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와 함께 성장한 이서진, 흐뭇함이 느껴지는 건

산악열차로 한참을 올라가서도 또 꼭대기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tvN <꽃보다 할배>가 찾은 오스트리아의 샤프베르크산. 다른 할배들이 전망대에 일찌감치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이서진은 몸이 불편한 백일섭과 함께 걷는다. 조금 걷다가 숨이 차오르면 앉아 쉬다가 다시 걷는 그 느릿느릿한 걸음은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다른 할배들이 지나간 그 자리를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오른다. 

이서진은 그 곳의 걸어야할 오르막길을 알고는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백일섭 때문이었다. 그는 백일섭이 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인터뷰에서 백일섭은 “왜 안 올라가나, 올라가야지. 속도는 안 맞더라도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진은 그 느린 속도에 보폭을 맞춰 걸었다. 자신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 밤 숙소로 돌아와 술 한 잔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 처음 하던 때랑 지금 자신의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다른 할배들에게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고 경험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몸이 불편해 느린 백일섭 때문에 힘든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이야 알아서 잘 즐기시지만 그렇지 못한 백일섭 선생님과 보조를 맞추며 더 챙겨드리고 싶었다는 것. 

확실히 이서진은 달라졌다. 5년 전 <꽃보다 할배>를 처음 할 때만 해도 그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할배들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멘붕이 되는 이서진의 모습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그런 이서진 옆에서 나영석 PD가 은근히 긁어대며 놀리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었고. 

그런데 이번 여행을 보니 그가 나영석 PD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하며 얼마나 성장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호언장담하며 ‘요리왕 서진이’를 얘기하다가 막상 <삼시세끼>로 판이 벌려지자 밥 세 끼 해먹는데 하루를 온전히 다 보내며 “이런 건 왜 하는지 모르겠다” 투덜댔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그가 <윤식당>을 거치며 ‘경영 귀재’에 칵테일 만드는 바텐더로 업그레이드 되더니 요리면 요리 서비스면 서비스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일꾼’의 테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꽃보다 할배>에서 그는 거의 만능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숙소를 잡고 숙소까지 교통편을 찾아 이용하고 도착해서는 직접 저녁을 한식으로 챙겨 만들어내고, 그 곳에서의 여행 루트까지 짜낸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건 그의 노하우(?)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성숙됐고 성장했다. 한 때 귀차니즘의 캐릭터였던 이서진에게 일어난 흐뭇한 변화다. 

그래서일까. 이번 <꽃보다 할배>의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 더해졌다. 그건 물론 이제 몸이 조금씩 불편해져가는 연세에도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배려의 모습을 보이는 ‘진정한 어른들’의 마음이 느껴져서이기도 하지만, 그 마음들을 경험하며 성장해온 이서진의 변화를 보게 돼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 변화 과정을 나영석 PD가 만들었던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시청자들로서는 마치 ‘사람의 성장기’를 고스란히 공유한 느낌마저 갖게 되었다. 마치 변화하고 성장하는 삶의 비의를 슬쩍 들여다본 그런 느낌.(사진:tvN)

‘꽃할배’ 막내 김용건, 스스로 청춘임을 증명하는 할배

박근형이 손주들을 위해 사놓은 선물 보따리를 숙소 앞 노상카페에 두고 온 걸 뒤늦게 알아차리자, 갑자기 입술에 립밤을 바르고는 김용건이 나선다. 자신이 가져오겠다는 것. 박근형은 자신이 가겠다고 옷을 챙겨 입으려 했지만, 김용건은 자신이 가겠다며 슬쩍 ‘문 여는 연습’을 핑계로 댄다. 백일섭이 화장실이 급하다며 숙소로 올라왔지만 자신이 문을 따는 게 영 익숙지 않아 문 앞에서 그를 힘겹게 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는 거다. 물론 진짜 그런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박근형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댄 그럴듯한 핑계였다. 

제작진들이 둘러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카페에 간 김용건은 거기서 또 ‘농담 본능’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 선물 보따리 때문에 박근형이 옷을 주섬주섬 입으셨다며 “그러니 뭐 나이 어린 내가 내려와야지”하고 말한다. 나영석 PD는 “선생님도 칠순이 넘으셨는데”라며 막내가 된 김용건의 상황에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자 김용건의 하는 말이 기막히다. “글쎄 말이야. 그런데 오랜만에 하니까 또 괜찮네-” 그 말에 제작진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김용건은 기분 좋은 듯 ‘농담 주머니’를 열기 시작한다.

김용건은 백일섭이 화장실이 급한데 문이 안 열려 당황했던 이야기를 하며 “그래도 노력을 해서 잘 열었어”라고 말하고, 나영석 PD는 그 “노력을 해서”라는 말이 우스운 지 그 말을 되새기며 웃는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면서도 “이것도 내가 계산할게...”라고 툭 농담을 건넨다. 나영석 PD는 그 농담을 받아 “700억”이라고 말하고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진다.

이번 tvN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김용건은 ‘신의 한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번 여행의 활력소이자 윤활유가 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걷는 일이 많은 여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김용건이 하는 ‘막내 짓’이 어르신들을 웃게 만들고, 그래서 여행에 활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젊은 제작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이 차이를 무색케 하는 김용건의 무차별적인 농담 공격 속에 제작진들마저 빠져들고 있으니.

아침을 먹으러 가서 별 생각이 없다며 내려오지 않은 백일섭이 “커피 한 잔 하고 싶다”고 했던 그 말을 떠올린 김용건은 대뜸 아메리카노를 시켜 방까지 배달(?)을 해준다. 씻고 침대에 앉아 있던 백일섭은 갑자기 들어와 커피를 건네는 김용건을 보며 기분이 좋아져 파안대소를 터트린다. 김용건은 거기에 생색을 더해 분위기를 다시 띄워놓는다. “따끈따끈해. 막 뛰어왔어.” 그 모습은 영락없이 형에게 칭찬받고픈 막내의 모습이다.

다른 여행지로 이동하는 날 아침 한 자리에 모인 할배들 속에서 김용건은 백일섭의 말대로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 옛날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자신들을 다 잊고 있었던 일들이 김용건의 이야기로 새록새록 피어나면서 할배들은 순간 나이를 잊는다. 그 때 그 시절로 금세라도 돌아간 듯 서로 그 때의 이야기들을 꺼내놓는다. 신구는 “난 웃느라고 정신이 없어”라며 “듣고만 있어도 즐겁다”고 말한다. 백일섭이 “응답하라 199×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하지만 김용건은 오히려 “그 때 그랬어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하냐”고 말했다.

나이 73세에 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끝없이 허허로운 농담을 던지고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막내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게다. 하지만 형들과 함께 하고 있어 그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는 김용건. 또 제작진과 이야기할 때면 항상 존칭을 쓰는 그에게서 느끼는 건 ‘청춘’이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변산>의 제작발표회에서 “청춘은 젊음을 일컫는 게 아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행위”라고 말한 바 있다. 73세 막내로서 행복하다 말하는 김용건은 스스로가 청춘임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다. 그가 사랑받는 진짜 이유다.(사진:tvN)

프로짐꾼 이서진 없다면 ‘꽃보다 할배’ 가능했을까

“미쳤지? 미쳤어.” 이서진이 베를린의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하자 나영석 PD가 짓궂게 몰아댄다. 이동하는데 특히 힘겨운 <꽃보다 할배>였다. 지하철 타는 곳을 잘못 찾아가 되돌아 나와야 했고, 내리는 곳을 잘못 알아 다시 급하게 타야 했으며,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돌아가야 했으니 나영석 PD의 짓궂은 한 마디는 무안해할 이서진을 위한 질책이었을 게다. 그러자 어쩔 줄 몰라 하던 이서진은 그제서야 머쓱해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 상황을 넘겼다. 어르신들은 질책을 하기보다는 허허 웃으며 그런 실수가 오히려 “재밌다”고 해주셨다.

그런 이서진이 ‘고장났다’고 제작진들이 말했지만,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가는 길을 통해서 보니 그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한 차례 실수를 해서 어르신들을 힘겹게 했으니 자신은 더 긴장했는지도 모른다. 베를린 중앙역까지 가는 지하철표를 사는 것 하나만 봐도 이서진의 중압감이 느껴졌다. 한 차례 해봤던 경험이라 혼자서라면 쉽게 했을 테지만 그만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시선이 못내 그를 긴장하게 하지 않았을까. 이서지은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에 맞춰 간신히 표를 끊는 긴박감을 만들었다. 

베를린에서 프라하까지 가는 기차 여정은 ‘건건이’ 김용건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번 여정에서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로서 또 다른 어르신들을 든든히 챙겨주는 조력자로서 이서진에게는 천군만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김용건은 그래도 막내로 더 어린 사람이 와서 이서진을 도와야 하는데 자신마저 부담을 지워준 것 같다며 몹시 미안해한다. 다른 어르신들이야 이서진의 역할이 얼마나 큰 가를 여러 차례 여행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김용건은 처음 겪는 일이라 그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무겁게 느꼈을 것이다. 

프라하에 도착하자 또다시 이서진의 고행(?)이 시작됐다. 숙소까지 가야 하는 일이 그에게는 ‘대모험’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택시로 이동한다”는 말에 반색하는 백일섭이었지만, 택시 타는 곳을 잘못 나와 다시 찾아가야 했고, 그 곳에서도 콜택시로 예약을 해야 택시를 잡을 수 있어 연실 전화를 하며 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혼자라면 별 일도 아니겠지만 어르신들 모두를 통솔해야 하는 입장이다.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두 대의 택시를 간신히 잡아 숙소까지 모두 무사히 도착하게 했지만, 이제 또 예약한 아파트먼트의 키를 받으러 가야 하는 길이 멀었다. 그런데 찾아간 그 곳에서 예약한 아파트먼트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로 나뉘어 있고, 주소조차 택시를 내린 곳에서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은 이서진은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엘리베이터도 없이 계단을 올라야 하는 한 아파트먼트는 포기하고 겨우겨우 찾아간 다른 아파트먼트. 다행히도 그 곳의 숙소는 꽤 넓고 쾌적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여행경로를 미리 파악해 어르신들이 헛걸음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 편안한 숙소를 찾아내고 그 곳까지 가는 이 모든 일들이 <꽃보다 할배>에서는 대모험이었다. 그런데도 이 여행이 가능했던 건 이제 보니 나영석 PD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웃으며 일처리를 척척 해낸 프로 짐꾼 이서진 덕분이었다. 이서진이 호텔 키를 받으러 갔을 때 어르신들이 “이서진 없으면 이 여행 안돼”라고 했던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이 아니라서 이서진의 용돈(?)을 받아 어르신들이 각자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그 과정에서도, 이서진의 부재가 가져온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가 없으니 식사 주문 하나 하는 것도 영 쉽지가 않았던 것. ‘젊은 짐꾼’ 하나 더 붙여서 이서진도 좀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어르신들이 이야기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이서진은 늘 툴툴대고 조금 엉뚱하게 되어버린 일 앞에서도 “내 잘못 아냐”라고 얘기하는 그런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어르신들과의 여정에서 사실 굉장히 힘겨운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게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꽃보다 할배>가 쉽지 않은 여정에도 즐겁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숨은 힘이 아닐까. 실로 어르신들 말대로 이서진이 없다면 이런 여행도, 이 프로그램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사진:tvN)

‘꽃할배’, 어르신들의 즐거운 여행 어째서 감동일까

이순재는 ‘직진 순재’답게 늘 맨 앞에 서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 어르신들의 여행에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서진이 따른다. 그 뒤로 신구와 박근형, 김용건이 걷고 맨 뒤에 백일섭이 뒤따른다. 함께 하는 여행이지만, 이들이 걷는 속도는 다르다. 어르신들이라 저마다의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tvN 예능 <꽃보다 할배>는 숙소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500미터 남짓 되는 거리를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의미 깊게 담아낸다. 심지어 드론촬영으로 공중에서 내려다 본 풍경까지 더한다. 그렇게까지 담아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로 다른 걷는 속도로 걷지만 그것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그 안에서 오가기 때문이다. 

리더격인 이순재는 맨 앞을 걸어가면서도 뒤 따르는 동생들(?)이 잘 따르고 있나 궁금하다. 이서진은 더더욱 조바심이 생긴다. 걷는 속도에 따라 일행이 나눠져서 통솔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고, 무엇보다 맨 뒤에 오는 백일섭이 신경 쓰인다. 중간을 걷는 신구와 박근형은 앞서가는 이순재를 따라가면서도 뒤에 오는 백일섭을 돌아본다. 김용건은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멈춰서 백일섭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같이 걷기도 한다. 서로의 걷는 속도는 달라도 그들은 서로를 마음으로 챙긴다.

베를린에서 동서독 통일의 현장을 둘러보는 일은 걷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일까.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백일섭은 자전거 투어를 할 거라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것이 진짜 즐거워서이기도 하겠지만 걷는 게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는 걸 다른 일행들에게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엿보인다. 박물관 앞에서도 들어가지 않고 그 앞 카페에서 느긋하게 앉아 시간을 보낸다. 

어르신들은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 베를린의 같은 곳을 가도 그 여행하는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이순재가 박물관 구석구석을 다 다니며 ‘알쓸신잡’ 뺨치는 지적 호기심을 드러낸다면, 신구는 그 곳의 숨결을 읽어내려 한다. 박근형이 그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려 한다면 백일섭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를 이서진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순재는 학구파, 신구는 감성파, 박근형은 낭만파, 백일섭은 ‘자유로운 영혼이고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선생님들 구경하시는 거 계획 짜는 사람”이라고.

이렇게 저마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또 자기 색깔이 확실하지만 어르신들은 부딪치는 면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자기 속도를 먼저 체크하고 타인의 여행 방식을 배려한다. 그래서 박물관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는 이순재와 신구를 일찌감치 나온 김용건과 박근형이 들어가지도 않은 백일섭과 함께 농담을 하며 기다린다. 심지어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이서진이 지하철에서 탑승구를 못 찾아 헤매고 내릴 역을 지나와 돌아가도 오히려 그런 일이 처음이라 “신난다”고 말하며 웃는다. 

다른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릴 때, 신구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자 대뜸 같이 나선 김용건이 쉽게 찾아지지 않자 계속 농담을 하는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그건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는 신구를 편하게 하기 위한 농담이다. 간신히 버스 시간에 맞춰 돌아오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더라구”하며 그래서 싸게 했다고 농담을 던지는 김용건은, 피곤할 수 있는 여행에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다음 날 아침 백일섭이 중대발표라도 하듯 30분 일찍 자기가 먼저 출발하겠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뭉클함 같은 것마저 느껴진다. 서로의 속도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속도를 존중하고 그러면서도 폐를 끼치지 않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느껴져서다. 그래서일까.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꽃보다 할배>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뭉클함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여행 중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꽃보다 할배>에서는 어르신들이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 하나에서도 남다른 마음이 느껴진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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