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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현실마저 무화시킨 <판타스틱>의 판타지

 

나는 암환자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음으로 두려운 것도 없다. 후회? 그런 거 할 틈이 어딨어? 흑역사? 만들면 좀 어때? 오늘의 선물꾸러미는 오늘 다 풀어서 누리는 찬란한 지금을 살겠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후회 없이 저지르며... 가장 젊고 아름다운 오늘을 충분히 만끽해야지!’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의 이소혜(김현주)는 마치 다짐하듯 그런 글을 적는다. 글 제목은 ‘Fantastic’이라 쓰려다 고쳐 쓴 ‘FantastiCancer’.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그녀는 왜 ‘Fantastic’‘cancer’를 붙여 ‘FantastiCancer’라 제목을 붙였을까. 글 내용 속에 들어가 있듯 ‘cancer’가 그녀의 현실이라면 그걸 받아들이는 그녀의 자세는 ‘Fantastic’이다.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도 없고 후회할 틈도 없는 삶. 그래서 온전히 지금의 현재를 만끽하는 것으로 채워지는 삶. 그녀가 암환자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몰랐을 찬란한 지금의 소중함. 그래서 삶의 판타스틱과 죽음은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 그런 의미들이 그 제목에는 담겨있다.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가 말하려는 건 그래서 그 많은 불치병 소재의 콘텐츠들이 하려던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 드라마가 다르게 느껴진 부분이 있다. 그것은 비극적 정조를 강조하기보다는 오히려 판타스틱한 삶의 즐거움쪽에 훨씬 더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처럼 발랄하고 유쾌한불치병 소재의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다.

 

이소혜는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삶이 훨씬 더 풍부해졌다. 마음 속에 두고는 있었지만 과거의 오해 속에 멀리 했던 남자 류해성(주상욱)과 다시 가까워졌고 그 진심을 알게 됐다. 학창시절 둘도 없는 사이였지만 살다보니 소원해진 친구들도 다시 만났고, 암 동지 홍준기(김태훈)를 통해 어차피 모두가 같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똑같은 사람으로서의 공감과 삶의 긍정 같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녀가 비로소 자신의 삶을 판타스틱이라고 적을 수 있게 된 건 실로 그 암환자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나서다.

 

류해성 역시 이소혜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사랑을 더 굳건하게 확인하게 됐다. 그에게 암환자라는 현실보다 중요한 건 사랑하는 그녀가 앞에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하루하루를 그녀의 행복을 위해 채워나가려 노력하게 됐고, 그러면서 우주대스타에 발연기로 살아가던 삶이 비로소 진정성을 갖게 됐다. 삶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되면서 그의 가벼움은 진짜 가벼움이 아니라 그 무거운 현실을 이겨내려는 안간힘으로 바뀌었다. 힘들어도 긍정하며 살아가려는 경쾌함 같은.

 

두 사람의 죽음을 옆 자리에 둔 사랑은 그래서 현실의 복잡다단한 문젯거리들을 오히려 무화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류해성의 과거를 공개해 모든 걸 망치려는 전 소속사 대표 최진숙(김정난)이나, 그로 인해 공들여 만든 드라마가 조기 종영될 위기에 처하게 된 현실 같은 것들이 물론 그들을 곤욕스럽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문제가 이제 그리 큰 일이 아닌 것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난다. 이소혜가 말하듯 후회할 시간도 없고 흑역사 따위 만들면 좀 어떠냐는 그런 태도. 그들 앞을 가로막는 막장의 갑질 현실은 물론 힘겹게 넘어서야 할 산이지만 두 사람의 사랑 앞에 그리 중대한 사태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판타스틱>의 이런 시각은 막장의 현실들에 대해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효과를 준다. 어차피 다 똑같이 떠날 삶에 왜 그토록 막장의 삶을 살아가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죽음 같은 이별이 아프지 않을 리 없다. 다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이소혜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좋은 이별도 없다. 하지만 사랑이 충만한 따뜻한 이별은 있다.’ 

Posted by 더키앙

<판타스틱>, 시한부에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에서 이소혜(김현주)는 말기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시한부라는 설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입견을 불러일으킨다. 그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시한부라는 사실을 숨긴 채 상대방을 밀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버킷리스트를 적고 실현해가는 이야기다.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사실 무수히 많은 시한부 설정의 이야기들을 봐온 시청자들에게 이처럼 두 가지의 선입견이 먼저 떠오른다는 건 이런 이야기가 너무나 많이 반복됐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이 두 이야기 설정에 극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복된 이야기는 식상하다. 제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계속 내놓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판타스틱>이 초반 일찌감치 이소혜의 시한부 판정을 드러내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에 가까운 긍정적이고 유쾌한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간간히 이소혜에게 엄습하는 암의 징후들이 불안감을 형성했지만 예전에 좋아했지만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된 류해성(주상욱)과의 밀고 당기는 관계는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오랜만에 다시 결합한 학창시절의 3인방 이야기는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소혜에게 급성 폐렴이 오고 혹 같은 걸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됐다고 하자 그녀는 돌연 류해성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에게 자신이 홍준기(김태훈)와 사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상처받은 그가 영 마음에 걸려 홀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건 전형적인 시한부 설정의 멜로 구도다. 사실 요즘의 시청자들은 이렇게 가슴 아파하고 숨기고 눈물 흘리는 시한부 설정의 고구마 멜로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어찌 보면 이야기의 위기 상황에서 <판타스틱>을 구원해낸 건 다름 아닌 주상욱이다. 우주대스타 류해성을 연기하는 그는 이소혜의 절친인 미선(김재화)네 부부를 찾아와 상심을 술주정으로 풀어낸다. 그의 조금은 과장된 연기는 침잠하던 드라마를 그나마 다시 발랄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만들었다.

 

물론 이야기의 구성상 이소혜가 류해성에게 자신의 시한부 사실을 알리게 되는 계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너무 질질 끌면서 숨기고 아파하고 상대방도 힘들게 만드는 전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 차라리 빨리 모든 걸 드러내고 힘겨워도 유쾌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펼쳐나가야 훨씬 흥미로워질 수 있다.

 

주상욱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만일 그런 캐릭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일 주상욱이 과장된 연기로 만들어낸 류해성이란 캐릭터가 없었다면 <판타스틱>은 그저 그런 드라마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시한부 멜로에 시댁에 구박받는 며느리의 복수극 같은 이야기의 반복.

 

하지만 우주대스타 류해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한부 멜로가 어떤 양상으로 달리 보일지 기대하게 되고 또 이소혜와 그녀의 친구인 백설(박시연) 그리고 그 자신도 얽혀 있는 절대 갑질녀 최진숙(김정난)에게 어떻게 판타스틱한 응징을 할 것인가가 기대된다. <판타스틱>이 시한부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긍정적인 우주대스타 주상욱이 절실하다.

Posted by 더키앙

<판타스틱>, 같은 시한부라도 <함틋>과는 다른 까닭

 

JTBC 새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에서 여주인공 이소혜(김현주)는 시한부다. 그녀는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게다가 그녀는 가족들 때문에 힘겨운 상황이다. 형부 때문에 집까지 잡혀먹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긴 그녀의 언니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그럭저럭 드라마 작가로서 잘 살아가고 있던 이소혜지만 그녀의 삶은 지금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대체로 이 정도 상황이면 눈물 쏙 빼는 비극이 그려져야 할 텐데 어찌된 일인지 <판타스틱>이 제목이 그런 것처럼 전혀 무겁지가 않다. 오히려 유쾌한 분위기가 이런 비극적 상황 자체를 압도한다. 이소혜는 시한부라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물론 좌절하지만 그렇다고 시종일관 찌질하게 울고 짜고 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는 훌훌 털어내고 어차피 죽어질 몸, ‘판타스틱한 남은 삶을 살아보려 한다.

 

이미 이소혜의 주변에는 그 판타스틱한 삶을 함께 인물들이 포진되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둘도 없이 삼인방으로 지내던 친구들, 백설(박시연)과 미선(김재화)이 그 첫 번째 인물군들이다. 이들과의 우정은 마치 영화 <써니>를 떠올리게 한다. 죽음에 임박한 친구가 옛 친구들을 찾는 그 영화 속 이야기처럼 <판타스틱>은 이제는 제각각 살아오며 저마다의 문제를 갖고 있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 우정을 재확인하고, 그 때의 그 시절로 돌아가 지금 그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모습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현재의 많은 얽히고설킨 문제들은 어찌 보면 살면서 생겨난 관계들에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을 떨쳐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문제 속에서 허덕이게 되는 것. <판타스틱>은 소혜가 갖게 된 시한부라는 설정을 통해 이를 훌쩍 뛰어넘으려 한다. 특히 정략 결혼한 백설이 시댁에서 마치 하녀처럼 사는 삶은, 시한부를 통보받은 소혜를 통한 각성을 통해 향후 친구들과 함께 이 삶을 떨치고 나오는 극적인 이야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인물군은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이다. 우주대스타 류해성(주상욱)은 이소혜와 과거 오해 때문에 안좋을 일을 겪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마음을 주는 인물이다. 진정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이 캐릭터는 그래서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를 한없이 가볍고 유쾌한 코미디로 만들어내는 인물이지만, 적어도 그녀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지해 보인다. 발연기의 대명사 같은 캐릭터로 느끼함이 하나의 코믹한 캐릭터로 만들어진 류해성이란 인물은 <판타스틱>이 시한부라는 무거움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다. 물론 이소혜와의 내일 없는사랑 역시 기대되지만.

 

한편 류해성과 연적 관계에 놓인 괴짜의사 홍준기(김태훈)는 그 역시 암 선고를 받은 캐릭터로 이소혜와는 소울메이트가 되는 인물이다. 동병상련의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에 홍준기와 이소혜는 그만큼 거침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또한 점점 이소혜를 사랑하게 되는 홍준기는 그녀 주변을 맴도는 건강한 남자 류해성을 질투하고 대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소혜의 시한부 삶이라는 무거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판타스틱>은 그녀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과의 판타스틱한 남은 삶의 이야기를 담는다. 시한부라고 하더라도 그걸 바라보는 시각은 오히려 긍정적이다. 마치 이 드라마는 우리네 삶이 누구나 다 시한부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이것은 KBS <함부로 애틋하게>가 시한부 통보를 받은 한류스타를 다루는 방식하고는 너무나 다르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그 시한부의 비극성을 강조하고 있다면 <판타스틱>은 그 시한부이기 때문에 판타스틱해야 하는 삶의 긍정성을 강변하고 있다. 바로 이 유쾌함이야말로 지금의 시청자들이 <판타스틱>에 관심이 가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Posted by 더키앙

시사랭크쇼 '열광', '명작스캔들', 코멘트로 즐거워지는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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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스캔들'(사진출처:KBS)

코멘테이터(commentator). 쉽게 말해 '해설자'다. 흔히 우리가 보는 코멘테이터는 스포츠 해설가다. 경기를 보면서 흐름과 전략 등을 짚어주고 전체의 맥을 그려준다. 코멘테이터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축구경기를 볼륨 없이 보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한 해설은 그 사안 자체를 더 즐기게 해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방송에 이 코멘테이터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물론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서 코멘테이터들은 늘 등장해왔다. 하지만 정보에 재미가 겹쳐지면서 코멘테이터로 방송 출연하는 전문가들은 정보만이 아니라 재미까지 전해주고 있다.

시사랭크쇼 '열광'은 아예 엔터테이너에 가까운 코멘테이터들의 각축장이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이자 명지대 여가문화연구센터 소장인 김정운 교수는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재치 있는 예능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열광'은 시사를 소재로 끌어온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러한 예능감을 가진 코멘테이터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다. 거의 모든 사안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잡학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방송 내내 쉴 새 없이 이야기에 토를 단다. 심지어 김정운 교수가 혀를 내두를 정도. "얘기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더 힘들다"고 할 정도로 재치 있는 코멘테이터로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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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랭크쇼 열광'(사진출처:tvN)

클래지콰이의 호란 역시 독특한 코멘테이터다. 연세대 심리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겉보기에는 섹시한 이미지를 풍기지만, 일단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누구보다도 지적인 변신을 보여준다. 사실 코멘테이터로서 이런 양가적인 모습을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진지함과 솔직함이 그녀가 던지는 코멘트의 매력이다.

최근 KBS에서 새로 시작한 '명작스캔들' 역시 코멘테이터들의 프로그램이다. '열광'에 이어 이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김정운 교수는 조영남과 함께 그 날 그 날 소개되는 명작들에 대한 재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명작을 놓고 다차원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이 프로그램의 형식 상, 다채로운 코멘터이터들은 필수적이다. 드가의 '스타'를 놓고 발레리나 김주원의 코멘트를 듣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미술관에 도슨트(Docentㆍ안내인)가 명작 감상에 깊이를 더해주듯이 '명작스캔들'의 코멘테이터들은 좀 더 즐겁게 명작에 빠져들게 해준다.

코멘테이터들의 시대가 오는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정보에 대한 지적인 갈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정보는 더 이상 배워야할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식은 물론이고 끼로 무장한 코멘테이터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예능보다 재미있는 해설이 가능해진 요즘, 시사나 교양 프로그램 역시 고리타분함을 벗어던지고 부쩍 대중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코멘테이터가 코멘테이너(코멘테이터+엔터테이너)로 넓혀져 가는 과정. 어쨌거나 대중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더키앙

시사도 즐거워지는 토크쇼,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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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사진출처:tvN)

막돼먹은 영애 김현숙씨의 폭탄발언(?). "저 채식을 더 많이 해요. 사람들이 안 믿어줘서 그렇지." '육(肉), 욕(欲), 역(疫)'이라는 독특한 제목으로 고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서부터 그 욕망과 나아가 그것이 만들어내는 구제역 같은 대재앙까지를 다루는 '열광'이라는 시사토크쇼의 첫 멘트는 여타의 시사 대담프로그램과는 이토록 다르다. 믿지 못하겠다는 다른 패널들의 반응에 이어지는 영애씨의 발언이 좌중을 쓰러지게 한다. "육식공룡보다 초식공룡이 더 커요."

그러자 잡학박사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특유의 엉뚱한 입담을 시작한다. "전에 절에 갔더니 스님들이 엄청 뚱뚱하시더라구요. 풀만 드셔도 살이 찌나 봐요." 문화평론가 탁현민이 불쑥 끼어든다. "풀만 먹는다는 것도 편견일 수 있어요.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원문화(?)를 그렇게 좋아하잖아요. 여기저기 가든이 그렇게 많은 걸 보면." 그러자 이 엉뚱발랄한 시사토크쇼의 중심을 잡아주는 김정운 교수가 촌철살인의 화룡점정을 한다. "우리는 가든에서 먹고 파크에서 자죠."

개인적인 잡담처럼 시작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대중들이 보다 쉽게 시사에 접근하기 위해 밑밥을 던지는 것이다. 차츰 토크쇼가 진행될수록 어떤 진지한 얘기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국내 사육시설이 점점 대형화되고 있고 돼지 한 마리당 면적이 한 평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김정운 교수가 화두처럼 꺼내면 호란은 대부분의 돼지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꺼낸다.

하지만 토크쇼는 그렇게 진지하게 깊이를 향해 달려가지는 않는다. 불쑥 탁현민이 자신과 김태훈을 소에 비유해 얘기를 꺼내면서 분위기는 시사의 무거움을 털어낸다. "집단사육이 계속되는 이유는 입맛하고도 상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김태훈씨가 소라면 저 같이 운동 안하고 회사라는 틀에서 사육되는 소의 육질이 김태훈씨 육질보다 훨씬 맛이 있을 겁니다." 분명 시사적인 이슈를 던졌지만 웃음이 빵빵 터지는 이 순간. 이것이 바로 시사랭크쇼 '열광'만이 가진 독특한 토크의 결이다.

왜 토크쇼 하면 늘 연예인들만 나와서 하는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를 들어야만 할까. 시사 대담프로그램은 왜 그렇게 늘 딱딱할까. 상대방 얘기는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는 그런 대담 프로그램을 왜 보고 있어야 할까. '열광'은 분명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바로 이런 기존 예능 토크쇼와 시사 대담프로그램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시사를 좀더 쉽게 접근시키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그래서 신변잡기 같은 각자의 고기 경험이 먼저 얘기되고 그러면서 차츰 차츰 욕망에 대한 이야기, 사회적인 문제들, 그래서 구제역 같은 재앙까지 이야기가 넓혀져 나간다.

'열광'에 열광하게 되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다. 먼저 이 시사토크쇼는 시사를 다루면서도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이론을 얘기하기 보다는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통해 시사에 접근하기 때문에 주장은 설득이 아니라 공감이 된다. 그래 그래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어 하고 수긍하는 순간, 이미 우리는 시사가 그리 먼 세계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양념처럼 유머가 곁들여진다. 시사를 다루기 때문에 이 유머 역시 기존 예능의 웃음과는 사뭇 다르다. 한번 생각해보면 웃음이 터지는 지적 유머는 '열광'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찾기가 쉽지 않다.

시사랭크쇼 '열광'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 김일중 작가는 "그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깊어질 때면 다시 예능의 표면으로 되돌리려 노력한다. "웃음을 주어야죠. 물론 그 웃음의 결은 확실히 다르겠지만." 즉 예능과 시사 사이에 어떤 균형점을 잡아주는 것이 이 시사토크쇼의 관건이 된다. 너무 예능쪽으로 가면 알맹이가 사라지고, 너무 시사쪽으로 가면 재미가 반감된다. 그 중간 지점에 방점을 찍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엉뚱발랄 시사토크쇼만의 색깔이 나온다.

지적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을까. 아마도 기존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익숙한 분들에게 이런 질문은 부정적으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한번 '열광'을 보게 된다면 다른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그저 재밌게 웃으며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그 지적 유희에 열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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