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국을 예견한 <밀회>의 소름끼치는 폭로들

 

그 사람들 기분 좋게 돈 쓰게 하고 또 돈 벌고 그런 걸 두루 돕는 게 내 일이야. 먹이사슬. 계급 그런 말 들어봤어?” “꼭대기는 그 여자가 아니라 돈이다. 아니구나. 진짜 꼭대기는 돈이면 다 살 수 있다고 끝도 없이 속삭이는 마귀.” JTBC에서 방영됐던 <밀회>의 대사들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아니 최근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국을 이미 <밀회>는 예견하고 있었다.

 

'밀회(사진출처:JTBC)'

그것은 단지 등장인물의 이름과 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거론되는 이름이나 병원 이름이 소름끼치도록 똑같고, 그 상황도 딱 맞아떨어져서가 아니다. <밀회>라는 드라마가 하려던 이야기가 지금 현재 뉴스에서 그대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회>는 상류층에 기생해 살아가며 스스로를 우아한 노비라 부르는 혜원(김희애)이 선재(유아인)라는 순수한 청춘을 만나 일종의 내부고발을 통해 그 더러운 실체를 까발리고 노비로부터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이야기다.

 

우리가 이 시국에서 <밀회>를 자꾸만 떠올리게 되는 건, 이 드라마가 일찍이 이러한 내부고발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른바 상류사회의 추악한 진면목이 그저 드라마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는 예술재단과 학원까지 운영하는 서한그룹 서필원 회장(김용건)과 그의 아내 한성숙(심혜진), 딸 서영우(김혜은)가 살아가는 첫 번째 세계 상류층과, 서영우의 대학친구지만 지금은 그 밑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혜원이 사는 두 번째 세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선재라는 전형적인 빈곤층 청춘이 살아가는 세 번째 세계가 등장한다. 이 세 개의 세계를 통해 드라마는 갑질하는 상류층의 삶이 어떻게 우리 사회를 포획하고 있는가를 탐구했다.

 

그것은 자본의 종속관계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친구 사이지만 서영우가 혜원을 비서처럼 부리는 것처럼 첫 번째 세계는 두 번째 세계를 종속하고, 또 혜원이 피아노에 천재성을 가진 이선재를 천거하고 지원하려 하는 것처럼 두 번째 세계는 세 번째 세계를 종속한다.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본에 의해 나뉜 수직적인 서열이 존재한다. 그리고 맨 꼭대기에 있는 상류층의 결정은 저 밑바닥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예술재단에서 이선재 같은 천재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인재를 발굴한다는 의미보다는 자신들이 사실상 돈거래로 상류층 자제들을 입학시켜주고 있는 것을 은폐하기 위함이다.

 

어쩌면 이렇게 날카롭게 현재 우리가 직면하게 된 부조리한 우리네 종속 시스템을 그려냈을까. 물론 드라마는 세 번째 세계, 즉 선재에 의해 균열을 일으킨 두 번째 세계 혜원이 결국 자기 자신까지도 욕망의 도구로 사용했던그 첫 번째 세계를 폭로하는 것으로 상황을 뒤집는다. 지금 현재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이 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 광화문 광장에 집결한 종속 없는 순수한 세 번째 세계가 비판적 의식을 갖고 있던 언론과 야권의 두 번째 세계와 함께 첫 번째 세계의 부조리들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결국 우리는 혜원이 빠져든 욕망을 부추기는 마귀의 속삭임을 이겨내고 선재가 말하는 순수한 세계를 복원해낼 수 있을까. “모차르트가요. 어느 날 갑자기 난 이제부터 귀족들한테 주문 안 받는다.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쓸 거다. 그러다가 일찍 죽은 거라면서요. 그러다 미치고 병들고.” 선재가 이렇게 말하자 혜원은 애써 부정한다. “부자들 돈으로 먹고 살면서도 얼마든지 제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어!” 하지만 그건 진심이 아니다. 선재의 그 한 마디에 마치 노예근성처럼 애써 저 견고한 상류사회의 시스템을 변호하지만 그 이야기는 자신이 예전 한 사이트에서 막귀형이란 이름으로 선재에게 던졌던 말과는 상반된다.

 

그래서 선재가 그 막귀형의 이야기를 혜원에게 들려주자 비로소 그녀는 자신의 양분된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제가 가끔 가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거기 어떤 형이 그러더라구요. 스펙따위 필요 없고 그냥 막 즐기면서 살라고. 저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끝까지 즐겨주는 거요. 저는 이 곡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비트 16, 32 막 쪼개갖고 그래서 어깨 빠지게 연습하고 변주 8번 스타카토 더럽게 맘에 안 들다가 어느 날 갑자기 뻥 뚫려서 기분 째지고 그게 최고로 사랑해주는 거죠. 라흐마니노프랑 파가니니가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그게 장땡이잖아요. 먹이사슬이고 먹이고 뭐.”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저들의 갑질 이야기와 거기에 복무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를 집단적은 우울증으로 몰아넣는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사태의 끝에서 우리는 <밀회>가 보여줬던 결말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너는 어쩌다 나한테 와서 할 일을 다 해줬어. 사랑해줬고, 다 뺏기게 해줬고, 내 의지로는 못 했을 거야. 그래서 고마워. 그냥 떠나도 돼.” 혜원이 선재에게 남긴 그 허허로운 말에 담긴 희망. 이즈음 <밀회>라는 드라마가 다시 보고픈 까닭은, 그 드라마가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실체를 마주하고 거기서 어떤 것이 희망의 길인가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여형사 전성시대, <미세스캅2> 김성령의 매력

 

바야흐로 여형사 전성시대다. 종영한 tvN <시그널>에서 김혜수는 15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청순하고 풋풋했던 젊은 날의 풋내기 여형사와 경험이 풍부한 팀장 여형사의 두 모습을 연기해내 호평을 얻었다. 최근 시작한 tvN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조윤희는 협상전문가 여명하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범인과도 끝까지 소통하고 들어주려는 모습으로 여성성의 가치가 주목되는 여형사다.

 


'미세스캅2(사진출처:SBS)'

<미세스캅2>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아이가 있는 워킹우먼으로서의 여형사가 주인공이다. 그 시즌1에서 김희애는 최영진이라는 강력1팀 팀장으로 열연했다. 시즌2로 돌아온 <미세스캅2>에서는 김성령이 그 강력1팀에 고윤정이라는 팀장으로 들어온다. 같은 강력1팀 여형사라도 김성령은 김희애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낸다.

 

김희애가 시즌1에서 보여줬던 최영진 팀장은 훨씬 더 절박한 캐릭터였다. 아줌마 특유의 촉을 갖고 있고 또한 이것저것 참견하는 오지랖도 넓다. 하지만 사건에 뛰어들어 범인을 잡으려는 그 간절함이 전면에서 보여졌다. 하지만 김성령이 연기하는 고윤정이라는 형사는 이런 절박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허당에 허세까지 느껴지는 모습이지만 실제는 다르다.

 

형사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잘 차려입고 다니지만 누군가를 추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카페 마담이 아니냐는 뒷얘기가 흘러나오지만 거기에 대해 스스로 발끈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지만 매년 기념일마다 벌어진 살인사건이 사실은 연쇄살인이라는 걸 밝혀내고 그 흉기가 산악용 망치라는 걸 찾아낼 정도로 치밀할 땐 치밀한 캐릭터다.

 

고윤정이 연쇄살인범이자 갑질하는 재벌2세인 이로준(김범)을 심문하는 장면에서도 그녀 특유의 웃으면서 농담하듯 물러서지 않는 캐릭터가 돋보인다. 마치 흥분하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고윤정은 상대가 도발할수록 더 침착하게 가라앉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짓말 탐지기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슬쩍 슬쩍 상대를 도발하지만 그렇다고 속내를 아예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전쟁을 선포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시즌1을 겪고 나서일까. 시즌2에서의 고윤정이라는 캐릭터는 훨씬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만일 사회생활을 하는 워킹맘이라면 남자들과 정면에서 맞부딪치는 최영진보다는 때론 슬쩍 피하기도 하고 때론 허허실실한 모습을 보이는 고윤정에게 훨씬 더 공감 가는 면이 있을 게다. 물론 여형사라는 캐릭터로 극화된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워킹맘, 그것도 팀장으로서의 면면은 어쩌면 현실에 살아가는 워킹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면이 있다.

 

<미세스캅2>는 워킹맘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형사라는 직종을 통해 극대화시킨 드라마다. 사실 매일 같이 남자들 세상처럼 구축되어온 전쟁 같은 일터로 나가는 워킹맘들의 처지가 저 고윤정의 상황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차별적인 얘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나오고, 팀장이라고 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되기도 하는 그런 현실 속에서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그런 문제들을 훌쩍 뛰어넘는 고윤정이라는 캐릭터에 공감되는 이유다.

 

고윤정이란 캐릭터는 여러모로 김성령이라는 배우의 면면과 무관하지 않게 탄생한 듯 하다. 지금껏 봐왔던 김성령은 여성적인 매력이 넘치면서도 때론 당차고 때론 시원시원한 사이다적인 면모를 가진 배우다. 그 이미지는 고스란히 고윤정이라는 여형사의 캐릭터로 드러나고 있다. <미세스캅2>를 보는 재미의 반 이상은 이 고윤정이라는 캐릭터와 그녀를 연기하는 김성령에서 나오지 싶다.

<미세스캅>의 균형 맞춰줄 손호준-이다희 콤비

 

SBS <미세스캅>의 추동력은 최영진(김희애)에게서 나온다. 엄마이자 형사인 워킹맘으로서의 고충과 비리에 연루된 상사와의 갈등, 아줌마 특유의 촉을 보여주는 수사는 물론이고,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의 출소로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모두 최영진의 역할이다.

 


'미세스캅(사진출처:SBS)'

이처럼 최영진의 역할은 이 드라마에서 절대적이지만 그렇다고 드라마가 한 사람의 힘으로만 굴러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드라마의 다양한 곁가지 잔재미들이 있어야 시청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 각종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은 그래서 피해자들의 이야기까지 덧붙여져 무거울 수밖에 없지만, 드라마가 시종일관 무거워서는 곤란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미세스캅>에서는 적어도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최영진이 다시 강력계로 돌아와 팀을 꾸리게 되면서 새로운 케미를 보여줄 인물들을 구성해 넣었기 때문이다. 한진우(손호준)와 민도영(이다희)이 그들이다.

 

도무지 앞뒤가 꽉 막힌 것처럼 고집을 피우고 생각보다는 행동을 앞세우는 한진우가 이 팀의 손발과 같은 존재라면 민도영은 행동하기 전에 먼저 꼼꼼히 따져보고 생각하는 머리 같은 존재다. 두 사람이 의견대립을 보이고 부딪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대립에서 기대되는 또 하나는 의외로 피어날 케미다. 같이 현장을 뛸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 때문에 대립하게 될 것이지만 바로 그런 점이 서로를 보완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미세스캅>에서 의외로 달달한 멜로와 웃음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세스캅>은 자못 진지한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시스템의 부조리와 자본의 갑질 그리고 정의의 문제는 물론이고, 이를 사수하는 과정에서 워킹맘이 보여주는 일과 가정의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의 문제들을 건드리면서 결코 가벼워질 수 없는 드라마다. 그러니 그 중심을 세워주는 최영진이라는 인물은 결코 가벼워질 수 없다.

 

대신 그런 잔재미들을 채워주면서 동시에 가족 같은 팀이라는 판타지를 자극하는 존재들로서 한진우와 민도영이라는 캐릭터는 중요하다. 여기에 최영진과 우정인지 애정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 박종호(김민종) 계장과 최영진의 든든한 오른팔인 재덕(허정도)도 빼놓을 수 없는 팀의 일원이다.

 

그 연기를 보여줄 손호준과 이다희는 둘 다 늦게 주목받은 연기자들이다. 외모로만 보면 아직도 창창한 20대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나이 서른을 갓 넘긴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최근 들어 <삼시세끼><진짜사나이 여군특집>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각각 주목받은 두 사람. 연기를 통한 이들의 의외의 케미는 <미세스캅>을 보는 또 다른 재미요소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미세스캅', 아줌마의 촉과 오지랖 어떻게 볼 것인가

 

아줌마들 특유의 촉과 오지랖은 일에 있어서 장점일까 단점일까. <미세스캅>의 최형사(김희애)라는 캐릭터는 제목에 걸맞게 아줌마들의 특성을 오히려 장점으로 장착한 인물이다. 첫 회에서 연쇄살인범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 여자의 집에서 시루떡을 보고는 그것이 '이사 떡'을 빙자한 침입이었다는 걸 간파하는 장면은 이 최형사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준다.

 


'미세스캅(사진출처:SBS)'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에 들어있듯이 아줌마이기 때문에 가진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내 가족의 건강과 재산을 위해서라면 쪽팔릴 것 없고 못할 것 없는 가족의 수호자'인데다, '남자의 직감보다 20배 이상' 뛰어난 아줌마의 '수사적 직감'이 그것이다. 기획의도에 따르면 아줌마의 촉이란 '예컨대, 남편 자동차 조수석 의자가 기울어진 각도만 보고서도 내 남자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잡아낸다거나, 셔츠에 묻은 낯선 머리카락 한 올만으로도 국과수 따위의 감정결과 없이 누구의 머리카락인지 추정하는 능력, 심지어 짙은 스킨과 향수로 도배를 해도 낯선 여자의 향취를 맡아내는 경이로운 능력'을 말한다.

 

기획의도이니 다소간 과장이 있을 것이지만 여성들의 직감이 남성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건 인정할만한 이야기다. 게다가 아줌마들의 오지랖을 '쪽팔릴 것 없고 못할 것 없는' 장점으로 부각시킨 건 흥미로운 지점이다. 최형사가 연쇄살인범이 투항의지를 밝힘에도 참지 못하고 총을 쏜 후 감사를 받는 입장에서 거짓이 아닌 사실 그대로를 밝힘으로써 파출소장으로 강등되는 이야기나, 그랬던 그녀가 아줌마 특유의 오지랖으로 자칫 자살사건으로 종결될 수 있었던 연예지망생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이야기는 모두 이 '미세스캅'이라는 캐릭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 최형사의 캐릭터는 이상하게도 불편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그 모습이 우리가 지금까지 형사물에서 봐왔던 형사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살벌한 범죄 현장에서 최형사 같은 인물이 과연 있을까 싶은 의구심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설혹 그런 인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드라마 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 고개가 갸웃 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마디로 비현실적인 캐릭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본래 판타지를 그리기 마련이고, 따라서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판타지로 그려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불편한 느낌을 줄까. 그것은 혹시 지금껏 남성들의 세계로 여겨져 왔던 형사라는 직업의 세계에 뛰어든 아줌마의 이야기가 주는 이물감은 아닐까. 조직의 부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사실 '조직의 생리가 다 그렇지' 하며 생겨난 일종의 포기상태에 갑작스레 그것이 잘못됐다 얘기하며 나서는 아줌마 형사의 오지랖이 불편함을 주는 건 아닐까.

 

이런 의심이 드는 건 이 드라마가 상당 부분 그 대결구도를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보여주고 있다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기도 하다. 미세스캅 최형사는 여동생과 딸, 이렇게 세 여자가 한 가족을 이뤄 살아가고, 범죄 현장에서 살해당하는 이들은 모두가 여성들이며, 그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이나 사건을 애써 덮으려는 그룹 회장과 2, 그리고 비리 경찰까지 모두 남성들이다. 그러니 마치 최형사 특유의 아줌마 오지랖이 깨나가는 건 단지 잘못된 수사가 아니라 잘못된 시스템으로 굳어져 있는 남성들의 세계처럼 보인다.

 

즉 최형사의 도발은 어쩌면 상명하복의 구악으로 남아있는 폭력적이고 나아가 범죄적인 남성들의 시스템을 향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 남성들의 시스템 앞에 한때는 저항했지만 도무지 변하지 않는 견고함에 포기하고 심지어 순응했던 남성들에게 최형사의 도발은 통쾌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잘못된 것과의 대결이 주는 통쾌함이지만, 그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불편함이다.

 

<미세스캅>이라는 드라마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캐릭터나 캐릭터가 해나가는 성취 또한 현실적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누구도 던지지 않는 그 불편한 질문을 던져본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미세스캅>의 최형사는 물론 비현실성으로 인해 불편함을 준다. 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일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계가 말하는 비현실성이란 오히려 그 세계의 비상식을 말해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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