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우리가 강형욱의 솔루션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관리하기 귀찮아서 안한 거잖아요.”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은 작은 소리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며 짖고 때론 돌변해 물기도 하는 포메라니안 망고를 교육하다 견주에게 그렇게 쏘아붙였다. 너무 짖어서 이웃의 민원이 들어왔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대제거수술을 받게 한 후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는 견주였다. 남편은 아내가 너무 울어서 실신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강형욱이 그렇게 쏘아붙인 건, 망고를 교육하기 위해 몸으로 살짝 밀치며 마음대로 하려는 개를 통제하는 걸 본 남편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한 대목 때문이었다. 강형욱은 ‘무력’이라는 표현이 잘못 됐다는 걸 먼저 인지시켰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몸을 부딪치는 건 무력이지만, 망고처럼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히는 반려견을 막는 건 무력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거였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이 없는 산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강형욱은 사실 속으로 눌러 두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망고가 그렇게 불안해하고 누군가를 물고 짖는 것이 사실은 관리하지 않고 그만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한 견주에게 있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그 날 성대제거수술을 한 망고를 보며 그 수술에 대한 찬반이야기를 이경규, 이유비와 나눴던 강형욱이었다.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입장이라는 강형욱은 관리를 조건으로 수술을 하라고 했던 견주가 수술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자 수술을 하라는 이야기를 이제 함부로 안한다고 했다.

 

그건 당장 수술을 통해 짖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견주가 더 이상 관리는 하지 않게 된 데서 강형욱이 느낀 자괴감이었다. 반려견들이 짖거나 물거나 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때 어떤 견주들은 그 행동의 원인이 찾아 제대로 관리해주고 책임지려고 하기보다,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려 하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거기에 일침을 날린 것이었다.

 

망고를 물고 괴롭히는 링고의 문제 역시 견주가 하지 못한 통제와 관리 때문이라는 걸 강형욱은 설명해줬다. 견주가 하지 못하자 링고가 나서서 망고보고 왜 그러냐고 하는 거라는 것. 여기서 강형욱은 망고와 링고의 입장이 되어 연기로 그 상황을 보여줬다. 망고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불안한 행동을 보일 때 링고가 “너 엄마한테 왜 그래?” 하며 제지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그런 링고를 견주가 오히려 질책했다는 이야기는 견주는 물론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강형욱의 소통법에 우리가 주목하는 건 그가 반려견과 견주 사이 놓인 소통의 벽을 다양한 방법으로 깨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견주의 아픈 마음과 상처에 공감하며 다독이다가도 때론 그 잘못에 일침을 가해 그 행동을 고쳐주려 한다. 또 반려견이 왜 그런 이상행동을 하는 지를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아예 그 입장에 되어 그 행동들을 말과 연기로 표현해준다. 어느 한쪽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모두 교정해나가는 게 강형욱의 소통방식이다.

 

사실 소통의 문제는 반려견과 견주 사이가 아니라도 어느 한쪽이 아닌 양자 모두의 잘못인 경우가 많다. 강형욱은 반려동물전문가지만 문제 있는 반려견의 행동만을 교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국 견주와 소통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견주에게는 반려견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반려견들에게는 견주가 못해줬던 관리를 통해 편안함을 주려 한다.

 

<개는 훌륭하다>가 때론 무섭고 때론 신기하며 때론 어떤 뭉클한 감동을 주는 건 강형욱의 이런 소통법이 엇나가 있던 반려견과 견주 사이의 오해를 풀어주고 그것이 즉각적인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줘서다. 그래서일까. 보면 볼수록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소통의 문제는 타인을 탓하기보다는 나의 자세를 통해서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는 걸. 반려견의 차원을 넘어서서 강형욱의 소통법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KBS)

‘개훌륭’, 강형욱이 반려견 영정사진을 통해 보여준 것

 

강형욱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간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도 벌어지게 만들었던 ‘마법’의 주인공은 거기 없었다. ‘개통령’이라는 수식어도 무색해졌다. 자신의 반려견 앞에서 강형욱 역시 눈물 흘리는 보호자였다.

 

KBS <개는 훌륭하다>가 ‘행복하개 프로젝트’로 보여준 건 떠나보내기 전 기억을 남기기 위해 찍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그 영정사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강형욱의 반려견 다올이었다. 당뇨에 혈액암까지 와서 길게는 1년 짧게는 3개월 시한 판정을 받은 다올이.

 

강형욱의 사무실을 찾은 이경규와 이유비는 같은 방에 누워 있는 다올이를 보고 반색했다. 하지만 SNS에 올라온 사진으로 봤던 모습과는 달리 다올이는 겉보기에도 힘이 없어 보였다. 일어나 같이 나가자는 말에도 그저 서 있는 다올이를 결국 강형욱은 안고 밖으로 나왔다.

 

농담 삼아 ‘착한 여자친구’ 같이 늘 옆에 있다는 다올이는 “너무 착해서 바보 같은 친구”라고 했다. 아파도 참고 기다리곤 했다는 것. 그것이 강형욱의 마음을 더욱 짠하게 만들었을 거였다. 이경규가 조심스레 영정사진을 제안하자 강형욱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결국 “사진 찍기 싫어요”라며 눈물을 터트렸다.

 

그 마음이 온전히 이경규와 이유비에도 전해졌다. 여러 차례 반려견의 죽음을 경험했던 이경규는 그걸 처음 경험하는 강형욱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안쓰러워했고, 이유비는 강형욱보다 더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그런데 그런 강형욱의 마음을 다올이가 알고 있었던 걸까. 힘겹게 발밑에 엎드려 있던 다올이는 일어나 울고 있는 강형욱 앞에 앉아 그를 올려다봤다. 그 장면은 마치 강형욱과 다올이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누가 항상 옆에 같이 지내던 반려견이 언젠가 갑자기 떠날 거라는 걸 준비할 수 있을까. 강형욱 역시 “보낼 준비를 진지하게 하지 않았다”며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너무 “이기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늘 함께 있던 다올이가 없을 일상이 그는 두렵다고 했다.

 

그는 문제견들의 행동을 교정하면서 견주들에게 “어떤 보호자로 기억되고 싶냐”고 묻곤 했다. 그 때 그가 스스로 말했던 답은 “당신이 내 보호자여서 행복했다”는 그런 기억으로 남는 보호자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던 강형욱도 자신의 반려견 앞에서는 후회가 남는 모양이었다. “너무 기다리지 않게 했던 보호자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 말은 아마도 반려견과 함께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을 게다. 우리가 아마도 반려견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기다려”일 것이니 말이다. “제가 생각해보니까 강아지들한테 기다리란 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개는 훌륭하다>가 강형욱의 반려견 다올이의 영정사진을 통해 보여준 건 지금 항상 옆에 있지만 언젠가 떠날 반려견을 어떻게 보내줘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사진을 찍고 애써 기억에 남기려는 그 마음과 더불어, 그 때가 아니라도 평상시 반려견에게 자신이 어떤 보호자로 기억될까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것이다.(사진:KBS)

‘개훌륭’, 강형욱의 마법이 가능한 건 기술보다 인내심

 

강형욱은 심지어 피까지 흘렸다. KBS <개는 훌륭하다>가 소개한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던 잉글리시 불독 쿤의 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에서였다. ‘난폭견’이라 소개된 쿤은 낯선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지금까지 소개된 그 어떤 개들보다 컸다. 심지어 견주의 부모님들도 쿤의 접근을 두려워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쿤과 함께 생활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뭐든 입으로 집어넣고 무는 습성 때문에 양말을 통째로 삼킨 적도 있다는 쿤은 검진을 통해 위 속에서 장난감 닭의 발을 꺼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덩치도 크고 힘도 좋은데다 물러나는 걸 해본 적이 없는 듯 돌진하는 쿤 앞에서 모두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잉글리시 불독을 키우고 있어 자신감이 있다던 이경규도 마찬가지였다. 호기롭게 그 집에 들어가 쿤을 마주했지만 이경규는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소파에 앉는 것조차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결국 강형욱이 나섰다. 하지만 그조차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강형욱은 특히 고집이 센 불독은 한 번 마음을 꺾는 것이 몹시 힘들다고 했다. 또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아 어떤 상태 때문에 흥분을 하는지를 읽어내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불독의 행동 교정은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급기야 순식간에 달려드는 쿤을 목줄을 잡고 제압하는 과정에서 강형욱은 발에 긁혀 피를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그것조차 익숙하다고 말했다. 불독을 조련하는데 그 정도 상처는 입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주인을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아주 천천히 쿤의 행동을 바꿔나갔다. 목줄을 아무리 잡아끌어도 오지 않던 쿤은 강형욱이 이끄는 대로 조금씩 걸었고, 무려 다섯 시간이 넘게 그런 과정들을 반복하고 나서 비로소 ‘엎드려’를 하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늘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하다가 그게 꺾이는 경험을 한 쿤은 그 때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엎드려’하는 명령에 따르기 시작했고, 타인이 집에 들어와도 주인의 통제에 따르기 시작했다. 강형욱의 행동 교정 이전의 쿤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마법 같은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개는 훌륭하다>가 시청자들의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된 건 문제가 있는 반려견들의 분명한 행동교정 사항을 전과 후로 비교해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문제 상황을 접하는 시청자들로서는 도무지 해결책이 없어 보이지만, 강형욱은 그 원인을 밝혀내고 그걸 뒤집는 결과들을 보여줌으로써 견주와 시청자들을 놀랍게 했다.

 

그런데 이번 잉글리시 불독 쿤의 사례는 강형욱이 만들어내는 그 마법 같은 변화들이 사실은 엄청난 인내심의 결과라는 걸 보여줬다. 어떤 문제 행동들이 생겨난 것 역시 잘못된 습관이 누적되어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걸 교정하는 데 있어서도 그만큼의 인내심과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강형욱이 매번 문제 견의 행동을 교정한 후에 견주에게 지속적인 훈련을 강조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먼저 보이는 건 기술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인내심이라는 것.(사진:KBS)

‘개훌륭’, 어째서 더 공격적이고 대형견일수록 강형욱 존재감도 커질까

 

지금까지 이런 상황은 없었다. 매번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매회 등장하는 개들의 덩치는 커지고 상황은 갈수록 험악해진다. 이번에 소개된 맹견패밀리는 그래서 갈수록 세지는 이야기의 끝판왕처럼 소개되었다. 원수지간처럼 만나기만 하면 물고 뜯는 핏불테리아 블리와 로트와일러 쉐리의 이야기에, 공격적인 성향으로 사람을 물기까지 했던 코카시안 오브차카 머루의 이야기까지.

 

늘 ‘역대급’이라는 소개와 함께 점점 강해진 이야기 속에서 강형욱조차 이번 편에 자신이 이런 곳에 오게 될 지는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보이는 공격성은 자칫 촬영 도중에 큰 사고로까지 이어질 것 같은 불안함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청자들은 확실히 이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시청률이 말해줬다. 이번 맹견패밀리 중 머루에 대한 이야기로 <개는 훌륭하다>는 9%(닐슨 코리아)라는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지난 11월 첫 방송을 시작하며 1.9% 시청률을 냈었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 4개월여 만에 10%에 근접하는 시청률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시청률과 화제성의 중심은 역시 강형욱이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반려동물 가족이 그토록 급증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반려견과 견주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놨다고나 할까.

 

실제로 문제 반려견으로 지목된 집을 찾아가보면 그 문제는 거의 대부분 견주로 인해 생긴 것이었다. 외부인에게 극도로 공격적인 개들이나, 주인까지 무는 개들이나, 아니면 그들끼리 집단적으로 한 개를 괴롭히는 개들 등등. 그 문제의 원인은 주인들의 잘못된 보살핌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강형욱은 이를 교정해주고 그래서 반려견과 견주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재정립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번 맹견패밀리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덩치가 거대한데다 외부인에 대한 공격성을 보여 접근조차 어려운 오브차카 머루가 그렇게 된 건 견주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대형견들을 집도 아닌 외부공간에 두고 키우면서 생겨난 일이었다. 하루 종일 철창에 갇힌 상태로 주인만을 기다리는 개들은 하루 한두 번 들르는 주인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였지만, 바로 그런 환경이 개들끼리 그리고 외부인에게는 극도의 공격성을 키우게 된 이유가 되었다.

 

강형욱조차 긴장하게 만든 머루는 안전을 위해 입에 채운 마스크마저 더 험악한 느낌을 자아냈다. 하지만 강형욱은 역시 베테랑 조련사답게 아주 조금씩 머루에게 다가갔고 계속 밀쳐대고 공격하려는 머루와 친해지는데 성공했다. 몇 시간 후 강형욱은 머루와 함께 산책하며 다른 출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마법을 연출했다.

 

사실 마법처럼 보이지만 그건 이 개들의 덩치와 행동들을 우리가 오해한데서 비롯된 착시현상이었다. 강형욱의 설명처럼 오브차카나 핏불테리아, 로트와이어는 모두 주인을 위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정도로 충성과 애정을 다하는 견종이었다. 다만 이들이 한 장소에서 같이 지내며 오매불망 견주를 기다려야 하는 환경 때문에 그런 공격성을 드러낸 것뿐이었다.

 

덩치가 커질수록 강형욱의 마법은 더 놀랍게 느껴지고, 그래서 그의 존재감도 점점 커지며 시청률도 따라 급상승한다. 하지만 그 마법의 실체는 알고 보면 우리가 그만큼 반려견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 외견과 행동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도 더 컸다는 걸 말해준다. 이것은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과 강형욱의 반려견들과의 소통이 왜 가치를 갖는가를 잘 보여준다. 단지 센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세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것조차 우리의 선입견이고 오해라는 걸 드러내준다는 의미에서 그렇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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