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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의 착한 판타지, 좋은 사람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세상에 이런 의사들만 있는 병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갖가지 수술을 받으며 버텨온 아기. 하지만 이젠 이식수술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걸 알게 된 김준완(정경호)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공여자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바란다. 그리고 결국 나타난 공여자를 통해 이식수술을 제대로 해내고 싶어 노심초사한다.

 

이토록 환자를 위해 제 일처럼 마음을 쓰는 김준완은 여자친구 익순(곽선영)에게도 '착한 남친'이다. 그는 유학을 떠나게 된 익순이 준완을 기다리게 하는 게 싫다는 말에 이렇게 답한다. "아니 넌 네가 원하면 5년이든 10년이든 이렇게 지낼 수 있어. 난 다 괜찮아. 내가 하고 싶은 건 결혼이 아니라 너랑 오래 함께 있는 거야. 뭐 물론 결혼도 하고 싶지 당연히. 근데 네가 싫으면 안해도 돼. 지금도 난 너무 좋아."

 

이렇게 익순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준완은 그러나 속내를 숨기고 있다. 익순에게 줄 것이 있다며 손을 내밀어 보라는 말에 익순이 반지, 목걸이 이런 거 싫다고 하자 그는 그런 게 아니라며 이어폰을 꺼내 함께 나눠 낀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나중에 드러난 것이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커플링이 있었다. 전하지 못했을 뿐.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완벽한 의사지만 개인으로 돌아와서는 저마다 숨겨놓은 아픈 개인사들이 있는 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인물들이 가진 특징이다. 익준(조정석)은 남편의 간 이식을 해줄 공여자로 시댁 식구들이 은근히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아내에게 식구들이 없는 자리에서 원치 않으면 자신이 대신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남편을 위한 마음도 있지만 남은 아들을 위해서 자신 또한 위험에 처하는 걸 원치 않는 아내였다. 결국 익준은 식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내분의 간이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고, 남편은 그 말에 오히려 안도하며 슬퍼하는 아내를 다독여준다.

 

이렇게 수술 실력은 물론이고 환자에 대한 배려심까지 가득한 익준이지만 정작 홀로 대학시절부터 줄곧 좋아해왔던 채송화(전미도)에게는 그 속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주변만 빙빙 돈다. 안치홍(김준한)이 채송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걸 보면서도 뭐라 말하지 못한다. 그는 안타깝게도 술기운을 빌려 농담처럼 진심을 꺼내고, 그 속마음을 노래를 통해 전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의사들이 특히 매력적이고, 그래서 매 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건 ,바로 이런 일의 세계와 사적인 삶에서 모두 완벽한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한 구석에 전하지 못하는 말을 꾹꾹 눌러두고 있는 그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이제는 그 속내를 드러내주기를 기대한다.

 

익준은 과연 송화에 대한 마음을 전하게 될까. 준완은 익순과 그렇게 떨어져 지내면서도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장겨울(신현빈)은 과연 안정원(유연석)의 어머니 정로사(김해숙)의 바람처럼 정원의 마음을 잡아 신부가 되려는 걸 꺾을 수 있을까. 멀리서 바라보며 발발 동동 구르고 있는 추민하(안은진)는 양석형(김대명)에게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세상 따뜻하고 배려 깊고 좋은 의사이자 친구들이라 모두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가진 판타지의 힘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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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 5인방의 사랑받아 무럭무럭 크고 있는 캐릭터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이야기는 율제병원의 이른바 5인방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유쾌한 이익준(조정석)과 따뜻한 안정원(유연석), 까칠해도 설렘을 주는 김준완(정경호)과 곰 같지만 속이 깊은 양석형(김대명) 그리고 뭐든 똑부러지게 잘 하는 채송화(전미도)가 그들이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율제병원에서 벌어지는 자잘해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일상적 사건들의 이야기는 점점 시청자들을 빨아들여 이 드라마는 이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시청률이 12%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극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은 벌어지지 않지만 5인방이 일상으로 겪는 일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5인방만큼 조금씩 존재감을 높여가는 캐릭터들도 이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안정원을 짝사랑하지만 신부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한 그의 원천봉쇄(?) 앞에서 우울해하는 장겨울(신현빈)은 무뚝뚝하고 차가운 표정이 외려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차가워 보이는 인물이 혼자 안정원을 향한 짝사랑을 끙끙 앓는 모습이 너무나 풋풋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장겨울을 소화하는 신현빈은 이전에도 <자백>이나 <미스트리스> 같은 작품에서 시크한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바로 이런 시크한 매력에 상반되는 인간미를 더해줌으로써 이 연기자가 가진 진가를 끄집어내고 있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매력이랄까.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 차로 양석형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어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추민하(안은진) 역시 이 작품이 끄집어낸 매력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병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 잠수 탄 동료 때문에 혼자 독박 노동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주지 않는 양석형에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추민하는 결국 위급한 산모와 아기를 모두 살 수 있는 처치를 해냄으로써 양석형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능력 있는 의사보다 그 같은 책임 있는 의사가 더 좋다는 말을 들은 것.

 

추민하를 연기하는 안은진의 매력은 JTBC <검사내전>과 OCN <타인은 지옥이다>를 통해 최근 들어 주목받은 바 있다. <검사내전>에서는 게임의 세계에서 전설적인 존재인 성미란 역할을 통해 반전 매력을 선보인 바 있고,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는 이상한 고시원을 포기하지 않고 수사하는 지구대 순경 역할을 소화했다.

 

김준완에게 매일 같이 구박을 당하는 흉부외과 레지던트 도재학을 연기하는 정문성은 최근 몇 년 간 굵직한 존재감을 그려내는 연기자다. <라이프>에서 화정그룹 회장으로서 또 사극 <해치>에서는 밀풍군 역할로 남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인 바 있고 최근에는 <방법>에서 강력팀 팀장 역할을 소화했다. 다소 강한 캐릭터들을 주로 선보였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그가 연기하는 도재학은 너무나 허술한 인간미를 드러내는 캐릭터다. 전세 사기를 당한 데다 환자의 딸에게 엄한 소리를 해 징계를 맞을 위기에도 처하는 인물. 하지만 구박하는 김준완이 의외로 아끼는 인물로서 짠내와 더불어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바로 도재학이다.

 

장겨울도 추민하도 또 도재학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그들을 지지해주는 5인방의 햇살과 물을 받아 무럭무럭 크는 캐릭터들이다. 장겨울의 존재감은 그의 짝사랑 대상인 안정원의 햇살을 받고 있고, 추민하의 존재감은 양석형이 주는 물에 키를 키우고 있다. 또 도재학의 짠내 풀풀 나는 웃음은 김준완과의 케미에서 비롯된다.

 

이들 캐릭터들이 이처럼 그 매력을 키워가게 된 건 이 작품이 하려는 메시지와도 잘 어우러져 있다. 즉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우리가 어떤 힘겨운 현실을 마주하게 될 때에도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있어 그걸 이겨내게 하고 또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5인방은 서로에게 그런 존재이면서 동시에 동료 후배 의사들에게도 그런 존재인 셈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손길을 받고 자라난 이들 후배들 역시 나중에는 또 다른 이들에게 그 따뜻함을 전하지 않을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처럼 따뜻한 캐릭터들을 통해 매력적인 연기자들을 무럭무럭 키워내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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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은 어떻게 자극 없이 시청자들을 주목시킬까

 

마치 평양냉면 같은 맛이다.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심심한 맛이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또 생각나는 그런 맛.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같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은 별로 없다. 그래서 드라마가 너무 갈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갈등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갈등들이 일상 속에 담겨져 있어 자잘하게 느껴질 뿐이다. 예를 들어 경찰이 꿈이었지만 뇌수술을 받게 되어 더 이상 그 꿈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며 자조하는 환자에게 수술 중 안치홍(김준한)이 자신 역시 육사에 들어갔지만 훈련하다 마비가 와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놓는 장면 같은 게 그렇다.

 

자잘한 이야기지만, 그간 그가 육사를 그만둔 이유를 동료들에게 굳이 밝히지 않으려 했던 터라 그의 고백에 담겨진 환자를 위로하려는 마음이 더더욱 절절하게 느껴졌다. 또 남편의 간 이식을 받았지만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투약을 거부하며 좌절하는 환자에게 이익준(조정석)이 자신 역시 아내의 외도로 이혼했다는 사실을 들려주는 장면도 그렇다. 늘 밝게만 보이던 익준의 속엣 이야기가 슬쩍 드러나고, 마침 그 옆 병상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택이 아버지’(응팔에 나왔던)가 그 환자를 챙겨주는 훈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 속에 연애가 빠질 수 없다.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짝사랑을 하던 장겨울(신현빈)이 안정원(유연석)에게 용기를 내서 저녁을 사달라고 말하는 에피소드가 그렇고, 여전히 속앓이만 하는 추민하(안은진)의 양석형(김대명)에 대한 짝사랑도 그렇다. 물론 이제 익준의 여동생 익순(곽선영)과 연인으로 발전해 달달한 관계를 이어가는 김준완이 이를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에 그 흔한 빌런 하나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드라마지만, 정반대로 이 드라마는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인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징 때문에 환자의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들과, 때론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마치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처럼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이런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줄줄이 나열해 이 드라마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매 회 의대 5인방이 밴드로 모여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들어가는 건 그래서 자칫 흩어져 있는 에피소드들을 그 노래를 통해 묶어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갈등이나 아픔, 기쁨 같은 것들은 굉장히 극적인 어떤 사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잘한 일상들 속에 담기기 마련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외도나 배신 같은 커다란 아픔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일상은 그런 극적인 사건들조차 서서히 덮어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나간다. 놀랍게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래서 배우자의 불륜 같은 사건이 벌어져도 <부부의 세계> 같은 파국을 그리지는 않는다. 물론 분노하지만 그래도 다시 일상을 살아내는 익준처럼, 힘들어도 숨쉬고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웃고 우는 그 과정들을 통해 그래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담는 건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삶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똑같이 하루하루의 일상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만한 위로가 있을까. 슴슴해도 자꾸만 생각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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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4.28 22:55 blue0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새 자택근무/사회적거리 두기 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밖은 봄인데 흉흉한 소식들 ...
    목요일에 산책 하고 슬의생 보면 행복해진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 싶네요. 프렌즈처럼 시즌제 꼭!

‘슬의생’, 이우정 작가 인간애에 신원호 PD 쿨함이 더해지니

 

처음부터 마마보이 산부인과 의사라는 지점이 심상찮았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꺼내놓은 양석형(김대명)의 이야기는 역시 캐릭터 맛집의 매력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뭐 하나를 사는 것조차 엄마에게 물어보고, 심지어 월급날에도 그 돈으로 뭘 할까를 엄마에게 물어보는 산부인과 의사 양석형. 그런데 그가 다름 아닌 엄마들의 출산을 책임지는 산부인과 의사라는 점은 그 ‘마마보이’라는 선입견을 달리 해석하게 만들었다.

 

무뇌아 출산을 하게 된 산모를 위해 아기가 태어나면 입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추민하(안은진)는 양석형을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했지만, 사실 그건 한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보내야 할 산모를 위한 그의 배려였다. 혹여나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면 산모는 그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는 것. 베테랑 산부인과 간호사인 한승주는 오해하고 있는 추민하에게 양석형이 자신에게도 아기가 태어날 때 음악소리를 더 크게 틀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해주었다.

 

자발적 은둔형 외톨이처럼 사회성이 제로인 양석형이 마마보이가 된 사연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그의 이런 캐릭터를 더욱 개연성 있게 만들었다.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혼은 불가라며 그건 자신이 감당할 거라 했던 엄마. 의지했던 여동생이 실족사로 사망했을 때도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있었다. 하지만 양석형은 강하다 믿었던 엄마가 비 오는 날 오열하는 걸 보게 된다. 엄마의 불행한 삶을 옆에서 지지해줄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걸 알게 된 것. 그것이 양석형이 마마보이가 된 사연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한 주에 한 번 방영되는 것이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시청자들이 기다리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다름 아닌 매 회 드러나는 인물들의 매력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매회 5인방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캐릭터들을 꺼내놓으며 동시에 다양한 매력적인 주변인물들도 소개한다. 첫 회가 안정원(유연석)의 이야기였다면 2회는 채송화(전미도)가 그 주인공이었고 3회는 이익준(조정석)과 김준완(정경호)의 에피소드가 소개되었으며 4회는 양석형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이 5인방의 캐릭터는 율제병원의 정보통이자 5인방의 대학동기인 봉광현(최영준)의 깔끔한 설명으로 정리된다. 이른바 ‘5무(無)’로 정리된 5인방은 단점이 없는 채송화, 싸가지가 없는 김준완, 사회성이 없는 양석형, 꼬인 것도 선입견도 없는 이익준 그리고 물욕이 없는 안정원이다. 이렇게 이미 그 매력을 전해준 인물들은 이제 잠깐씩만 등장해도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4회에서 채송화는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분량이 적었지만 교회에서 찬송가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 하나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게다가 5인방 이외의 매력적인 인물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이름처럼 차가워 보이지만 어딘지 허술한 매력으로 안정원에 대한 좋은 감정을 드러내는 장겨울(신현빈), 매번 김준완에게 깨지지만 시종일관 수다를 떠는 인간적인 매력의 도재학(정문성), 산부인과의 똑순이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추민하(안은진), 본과 실습생으로 풋풋한 매력을 드러내는 쌍둥이 윤복(조이현)과 홍도(배현성), 천상 간호사로서 타인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는 송수빈(윤혜리), “아빠만 있으면 돼”라는 의리 있는 멘트로 익준을 먹먹하게 만든 꼬마 이우주(김준), 갑자기 등장해 김준완과 묘한 멜로의 기류를 보이는 여군 소령 이익순(곽선영)... 일일이 다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덩어리 인물들이 스펀지에 물이 젖든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든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캐릭터 맛집’이라고 하는 건 그저 표현의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거쳐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구축해낸 그들만의 드라마 색깔이다. 보면 볼수록 드라마가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사건들이 아니라, 그 주체가 되는 인물들에 빠져들게 만드는 드라마. 그러면서도 그것이 지나친 감정 과잉이 아닌 쿨하게 보여주는 세련됨을 가진 드라마가 바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이것은 아마도 예능에서 잔뼈가 굵어오며 무엇보다 인물을 바라보는 남다른 따뜻한 시선을 추구해온 이우정 작가의 인간애와, 이를 세련된 시선을 감정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담아내려 애쓰는 신원호 PD의 쿨함이 더해져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매회 인물들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그것이 복잡하기보다는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건 인물 하나하나에 부여된 제작진의 따뜻한 시선과 정성이 있어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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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에서 ‘감빵생활’과 ‘응답하라’가 모두 보인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캐릭터 맛집은 명불허전이다. 이미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정평이 나있던 것처럼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여러 인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며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은 이번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첫 회에 중심에 선 인물은 ‘알고 보니 율제병원 회장 아들 안정원(유연석)이었다. 물론 그와 함께 5인방으로 오랜 친구로 지내온 이익준(조정석), 김준완(정경호), 양석형(김대명) 그리고 채송화(전미도)가 소개됐지만, 회장 아들이면서 병원을 물려받기보다는 숨어서 어려운 환자를 돕는 키다리아저씨면서 동시에 친구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안정원의 이야기가 메인이었다.

 

사실상 안정원의 이런 남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이자 색깔이라는 걸 첫 회는 충분히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진 2회에서는 율제병원의 에이스인 채송화의 면면이 보다 자세히 소개됐다. 환자를 위해서는 자신이 집도를 하는 게 맞지만, 그 집도를 먼저 맡게 된 상사의 위신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채송화라는 의사의 인물됨과 함께 소개됐다.

 

전공의 때부터 신던 신발을 10년 간이나 계속 신고 다녔다는 채송화. 실습 나온 쌍둥이 전공의들이 의사가 된 사연은 묘하게 그 신발과 함께 채송화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쌍둥이 전공의들은 어머니가 병원에서 돌아가셨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한 의사 때문에 자신들도 그런 의사가 되려 이 길을 택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쌍둥이가 기억하는 건 그 의사의 신발이었다. 그 때 그 의사는 펑펑 울면서 “자신이 꼭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그들에게 말했다는 것.

 

물론 드라마는 쌍둥이가 말한 그 의사가 채송화인지 아닌지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10년 간이나 그 신발을 신고 다닌 채송화가 그 의사라는 심증을 갖게 되고, 그가 그 신발을 그렇게 오래 신은 것이 그 때의 그 다짐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병원 내 에이스로 환자들을 세심하게 살피면서도 동시에 조직생활에도 지혜롭게 대처하는 인물이 바로 채송화였다.

 

안정원에 이어 채송화의 이야기를 중심에 세웠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엉뚱하고 유쾌한 이익준과 후배의사들에게 까칠하지만 친구들을 남달리 챙기는 김준완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보이지만 먼저 채송화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내보일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적극적인 양석형의 이야기들을 깨알같이 채워 넣는다. 여기에 유방암 수술을 받았지만 전이되어 다시 병원을 찾은 채송화의 친구 같은 환자들의 에피소드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더 풍성해진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원호 PD의 전작인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응답하라> 시리즈가 모두 보인다. 병원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만나는 무수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는 저 감방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그러면서도 5인방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어찌 보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늘 추구해왔던 세계를 이번에는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건 어쩌면 이들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믿게 만드는 이유일 게다. 색다른 공간의 색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들을 다루는 방식은 이른바 신원호-이우정 표라고 해도 좋을 법한 일관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원호-이우정 표 드라마의 핵심적인 힘은 결국 캐릭터에서 나온다. 한 인물만 봐도 매력적인데, 그런 인물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또 이들이 엮어가는 관계의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면서 감옥, 병원 같은 특정 공간을 통해 그려내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와 새롭게 제시되는 가치관이 커다란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마법처럼 그 세계에 매번 빠져드는 이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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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유연석의 일상선택, 기대감 커진 이유

 

또 다른 의학드라마인가?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제목을 통해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율제병원이라는 종합병원이 등장하고 주인공들도 의사들이며 환자들과 얽힌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그러니 의학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신원호 PD의 전작이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감옥 소재의 장르물처럼 보이면서도 전혀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첫 회부터 그 색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율제병원 회장 아들인 정원(유연석)이다. 여러모로 이 드라마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정원은 첫 회에 부친상으로 자신이 병원 회장 막내라는 사실이 장례식장에 모인 친구들에게 드러난다. 병원에서는 회장을 대신할 인물로 줄줄이 신부, 수녀의 길을 간 형들 누나 대신 5남매 중 막내인 정원을 꼽지만, 그의 선택은 의외다. 그는 그 자리를 주종수(김갑수)에게 선선이 내주며 대신 VIP 병동의 운영과 관리를 맡겨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정원이 그렇게 한 건 VIP 병동에서 막대한 수익이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수익은 이미 키다리아저씨로 병원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굴리는 환자를 돕고 있는 데 보태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VIP 병동을 위한 의사들로 의대 동기들인 익준(조정석), 준완(정경호), 석형(김대명), 송화(전미도)를 거액의 연봉을 주고 채용한다. 즉 정원은 병원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이나 부 같은 거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애초 신부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줄줄이 형과 누나가 신부, 수녀가 되면서 자신은 의사가 됐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환자의 사정에 몰입하는 자신이 의사와는 맞지 않는다 한탄하고 매해 신부인 맏형(성동일)을 찾아와 “때려 치우겠다”고 선언한다. 그럴 때마다 형은 듣는 둥 마는 둥 음식에만 관심을 쏟으며 심드렁하게 말해준다. “1년만 더 해보라”고.

 

정원의 이런 성향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려나갈 이야기가 흔한 의학드라마들의 클리셰와는 다르다는 걸 말해준다. 우리네 의학드라마들은 크게 두 가지 사안들을 소재로 다룬 바 있다. 그 하나는 <하얀거탑>처럼 병원 내 권력 구도의 대결을 다루는 소재이고, 다른 하나는 <뉴하트>나 <닥터스>처럼 환자들과의 사연을 중심으로 다루는 휴먼드라마적인 의학드라마 소재이다.

 

하지만 정원은 권력에도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엄청난 수술 능력을 가진 채 환자의 생명을 구해내는 그런 의사도 아니다. 그는 다소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의사들과 달리 타인의 아픔을 제 일처럼 공감하는 보통 사람의 따뜻한 심장을 갖고 있고, 그러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좋은 평범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성향은 끼리끼리 모이게 된 정원의 친구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보이는 면들이다. 즉 VIP 병동에 의사로 스카우트 하려는 정원의 제안에 대해 ‘밴드를 다시 하자’고 한다거나, 그 밴드에서 보컬을 하게 해준다면 합류하겠다는 이들의 조건이 그렇다. 이들은 연봉 같은 현실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아주 일상적인 자신들의 취미나 자잘한 생활에서 오는 즐거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신원호 PD는 감방이라는 낯선 공간에서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 역시 일상을 살아간다는 걸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 바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공간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마찬가지의 시선이 느껴진다.

 

삶이 치열해질수록 우리는 왜 이렇게 경쟁적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그래서 굉장한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가는 일이 결코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걸 실감하곤 한다. 이 드라마 속 5인방 절친들이 그려나갈, 때론 쉽지 않은 병원생활 속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고, 때론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은 그래서 그 어떤 거창한 성공과 성장드라마보다 기대가 큰 면이 있다. 병원 밖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잔잔하지만 묵직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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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슬럼버' 어리바리 강동원, 미스 캐스팅 우려 잠재우다

영화 <골든슬럼버>는 원작이 일본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2010년에 영화화되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실 일본 원작의 작품을 리메이크할 때 가장 먼저 우려가 가는 건 그 정서가 우리에게 맞게 제대로 변환되었는가 하는 점일 게다. 하지만 <골든슬럼버>는 적어도 일본 원작 영화에서도 우리가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면이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것은 평범함 서민과 그를 둘러싼 추악하고 거대한 권력과의 사투라는 점이 국적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화 제목의 모티브가 된 비틀즈의 명곡 ‘골든슬럼버’라는 음악이 감동적인 장면들 속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점도 이런 국적 차이가 만드는 정서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비틀즈의 노래가 아닌가. ‘골든슬럼버’라는 곡은 그래서 이 작품을 특정 국적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글로벌한 콘텐츠의 느낌으로 만들어준다. 

영화는 인기 아이돌을 강도로부터 구해준 선한 서민들의 영웅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가 고교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신무열(윤계상)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그의 눈앞에서 차기 유력 대권후보로 지목되던 정치인이 폭탄 테러로 사망하고, 신무열은 건우에게 이 모든 것이 그를 암살범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의 계획이라고 말하고는 결국 사망하게 된다. 

조금 어려운 사람을 그저 지나치지 못하고 선하다 못해 심지어 어리바리해 보이기까지 한 건우는 그래서 그를 죽이기 위해 쫓는 거대 권력 조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매스컴에 의해 서민 영웅으로 추대되었던 김건우였기에 갑자기 테러범으로 오인된 그는 모든 주변인물들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신무열이 죽기 직전 “그 누구도 믿지 말라”고 했던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게다가 건우는 자신으로 인해 주변인물들마저 죽거나 고통을 겪게 되는 걸 알게 된다. 함께 카페를 하려던 후배는 살해되고, 과거 함께 밴드를 했던 장동규(김대명), 최금철(김성균), 전선영(한효주)에게도 조직의 인물들의 협박과 회유가 이어진다. 너무나 엄청난 권력을 가진 조직의 힘 앞에서 건우는 그저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다. 

아마도 이런 주인공을 이 작품의 원작이 내세웠던 건 일본이 갖고 있는 집단주의적 풍토 속에서 쉽게 희생되어버리는 개인의 문제를 건드리고 싶었기 때문일 게다. 때론 조직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조작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힘없는 개인들은 아무런 토로조차 하지 못한 채 희생되어버린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이런 정서적인 동질감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의 리메이크판 ‘골든슬럼버’가 토착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다. 이 착하기만 하고 ‘조금 손해보는 삶’이 뭐가 나쁘냐고 항변하는 건우라는 인물은 지금의 우리네 대중정서가 가진 소시민적 영웅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가 거대 조직과 맞서 싸우고, 또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그를 여전히 믿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심정적 지지를 갖게 만든다. 

이 작품을 얘기하면서 강동원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이 작품에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을 줬던 게 사실이다. 그 잘생긴 얼굴이 지극히 서민적인 캐릭터와 부조화를 이루지 않을까 저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동원은 이 작품을 통해 미남이 아닌 아주 평범한 얼굴에 그저 선한 눈빛을 담은 건우라는 인물에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몰입을 보여줬다. 아마도 그의 선한 눈빛만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뭉클해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사진:영화'골든슬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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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 얼었던 것이 녹으면 진실은 과연 드러날까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봄이 생각보다 일찍 오면서 예년보다 한강물이 일찍 해빙되었다는 소식이 깔리며 카메라는 이전에는 어떤 집들이 있었을 지도 모를 공지에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길을 따라 가다가 어느 한강변에서 불쑥 솟아오른 시체를 보여준다. 얼굴과 팔다리가 잘려져 몸통만 둥둥 떠오른 시체는 그것이 본래 사람의 육신이었는지가 애매할 정도로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인다. 영화 <해빙>의 오프닝은 얼었던 것이 녹아 시체가 떠오른다는 그 사건이 던져주는 이미지와 그 의미들로부터 시작한다. 

사진출처:영화<해빙>

승훈(조진웅)은 이혼 후 미제사건으로 유명한 경기도의 신도시에 있는 선배의 병원에서 일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가 지내고 있는 건물의 집주인인 정육점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이 의심스럽다. 성근의 아버지인 정노인(신구)이 자신에게 내시경을 받으며 가수면 상태에서 내뱉은 토막살인을 의심케 하는 이야기가 그 의심을 촉발시킨다. 그는 필리핀에서 왔다가 집을 나가버렸다는 성근의 전 부인이 과연 가출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에 의해 도륙당한 것인지를 의심한다. 승훈은 정육점에서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것이 비죽 뛰어나와 있는 비닐에 쌓여진 어떤 물건을 본 후 그것이 머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목 잘린 여인을 정노인과 성근 부자가 토막내는 악몽에 시달린다. 

<해빙>은 이 낯선 곳으로 이주해와 살아가고 있는 승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영화의 중반 이후까지 관객들은 승훈의 관점에서 이 살벌한 살육이 벌어지고 있는 신도시, 정육점의 사건들이 공포영화 같은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히스테리를 갖고 있는 이혼한 승훈의 전 부인과 아들이 끼어들면서 긴장감은 한층 더 커지고,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미연(이청아)이 프로포폴을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건은 더 복잡해진다. 게다가 승훈에게 자꾸만 나타나는 전직형사 조경환(송영창)은 자신이 과거부터 이 마을에서 벌어진 미제사건을 지금껏 추적하고 있다고 말한다. 승훈의 시점에서 관객들에게 사건은 명백해 보인다. 분명 성근과 정노인이 연쇄살인을 벌인 범인들이라는 것. 

하지만 영화는 이렇게 승훈의 시점으로 나가다가 그가 경찰서 취조실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시점을 바꿔놓는다. 즉 승훈이라는 사람을 다시금 바라보는 형사의 시점으로 바뀌는 것. 그런데 이 형사의 시점으로 보면 승훈은 일종의 정시착란을 겪고 있는 정신질환자다. 조경환이 사실은 형사가 아니고 자신이 탐독했던 추리소설 작가의 이름이며, 실제로는 자신의 선배이자 정신질환 담당의였던 남인수였던 것. 결국 그 많은 공포스런 사건들은 사실상 승훈의 망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그는 자신이 사실 아내를 죽였고 미연마저 죽이려 했었다는 증언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면서도 혹시 자신이 망상 속에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진다. 

영화 <해빙>은 한 가지 일관된 시점을 유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는 당혹감과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다. 믿었던 것이 깨지는 그 순간은 극중 주인공인 승훈이 겪는 “아닐 거야”라는 그 부정을 똑같이 관객들도 공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점은 맨 마지막에 가면 또 다시 뒤집어진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승훈의 망상일 뿐이었다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차량용 블랙박스에 찍혀진 영상으로 승훈의 아내를 살해하는 정노인이 포착되고 그것이 익숙한 듯 그 노인에게 항변하다 결국 시체와 블랙박스를 치워버리는 성근의 모습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해빙>이 주는 당혹감은 그 진실을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누가 진짜 살인자이고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 알 수 없고 심지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승훈마저 어쩌면 내가 저지른 일인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죄의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왜 이렇게 시점의 변화를 통해 모호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단서는 시작에 담겨져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오히려 숨겨져 있다. 왜 굳이 ‘해빙’이라는 모티브를 가져왔고 ‘덮여진 진실’이 드러난다며 사실은 드러난 것이 없고 오히려 더 모호해지는 상황을 보여줬을까. 영화가 맨 처음 보여준 지금은 말끔하게 밀어내져 버린 공지는 어쩌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멀쩡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그 곳이 그런 곳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직접적인 가해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밀려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여러 차례 밀어내지고 덮이고 다시 세우고 하는 것들을 반복하다보면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를 찾아내기 어려워지는 지점에 이르고 만다. 그것이 강물이 녹아 시체가 떠오른다고 해도 그 아무런 단서가 남아있지 않아 진범이 누구인지를 찾아내기 어려운 상황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분명한 건 시체가 있다는 사실이고, 공지가 밀어낸 자리에 아파트들이 세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그 사태를 만든 이들이 아마도 이런 상태가 아닐까.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라고 그들은 생각할 지도 모른다. 수없이 여러 사람들이 개입하고 그들의 행위들이 중첩되고 겹쳐지면서 그것이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자신이 저질렀지만 그것을 까무룩 스스로 지워버리는 망상 속으로 숨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는 그들 가해자들에게만 생기는 증상이 아니다. 그건 피해자들 역시 나도 모르게 공모한 건 아닌가 하는 죄의식을 만들어낸다. 

<해빙>은 그래서 마치 얼음이 녹으면 진실이 드러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풀어지면서 더 복잡해지는 사건의 양상들을 여러 시점의 교차와 변화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는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 복잡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 복잡하고 불편한 이야기가 우리네 현실에 건드리고 있는 지점은 예사롭지 않다. 모든 게 명쾌해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도 명쾌한 것이 없게 되어버린 현실을 <해빙>은 공포에 가까운 시점변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봄이 온다고 물이 녹는다고 진실이 모두 드러나기에는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의 문제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있지 않은가. 물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멈추면 안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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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우리에게 대리란 어떤 존재인가

 

회사에서 대리란 중간에 애매하게 서 있는 위치다. 이제 회사생활에 적응해 그 누구보다 정력적으로 일할 때이자, 조직 안에서 인정받아 승진해야 하는 미래를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위로는 상사를 모셔야 하고 아래로는 사원을 이끌어야 한다. 위로 치이고 아래로부터도 치이지만 정작 본인은 그리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위치다.

 

'미생(사진출처:tvN)'

<미생>의 김대리(김대명)가 딱 그렇다. 그는 직장상사인 오차장(이성민)을 끔찍하게 챙긴다. 실적 위주로 일을 따오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그런 성정을 갖고 있어 뒤늦게 차장을 단 오차장을 걱정하는 인물도 김대리다. 그의 직장에서의 선택은 온전히 오차장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인다. 한 투표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김대리 같은 인물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한 건 그런 캐릭터가 주는 따뜻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장 내에서 대리라는 존재가 본래 그런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밑으로 장그래(임시완)를 챙겨주고, 그의 작은 성장조차 기뻐하는 인물도 김대리다. 장그래가 뭔가 일을 척척해냈을 때 김대리의 싱글벙글한 얼굴을 보면 마치 자식을 보는 부모 같다. 낙하산 인사인 장그래를 탐탁찮게 여기던 김대리가 어느 날 장그래의 집을 방문해 그가 살아왔던 바둑 인생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장면은 그래서 <미생>이란 드라마에서 작은 숨통이 터지는 순간이다. 장그래라는 스펙 없는 계약직을 이해하고 봐주는 인물이 비로소 생겨났기 때문이다.

 

특별히 드라마에서 대단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김대리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는 것도 이런 대리라는 위치에 서서 그가 위아래로 바른 성품을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박과장(김희원) 같은 비리에 연루된 상사를 파헤치면서도 그것이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지극히 공적인 일로서 접근해야 한다고 장그래에게 말하는 인물이다. 그는 상사와 사원의 중간에 서서 일하는 데 있어서 놀라운 균형감각을 가졌다.

 

그런 김대리의 에피소드가 오차장의 꽉 막힌 직장생활로 인해 주재원 발령을 받지 못하는 이야기라는 점은 그래서 더 큰 공감을 준다. 사실 제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 평가는 그가 모시는 상사에 의해 결정 나는 게 바로 대리라는 위치다. 그러니 오차장처럼 실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일을 자꾸 가져오는 상사는 대리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상사라도 다른 이들에게 험담을 들을 때면 마치 제 부모 욕을 들은 것 마냥 발끈하는 김대리다. 그가 대리들과의 술자리에서 너희가 내 상사에 대해 뭘 알아!”하고 술에 취해 소리치는 장면은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자신을 힘겹게 하는 이가 오차장일 수 있지만 그런 그를 끝까지 믿고 따르는 마음이 거기서 우러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어도 티는 잘 나지 않는 위치가 대리라는 위치일 것이다. 회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공은 대부분 상사에게 가기 마련이고 과는 자신에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바로 회사생활의 대부분이 김대리가 하는 일처럼 여겨지는 것은. 지극히 조용하지만 김대리에 특히 대중들이 열광하는 건 거기서 어떤 동일시를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공기처럼 없어선 안 될 존재지만 눈에는 잘 띄지 않는 대리란 존재가 주는 먹먹함이 그에게서는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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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4 22:17 신고 BlogIcon 자운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규직과 같은일 하고도 차별착취 매일해고 고통받는
    비정규직 눈물만큼 힘들지는
    않습니다 ᆞ비정규직 고통과
    눈물이 더이상없어야 합니다

<미생>, 멜로, 지상파, 스타가 아니어도

 

요즘 지상파 드라마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결 같이 나오는 얘기가 <미생>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미생>은 지상파에 모두 제안되었다가 결국 tvN에서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이때만 해도 과연 그게 드라마로도 성공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대성공을 거둔 <미생>을 놓친 것에 대해 지금은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생(사진출처:tvN)'

<미생>의 성과는 단지 한 드라마의 성취에 머물지 않는다.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 제작자들이 해왔던 관습적인 접근을 대부분 깬 데서 나온 성과이기 때문이다. <미생>을 통해 배워야할 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는 멜로 없이도 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미생>이 지상파에서 제작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멜로의 부재때문이었다. 지상파 관계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멜로를 넣어달라고 주문했지만 멜로 없이 해달라는 윤태호 작가의 강력한 요구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수락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tvN에서 방영된 <미생>에 만일 멜로가 들어갔으면 그 집중력이 상당부분 흩어졌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직장동료로서의 장그래(임시완)와 안영이(강소라) 그리고 장백기(강하늘)가 각각 서 있었기 때문에 그들 각자가 가진 직장생활의 고충들과 성장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삼각 멜로에 허우적대게 하지 않은 건 윤태호 작가의 말대로 작품의 성패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셈이다.

 

두 번째로 <미생>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건 리메이크도 하기 나름이라는 점이다. 사실 <미생>은 드라마로 제작되기 전부터 이미 1백만 부가 팔린 만화였다. 이것은 그만큼 인지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제작자들에게는 이미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는 장애요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했다가 실패한 <내일도 칸타빌레>를 보라. 그만큼 원작의 무게감은 리메이크에게는 짐이 되는 법이다.

 

하지만 <미생>은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고 평가받았다. 그것은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기보다는(물론 약간 다른 내용들이 있지만), 드라마적인 극적 구성을 강화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이 극적 구성 때문에 웹툰이 가진 마치 바둑을 두는 듯한 지적인 흐름은 감정선이 묻어나는 장면들로 보여질 수 있었다. 같은 내용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미생>은 실증해보인 것.

 

세 번째는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라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미생>이 만일 지상파에서 했다면 그만한 성과를 얻었을까 하고 의문을 제기한다. 즉 지상파는 상대적으로 시청층의 연령대가 높고 드라마 소비에 있어서도 패턴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상파가 <미생>에 멜로를 요구한 것은 기획적인 패착이 아니라 바로 이런 플랫폼적인 특성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어떤 드라마는 지상파보다는 아예 케이블 같은 비지상파가 훨씬 더 플랫폼으로서 우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플랫폼에 끼워 맞추는 콘텐츠가 자칫 바로 그 점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플랫폼보다 우선되는 것이 콘텐츠라는 점이다. 콘텐츠가 먼저 완성되고 거기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한 <미생>은 그래서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미생>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미 발굴된 얼굴들이 오히려 낫던이 드라마의 캐스팅이다. 김대명, 변요한, 박해준, 류태호, 김희원, 손종학, 정희태, 최귀화, 전석호, 오민석, 태인호, 황석정, 이승준... 우리는 <미생>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무수한 배우들이 이토록 많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깨달았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봤던 얼굴들이 여기저기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그림이다.

 

이렇게 미 발굴된 얼굴들은 이미지 노출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작품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웹툰에서 지금 막 걸어 나온 것 같다는 평가는 바로 이 미 발굴된 얼굴들의 미친 존재감 덕분이었다. 즉 지상파 드라마들도 새로운 얼굴의 발굴이 드라마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미생>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생>의 성공은 드라마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만들었다. 기존의 틀을 고집하며 깨지 못했던 지상파들로서는 한번쯤 숙고해야할 부분이다. 멜로가 없어도 지상파가 아니라도 또 스타가 아니라고 해도 작품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미생>은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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