 예술적인 느낌을 만들어내는 그림자 연극을 코미디와 버무려 보여주었다. 물론 그것은 논버벌이 훨씬 더 효과적인 코미디의 언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한때 저질 코미디로 비하하며 버렸던 그 공연형 코미디들을 저들은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공연형 코미디가 중요한 건 그것이 생활 밀착형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거기에 종사하는 코미디언들의 생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형 코미디는 물론 고유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코미디언들의 살길이 오로지 이 방송에만 집중된 구조는 오히려 이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그것은 생계를 넘어 코미디언에 대한 인식조차 너무 고정적으로 굳혀버린다.

 

왜 코미디언들은 아티스트가 되면 안 되고, 배우가 되면 안 되는가. 왜 웃음을 준다는 사실이 그토록 저평가 받아야 한단 말인가. 왜 개그맨들은 잔뜩 보이는데 코미디언들은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 되었나. 왜 한때 우리네 삶에 즐거움을 주었던 동춘 서커스 같은 기예를 포함한 웃음들은 지금 어느 변방으로 밀려난 공터에서 쓸쓸한 천막을 치며 살아가게 됐을까. <부산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의 그 왁자함과 유쾌함 이면에 이처럼 왜곡된 우리네 코미디의 현실을 되돌리려는 간절함과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김준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3대천왕>, 백종원에 김준현을 더한 먹방 고문이라니

 

백종원은 쿡방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먹방도 수준급이다. 사실 쿡방과 먹방은 동전의 양면이다. 결국 요리를 만드는 건 먹기 위해서고, 먹기 위해서는 요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요리에 초점이 맞춰지느냐 아니면 시식에 초점이 맞춰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사진출처:SBS)'

<백종원의 3대천왕>SBS가 요즘 대세인 백종원을 데려와 만든 먹방 프로그램이다. 많은 이들이 백종원의 쿡방을 기대했겠지만 그는 요리 하지 않는다. 대신 전국 각 지에 있는 숨겨진 맛집들을 발품을 팔아 찾아가 그 특별한 맛을 선보인다.

 

돼지불고기라는 주제로 찾아간 나주, 김천, 대구 등의 맛집은 그가 오래 전부터 찾았던 음식점들. 돼지불고기를 시켜놓고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백종원은 거기에 설명을 덧붙인다. 그냥 돼지불고기에 야채를 싸서 먹는 게 아니라 어떤 집에서는 거기 반찬으로 나온 고추 절임을 툭 잘라서 그 국물을 소스로 쳐서 먹고, 쌈을 싸는 데도 가장 맛이 좋을 수 있는 일종의 시식 노하우를 설명해주는 것.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여행이라면 <3대천왕>이 백종원을 통해 보여주는 건 아는 만큼 맛있는 게 음식이라는 점이다. 스스로를 백설명이라 닉네임 붙인 그는 음식을 먹는 데도 그 음식의 재료가 무엇이고 그 재료를 어떻게 요리했으며 어떤 반찬과 함께 했을 때 그 맛이 달라진다는 걸 소담스런 먹방과 함께 설명해주었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식욕 고문일 수밖에 없는 백종원의 먹방. 하지만 그건 겨우 이 프로그램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본게임은 이들 음식점의 요리사들을 스튜디오로 모셔와 요리대결을 펼치는 것. 즉석에서 또 다른 먹방이 펼쳐지는데 거기에 선수(?)로 나서는 건 이제 김준현이다.

 

먹선수로 캐릭터화된 김준현은 특유의 놀라운 먹방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백종원이 음식에 대한 지식을 더한 먹방을 선보인다면, 김준현은 본능적인 먹방 리액션에 특유의 맛 표현이 그의 주무기가 된다. 간장 양념으로 한 돼지 불고기의 양념 맛만을 본 그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국수를 그냥 말아먹어도 될 만한 맛이라고 설명하기도 했고, 연탄에 구워낸 돼지 불고기를 먹고는 연탄을 씹어 먹고 싶을 정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흔하디흔한 먹방처럼 보이지만 그 일련의 과정들을 스포츠 중계하듯이 풀어낸 것도 <3대천왕>의 특징이다.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음식의 향연은 스포츠 중계에서 해설자와 캐스터가 있는 것처럼 상황을 설명하고 그걸 해설하는 MC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식욕과 침샘을 자극하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미칠 듯한 반응들도 스포츠 중계의 한 장면처럼 포착된다.

 

사실 먹방이 특별할 건 없다. 하지만 그 특별해보이지 않는 먹방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백종원과 김준현 같은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출연자들이다. 돼지 불고기 같은 지극히 서민적인 음식을 소재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역시 친 서민적인 이미지를 가진 백종원다운 먹방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지나치게 먹방의 자극적인 장면으로만 흘러가는 건 조심해야 될 부분이다. 물론 그 자극이 먹방의 힘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반복적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자칫 자극 자체가 무감각해질 수 있다. 혀와 식욕을 자극하기보다는 그 음식의 맛을 보다 정보적으로 잘 전달해주고 거기에 담겨진 비의를 소개함으로써 적절히 뇌와 감성을 자극해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롱런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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