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탐정’, 귀신은 어떻게 스릴러로 부활했을까

KBS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문제작이다. 너무나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줘 막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반전소름을 일으키는 새로움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시청률이 2%대로 떨어지는 건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2회 만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다일(최다니엘) 사망하는 이야기가 담겨진 드라마다. 주인공의 죽음. 그래서 유령이 된 자가 사건을 수사해간다는 이야기. 이만큼 파격적인 드라마가 있을까.

하지만 이 전개는 일종의 트릭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에 충격적이면서도 당혹스럽다. 1회 첫 장면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질척한 땅을 뚫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이다일의 모습은 누군가 생매장시키려 했으나 가까스로 살아나온 자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2회에 가면 그렇게 빠져나온 이다일이 자신이 나온 흙더미 속에 제 손이 삐죽 나와 있는 걸 바라보며 경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그건 살아나온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었고, 그가 이제 유령이 되었다는 걸 드러내주는 장면이었다. 

실종된 어린 아이들을 추적하던 이다일이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감금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일을 저지른 자가 그 집에서 일하던 유치원 교사 찬미(미람)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이다일은 결국 찬미가 휘두른 망치에 맞고 쓰러지고 땅에 묻혀 죽음을 맞이하고 찬미 역시 스스로 목매단 시체로 발견된다. 이야기의 겉면은 그래서 우리가 신문 사회면에서 자주 보며 공분하기도 하는 ‘악마 같은 어린이집 교사, 원장’ 이야기를 그대로 닮았다. 도대체 저게 사람이냐고 우리가 분노했던 그런 뉴스의 이야기. 

하지만 <오늘의 탐정>은 그것이 단지 이야기의 겉면일 뿐이라고 다시 이야기를 반전시킨다. 결국 찬미를 조종하는 미스터리한 귀신 선우혜(이지아)가 있었다는 것.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도 또 스스로 자살을 한 것도 모두 선우혜의 조종이 배후에 있었다. 이것은 <오늘의 탐정>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다일은 군인이었을 때 군 내부에 있었던 자살 사건이 자살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 했던 인물이었다. 게다가 이다일의 모친 역시 집 욕조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지만 알고 보면 그 뒤에도 조종자 선우혜가 있었다. 

드라마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그들 스스로 벌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뒤에 그들의 마음은 건드리고 움직이게 만드는 귀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귀신 선우혜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 방식이 주목된다. 그것은 선우혜가 주는 두려움이 사실은 그들 각자가 갖고 있던 죄의식이나 꾹꾹 눌러둔 분노의 감정 같은 것들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다일의 모친에게 나타난 선우혜는 그가 이다일의 짐이 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자살을 선택하게 만들려한다. 물론 모친은 그 사실을 부정했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건, 선우혜라는 귀신의 조종이란 어찌 보면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저마다의 죄의식이나 분노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 안의 죄의식, 분노 같은 걸 상징하는 선우혜 같은 귀신이 저지르는 범죄(?)를 가정해서 이 드라마가 단 2회 만에 이다일을 죽은 귀신으로 만든 이유가 납득된다. 선우혜 같은 귀신을 막을 존재는 결국 귀신이 된 이다일 같은 존재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다일은 그래서 역시 동생을 잃게 된(그 역시 자살했지만 그 뒤에는 선우혜의 조종이 있었다) 정여울(박은빈)과 손을 잡고 선우혜가 벌이는 사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즉 이다일과 선우혜라는 두 명의 귀신이 있는 것이고, 이다일과 소통하는 정여울과 선우혜를 돌보는 남자간호사(전배수)가 있다. 귀신의 존재를 빼고 나면, 정여울이 탐정 한상섭(김원해), 형사 박정대(이재균) 그리고 법의관 길채원(이주영) 같은 인물들과 함께 자살로 위장된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이야기가 된다. 드라마적 상상력은 이 사건들 이면에 귀신들이 있었다 상정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 자살사건들은 이다일과 선우혜의 대결구도로 그려진다.

<오늘의 탐정>은 결코 대중적인 드라마라 보긴 어렵다. 일단 그 현실과 비현실이 뒤얽혀 반전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컬트적이기 때문이다. 소름은 돋는데 도대체 저게 무슨 이야기지 하며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워낙 사회에 벌어지는 흉흉한 사건들이 많아서 더 이상은 공포가 되지 못했던 귀신의 존재를 스릴러 장르와 엮어내며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살인사건 이면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게다가 이런 설정은 우리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에둘러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저히 사람이라면 저런 짓은 할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그런 사건들이 너무 자주 뉴스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를 이 드라마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분노나 죄책감, 미움, 혐오 같은 것들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귀신이 저지를 법한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사진:KBS)

<싸우자 귀신아>, 인물의 매력 없이 이야기는 의미 없다

 

tvN <싸우자 귀신아>는 어째서 갈수록 힘이 빠질까. 이야기의 흥미로움이 없는 건 아니다. 귀신 보는 남자와 귀신의 썸이란 설정 또한 독특하다. 게다가 매 회 귀신과 육박전을 방불케 하는 액션도 볼거리다. 귀신 보는 남자와 귀신이 짝을 이뤄 귀신을 물리치고, 둘 사이에 밀고 당기는 청춘 멜로도 있으며, 또 귀신보다 더 소름끼치는 인물의 미스테리하고 공포스러운 행적이 깔려 있어 그와의 일전 또한 기대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 <싸우자 귀신아>는 이상하게도 끌리지는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싸우자 귀신아(사진출처:tvN)'

첫 회 시청률 4.055%(닐슨 코리아)로 시작하며 잔뜩 기대감을 줬던 <싸우자 귀신아>는 지금 3.4%로 떨어졌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싸우자 귀신아>의 경우 시청자들이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요소들이 그다지 잘 보이지 않는다. 전작이었던 <또 오해영>을 떠올려 보라. 평이해 보이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였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남자 주인공의 설정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다음 회를 꼭 챙겨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싸우자 귀신아>는 그 흐름이 너무 평이하다. 즉 매회 귀신이 출몰하고 퇴마를 하며 두 사람의 밀당이 반복된다. 박봉팔(옥택연)이 대학 선배인 임서연(백서이)을 짝사랑하고, 그런 박봉팔을 귀신 김현지(박소현)가 따라다니며 질투하며 그들 사이에 어딘지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혜성(권율)이 끼어 있는 멜로 구도는 그것이 귀신이 엮여있다는 점에서 참신하게 해석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멜로 구도 역시 평이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다. 이상하게도 박봉팔이나 김현지에게서 그다지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박봉팔이란 인물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인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딘지 좀스러워서 웃음을 유발시키는 인물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아픔이 느껴지는 캐릭터도 아니고 타인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귀신을 보고 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가진 캐릭터의 특징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이래서는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 끌 수가 없다.

 

김현지 역시 마찬가지다. 상큼 발랄한 귀신이라는 캐릭터 설정은 좋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만큼 끌림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로서 동 세대의 여성시청자들이 공감할만한 요소들이 그리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귀신이니 취업 걱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그런 캐릭터도 아니다.

 

오히려 <싸우자 귀신아>에서 살아있는 캐릭터는 감초 역할을 하고 있는 어설픈 미스테리 동아리 회장 최천상(강기영)과 부회장인 김인랑(이다윗)이다. 이 두 사람은 선배지만 박봉팔 앞에서는 마치 후배처럼 소심해지고, 귀신을 추적하지만 막상 귀신 앞에서는 오금을 저리며, 어딘지 불쌍하지만 그래서 웃음이 나는 감초 콤비로 드라마에 톡톡한 매력을 부가하고 있다.

 

이것은 캐릭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연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옥택연이나 김소현은 무난하게 연기를 해내며 성장하는 연기자들인 건 맞지만 아직 둘 다 주연으로서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기에는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주인공은 어쨌든 드라마의 끌림을 만들어내는 매력을 그 캐릭터의 면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위치다. 하지만 옥택연과 김소현의 연기는 그만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건 캐릭터 문제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는 스토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스토리보다 더 중요한 건 캐릭터의 매력이다. 스토리가 참신하지 못하다고 해도 캐릭터가 참신하면 시청자들은 그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아무리 기상천외해도 캐릭터가 참신하지 못하면 드라마가 힘을 받을 수가 없다. <싸우자 귀신아>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캐릭터의 매력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다

<무한도전> 귀곡성, 패러디도 공포도 역대급이었던 까닭

 

이건 또 다른 역대급 <무한도전>미션의 탄생이다. 여름철이 되면 일종의 공포 체험미션은 방송사마다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놀이공원에 가면 있는 귀신의 집에 들어가거나 흉가 체험을 하는 등의 미션은 오싹한 소름과 함께 빵빵 터지는 웃음이 공존하는 여름철 대박 아이템 중의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이번 <무한도전>귀곡성특집은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그 시작은 영화 <곡성>의 패러디였다. <곡성>의 캐릭터들 분장을 한 출연자들은 그래서 이것이 일종의 상황극일 것이라 착각할 만했다. 이 점은 다소 압박감을 가질 수 있는 출연자들이 영화 속 명대사들을 툭툭 던지고, 캐릭터 흉내를 내는 것으로 가볍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줬다.

 

퀴즈로 문제를 맞춰 귀신(?)을 얻는 스튜디오 게임도 마찬가지다. 물론 어딘지 으스스한 스튜디오 분위기에 그들이 앉은 책상 밑에서 불쑥 귀신이 튀어나오는 설정은 이제 시작도 하지 않은 이 귀곡성특집의 만만찮음의 복선이었지만 그래도 공포 그 자체보다는 웃음이 더 컸다. 이렇게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새 출연자들은 자신들이 귀곡성특집의 미끼를 물어버렸다는 걸 잘 알 수 없었다.

 

만일 제작진이 <대장금> 세트장에 직접 공포를 유발하는 요소들을 설치했다면 어땠을까. 그건 아마도 이번 귀곡성특집만큼의 공포도 또 재미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그 미션이 가끔 <무한도전>의 센 미션들에서 불거져 나오기도 하는 제작진의 악취미처럼 오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세트를 꾸미는 걸 온전히 출연자들의 몫으로 넘겨버리자 이런 논란의 소지들은 원천적으로 사라져버렸다.

 

대신 그 위에 올려진 것이 출연자들 사이의 오랜 시간 누적되어 쌓여진 캐릭터들이다. 늘 아이들처럼 각을 세우던 출연자들이 어디 한 번 당해봐라 하며 자신이 꾸미는 세트에 무시무시한 장치들을 해놓게 된 것. 하하는 그 악동 같은 캐릭터 그대로 만든 자신도 결코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역대급 귀신의 집을 마련해 놓았다.

 

공포 특집에서 역시 가장 빛을 발한 건 정준하였다. 그가 어떤 리액션을 보여줄 것인가는 출연자들 역시 기대하게 만들었다. 산만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호들갑을 떨며 놀라 자빠지고 진심이 묻어난 그 공포 가득한 리액션은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정준하만의 영역으로 이미 자리한 지 오래다. 그리고 정준하는 실제로 모두를 감동시키는(?) 리액션을 보여줬다.

 

천정에서 쑥 내려오는 귀신 장치 앞에서 지나치지 못하고 10여 분을 어쩔 줄 모른 채 서성대는 모습이나, 또 내려오려고 하자 때릴 지도 모른다MC 민지의 랩을 쏟아내는 모습은 특히 공포 체험에서 늘 빛을 발하던 그의 리액션만의 묘미를 잘 보여주었다. 유재석이 말하듯 그건 미리 설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실제 상황으로서 진심이 묻어나기 때문에 생겨나는 리액션. 땀을 뻘뻘 흘리며 난 안되겠어라 자조하는 모습은 그것이 진짜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이번 <무한도전> 귀곡성 특집을 역대급 공포체험으로 만든 건 영화 <곡성>이 그러했듯이 슬쩍 상황극 패러디처럼 출연자들을 끌고 들어와 미끼를 물게 만들고 그들 스스로 서로를 공포에 빠뜨리겠다는 장난기 어린 치기를 끄집어내게 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완성은 그 안에 들어가 설정이 아닌 진심으로 리액션을 보여준 정준하로 완성되었다.

 

그러고 보면 <무한도전> 제작진은 서로가 서로를 공포 속에 빠뜨리는 미끼를 던진 것뿐이고, 출연자들은 그걸 확 물어버린 것뿐이었다. 그것만으로 <곡성>의 패러디는 물론이고 역대급 공포 체험까지 마련했으니 <무한도전>으로서는 한 번에 두 마리 물고기를 낚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정준하 같은 대어로. “히트다 히트란 유행어에 딱 어울리는 결과다.

<곡성>, 무서운데 웃긴다? 에너지 넘치는 문제작

 

간만에 보는 문제작이다. 무당, 퇴마, 귀신 같은 하나만 나와도 섬뜩해질 소재들이 <곡성>에는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러니 무서울 수밖에 없다. 공포와 스릴러가 주요 장르지만 나홍진 감독은 여기에 코미디적인 요소도 빼놓지 않았다. 마치 공포의 집에 들어가 호들갑을 떠는 납량특집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장면들이 곳곳에 깃들어 있어 숨 막힐 듯 소름 돋는 영화지만 간간히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사진출처:영화<곡성>

영화는 낚시를 하는 한 사내를 비춰주며 시작한다. 사내가 낚시 바늘에 미끼를 꿰는 장면은 <곡성>이라는 영화가 가진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끊임없이 주인공 종구(곽도원)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미끼를 던진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던 이야기들에 차츰 종구가 깊숙이 들어가고 그것은 결국 종구와 그 가족을 송두리째 삼켜버린다.

 

<곡성>을 문제작이라고 부르는 건 그 이야기가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귀신이나 퇴마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종구가 그러하듯 관객들도 갑자기 마을에 깃든 어두운 기운과 계속해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에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등장하는 무당은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종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종구가 끊임없이 미궁 속에 빠져버리고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는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에너지가 커진다. 사실 3시간 짜리 영화에서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곡성>이란 영화를 명쾌하게 해석하는 건 쉽지 않고 또 이 영화에 합당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렇게 난해한 문제를 미끼로 던져놓는 것 자체가 <곡성>이라는 영화의 힘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관객은 도대체 저런 일은 왜 벌어진 것일까를 궁구하면서 영화 속에 깊게 빠져든다. 그것은 마치 낚시 바늘에 걸린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관객이 누가 왜 그러는지도 모른 채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것과 닮아있다. 이유를 알기 위해 또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그럴수록 낚시 바늘은 더 깊게 상처를 파고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영화가 건드리고 있는 건 믿음혹은 현혹에 대한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그러한 미지 앞에서 사람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나홍진 감독은 그 미지의 공포들을 관객 앞에 죽 세워두고 우리를 현혹시킨다. 이 영화가 두렵지만 시선을 돌릴 수 없는 건, 미지의 세계 앞에 두렵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하는 인간의 본능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곡성>은 그래서 나홍진 감독이 관객들에게 던진 미끼처럼 느껴진다. 영화 자체가 하나의 미끼이기 때문에 일단 영화관에 들어서는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는 미궁의 엄청난 에너지를 체험하게 된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영화 체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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