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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이 된 김영애, 마지막까지 보여준 연기투혼

“묵은 빚은 돈으로 갚는 거 아이다. 눈으로 발로 갚는 기다.” 아마도 영화 <변호인>을 봤던 분들이라면 고 김영애가 연기한 국밥집 아줌마의 이 대사를 기억할 것이다. 국밥 한 그릇 먹을 돈이 없어 도망쳤던 송 변호사(송강호)가 성공해 돌아와 그 때의 빚을 갚겠다며 돈을 내밀자 아줌마가 했던 그 대사. 

사진출처:영화<변호인>

이제 그렇게 찰진 대사를 더 이상은 들을 수 없게 됐다. 김영애는 지난 9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고인이 된 그녀의 소식이 특히 놀랍게 다가왔던 건, 최근까지도 우리의 기억 속에 선연히 남은 작품들 때문이다. 유작이 된 KBS <월계수 양복점>에서 우리는 전혀 그녀가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뒤늦게 알려진 것이지만 끝까지 진통제 투혼을 보이며 펼친 연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김영애가 얼마나 치열한 배우였는가를 각인시켰다. 

김영애만큼 극과 극의 이미지를 연기한 배우가 있을까. <로얄패밀리>나 <황진이> 같은 작품에서 그토록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지만, <변호인>은 물론이고 <닥터스>나 <판도라>, <카트> 같은 작품에서는 서민들의 정이 느껴지는 따뜻한 연기를 보여줬다. 이제는 고인이 되었다는 소회 때문일까. 그래도 특히 기억이 남는 건 한 그릇의 국밥 같은 따뜻함이 묻어나는 서민적인 모습이다. 

<변호인>이나 <닥터스> 그리고 <판도라> 같은 작품을 보면 김영애라는 배우가 그 작품 전체에 어떤 정서를 만들어냈는지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물론 주인공의 역할은 아니지만 작품의 어떤 색깔을 부여하는 역할. 이를 테면 대사 한 마디로도 느껴지는 <변호인>에서 국밥집 아줌마의 그 따뜻함이 주는 서민적 정서는 속물이었던 송 변호사가 인권변호사가 되는 계기가 된다. 

<닥터스>에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유혜정(박신혜)이 엇나가지 않고 잘 자라 당당한 의사가 되는 그 배경에는 역시 강말순 할머니(김영애)라는 존재가 자리했다. “밥 먹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해? 숨 달려 있으면 먹으면 되는 거지.” 거기서도 이 할머니는 유혜정에게 따뜻한 밥을 차려준다. <판도라>에서 사지로 아들을 보내며 오열하는 모습이나, <카트>에서 차츰 노동자들과 연대해가는 모습 역시 서민으로서의 아픔과 따뜻함 같은 걸로 기억된다. 

즉 원로배우로서 작품의 뒤편에 늘 서 있었지만 그 존재가 만들어내는 온기나 때로는 차가움마저 작품 전체의 중요한 정서를 담는 역할을 해줬다는 점이다. 이 점은 아마도 같이 작업을 해온 배우들로서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에 함께 작업했던 제작진들이나 배우들이 진심어린 애도의 뜻을 표하는 건 그래서다. 

김영애가 췌장암을 발견한 건 이미 2012년 <해를 품은 달>을 촬영하던 도중이었다고 한다.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책임을 다한 후에야 비로소 9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유작이 된 <월계수 양복점>을 촬영하면서도 고인은 아픈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고 대사 하나하나를 잊는 법이 없었다고 했다. 작품 속에서 그 작품의 정서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고인은 아마도 배우들에게 하나의 귀감이 되는 모습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 모습은 대중들에게 어떤 열정과 따뜻함으로 기억될 것이다. <변호인>에서 보여줬던 영원히 식지 않을 국밥집의 온기처럼.

Posted by 더키앙

<닥터스>, 박신혜와 이성경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

 

이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는 종영을 앞두고 있다. 20%를 넘긴 최고시청률. 최근 지상파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그 능선을 <닥터스>는 어떻게 넘었던 걸까. 흔한 의학드라마처럼 보였지만, 또 달달한 멜로드라마처럼 보였지만 <닥터스>는 여타의 의학드라마와도 또 멜로드라마와도 다른 결을 보여줬다. 그건 관계를 통한 인물의 변화와 성장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닥터스(사진출처:SBS)'

<닥터스>의 여자주인공인 유혜정(박신혜)과 그녀와 대립적 위치에 서 있던 진서우(이성경)의 변화와 성장은 이 드라마의 색다른 주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 때문에 불량하게 살아가던 유혜정은 할머니인 강말순(김영애)과 선생님 홍지홍(김래원)을 만나 좋은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 좋은 영향에는 친구였던 진서우 또한 일조한 면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선생님 홍지홍과 유혜정이 가까워진 것을 본 진서우는 그 질시가 그녀를 엇나가게 만든다.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유혜정의 비극(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현실과 마주하게 된)은 그녀가 의사가 되게 한 원동력이 된다. 드라마는 좋은 영향뿐만 아니라 나쁜 영향도 어떤 면에서는 그 사람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게 의사가 된 유혜정은 진서우의 아버지인 진명훈(엄효섭)에 대한 복수를 꿈꾸게 되면서 본인도 고통스러워진다. 그런 그녀를 다시 되돌리는 건 다름 아닌 홍지홍의 사랑이다. 홍지홍은 복수가 그녀 자신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끝내는 건 진서우의 변화다. 늘 대립하는 위치에 서 있으면서도 친구로서의 관계 또한 유지해온 진서우는 유혜정을 통해 아버지의 잘못을 알게 되고 결국 그녀에게 사죄한다. 진서우라는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유혜정 역시 변화하고 성장하게 됐다는 것.

 

사실 이런 화해적인 결말이 조금은 미진함을 남길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봐왔던 많은 드라마들 속에서 악역의 최후나 몰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닥터스>가 본래 드라마를 통해 하려던 이야기는 복수극이 아니다. 그건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영향을 받고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걸 뉘우치면서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극적 갈등이 드라마의 관건이라고 얘기되는 현실에서 이 같은 화해적인 선택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닥터스>는 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보다는 그래도 희망적인 화해를 담는 이야기를 선택했다. 그래서 <닥터스>가 얻어낸 것은 특유의 따뜻함이다. 아마도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던 건 바로 그 위로와 위안의 느낌이 충분했던 따뜻함이 아닐까.

 

무엇보다 연기자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박신혜와 어깨에 힘을 뺌으로써 훨씬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김래원의 공이 크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 윤균상과 이성경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의학드라마지만 의술 그 자체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들어지는 관계의 치유를 보여주었고, 멜로드라마지만 남녀 간의 사랑만큼 인간과 인간의 휴머니즘을 보여준 하명희 작가의 따뜻한 대본의 힘은 힘겨운 현실을 마주한 서민들에게 충분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Posted by 더키앙

<닥터스>, 한 명의 좋은 사람은 어떻게 탄생하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혜정(박신혜)은 길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진 임산부를 돕는 지홍(김래원)을 보며 속으로 그런 결심을 하게 된다. 불우한 가정사 속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자신을 망가뜨리며 살아가던 그녀였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홍을 만난 후 자신도 세상에 좋은 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좋은 기억과 좋은 사람을 만나면 변화될 수 있다.’ <닥터스>는 의학드라마가 가진 전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오히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우리네 삶의 문제로 고개를 돌린다. 돈의 논리에 의해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도 돈 몇 푼으로 합의되고 덮어지는 세상이고, 사고로 불이 나도 집안 좋은 아이들은 피해자가 되고 가난한 아이는 가해자가 되는 세상이다. 이런 비정한 세상에서 희망을 갖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혜정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좋은 사람좋은 기억이 있다. 아버지에게 버려지다시피 할머니 댁에 맡겨지지만, 그 할머니 강말순(김영애)은 상처 입은 그녀를 꼭 껴안아준다. 퉁명스럽기 이를 데 없지만 밖에서 사고를 치고 들어와도 일단 집에 오면 밥부터 챙겨 먹이는 그런 할머니. 그 툭 던져놓는 국밥 한 그릇에 할머니의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화재사고로 모든 걸 뒤집어쓰고 구치소에 들어간 혜정에게 강말순은 도시락을 싸와 먹고 힘내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재수 없는 년으로 치부하며 살아가는 혜정은 할머니에게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라고 말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살뜰히 도시락을 챙겨와 먹이며 정작 자신의 위암 수술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는 할머니. 할머니는 죽을 수도 있는 위암 수술을 밝히는 것조차 혜정이 어떤 의지를 갖게 하려는 의도로 이야기한다.

 

혜정의 친구 순희(문지인)는 경찰서를 찾아와 자신이 진짜 방화범이라고 밝힌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모든 걸 뒤집어쓴 혜정을 그녀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끝내 혜정 대신 구치소로 들어가는 순희는 자신도 그녀를 두고 도망치지 않았다며 그걸 기억해달라고 말한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혜정의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좋은 사람이 되려는 순희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그것은 또한 혜정에게 꺼져가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다시금 피울 수 있게 해준다.

 

혜정의 담임선생님인 지홍은 교사로서 그녀를 자극하고 보듬으며 인생의 목표 같은 걸 갖게 만드는 인물이다. 그와 혜정의 좋은 관계를 보고 질투한 서우(이성경)가 루머를 만들어내자, 그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가장 피해를 입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선생보다는 학생이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피해를 입을 것이라 말하며 그는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다.

 

다행히 화재사건이 해결되고 구치소에서 나오게 되지만 위암 수술을 받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자 혜정은 다시 절망한다. 그런 그녀에게 지홍이 찾아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지홍이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애써 그를 밀어낸다. 결국 그녀가 괜찮은 의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그녀를 둘러싼 많은 이들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사랑과 아픈 죽음 그리고 지홍에 대한 존경과 연정, 친구의 의리 같은 것들이 아무 희망 없이 살아가던 그녀를 성장시킨 자양분이 되었던 것.

 

<닥터스>는 이처럼 한 사람의 좋은 변화와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물론 혜정과 대비되는 금수저들이 만들어내는 극적 갈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는 그들과의 직접적인 대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좋은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그녀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갖게 만든다. 갈등이 만들어내는 힘보다는 한 사람의 성장을 보는 그 흐뭇함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

 

실로 한 명의 좋은 사람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좋은 관계와 영향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코 돈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고 또 누군가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다. 영화 <변호인>의 인권변호사 송변의 경우처럼, 때로는 국밥 한 그릇의 온기가 그 사람을 변화시키게도 만든다. <닥터스>는 이런 선의들의 가치가 그 많은 허울 좋은 스펙들과 환경들의 힘보다 훨씬 더 세다고 말하는 드라마다. 그래서 그 어떤 드라마보다 <닥터스>가 강력해지는 건, 선의의 가치가 무시되는 우리네 현실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이영돈 PD, 회생 쉽지 않은 까닭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들이 폭발하는가. 그릭 요거트 문제를 다루면서 한 식음료 광고모델을 한 사실이 밝혀진 이영돈 PD에 대한 논란은 결코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문제도 문제지만, 이 사안을 계기로 그간 수면 아래 놓여져 있던 이영돈 PD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돈 PD(사진출처:JTBC)'

그릭 요거트 문제는 이영돈 PD가 그간 해온 탐사보도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업체를 방문해 그릭 요거트 검증에 나선 이영돈 PD는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무가당 그릭 요거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성급히 한국에서 시판되는 요거트 중에서는 그릭 요거트라고 평가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고 단정을 내렸다.

 

실로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릭 요거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해당업체들을 순식간에 망하게도 할 수 있는 단정이었다. 뒤늦게 무가당 그릭 요거트에 대한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이건 이미 불에 다 타버린 집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런 일들은 이미 과거 이영돈 PD의 전력에도 흔치 않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기자 김영애씨의 황토팩 화장품을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은 대표적이다. <이영돈의 소비자고발>에서는 이 황토팩 화장품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방송을 내보냄으로써 해당업체에 엄청난 금전적, 정신적 손실을 안긴 적이 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실 정정보도나 사과 같은 것들이 최초에 했던 폭로보다 대중들의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센세이셔널리즘 보도가 가진 엄청난 폐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기사에 달라붙은 댓글들을 보면 이제 이영돈 PD가 탐사의 대상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엄청나게 많은 불만사항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똥쑥에서부터 녹차, 라면, 아이스크림, MSG 보도 등등 이영돈 PD의 탐사 고발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이들은 이번 사안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일어나 다시금 문제제기를 가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번 그릭 요거트와 광고 문제와 유사한 사건이 이미 라면 고발에서도 있었다는 주장도 들어있다. 채널A 개국2주년으로 <먹거리 X파일>에서 다뤘던 라면을 말하다에서 갖가지 성분들을 들어 시중에 나오는 라면들이 모두 해롭다고 얘기하고는 뜬금없이 라면 이름 짓기 공모를 내세워 이영돈 PD의 착한 라면1등으로 뽑았다는 것.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착한 라면이란 이름은 이미 채널A가 방송 6개월 전에 상표등록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팔도에서는 먹거리 X파일에서 만든 바른 라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라면을 출시했다는 것.

 

탐사보도는 공정성과 균형이 생명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으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이영돈 PD식 탐사보도의 논란들을 들여다보면 공정성과는 멀고도 먼 센세이셔널리즘이 느껴진다.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는 있지만 거기에 걸맞지 않는 행위들은 방송이라는 권력을 등에 업은 빗나간 방송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탐사가 이제는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자기 자신에 대한 탐사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것은 이영돈 PD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영돈 PD를 영입해 교양 프로그램에 새로운 기치를 세우려던 JTBC는 오히려 그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릭 요거트를 다뤄 논란의 불씨를 만든 <이영돈 PD가 간다>는 물론이고, 그가 출연하는 <에브리바디>도 방송 중단 결정을 내렸다. JTBC측이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분노를 표하고 있는 상황에 외부에서 계속 터져 나오고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들. 그의 회생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Posted by 더키앙

시대장소는 달라도 우리를 매료시키는 멘토들

요즘은 선생님, 스승이란 말 이외에 ‘멘토’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그것은 선생님이나 스승이란 말이 ‘먼저 나신 분’ 혹은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의 의미를 갖는 반면, ‘멘토’는 친구이자 선생님, 상담자, 때로는 부모 같은 포괄적인 위치를 점하면서,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지혜와 신뢰로 인생을 이끌어주는 사람’이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단지 연장자란 의미도 아니고 학교에서 쓰이는 선생님의 의미 이상의 것이 들어 있기에 ‘멘토’는 보다 친근하며, 보다 삶에 밀착된 지혜를 가르쳐준다. 이러한 스승보다 더 가까워진 멘토는 영화나 TV 속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로 등장하고 있다.

이 시대의 멘토, 백윤식
무언가를 배우고 싶지만 그것은 금지된 어떤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찾아가는 멘토가 있다. 바로 백윤식이다. ‘파랑새는 있다’와 ‘서울의 달’에서 새롭게 주목받은 이 배우는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밉지 않은 사기꾼 역할을 해내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백윤식은 ‘범죄의 재구성’으로 과거 멘토 자리를 다시 꿰어찬다. 그는 사기꾼 역할을 맡았지만 사기꾼들로 득시글대는 영화 속에서 단연 한수 위의 모습을 보여주며 묘한 멘토의 냄새를 풍겼다(호칭마저도 김 선생이다).

그 후 그는 ‘싸움의 기술’에서 병태에게 싸움을 가르쳐주는 은둔 고수로 등장한다. 제목에서 보면 그가 단지 싸움의 기술만을 가르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은둔 고수는 병태에게 인생을 가르친다. 사실 병태가 더욱 이 고수에게 빠져드는 건 사실 부재하기까지 한 아버지의 존재를 거기서 찾아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백윤식은 또 한번 멘토 기질을 제대로 발휘한 셈이다. 그 후 그는 이제 자연스럽게 이 시대 멘토 자리를 차지한다. 영화가 있고, 멘토가 등장한다면 바로 백윤식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백윤식은 씨름감독으로 등장하지만 실상 씨름은 별로 가르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작전지시가 화장실에서 이루어질 정도로 이 엉뚱한 씨름감독은 마돈나가 되기 위해 천하장사대회에 나가려는 오동구의 든든한 멘토 역할을 해준다.

아무래도 그가 맡은 가장 빛나는 멘토 역할은 ‘타짜’의 평경장 역할일 것이다. 그는 우스꽝스럽고 장난끼 많은 도박꾼처럼 보이나 사실 그는 도박이란 중독적 세계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깨달은 현인에 가깝다. 우리네 삶의 축소판이 도박판이라는 지점에서 공감을 불러낸 이 영화 속에서 평경장은 바로 그 도박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멘토이다. 그가 고니에게 가르친 것은 단지 도박의 기술만이 아니다. 그는 살아가는 법과 살아남는 법을 가르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백윤식은 확실히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호감을 살만하다. 그 가르침이 단지 기술이 아닌 인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황진이를 키워낸 멘토, 백무
드라마 ‘황진이’는 과거로 거슬로 올라가는 우회적 방법으로 이 시대의 멘토를 보여준다. 그 시대의 운명의 틀 속에서 금지된 것을 넘어서는 방법을 인물들이 하나씩 황진이에게 가르쳐줌으로써 현대여성들의 마음 속에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 인물들은 황진이의 마음 속에 들어왔다가 하나씩 사랑과 상처를 남기고 감으로써 황진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간의 길’에 진한 깨달음을 남긴다.

그 첫 번째 멘토는 바로 죽은 은호이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지내왔지만 도무지 현실적으로는 이어질 수 없는 운명을 깨닫게 해준 은호는 황진이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 인물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 은호의 자리를 차지할 새로운 인물들이 준비하고 있다. 김정한(김재원 분)이 지금은 그 자리에 앉아 있으나 이것은 또 어떤 인물로 바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황진이의 진짜 멘토는 바로 백무(김영애 분)이다.

백무는 황진이를 예인으로 키워내기 위해 심지어 자신의 경쟁자인 매향의 수제자로 보내는 것도 마다치 않는다. 때론 자신을 적으로 세우고 자신을 넘어보라며 황진이를 도발하는 백무의 모습은 어찌 보면 더 강한 자식을 키워내기 위해 벼랑 아래로 새끼를 밀어내는 사자의 그것과 닮았다. 그녀는 때론 악의 구렁텅이에 황진이를 몰아넣는 악마처럼도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마치 부모 같은 안타까운 마음과 자애로움이 숨겨져 있다.

헐리우드에서 찾아낸 워킹우먼들의 멘토
악마처럼 보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지혜 같은 걸 깨닫게 해주는 인물을 우리는 저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도 발견한다. 바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메릴 스트립분)가 그 멘토이다. 촌닭 같은 앤드리아에게 자신이 하는 이 패션 일이 우스꽝스럽고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미란다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넌 니가 꽤나 유식한 줄 알겠지만, 실상은 니가 뭘 입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어.” 미란다는 앤드리아가 입고 있는 옷의 색이 수많은 브랜드와 상점을 거쳐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단 한 번의 멘트로 그녀의 사고방식을 뒤집어놓는 것이다.

미란다는 앤드리아에게는 악마 같은 존재지만 그걸 통해 앤드리아는 일과 성취에 대한 값진 교훈을 얻는다. 미란다는 앤드리아의 양면성(욕망과 함께 지켜내고 싶은 순수)을 거침없이 공격한다. 자신의 성공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지기까지도 버리는 그녀에게서 앤드리아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되지만 거기에 대해 미란다는 이렇게 말한다. “웃기지마. 누구나 다 이런 삶을 원해.” 이 말은 앤드리아뿐만 아니라 여기 이 땅의 워킹우먼들에게도 꽂히는 말이었을 것이다.

백윤식 같은 금지된 것의 멘토이든,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현재를 말해주는 백무같은 멘토이든, 저 바다 건너온 미란다 같은 멘토이든, 그들은 모두 이 시대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멘토들이다. 그들이 우리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유는 과거적 의미의 스승들보다 친근하고, 보다 솔직하며, 핵심을 찌르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불안함 속에서 질문을 해대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가르치지 않으면서도 알게 해주는 이 시대의 멘토들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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