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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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남궁민의 연기가 이 미궁의 실타래가 된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1. 4. 11:49
'낮과 밤', 남궁민의 연기에 깃든 드라마의 메시지 tvN 월화드라마 은 시청자들을 그 미궁 속으로 몰아넣었다.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벌어진 집단 사망 사건이 그 미궁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면, 28년 후 발생하는 연쇄 예고 살인은 그 미궁이 갈수록 깊어진다는 예고였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아무런 단서 없이 툭 던져진 미궁 속에서 어디로 발을 내딛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하지만 그 28년의 간극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두 사건들을 연결시켜준 건 특수팀 팀장 도정우(남궁민)다.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지만 냉소적인 말투에 어딘지 허무 가득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던 도 팀장은 죽은 자들에게서 아무런 망설임이나 공포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연쇄 예고 살인의 범인으로 지목되고, 그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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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임시완이 겪는 소름끼치는 지옥의 정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9. 3. 09:14
‘타인은 지옥이다’, 경계 없는 침범이 주는 공포에 대하여 워낙 유명한 웹툰 원작을 갖고 있다는 건 장점이면서 단점이 된다. OCN 드라마틱 시네마 가 그렇다. 이 드라마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로 화제가 됐던 웹툰 원작을 가져왔지만, 원작과는 살짝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원작이 에덴고시원 자체가 주는 공포와 거기 사는 사람들의 이상함을 전면에 깔아놓았던 것과는 달리, 드라마는 훨씬 더 이 고시원에서 살인행각을 벌이는 살인마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사실 이렇게 조금 직설적으로 칼과 도끼, 망치 등을 일찍 꺼내놓는 방식이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가 하려는 에덴고시원이라는 지옥의 실감을 높여줄 수는 있을 게다. 아무래도 드라마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한 선택일 수 있지만, 원작이 주는 윤종우(임시완)가 겪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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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금티! '녹두꽃' 조정석의 절규에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7. 7. 11:05
‘녹두꽃’은 우금티 참패를 어떤 가치로 끌어안았나 무려 2만 명의 동학군들이 죽었다. 우금티 전투. 일본군들이 가진 화력 앞에 동학군들은 속절없이 쓰러졌다. 전투라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로 그건 학살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들은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지는 고개를 향해 오르고 또 올랐다. 동학농민혁명이 미완의 혁명으로 남게 된 최후의 전투. SBS 금토드라마 이 재연해낸 우금티 전투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드라마로 보고 있는 것도 힘겨운 데, 그 전투에서 실제로 스러져간 이름 모를 동학군들의 참혹함은 어땠을까. 죽은 동료들의 사체들을 보면서도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이들의 마음은? 일본군들에게 붙잡혀 두 손이 뒤로 결박된 채 사살당한 이들은 또 어떤 마음들이었을까. 실제 상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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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밴드'가 되었다옛글들/명랑TV 2018. 5. 22. 11:30
한국 아닌 글로벌, BTS 빌보드 뮤직어워즈 무대의 가치“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밴드.” 빌보드 뮤직어워즈의 사회자인 캘리 클락슨은 방탄소년단을 그렇게 소개했다. 그 표현은 이제 방탄소년단이 ‘한국의 보이밴드’라는 특정 국적을 이미 넘어섰고, 세계가 열광하는 보이밴드가 됐다는 걸 뜻했다. 이미 캘리 클락슨이 소개 전에 분홍색 귀마개를 하며 “큰 함성에 대비하겠다”고 했던 유머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터지는 함성과 떼창은 빌보드 뮤직어워즈를 방탄소년단의 공연처럼 만들어버렸으니.무대는 캘리 클락슨이 소개한 걸 그대로 증명했다. 그 어떤 장식이나 백댄서도 없이 오롯이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퍼포먼스로만 꽉 채워진 무대. 발표된 지 3일밖에 지나지 않은 새 앨범에 수록된 ‘페이크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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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민·유호진 PD가 밝힌 '최고의 한방'에 얽힌 내막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4. 28. 08:45
‘최고의 한방’ 서수민·유호진 PD “우린 이걸 반반 시스템이라 부르죠”이 드라마 수상하다. 2015년 방영됐던 KBS 가 예능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드라마로서, 예능과 드라마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했다면 몬스터 유니온이 첫 작품으로 준비하고 있는 은 예능PD로서 우리에게는 로 익숙한 유호진 PD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게다가 에서 라준모 PD 역할을 했던 차태현이 플레이 디렉터로 유호진과 함께 연출에 합류했다. 출연자로는 현재 에서 한 자리를 잡고 있는 윤시윤과 역시 차태현이 들어와 있고, 이 드라마의 전체 기획은 과거 와 를 이끌었고 기획에도 참여했던 서수민 PD가 맡았다. 도대체 이 드라마 정체가 뭐야, 하는 궁금증이 생길 법한 조합. 몬스터 유니온을 찾아 그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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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식당'이 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예능 신세계옛글들/명랑TV 2017. 4. 23. 15:18
‘윤식당’이 연 새로운 드라마틱 리얼리티의 세계“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tvN 예능 프로그램 의 사장 윤여정은 주방보조 정유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비와 함께 갑자기 몰려든 손님들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는 재료가 동나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어 문을 닫는 그 기분. 아마도 새로이 가게를 연 식당이라면 이런 날이 꿈 같을 수밖에 없을 게다. 윤여정이 한 말이 실감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실제상황이 아닌가. 돌이켜보면 이 이 발리의 작은 섬에 들어와 보낸 일주일은 드라마틱하기 그지없었다. 첫날 오픈하자마자 몰려든 외국인 손님들이 불고기 메뉴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줘 모두를 한껏 들뜨게 만들었지만, 바로 다음 날 접한 철거 소식에 아연실색했던 그들이었다. 화도 나고 허탈하기도 했을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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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김은숙 작가가 고수라는 증거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6. 12. 17. 10:36
김은숙 작가, 그 많은 경계들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가슴에 칼이 박힌 채 바로 그것 때문에 영겁을 살아가는 존재. 간단해 보여도 이런 캐릭터를 도깨비에 부여한 건 tvN 가 참신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깨비의 이미지는 상당히 다른 무게감을 이 캐릭터에 안겨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깨비의 이미지가 뭔가. 혹부리 영감에게 속아 혹과 도깨비 방망이를 바꿀 정도로 아둔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하고, 도토리 깨무는 소리에 집 무너지는 줄 알고 줄행랑을 치는 겁많은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등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토대로 보면 도깨비는 ‘인간을 살해할 만큼 악독하지 않고, 인간의 꾀에 넘어가 초자연적 힘을 이용당하는 미련함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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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 왜 하필 지금 '도깨비'였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6. 12. 4. 08:15
김은숙 작가의 , 어떤 정서를 건드리고 있나 시간과 공간, 이승과 저승, 현실과 비현실 같은 경계들을 모두 뛰어넘었다. 고려시대 무신 김신(공유)은 자신이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쓰러지지만 그를 지지하는 민초들의 염원에 의해 되살아나 영원히 살아가는 축복이자 저주를 받게 된다. 완전한 무(無)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도깨비 신부가 그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야 한다는 신탁을 받은 채. tvN 는 우리네 전설과 야담에 등장하는 도깨비라는 특이한 존재를 소재로 담았다. 신성성을 가진 존재로서 민간신앙의 대상이었던 도깨비는 민담 형태로 구전되면서 인간적인 면면들이 깃든 존재로 그려져 왔다. 신앙의 대상인 신에서부터 인간에게 당하기도 하는 모습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그런 존재. 는 그래서 그 특이한 존재적 특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