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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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과 나의 골목길나의 K오딧세이 2025. 1. 18. 11:28
달리는 속도에서 걷는 속도로급한 일이 없는 날이면 약속장소에 늘 30분 정도 일찍 나간다. 서촌이나 북촌, 인사동, 종로에서 주로 약속을 잡는데 그곳 골목길들을 걷는 게 재미있어서다. 30분 정도 먼저 도착해 골목길들을 슬슬 걸어 다니며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카페와 음식점들로 가득 채워져 말 그대로 인파가 몰리는 익선동 골목도 7,8년 전만 해도 한옥의 처마를 그늘 삼아 슬슬 걷기 딱 좋은 길이었다.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들고 그 길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순간 도시 한 복판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아늑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에는 그 골목길에 '거북슈퍼' 하나가 달랑 있었는데, 비 오는 날 그 가맥집에서 병맥주를 마시며 빗소리를 듣는 기분이 그만이었다. 물론 거북슈퍼가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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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시그널3', 정의동의 사랑법에 자꾸만 빠져드는 건옛글들/명랑TV 2020. 4. 27. 15:23
‘하트시그널3’, 수줍은 듯 묵직한 정의동의 따뜻한 매력 채널A 의 첫 데이트 날, 바다 위 노을이 그려진 엽서가 이어준 서민재와 정의동은 차를 타고 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정의동이 막내가 군대에 있다고 하자 마치 자기 일이라는 듯 호응해주며 서민재는 자신의 동생이 2월에 군대 간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서민재는 그 곳이 연천이라며 검색해보니 너무 위에 있는 전방 느낌이라 마음이 짠했다고 전한다. 정의동이 “동생 들어가면 막 우는 거 아냐?”라고 하자 서민재는 “동생들한테 우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라고 했다. 그는 “내가 너 때문에 슬퍼서 운다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건 서민재의 성격이었다. 서글서글하고 털털한 성격의 서민재의 그 말은 그 밝은 모습의 이면에는 남모를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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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독', 우리 모두가 서현진의 고군분투를 응원했다는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2. 8. 11:30
‘블랙독’의 질문,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 학교는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할까. tvN 월화드라마 이 끝까지 답을 찾으려 했던 질문은 바로 그것이었다.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행복해야할 학교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던 대치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정교사와 기간제로 나뉘어 차별받고, 그래서 기간제 교사들은 어떻게든 정교사가 되기 위해 동료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곳이 학교였다. 아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성적 상위그룹만 모아 운영하는 특별심화반 이카로스에 들어간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차별받고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러야 하는 곳. 은 고하늘(서현진)이라는 기간제 교사가 대치고등학교에 들어와 그 현실을 겪어가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 역시 기간제라는 차별을 고스란히 느끼고, 심지어 낙하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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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독' 바나나가 뭐라고.. 서현진도 학생들도 너무 힘들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1. 15. 14:49
‘블랙독’, 바나나 하나로 이렇게 치열하다는 건 ‘바나나’ 하나가 불러온 파장이 이렇게 클 줄이야. tvN 월화드라마 이 다룬 시험문제 출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제기 상황이 야기한 파장을 다뤘다. 국어 시험 문제에 등장한 ‘성순이가 바나나와 수박 두 개를 샀다’는 지문이 문제가 됐던 것. 이 지문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했다. 성순이가 바나나 한 개와 수박 한 개를 샀을 수도 있고, 바나나 한 개와 수박 두 개를 혹은 바나나 두 개와 수박 두 개를 샀을 수도 있다 해석되었던 것. 하지만 학생들은 거기에 또 다른 이의제기를 했다. ‘어휘적 중의성’으로 보면 바나나가 성순이와 마찬가지로 한 인물로 볼 수도 있다는 것. 학생들은 그래서 자신들이 쓴 답도 맞는 것으로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어과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