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 집방은 과연 우리의 집에 대한 관념을 바꿔줄까

 

이른바 집방 전성시대다. MBC <구해줘! 홈즈>가 의뢰인의 요구에 맞는 집을 연예인들이 대신 찾아주는 콘셉트로 시작했지만, 도심에 직접 집을 짓는 협소주택이나 도심을 벗어나 전원주택을 찾는 이들을 조명하며 주목을 받은 건 현 대중들의 집에 대한 로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 대목이다. 그건 어떻게든 직장 가깝고 학군 좋은 서울에서 작고 비싸더라도 아파트 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부동산 현실 속에서 정반대로 서울을 좀 벗어나더라도 진짜 집 같은 집을 꿈꾸는 대중들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 후 SBS가 파일럿으로 방영한 <나의 판타집> 같은 프로그램 역시 꿈꾸던 집을 찾아 연예인들이 그 공간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보여줬다. 그 과정에서 집주인이 그런 집을 짓게 된 이유가 등장했고, 그걸 공감하는 연예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어쩌다 잠깐 밤에 들어가 몸을 눕혔다가 아침이면 빠져나오는 그런 집이 아니라, 여유 있게 정원을 산책하고 가족의 추억과 이야기들이 오롯이 묻어나는 그런 진짜 집에 대한 로망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 현실 때문에 더욱 강력해졌다.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는 분명 이러한 집방 전성시대의 연장선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제목에 아예 '서울 바깥'을 앞으로 보여줄 집의 조건으로 달아 놓았다. 이것은 그간 도심으로 몰려드는 인구들 때문에 집이 점점 수직으로 세워지고 좁아지면서 가격은 높아진 서울로 대변되는 부동산의 현실을 저격하는 제목이다. 그런 집들을 과연 '우리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담겨있다. 요컨대 서울엔 없지만 서울 바깥에서 드디어 '우리집'을 찾을 수 있다는 것.

 

프로그램 콘셉트는 여타의 집방처럼 집을 찾아가 구경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바깥으로 나와 집을 직접 지은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사연들은 그 집이 그렇게 지어진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예컨대 권유진 의상감독의 양평집은 90대 노모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고, 김포에 사는 3형제를 위해 지은 집은 마음껏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게 하고픈 부모의 사랑과 다양한 취미를 가진 남편의 로망이 담겨 있다.

 

또 여주에 있는 벙커처럼 생긴 집은 고층을 올릴 수 없는 환경적 조건 때문에 오히려 밑을 파서 더 특색있는 집이 만들어졌다. 지하2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햇볕이 들어오고 지하이기 때문에 천연적인 단열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집. 게다가 중정에 세워진 나무가 계절에 따라 색색의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거실에서 방에서 욕실에서 저마다의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호사까지. 서울 바깥으로 나오자 도시에서는 도무지 꿈꿀 수 없던 집에 대한 상상력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는 연예인들이 일반인인 집주인을 찾아가 만나고 그 집을 구경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한끼줍쇼>의 특징이 묻어난다. <한끼줍쇼>가 음식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는 집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다를 뿐, 그 소통의 훈훈함과 즐거움은 유사하다. 특히 집주인의 이야기가 집의 건축 속에 자연스레 묻어나 있다는 점은 집이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서울을 벗어나 꿈꾸던 집을 짓고 살아간다는 건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는 얻는 것만큼 잃는 것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우리가 알게 된 것처럼 이제 더 이상 도시로 집중되는 삶보다는 지역으로 분산되어 저마다의 커뮤니티를 갖는 삶이 우리에게는 보다 안전하고 바람직한 삶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전히 현실은 꿈의 발목을 잡지만 그래도 꿈꾸는 일부터가 현실을 바꾸는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가 부여하는 로망이 가치 있게 여겨지는 이유다.(사진:JTBC)

'구해줘 홈즈'가 그리는 새로운 집의 세계, 이제 1년 살기까지

 

커다란 창 가득 제주도의 풍광이 한 가득이다. 파란 하늘과 초록빛 녹지들. 야자수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넓은 정원 저편으로 우뚝 솟아오른 산방산과 제주도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런 풍광을 일 년 정도만이라도 보며 살 수 있다면 한 평생의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MBC 예능 <구해줘! 홈즈>가 간 곳은 제주도. 그런데 이번에 의뢰인들이 구하는 건 '1년 살기 집'이다. 제주도의 독특한 임대방식인 '연세(1년치 세를 미리 한꺼번에 내고 사는 것)'로 1년을 살아볼 집을 구하는 것. 사실 최근 들어 많은 이들이 한 번쯤 꿈꿨을 로망을 <구해줘! 홈즈>가 소재로 가져왔다.

 

제주도라는 공간이 주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그 곳에서 장동민과 김혜은 그리고 공간 디자이너 안소연이 찾아간 첫 번째 집은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이른바 '야자타임 하우스'다. 이국적인 휴양지 분위기를 물씬 품고 있는 그 곳은 방이나 거실에 난 커다란 통창으로 보이는 제주도의 풍광이 그림 같은 집이었다. 특히 2층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대자연은 모두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배우 한채영과 노홍철 그리고 공간 디자이너 임성빈이 찾아간 곳은 제주시 구좌읍이었다. 영화 <계춘할망>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그 곳은 바람과 돌담이 어우러져 가장 제주스러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찾아간 집 '82년생 한옥임'은 '야자타임 하우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집이었다. 1982년에 준공된 집을 옛맛을 살리면서 리모델링한 그 집은 정원에 감귤나무, 무화과나무가 가득했고, 300평이 넘는 공간에 밭까지 있어 농사를 하고 싶어하는 의뢰인에게도 어울리는 집이었다.

 

제주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돌담을 따라 들어가면 앉아서 앞마당을 바라볼 수 있는 데크가 있는 그 집은 전통적인 제주 단층 주택의 느낌이 물씬 나는 내부 구조를 보여줬다. 다소 단출한 내부 구조를 갖고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는 집. 이 집 역시 창 밖 풍광을 내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고, 바깥채가 따로 있어 작업실이나 게스트룸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제주도 집에서 1년 살이를 하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아자타임 하우스'는 보증금 2,000만 원에 연세 2,000만 원이었고. '82년생 한옥임'은 보증금 500만 원에 연세 1,800만 원이었다. 의뢰인이 원했던 연세 최고 2,500만 원보다 조금씩 저렴한 가격. 사실 1년 살이에 연세로만 2,000만 원 가량의 비용을 쓴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도시생활을 오래도록 해 일생에 한 번이라도 그걸 벗어나고픈 분들에게 이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만 하지 않을까. 온 가족이 해외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드는 비용과 비교해보면 그런 잠깐의 여행이 아닌 1년 살기의 가치는 더 크지 않을까.

 

주목해야 할 건 <구해줘! 홈즈>가 1년 살기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집'의 개념으로 끌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집이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여전히 아파트를 먼저 떠올리고, 전세, 월세, 매매만을 생각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1년 살기의 콘셉트는 연세라는 새로운 임대 방식을 가져와 집에 대한 개념을 소유보다는 경험으로 보는 시각이 자연스럽게 담긴다.

 

혹자는 1년 살기를 '집'으로 과연 볼 수 있는가에 의구심을 제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을 반드시 소유개념으로만 파악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한 달 살기를 하든 1년 살기를 하든 아니면 단 하루를 살아도 집은 집이 아닐까. 그 하루하루의 경험들이 쌓아가며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그래서 <구해줘! 홈즈>가 우리네 고정관념 속에 있는 집에 대한 관념을 다양한 양태의 라이프스타일이 담겨진 집을 보여줌으로서 깨주고 있는 건 의외로 중요한 일로 다가온다.(사진:MBC)

'나의 판타집'이 드러낸 집에 대한 로망, 왜 의미 있을까

 

이른바 '집 소재 예능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그래서 도심에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전세 사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 속에서 집은 어떤 판타지를 갖게 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가격으로 매겨지는 매물이 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우리가 꿈꾸는 집에 대한 갈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SBS가 파일럿으로 시도한 <나의 판타집>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들어온다.

 

출연자들이 저마다 꿈꾸는 집에 대한 로망들을 얘기하고, 실제로 그 로망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집을 찾아내 살아보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 우리에게는 자연인으로 더 친숙한 이승윤이 의외로 아이언맨이 살 것 같은 저택을 꿈꾸고, 실제로 그 거대한 집에서 살아보는 모습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설렘을 선사한다.

 

안방에서 아이 방을 오가는 데도 구름다리를 건너가야 할 정도로 집이 크고, 프라이빗 수영장을 갖춘 데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과 운동을 할 수 있는 방이 따로 따로 마련되어 있는 집. 아파트 살이를 하는 우리에게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집이지만 실제 살아보니 불편한 점들도 적지 않다. 너무 커서 집안에서만 걸어 다녀도 힘이 들 지경이고,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 중국집 배달도 여의치 않을 정도다. 게다가 난방비가 많이 나올 때는 250만원이나 나온단다. 여력이 없다면 있어도 누릴 수 없는 집인 셈이다.

 

양동근과 그의 아내가 꿈꾸는 집은 '가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집이다. 집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가족 간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 가족의 '살아보기'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홀로 따로 떨어진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외롭게 느껴졌다는 양동근의 아내는 집 중앙에 있는 주방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중앙에 있어 남편과 아이들과 소통할 수도 있고,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그 위치가 가져온 변화다.

 

허영지는 어린 시절 살았던 집에 대한 로망을 그대로 가져와 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을 원했다. 조금 외딴 곳에 떨어져 있지만 조용하고 툇마루에 앉아 자연을 느끼며 식사를 하거나 차나 술을 마실 수 있는데다, 아늑한 다락방이 주는 포근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의 품 안에 폭 안겨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집이었다.

 

<나의 판타집>은 애초 MBC <구해줘 홈즈>와 비슷한 집 소재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관전 포인트가 다르다. 그것은 물론 로망을 자극하는 집들도 등장하지만 현실적인 집 찾기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는 <구해줘 홈즈>와 달리 <나의 판타집>은 말 그대로 누군가의 집에 대한 판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나의 판타집>이 보여주는 집에 대한 판타지 그 자체가 지금처럼 집에 대한 왜곡된 관점들(주로 가격이나 아파트)이 넘치는 현실에 그만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재산으로서의 집이 아닌 작아도 자신이 꿈꾸는 집이 이 프로그램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다. 우리는 왜 저마다 원하는 자신만의 집을 더 이상 꿈꾸지 않는 걸까. 어쩌다 모두가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에만 집착하게 된 현실에 이 프로그램이 던지는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SBS)

 

'구해줘 홈즈'가 그리는 주택 판타지는 왜 긍정적일까

 

MBC 예능 <구해줘! 홈즈>가 제대로 시청자들의 로망을 건드렸다. 사실 의뢰인이 원하는 요구사항에 맞춰 어디든 어떤 집이든 대신 구해주는 게 이 프로그램의 애초 기획의도지만, 실상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건 로망을 건드려주는 집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꾸밀 장미정원을 위한 단독주택을 원하는 의뢰인에 이어 이번 주 아파트 생활에 지친 부모님을 위한 전원주택을 찾는 의뢰인은 바로 그 로망을 건드리는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시청자들은 그런 으리으리한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집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이천의 시네마 하우스나 넓은 마당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부는 모던한 모던보이 하우스는 매매가가 각각 3억9,500만 원, 3억6,500만 원이었다. 지난 7일 방영된 반려견과 함께 살 남매가 원했던 강남의 집들과는 너무나 큰 대비가 아닐 수 없다. 입지조건이 완전히 다르지만, 당시 그 강남의 집들은 10평이 조금 넘는 집의 전세가가 5억 원을 호가했다.

 

물론 의뢰인마다 저마다의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이 보고픈 건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가성비 좋은 주택이 아닐 수 없다. 그건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부동산의 현실을 보려는 게 아니라, 무언가 현실적으로 꿈꿀 수 있는 진짜 주택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장미정원을 위한 단독주택에 이어 아파트 생활을 탈출하기 위한 경기 북부에 위치한 전원주택 역시 시청자들의 로망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포천의 아들 임영웅과 동두천에서 살았던 기억을 가진 김희재가 양세형과 함께 찾아간 첫 번째 집은 임영웅이 자신의 친구들도 살고 있는 동네라며 소개한 이른바 '포천 히어로' 하우스였다. 버스정류장까지 1분 거리에 위치한 그 집은 소나무가 한 가운데 자라있고 천천히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꾸며진 정원을 갖고 있었다. 특히 2층 유리통창으로 꾸며진 발코니는 아름다운 정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런 집이 매매가 4억 원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그 실제를 몰랐을 때는 막연한 로망으로 여기던 것들이 원한다면 실제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말해준다. 장미정원을 위한 단독주택으로 소개된 무려 200평이 넘는 계피하우스의 경우 대저택에 가까웠지만 매매가는 5억이 채 되지 않았다. 이런 대비효과는 시청자들에게 집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기도 한다. 지역과 부동산 가격으로만 인지되고 있는 집이 아니라 진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집.

 

마침 요즘 대세인 임영웅과 김희재가 게스트로 출연해 전원주택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더더욱 일요일 밤의 행복감을 더해준다. 간간이 노래를 불러주고 자신이 살았던 곳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며 찾아가는 전원주택. 이런 기분 좋은 경험은 <구해줘! 홈즈>를 통해 접하는 '진짜 집들'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줄테니.

 

그래서 <구해줘! 홈즈>라는 제목은 의뢰인이 구하는 집을 대신 찾아준다는 의미지만, 마치 아파트와 부동산으로서의 집에 매몰되어 묻힌 진짜 집을 구해달라는 의미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로망을 건드리는 집들이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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