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이 차승원 같은 인물을 요구하는 이유

 

역시 위기에 강한 나영석PD지만, 거기에는 또한 차승원이라는 위기에 강한 인물이 있었다. 장근석의 하차로 <삼시세끼> 어촌편에 드리워진 불안감을 한 방에 잠재워버린 인물. 차승원의 등장만으로도 <삼시세끼> 어촌편은 첫 회에 일찌감치 9.6%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강원도편의 최고 시청률인 9.1%를 단번에 뛰어넘은 기록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시청률보다 더 폭발적인 건 차승원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차줌마로 등장한 차승원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차승원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은 그가 스스로도 말했듯 요리하는 남자의 섹시함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는 무얼 만들까 고민하다가 마음을 먹고 나면 거침없이 척척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요리하는 남자의 섹시함은 남성성만을 강조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맛을 보고 좋다고 말하는 유해진의 반응에 한없이 즐거워지거나, 비 맞는 걸 피하기 위해 임시로 비닐로 덮어놓자 맘에 안 든다는 듯 장대를 세워놓으며 잔소리를 해대는, 영락없는 억척엄마의 모습도 들어있었다.

 

그러면서도 통발을 들고 낚시를 하는 모습에서는 여지없이 성격 급한 남자의 모습이 툭 튀어나왔고, 연거푸 텅 빈 통발로 낙담하다가 물고기가 있다는 유해진의 소식에 댓바람에 달려가는 모습은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마치 소년 같은 면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화보가 되는 비주얼이지만 전혀 폼을 잡거나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그 상황에 몰입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가 왜 최근 예능에서 주목받는가를 잘 말해준다. 게다가 그는 늘 가장 힘든 공간으로 들어가거나 미션을 수행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런 면을 가장 잘 보여준 게 최근 <무한도전>에서 했던 아르바이트 특집이었다.

 

그가 위기에 강하다는 건 그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당시 노홍철의 하차로 위기에 빠진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출연한 그가 유재석과 함께 탄광에서 탄가루를 뒤집어쓴 채 벌인 사투는 <무한도전>의 초심을 찾아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 장근석이 갑작스레 하차하게 되어 위기에 빠진 <삼시세끼>를 일으켜 세운 인물이 된 것. 이를 어찌 우연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삼시세끼>의 나영석 PD는 아마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예능 PD들일 것이다. 따라서 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낙점을 받은 차승원을 행운아라고 말하는 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두 프로그램이 겪은 일련의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오히려 차승원을 섭외할 수 있었던 김태호 PD나 나영석 PD가 행운아였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차승원의 이런 매력은 남자다움에서 나온다. 물론 그 남자다움은 결코 마초적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것은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며 힘든 상황도 마다치 않고 해야할 일을 하는 그 모습을 말한다. 그 속에서 자존감을 잊지 않으면서도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고 털털하게 웃는 모습에서는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진정한 남자다움에 끌릴 수밖에 없다.

 

최근 차승원은 아들 차노아의 친부가 낸 소송으로 아픔을 겪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그 어떤 친아버지보다 더 아버지다운 모습을 보여 대중들을 오히려 감동시키기도 했다. 바로 이런 면이 차승원의 진가일 것이다. 그가 위기에 강한 건, 그 상황에서도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의 남자다움의 실체다.

 

 

<무도>, 노홍철 빠진 5인 체제 기회로 만들려면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진 노홍철이 자진 하차함으로서 <무한도전>은 당분간 5인 체제를 맞이하게 됐다. 또 위기설이 솔솔 피어난다. 사실 <무한도전> 위기설은 하도 많이 터져 나와 이제는 그다지 실감이 별로 나지 않는다. 시청률이 조금 빠져도 위기,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불거진 논란으로도 위기, 멤버 중 이탈이 생겨도 위기. 뭐든 나오기만 하면 위기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위기설이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려 10년 가까이 장수한 프로그램이지만 <무한도전>은 그 10년을 그저 근근이 버티면서 살아낸 프로그램이 아니다. <무한도전>은 프로그램명처럼 매 회가 예능의 프론티어이자 실험실이었다. 그러니 위기설이 나오는 건 실제의 위기라기보다는 그런 위기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1,2년도 아니고 무려 10년 가까운 세월의 실험이다. 거의 기적 같은 이런 시도는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제 실험의 곳간이 빈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추측을 하게 만든다. 그러니 조금만 느슨해지거나,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바로 위기설이 등장한다. 다시 말하지만 <무한도전>의 위기설이 빈번한 건,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잘 해 와서 생겨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의 위기는 급이 다르다고 한다. 7인 체제에서 길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고 6인 체제로 넘어올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 노홍철이 빠지고 난 5인 체제는 어딘지 불안해 보인다. 항간에는 5라는 숫자가 무언가 미션을 할 때 둘로 나누기도 어렵고 셋으로 나누기도 어려운 조합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간 해왔던 <무한도전>의 미션 수행이 이 조합으로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또한 노홍철이 가진 <무한도전>의 지분 역시 커다란 공백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게 위기설 대두의 또 다른 요인이다. ‘긍정 아이콘에 무엇보다 <무한도전>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던 그다. 전체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무한도전> 출연자들 속에서 노홍철은 정력적인 청춘(심지어 돌+아이 캐릭터로까지 불리는)의 힘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런 그가 빠졌으니 <무한도전>은 동력 하나를 잃은 셈이다.

 

이처럼 <무한도전> 위기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이번 노홍철 하차로 인한 위기설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데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간 <무한도전>이 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그것을 하나하나 뛰어넘어온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노홍철의 하차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기정사실이다. 남은 건 5인 체제를 어떻게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느냐는 점이다.

 

그렇다면 5인 체제는 과연 <무한도전>의 위기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어쩌면 <무한도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5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그 5인이라는 숫자에 걸맞는 새로운 도전과제들을 찾아내는 건 어쩌면 프로그램이 새로워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출연자의 숫자는 단지 양적인 변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프로그램 전체 양상의 변화도 만들어낸다.

 

만일 6인이 필요하다면 매번 한 자리를 외부에 열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일종의 게스트처럼 보이겠지만 <무한도전>이라는 어찌 보면 출연자들에게만 폐쇄적인 구조를 열어두는 자리로 한 자리를 마련해둔다면 이것은 프로그램에 괜찮은 변수로 활용될 수 있다. 상수들만의 이야기는 자칫 고인 물이 될 위험성도 있다. 이럴 때 새로운 물로서 변수를 활용한다면 상수들의 변화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들에 늘 새로운 이야기를 요구하게 되면서,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 체제가 갖고 있던 패밀리 구조(한 번 팀원이 결정되면 왠만해선 바뀌지 않고 유지되는)’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은 <나 혼자 산다><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새로운 인물이 언제든 들락날락할 수 있는 열린 구조여야 프로그램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아빠 어디가><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들의 발목을 잡는 건 바로 이 패밀리 구조.

 

<무한도전>은 그나마 김태호 PD라는 프로그램에 변주를 만들어내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패밀리 구조가 유지되지만, 이 또한 10년을 거쳐 오면서 서서히 적응된 면이 있다. 즉 이런 상황에서 5인 체제는 기존 패밀리 구조에는 위기처럼 보이지만 지금의 달라지고 있는 예능 환경에서는 하나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은 관심이 집중된 만큼 위기설도 더 많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몇몇 출연진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서 위기가 생겨날 정도로 유약하지 않다. 만일 김태호 PD에게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모르겠지만(만일 이런 상황이라면 진짜 위기가 올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위기는 또 하나의 역발상을 통해 넘어서야할 도전과제가 될 뿐이다. 지금껏 <무한도전>이 그래왔던 것처럼.

 

<무도> 라디오스타 특집, 그 유쾌함과 훈훈함의 정체

 

MBC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특집에는 특이한 연출 구성이 눈에 띈다. 그것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라디오를 진행할 때, 카메라가 전국 방방곡곡의 라디오가 있을 법한 현장을 스케치하며 보여준다는 점이다. 사실 라디오의 소리는 눈에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연출 구성은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마치 눈에 보는 듯한 느낌으로 바꿔준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뮤직캠프> 일일 DJ를 맡아 정형돈이 선곡한 곡을 어느 길거리를 지나는 이들이, 또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이, 또 퇴근길에 지친 몸을 지하철에서 흔들리고 있는 직장인들이 듣는 듯한 그 장면을 눈으로 본다는 건 특이한 경험이다. 그것은 라디오가 가진 소통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귀에서 귀로 전해지는 그 따뜻함. 길을 걷다가도 문득 미소 짓게 만드는 그 기적 같은 순간이 거기에서는 묻어난다.

 

물론 이런 연출방식은 저 박중훈과 안성기가 나왔던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나왔던 것들이다. 영월로 내려가게 된 한물 간 스타가 라디오 지방방송(?)을 통해 다시 세상에 주목을 받는다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가능했던 것은 그 바탕에 라디오가 가진 특유의 감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이 흘러나올 때 카메라는 그 음악을 따라 지역 곳곳의 풍경들을 담아낸다.

 

라디오는 그 소통방식 자체가 동시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지금 이 시각 전국 곳곳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라디오가 주는 훈훈함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우리는 느낄 수 있다. 그러니 그 각자 저마다의 삶을 사는 이들이 똑같은 라디오를 듣고, 거기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함께 취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기적이 아닌가.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특집은 멤버들의 일일DJ 도전이라는 표면의 미션을 담고 있지만, 그 이면이 잡아내는 이 라디오 특유의 감성이 없었다면 밋밋해졌을 아이템이다. 즉 라디오를 소재로 다룬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이를테면 <12>에서 갑자기 라디오국과 연결해 이원생방송을 한다거나, 아니면 라디오 부스를 찾아와 방송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라디오 방송에만 집중적으로 카메라가 드리워졌다면 이번 라디오스타 특집 만큼의 효과를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유재석이 길거리 배회 전문 리포터로 박명수를 세우고 그 시간에 강남역과 신도림역 같은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는 건 그래서 우연적인 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라디오 방송과 그 방송이 닿는 곳곳의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일이다. 정형돈이 실수를 연발하는 <음악캠프>를 진행할 때, 배철수가 느긋하게 앉아서 라디오를 들으며 음악을 신청하는 모습은 그래서 이색적이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을 준다.

 

날이 어둑해져가는 도시를 내다보며 부스 바깥에서 그렇게 음악을 듣는 배철수의 모습은 DJ와 청취자가 역전된 상황을 통해 라디오가 가진 수평적인 소통의 위계 또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누가 일방적으로 전하고 누가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양방향으로 움직이는 소통의 현장을 시종일관 게시판을 확인하며 의견을 읽어주고 신청곡을 틀어주는 DJ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 바로 여기에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특집의 진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세상은 소통하고 싶어 한다. 아마도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라디오스타 특집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젠체할 필요 없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소통시켜주는 라디오는 그래서 이 첨단 미디어의 시대에 의외로 힘을 발휘한다. 레이디스 코드에 대한 유재석의 짧은 추모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모두 먹먹하게 만드는 것이 라디오의 힘이다. 거기에는 엄청난 네트워크와 빠른 속도로 연결되어 있어도 소통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갈증이 묻어난다.

 

라디오의 소통을 기적처럼 바라보게 만드는 건 그래서 어쩌면 시대의 불통이 아닐까.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특집은 라디오라는 매체를 가깝게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시대의 대중들이 희구하는 소통에 대한 갈증을 재확인하게 해주었다. 왜 이처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소통하지 않는 것일까.

 

<무도>에 대한 호불호, 점점 골이 깊어지는 이유

 

역시 <무한도전>은 대단했다. 사실 일반인에게 온전히 메가폰을 맡기고 한 회 분량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보통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무도를 부탁해’에서는 ‘거장 이예준’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부족한 기획과 진행경험 자체를 웃음의 소재로 만들어냈고, 지난 ‘간다간다 뿅간다’ 특집에 잠깐 나와 화제가 됐던 김해소녀들과의 화학작용을 통해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즉 이예준 군이 만드는 예능 자체(논두렁에서 미꾸라지 잡기)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미숙하고 불완전한 프로그램 제작에(그것도 초등학생에게!) 베테랑 MC들과 제작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웃음의 포인트라는 점이다. 일이 생각만큼 풀리질 않아 고민하고 또 점점 의기소침해지는 이예준 군이 오히려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건 부족한 것조차 오히려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김태호 PD의 능력 덕분이다.

 

안양예고 친구들이 기획해 진행한 ‘무한MT’ 특집 역시 소재로서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건 늘 <무한도전>에서 여행가면 했던 아이템의 반복이 아니던가. 하지만 안양예고 여고생들 특유의 디테일한 연출 과정을 김태호 PD는 귀엽고 풋풋한 느낌으로 잡아냈고, 베테랑 MC들은 이 아이템의 핵심이었던 김해소녀들과, 학생과 아저씨 콘셉트로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감정 이입을 만들어냈다.

 

즉 “잠깐 쉬어갈께요!”하고 말하며 슬레이트를 쳐도 그 슬레이트를 친 이예준 군이나 안양예고 친구들을 찍는 카메라는 계속 돌고 있었다는 것. 특집 소제목은 ‘무도를 부탁해’지만 사실은 그간 <무한도전>에 대한 무한 사랑을 보여준 팬들(그러니 아이템들을 줄줄이 외우고 어설퍼도 이런 제작에 뛰어들 수 있었을 게다)에 대한 일종의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팬덤에 보답하는 자리.

 

그런데 이 팬덤이라는 것이 <무한도전>의 최대 장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한계로서 지목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특정 팬덤을 너무 의식하게 되면 정반대로 팬덤 바깥에 있는 일반 시청자들이 의도치 않은 소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무도를 부탁해’ 특집에 쏟아진 호불호는 그 단적인 사례다.

 

<무한도전>이 그간 해왔던 아이템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팬들에게 이런 기획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왜 저들이 저럴까”하는 의구심을 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팬들의 환호는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을 넘어서 일종의 반발심까지도 만들어낸다.

 

너무나 공고한 팬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애정어린 비판조차 허락지 않는 듯한(물론 이건 일부일 것이지만) 분위기 또한 <무한도전>을 폐쇄적인 일종의 성역으로 인식시킴으로서 부정적인 시선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성역이란 것이 그 자체로 피아를 구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만들어지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공격과 방어가 오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팬덤은 의도치 않게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는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초로 팬덤을 소유한 <무한도전>은 그만큼 공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이것은 프로그램의 성장기에는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8년 넘게 지속된 프로그램에서 요구되는 것은 그 팬덤의 세계에 갇혀 <무한도전>의 역사를 반복적으로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8년을 위해 좀 더 과감하게 그 문을 개방하는 자세가 아닐까.

 

‘무도를 부탁해’ 특집은 그래서 <무한도전> 팬덤을 확인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베테랑들의 능력을 발견한 자리이면서, 동시에 새로움과 팬덤을 넘어서는 새로움에 대한 요구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무한도전>에게 앞으로도 주욱 주말의 웃음을 부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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