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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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우정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강렬한 사랑동그란 세상 2023. 3. 21. 14:12
끝내 마음에 그려진 김다미와 전소니의 우정, 아니 사랑(‘소울메이트’) “똑같이 그리다 보면 그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이 보여.” 하은(전소니)은 미소(김다미)의 얼굴을 그리며 어떤 자신의 마음을 봤을까. 민용근 감독의 영화 는 하은이 거대한 캔버스에 그린 미소의 그림으로 시작한다. 극사실주의로 그려진 그 그림은 마치 사진처럼 생생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연필로 하나하나 그어진 선들이 만들어낸 얼굴이다. 그 선 하나하나에서 그 그림을 그린 하은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는 그 그림으로 시작해서 그 그림으로 끝난다. 그림 속 미소의 얼굴은 학창시절 하은과 하은의 남자친구 진우(변우석)와 함께 제주의 어느 산길을 오르다 찍힌 사진이다. 돌아보는 미소를 순간 찰칵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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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이정은의 아픈 사연에 시청자들 마음 흔들린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11. 22. 14:00
사는 게 벌 같았지만... ‘동백꽃’ 이정은이 준 큰 위로 “못해준 밥이나 실컷 해먹이면서 내가 너를 다독이려고 갔는데 니가 나를 품더라. 내가 네 옆에서 참 따뜻했다. 이제야 이런 이야기를 네가 다 하는 이유는 용서받자고가 아니라 알려주고 싶어서야. 동백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어. 버림받은 일곱 살로 남아 있지 마. 허기지지 말고 불안해 말고 훨훨 살어. 훨훨. 7년 3개월이 아니라 지난 34년 내내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KBS 수목드라마 에서 정숙(이정은)이 딸 동백(공효진)에게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일곱 살 딸을 버리고 간 그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까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편지에 담긴 정숙의 삶은 불행과 불운의 연속이었다.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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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순둥이로 보였던 박보검, 알고 보니 당당한 연애술사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12. 8. 10:39
‘남자친구’ 박보검의 순수직구는 어째서 뭉클하게 다가올까“오늘부터 1일이에요.” 김진혁(박보검)의 그 한 마디는 순간 차수현(송혜교)을 살짝 놀라게 만든다. 하지만 김진혁은 그 말이 차수현과의 1일이 아니라, 자신이 처음 사온 감자떡 이야기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다. “감자떡이랑 저랑 1일이라고요.” 쿠바에서 자신이 차수현에게 들려준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 그것이 차수현이 신청한 곡이라고 직감한 김진혁은 그 밤 골뱅이집 형의 트럭을 빌려 밤새 속초로 달려간다. “고마운데 여기 왜 왔어요”라고 묻는 차수현에게 김진혁은 말한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잠이 깼어요. 라디오에서 우리 같이 들었던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있잖아요. 대표님 우리는 무슨 사이가 맞을까요? 저도 오는 내내 생각해봤어요. 회사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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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는 거지.." 격하게 공감되는 이상순·효리 행복론옛글들/명랑TV 2017. 9. 12. 10:50
‘효리네 민박’, 어째서 보고만 있어도 위로가 될까잠시 동생의 졸업식 때문에 미국에 간 이지은(아이유)의 빈자리는 크다. 이효리와 이상순이 설거지를 하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또 밥을 먹으면서도 입에 ‘지은이’를 올린다. “지금쯤 지은이는...”이라고 하고, “보고 싶다”는 말을 자꾸만 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JTBC 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어딘지 쓸쓸하게도 보였던 그 뒷모습이나 허겁지겁 뛸 때 뒤뚱대던 모습, 그리고 누군가를 쳐다볼 때 동그랗게 떴던 눈과 우스워 죽겠다는 듯 박장대소했던 그 모습이 그 빈 공간에 어른거린다.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 그 사람의 존재가 더 빛이 난다. 이런 빈자리가 주는 떠난 사람의 온기는 을 찾았던 많은 손님들에게서도 똑같이 느껴진다. 잠시 머물다 돌아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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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춘기’, 멀리 떠나니 비로소 보이는 가까운 것들옛글들/명랑TV 2017. 2. 13. 10:33
'사십춘기' 정준하·권상우가 전한 메시지가출을 했더니 가족이 보인다. 싸우고 났더니 친구가 보인다. 혼자 있어 봤더니 함께 했던 시간들의 소중함이 보인다. 멀리 떠나왔더니 비로소 가까이 있던 것들의 의미들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MBC 예능 는 역설적이다. 이야기는 40대 가장들이 무작정 계획 없이 가출여행을 떠나는 것이지만, 그렇게 멀리 블라디보스토크의 칼바람을 맞으며 그들이 그리워하는 건 떠나온 곳, 자신들이 돌아갈 곳에 있는 가족들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오랜 친분을 쌓아왔지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권상우가 급한 성격에 뭐든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빨리를 외치는 와중에도 정준하는 특유의 느긋한 성격으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두 사람은 각자의 속도를 추구하는 것뿐이지만 상대방의 성향이 못내 마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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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의 위대함, '위키드' 연준이의 ‘고향의 봄’옛글들/명랑TV 2016. 4. 2. 08:22
, ‘고향의 봄’이 이토록 사무치는 곡일 줄이야 우리 모두 지쳐 있었던 걸까. 하루 종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사람들과 부대끼고 일터에서 돌아온 분이라면 연준이라는 아이가 부르는 ‘고향의 봄’의 첫 구절,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를 듣는 순간 북받쳐 오르는 알 수 없는 슬픔을 경험했을 지도 모른다. 고향을 떠나 먼 타향에서 살아가는 분이든, 아니면 고향에 살고 있어도 바쁜 어른들의 삶 속에서 그 고향이 낯설어진 분이든 모두 느끼는 아련한 그리움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고향은 이미 멀어진 어린 시절일 테니. Mnet 가 제주소년 오연준이 부른 ‘고향의 봄’을 통해 보여준 건 동요의 위대함이다. ‘고향의 봄’이라는 동요를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원수 작사 홍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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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동아', 이제 그 이름만 들어도 아프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5. 6. 29. 09:58
가슴에 쥐나는 드라마, 무모한 시도처럼 보인다. 이 시대에 순애보를 얘기하는 것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2%를 넘지 못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어떤 아쉬움과 씁쓸함이 남겨진다. 이 시대는 이제 이런 사랑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걸까. 그저 즉물적이고 직설적이며 감각적인 사랑의 시대. JTBC 가 주는 아련함과 그리움은 도무지 공감되기 힘든 걸까. 제목이 벌써 다. 세련되지도 않고 어찌 보면 너무 구시대적인 느낌마저 주는 제목. 그래서 선뜻 들여다보지 않았던 시청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한 번 보고 빠져들게 되면 이만큼 늪처럼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드라마도 없다. 마치 과거 우리네 가슴을 먹먹하고 훈훈하게 했던 옛 사랑이야기에 대한 기억들이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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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철은 없어도 ‘그 녀석’은 살아 있는 까닭옛글들/명랑TV 2015. 6. 26. 08:59
노홍철의 자숙, 묵묵히 그를 기다리는 대중들 자숙 중이지만 역시 ‘그 녀석’은 대중들에게 여전히 뜨거운 존재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찍힌 사진 한 장에 대중들의 반응이 쏟아진다. 자숙 중이기 때문에 시민들과 만나도 인증사진을 찍지 않는 ‘그 녀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우연히 찍힌 사진이 기사화되고 인터넷 댓글은 “기다리겠다”는 의견으로 가득하다. 사실 노홍철 측에서도 스스로 밝힌 바지만 아직 복귀 얘기를 하는 건 시기상조다. 음주운전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같은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의 핵심 출연자였기 때문에 그 책임감도 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홍철에 대한 이런 관심과 반응이 여전하다는 건 향후 언제가 될지 몰라도 그가 돌아올 때 그 반응 역시 나쁘지 않을 것이란 걸 예감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