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공격성이 문제? 알고 보니 외로워서

 

정말 개는 훌륭하고 문제는 주인에게 있을 뿐이다.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가 소개한 대형견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 끼의 견주는 이 개의 공격성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자신에게는 그토록 천사 같은 살가움을 보여주는데 외부인에게 갑자기 공격을 가하곤 한다는 것. 놀러왔다가 물린 친구의 제법 큰 상처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끼는 안면은 물론이고 돌아서는 친구의 엉덩이를 물기도 했다고 했다. 게다가 집을 비운 사이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경우도 있었다. 장판과 매트를 다 긁어 망가지게 만들어 놓기도 했다는 것. 또 산책을 나가서도 다른 개를 느닷없이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에게는 애교를 부리지만 외부인들을 공격하는 데 대해서 견주는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또 이경규와 이 날의 게스트였던 에이핑크 정은지, 오하영이 먼저 그 집을 찾아 끼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먹이에 집착하는 면모를 알 수 있었다. 사료통 가까이 가기만 해도 경계하며 공격하기도 한다는 것. 실제로 이경규가 사료통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끼는 으르렁 대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형욱이 직접 투입되기 전까지 정말 문제는 이 반려견 끼에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사람을 공격해 물고, 산책 도중 흥분해 다른 개를 공격하고, 견주가 집을 비운 사이 난장판을 만들며, 먹이에 대한 집착까지 갖고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보일 밖에.

 

하지만 강형욱은 달리 보고 있었다. 견주를 만나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끼가 외부인만 공격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견주는 자신의 입술을 문 적도 있고 어머니도 공격을 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이미 그 때부터 위험한 상태였지만 견주가 그걸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알고 보니 끼의 문제는 견주가 섬세하게 돌보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견주는 8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데 바로 귀가하지 않고 저녁 약속을 잡곤 한다고 했다. 끼는 그토록 주인을 좋아하고 따르는데,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산책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끼의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견으로 보였던 끼가 알고 보니 너무나 불쌍해보였다. 이경규는 그 개가 어딘지 "짠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형욱은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견주를 질책하며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 같은 친구들은 더 많은 활동으로 에너지를 소비해줘야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한급식을 하고 하루 두 번 산책을 꼭 시키라고 했다. 또 다른 개는 물론이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예절교육과 사회성 높이기를 교육시켜야 한다고 솔루션을 내렸다.

 

이번 편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반려견들의 모습은 마치 견주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것이었다. 그 반려견이 행복하다면 견주 역시 그만큼 섬세하게 잘 돌보고 있다는 뜻이지만, 그렇지 않고 어떤 문제를 드러낸다면 그건 견주가 어떤 문제가 있는 행동이나 습관을 들여왔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반려견의 문제를 탓하지만, 먼저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사진:KBS)

'개훌륭', 강형욱은 어째서 냉정하게 대하라 했을까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최근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박해준)가 던진 이 어처구니없는 대사는 장안에 화제가 되며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있다.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는 <부부의 세계>를 패러디한 <다견의 세계>라는 자막을 담아내며 여러 개를 키우는 집에서 '공평한 사랑'을 말하는 건 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진돗개 믹스견 모찌와 시루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각각 있을 때는 그렇게 애교 많던 개들이 서로 보기만 하면 죽을 듯이 달려들어 싸웠기 때문이었다. 그 싸움은 점점 치열해져 서로 물고 뜯겨 피를 보는 경우까지 있었고, 심지어 이를 말리는 보호자를 무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래서 강형욱은 먼저 모찌와 시루가 사회성 자체가 없는 것인지를 테스트 해봤다. 하지만 헬퍼독을 데려와 진행한 테스트에서 모찌와 시루 모두 사회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밝혀졌다. 결국 문제는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강형욱은 모찌와 시루가 보호자 없이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보호자에게 단언했다. "이건 보호자님이 싸움을 조장한 것"이라는 것. 그 말에 다소 놀라는 보호자들이었지만 강형욱은 예를 들어 그 상황을 쉽게 이해시켜 줬다.

 

"제가 이런 거예요. 제가 사귀는 여성분이 셋이네. 그래놓고선 다 모여가지고 제가 이러는 거예요. 나는 너희를 모두 사랑해. 너희가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강형욱의 그 비유는 마치 <부부의 세계>에서 외도를 하면서 "둘 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태오의 뻔뻔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사랑을 나누려했던 보호자와 달리 그걸 나눌 수 없어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모찌와 시루. 강형욱은 설명했다. "애정을 나누는 게 아주 힘든 애들이 있어요. 아마 보호자님이 세 애들에게 어떤 애정도 주지 말아야 될 수도 있고요. 또 애정을 요구하는 친구들을 뿌리쳐야 될 수도 있어요. 저리 가라고."

 

속상하고 걱정되는 일이지만, 강형욱은 정확한 솔루션을 내놨다. 이 집에서 지내는 세 마리의 개에게 정확한 보호자를 담당하게 해준 것이다. 모찌는 아빠가 담당하고, 시루는 딸이, 또 콩이는 엄마가 담당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각각의 담당자가 나눠지고 '자신의 개'에게만 집중하게 해주면 개들도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거였다.

 

실제로 강형욱의 이런 솔루션은 만나면 싸우기만 했던 모찌와 시루를 180도 변화시켰다. 주로 애정을 모두 쏟아 부었던 엄마 보호자가 모찌와 시루의 애정을 받아주지 않고 약간의 거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안정되었다.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은 자주 보호자들에게 반려견을 냉정하게 대하라는 솔루션을 내리곤 한다. 그것은 대부분의 문제들이 애정 결핍이 아니라 애정 과잉으로 생겨난 애착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아서였다. 즉 보호자들 입장에서 보면 애정을 공평하게 주는 일은 전혀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지 않지만, '다견의 세계'에서 그건 치열한 애정 경쟁을 유발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부부의 세계>에서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라는 말이 얼토당토않은 것처럼 '다견의 세계'에서도 사랑은 때론 죄가 될 수 있다는 걸 강형욱은 저들의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보여주곤 한다.

 

"모두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엄마 보호자가 갖고 있는 많은 사랑을 조절해주셔야 해요." 강형욱의 말처럼 결국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건 단지 애정을 주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 엄마 보호자는 "사랑만 주는 보호자가 아닌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보호자가 되겠다고 했다.(사진:KBS)

‘개훌륭’, 강형욱이 그건 자율이 아닌 방임이라 한 까닭

 

“방임해서 키우고 있다는 거예요.” KBS <개는 훌륭하다’에서 외부인을 공격하는 보더콜리 뚱이에게 ‘자율’이라며 점심 후 개들이 마음껏 산에서 뛰어 놀게 한다는 견주에게 강형욱은 그렇게 말했다. 그건 자율이 아니라 방임이라는 것.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자율이라고는 해도 차를 보면 마치 양떼를 몰던 그 습성이 그대로 튀어나온 듯 타이어를 향해 돌진하고, 외부인을 공격하며, 산으로 들어가서는 불러도 돌아오지 않아 견주가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뚱이는 그렇게 ‘자율(?)’ 산책을 하고 돌아온 어느 날 다리를 다쳐 수술까지 받아야 했었다.

 

왜 다쳐서 돌아왔을 것 같냐는 질문에 견주는 “싸워서?”라고 추측했지만 강형욱의 답변은 단호했다. “보호자님이 풀어줘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건 억울한 피해자가 아닌 “예견된 사건”이었다는 것.

 

물론 견주의 생각은 나름 이유가 있었다. 마음껏 자연 속에서 뛰어놀게 하고픈 마음이 있었다는 거였다. 강형욱은 도시에서도 그렇게 뛰지 않고 지내는 보더콜리가 있다고 했지만, 견주는 그런 개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견주 가족은 풀어놓는 것이 개들의 자유를 위해 좋은 거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강형욱은 거꾸로였다. 풀어놓은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그는 강변했다.

 

그 말을 납득하지 못하는 견주 가족에게 강형욱은 반대로 생각해보라고 했다. “내 개가 누구를 물고 다닐 수도 있다”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만약에 풀어놓은 개가 여기로 와서 문지(개 이름)를 물면 마음이 어떨 것 같아요? 그러다 아빠가 도와주려고 삽자루 들고 가서 탁 쳐서 그 친구가 어디 다쳐서 도망갔어요. 그러면 그 주인이 어떤 나쁜 놈이 내 개를 때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건 자신들이 키우는 개를 소중히 여기고 그래서 자유를 부여하려 할 정도라면, 역지사지로 그 자유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라는 강형욱의 조언이었다. 견주의 어머니는 교육을 통해 영역을 벗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른 개들보다 영리한 개들이라며. 하지만 거기에도 강형욱은 단호했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울타리를 반드시 쳐야 하고 산책에는 반드시 목줄을 함으로써 통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강형욱의 솔루션이었다.

 

타인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뚱이는 역시 영리한 개인 것만은 분명했다. 강형욱 앞에서는 덤비지 않는 것처럼 보이다가 뒷모습을 보이면 달려드는 행동양식을 보였다. 또한 자율운동이 많다보니 규칙을 배우는 걸 힘들어했다. 하지만 강형욱의 지도로 뚱이는 조금씩 규칙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타인이 와도 기다리라는 주인의 말에 기다리는 모습을 금세 보일 정도로.

 

아마도 도시에서 아파트에 살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들이라면 이 집의 보더콜리처럼 마음껏 뛰노는 그 모습이 어떤 로망처럼 여겨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형욱이 강조한 건 그런 자율이 아니라 분명한 통제가 되는 상황 하에서 반려견과 사람들이 나름의 관계를 통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것은 반려견인 이상 야생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려견은 이제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지칭 때문인지 우리는 가끔 반려견을 사람처럼 대하려 하기도 한다. 우리의 감정을 우리 식대로 이입하고 해석하려 한다. 하지만 강형욱이 강조한 건 가족이긴 하지만 반려견은 우리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저들의 언어를 이해해야 하고 무한한 자율이 아닌 통제를 통한 사회화가 전제되어야 반려견은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강형욱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사진:KBS)

‘개훌륭’ 난폭견은 없다, 다만 둔감한 보호자가 있을 뿐

 

“보호자님은 예민한 보호자가 돼야 해요. 둔감한 보호자가 되면 안돼요. 절대 키울 수 없어요. 누구보다 촉이 좋아야 돼요. 다들 그래요. 개들이 개 물면 우리 개가 물 줄 몰랐대요. 왜 물 줄 몰라? 자기가 둔감한 거지.” 강형욱은 견주에게 강한 어조로 그렇게 강조했다. 지금껏 KBS <개는 훌륭하다>에 나왔던 그 어떤 개들보다 역대급 공격성을 보이는 개였지만, 이들을 견주는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네코르소 종인 메리는 일명 ‘마피아 견’으로 불릴 정도로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개였다. 이 견종의 특성상 보호자와는 관계가 좋았지만, 사회성 교육을 전혀 받아본 적이 없어 보이는 메리는 타인이나 다른 개가 접근하면 괴력을 발휘하며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달려와 물려고 부딪칠 때는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집에는 메리만이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지내는 레트리버 땡이와 진돗개 뭉치가 또 있었다. 어려서는 사이가 좋았지만 이사를 한 후부터 뭉치와 메리는 서로 물어뜯을 정도로 보기만 하면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그래서 뭉치는 2층에서 지내고, 메리와 땡이는 1층에서 지내는 상황이었다.

 

강형욱도 만만찮은 미션이 아닐 수 없었다. 덩치가 워낙 크고 힘이 좋아 공격해오는 걸 몸으로 막아내며 통제 훈련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 번도 통제를 받아본 적이 없어 보이는 메리는 강형욱을 향해 달려들었고, 줄을 끊고 입마개를 망가뜨릴 정도로 맹렬하게 공격했다.

 

그런 공격에도 끄덕 없다는 걸 보여줘야 했고, 실제로 물러서지 않는 강형욱으로 인해 조금씩 메리도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타인이 아닌 견주에게 집중하게 하는 훈련을 시켰고, 그래서 타인이 다가와도 덤벼들지 않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다. 심지어 보기만 해도 싸우던 뭉치와 나란히 걷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사례가 보여준 교훈은 제 아무리 사랑하는 반려견이라고 하더라도 보호자가 통제할 수 없으면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강형욱은 맹견이 나쁜 친구들이 아니라 내 보호자를 너무 좋아하는 애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통제가 되지 않으면 도살장 같은 좋지 않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 말에 보호자는 눈물을 보였지만, 강형욱의 이런 조언이 아니었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날 강형욱의 솔루션은 기존과 달리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메리의 공격성을 보호자가 조금 통제하는 훈련을 했을 뿐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일찍 이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알아 미연에 방지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었다.

 

가끔 신문지상에서 개가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혔다는 기사를 접하곤 한다. 그럴 때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그 개가 난폭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 거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이번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생각해보면 그건 개의 문제가 아니라 견주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 정도로 둔감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다. 반려견을 사랑하고 함께 생활하는 건 좋지만,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통제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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