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무한상사, 역대급일 수밖에 없는 이유들

 

<무한도전>이 또 새로운 도전의 역사를 쓰게 됐다. ‘무한상사가 역대급 액션 스릴러로 만들어진 것. 본편이 시작되기 전 방영된 무한상사메이킹 영상만으로도 이미 기대감은 최고조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무한상사는 그저 예능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도전을 하게 됐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메이킹 영상에서 유재석이 괴한들의 추격으로부터 도주하는 장면을 무려 3일에 걸쳐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한상사가 가진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그저 영화를 패러디한 예능에 머물기보다는 진짜 영화를 찍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것. 여기에 김혜수, 이제훈, 쿠니무라 준, 전석호, 손종학, 전미선, 김희원 같은 저마다의 존재감을 갖고 있는 배우들의 출연은 웃음기 제대로 뺀 본격 스릴러물의 긴장감까지 얹어주었다.

 

무한상사에 이전부터 회장님 아들로 등장해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지드래곤이 합류했다는 소식 역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요소다. 그간 무한상사에서 그가 해온 연기가 예능으로서의 과장 같은 걸 보여줬다면 이번 특집에서는 지드래곤의 진짜 연기를 보게 될 전망이다. 촬영장에서 이제훈이나 김희원 같은 연기자들과 마주한 지드래곤은 그래서 그런 자리에 자신이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너무나 쑥스러워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막상 큐 사인이 들어가면 진지한 얼굴로 연기하는 지드래곤을 볼 수 있었다.

 

지드래곤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의 연기 또한 지금껏 해온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몰입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무한상사라는 웃음을 기반으로 한 상황극적 요소들 역시 빼놓지 않을 거라는 건 사무실 장면을 찍는 메이킹 필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장된 애드립 속에서도 정색하며 다시 분위기를 정극 분위기로 바꾸는 정준하와 유재석의 연기는 이 작품이 어떻게 코미디와 정극의 요소를 넘나들고 있는가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이번 무한상사특집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건 역시 <무한도전>다운 도전의 확장이 또 하나의 성취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사실 무한상사특집은 2011년 가벼운 야유회 상황극 콘셉트로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씩 회를 거듭하면서 <무한도전>의 중요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그러면서 성장해나갔다. 특히 무한상사는 지난 2013년에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뮤지컬을 시도하며 그 장르적 폭을 넓혀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번 2016년 시도되는 무한상사는 예능이 시도하는 한 편의 영화 같은 무게감을 얹었다.

 

처음엔 장난처럼 슬쩍 슬쩍 해왔던 시도들이 차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러다 일이 커지는건 우리가 <무한도전>을 통해 자주 봐왔던 일들이다. 마치 농담처럼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이 동반 출연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마치 토크쇼 같은 웃음을 주더니, 이제 그게 더 이상 장난이 아닌 사건이 되어가고 있는 걸 <무한도전> 메이킹은 보여주었다.

 

무한상사의 진화는 <무한도전>의 새로운 도전 전개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무한도전>은 물론 지금도 매번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지만 동시에 이 프로그램이 그간 쌓아뒀던 빅 아이템들을 조금씩 변주하거나 진화시켜 판을 키우는 방식의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테면 <무한도전> 토토가가 젝스키스의 재결합을 만들어낸 토토가2로 진화하고, ‘못친소 페스티벌이 시즌2가 만들어지고 배달의 무도가 역사 특집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변주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 이번 무한상사특집은 작은 상황극이 점점 성장해 이제 뮤지컬이나 영화 같은 어엿한 장르에 도전하는 장기적인 성장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메이킹만으로도 이런데 본편은 어떨까. 물론 지나친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무한도전>은 지금껏 그 기대를 저버린 적이 별로 없었다. 과연 이번 무한상사는 이런 기대를 제대로 채워줄 수 있을까. 만일 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진지한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를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이 시도를 또 하나의 역대급으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예능-드라마 경계 허무는 무한상사가 말해주는 것

 

김은희 작가가 쓰고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다. 아쉽게도 조진웅은 스케줄 때문에 합류를 못했지만 <시그널>의 연기자들도 대거 합류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시그널>이 다시 떠오른다. 본격 스릴러 장르로서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시그널>. 하지만 이건 <무한도전>에서 8월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인 무한상사이야기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상사는 알다시피 <무한도전>의 상황극 콩트 시리즈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 즉석 상황극으로 시작했던 무한상사는 그러나 <레미제라블>이 주목받는 콘텐츠로 떠올랐을 때는 그 작품을 패러디한 뮤지컬로 기획되기도 했다. 이번 <시그널> 제작진이 합류한 무한상사가 추구하는 건 액션 블록버스터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시의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무한도전>이 늘 새로운 영역에 열려 있고 그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어 도전해온 건 애초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처럼 김은희 작가 같은 최고의 작가가 아예 대본 작업에 들어오고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며 역시 <시그널>의 연기자들이 함께 하는 도전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이런 작가, 감독, 배우들의 예능에 대한 열려있는 자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배우들 중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걸 꺼리는 이들도 많다. 또 드라마 작가들 중에도 예능이란 영역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예능이라는 분야가 꽤 오랜 시간 동안 폄훼되고 평가절하 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영역 간의 위계는 깨지고 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응답하라> 시리즈 성공은 그 신호탄이나 다를 바 없었다. 예능의 방식이 드라마에서 오히려 힘을 발휘했으니 말이다.

 

<프로듀사>처럼 예능과 드라마가 영역을 넘어서 시너지를 낸 작품도 나왔다. 최근의 이른바 성공하는 작가들 중에는 시트콤을 포함한 예능 작가 출신들이 더 많아지는 경향이 생긴 것도 우리가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예능의 방식(집단 창작 같은)이 사실은 얼마나 이 시대에 적합한 방식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김은희 작가 역시 시작은 <위기일발 풍년빌라>라는 시트콤을 통해서였다. 지금의 최고의 작가의 위치에 섰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건 예능적인 창작방식에 익숙한 열려 있는 자세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시그널>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은 김은희 작가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열린 마인드를 꼽기도 했다. 타인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기 것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

 

제 아무리 <무한도전>이라고 해도 예능 프로그램의 프로젝트에 김은희 작가가 선선히 나서 대본을 쓸 수 있었던 건 이런 드라마-예능 할 것 없이 위계 없는 그녀의 열린 마인드가 있어서다. 그러고 보면 최근 잘 되는 작가들은 대부분 열린 마인드로 집단 창작의 시너지를 만들어낸 작가들이다. 이번 무한상사에서 특히 기대되는 건 김은희 작가와 <무한도전>의 만남을 통해 드라마와 예능의 또 다른 시너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예능적 방식이 드라마에도 힘을 실어주었듯이 드라마의 방식이 예능에도 힘을 실어주기를.

<시그널>의 김원석, <응답하라>의 신원호, <태양의 후예>의 이응복

 

물론 사극 같은 경우는 이병훈 감독처럼 연출자가 키를 쥐는 경우도 있었지만, 드라마의 키는 오랫동안 작가들이 쥐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드라마가 시작하면 으레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다름 아닌 작가였고 연출자는 그 다음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작가만큼 연출자의 몫이 주목되고 있다.

 

'김원석 감독(사진출처:tvN)'

tvN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작품이 잘 된 것이 김원석 감독의 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대본도 훌륭했지만 김은희 작가는 그것을 완성도 높은 연출로 빛나게 해준 김원석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 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저 의례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시그널>의 스타일이나 연출은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김워석 감독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복고적인 질감을 멋스럽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 그런 스타일은 <시그널>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결코 쉽지 않은 이 장르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tvN <응답하라 1988> 역시 마찬가지다. 이우정 작가 팀이 만들어낸 훌륭한 대본이 있었지만 이를 완성도 높게 연출한 신원호 감독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자칫 잘못하면 시트콤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미디적인 재미와 진지한 정극의 느낌을 골고루 살려낸 신 감독의 연출은 이번 작품은 물론이고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신뢰 또한 높여놓았다.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KBS <태양의 후예> 역시 이응복 감독의 연출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특성상 액션에 재난까지 블록버스터적인 스케일을 담아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드라마 연출이다. 그럼에도 이응복 감독은 블록버스터의 볼거리를 충분히 그려내면서도 그 안의 인물들의 감정 선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연출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 들어 이처럼 드라마에서 대본만큼 연출에 대한 지분이 많아지고 있는 건 드라마들의 변화 때문이다. 즉 지금의 드라마들은 과거처럼 대사 위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하다못해 tvN <또 오해영> 같은 멜로드라마도 대사만큼 중요한 게 인물의 심리를 담아내는 영상 연출이다. 그러니 <시그널> 같은 장르드라마의 경우에는 영상 연출의 몫이 훨씬 커진다.

 

이른바 때깔이 나는 드라마와 그렇지 못한 드라마가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예를 들어 MBC <몬스터><굿바이 미스터 블랙> 같은 드라마는 연출이 좀 더 공을 들였다면 훨씬 괜찮은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KBS <국수의 신> 같은 경우는 그나마 연출이 영상미를 추구했기 때문에 대본이 가진 심지어 막장에 가까운 자극성들을 상당히 무마해낼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연출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건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져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제 인물과 대사만으로 시청자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완성도 높은 연출이 그려내는 그 드라마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나 분위기는 이제 드라마 성패의 중요한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작가의 역량은 어떻게 최대치로 발휘되는가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기억>은 아마도 박찬홍 감독-김지우 작가 콤비의 인생작이 아니었을까. 이토록 시작부터 끝까지 얼개가 갖춰지고 완성도도 높은데다 대중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은 결코 쉽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콤비가 만들어낸 <부활>, <마왕>, <상어> 3부작의 총아가 모두 결집되어 있는 듯한 작품이 <기억>이다. <기억>은 복수극의 틀에서조차 벗어나 사회에 현실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사회극이면서도 동시에 한 가장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는 휴먼드라마이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인생작을 작가들이라고 늘 내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억(사진출처:tvN)'

사실 <시그널>이라는 작품이 tvN에서 방영되어 큰 파장을 일으켰을 때도 이것이 김은희 작가의 인생작이 아닐까 여겨진 면이 있었다. 장르물의 대가라는 건 이미 지상파에서 그녀가 해온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는 감지된 바 있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했던 그녀의 작품들이 좋은 기획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구성에 빈틈이 많이 보이거나 일관된 메시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하나의 완성도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시그널>은 마치 억눌렸던 예술혼이 터져버린 듯 거침이 없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완성도와 통일성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장르물이 갖는 재미를 소화하면서도 그 안에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이러니 <시그널>을 보며 시청자들이 인생의 작품이라고 얘기했던 것일 게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김은희 작가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물론 인생작이라고 해서 그걸로 작품의 성장이 끝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거기서부터 어떤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시그널>에 이어 <기억>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갖게 되는 건 그래서 tvN이라는 채널의 무언가가 이들 작가들로 하여금 인생작을 뽑아내게 하는 힘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도대체 이토록 역량 있는 작가들에게 tvN은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자율성이다. 자신이 애초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끝까지 다 밀어 붙일 수 있게 하는 자유. 물론 그렇다고 기획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기획의 방향성이 갖춰지면 역량을 최대치로 뽑아낼 수 있게 하는 자율성은 작가들이 흔들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는 작품을 그려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것은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지상파의 드라마들이 상당히 기획에 휘둘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 들어서 중국의 영향으로 많은 드라마들이 사전 제작되고 있지만, 우리네 드라마들은 지금껏 실시간 제작이 그 현실이었다. 그러니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대본이 수정되거나 심지어 새로운 작가가 투입되고 나아가 작가가 교체되는 경우까지 비일비재하게 생겨났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경우 메인작가인 이향희 작가를 제외하고 무려 5명의 작가가 교체되었다고 한다. 과거 개연성 없는 전개로 호화캐스팅에도 초라한 성적을 냈던 SBS <너를 사랑한 시간>은 작가가 교체된 후 기획PD가 작가로 참여하는 파행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물론 작품에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도를 넘어 시청률을 만들기 위한 간섭으로까지 나아가게 되면 작품은 사라지고 상품만 남겨지게 될 것이다. 작가가 애초에 생각했던 작품이 이리저리 휘둘리다 엉뚱하게 끝나버리는 결과가 생기는 것. 이것은 작가에게도 또 시청자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최근 tvN에서 방영된 일련의 드라마들, 이를테면 <시그널>이나 <기억> 같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건 작가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영화 제작 인력이 투입되어 대본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연출의 공적이 있지만, 그래도 작품의 근간이 되는 작가 역량이 100% 발휘되는 드라마 제작 환경이 주효한 면이 있다.

 

시청자들도 달라졌다. 그저 시청률이 높다고 시청자들이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또 상업적인 선택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다 결과로 돌아오지도 않는다. 시청자들은 좀 더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언제부턴가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를 이제는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인생작을 내는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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