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 시즌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MBC <아빠 어디가>는 중국의 리메이크판 <빠빠취날>로 말 그대로 열풍을 만들었다. 1% 시청률만 해도 대박이라는 중국 방송가에서 이 프로그램은 무려 4%의 평균 시청률을 냈다. 중국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빠빠취날>을 화제로 올릴 만큼 이 프로그램의 반향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정작 원본인 우리의 <아빠 어디가>는 어떨까. 13%까지 나가던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5%대까지 떨어졌다. 위기론이 불거졌고 심지어 폐지론까지 나왔다. MBC측은 출연자를 교체하고 포맷을 대폭 바꿔 시즌3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이의 연령대를 낮추고 일상의 육아를 다룸으로써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을 다분히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SBS <런닝맨>은 중국판 <달려라 형제>가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5주 연속 주간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이 가공할 프로그램은 중국 50개 도시 기준 평균시청률 2%, 분당 최고 시청률은 무려 7%를 기록했다. 현재 중국 내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한 <달려라 형제>는 한 달 간 벌어들인 수익만 무려 5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런닝맨>은 어떨까. 9% 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정적이지 않고 들쭉날쭉하기 일쑤인데다, 화제성면에서는 과거에 비해 확연히 힘이 빠진 모양새다. 물론 이런 본격 게임 예능이 꾸준히 이렇게 오랜 시간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매주 반복되면서 비슷비슷해진 게임 형식은 시청자들에게 매번 참신함을 선사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중국에서는 펄펄 날고 있는데 왜 정작 여기서는 점점 힘이 빠지고 있을까. 이것은 <아빠 어디가><런닝맨>만의 사정이 아니다. 최근 부활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는 MBC <나는 가수다> 역시 중국에서는 매 시즌 화제와 시청률을 가져가고 있지만 우리는 심지어 폐지됐었던 프로그램이다. 어째서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제작방식에서 비롯된다. 우리네 포맷을 가져가 리메이크한 중국 예능들은 모두가 시즌제로 제작된다는 것이 우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는 실로 거대한 차이를 보인다. 최근 MBC<나는 가수다>를 부활시키면서 시즌제로 제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여러모로 중국판 <나는 가수다>로부터 오히려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은 시즌제로 끊어가지 않으면 무한반복의 패턴에 묶여 점차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 일정 기간의 휴지기를 두고 새로운 인물을 구성해야 그 효과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빠 어디가><런닝맨>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매 주말 저녁마다 지속적으로 달려온 이들 프로그램들은 바로 그 제작방식과 형식 때문에 지쳐버린 면이 있다. 이것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나영석 PDKBS를 나오게 됐던 이유를 밝히면서 쉼 없이 무한반복되는 제작방식의 문제점을 거론한 바 있다. 방송사는 이익을 위해 그렇게 매주 방송되기를 원하지만 현장에서 뛰는 PD들은 그렇게 하면 소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영석 PDCJ로 이적해 승승장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래서 그의 프로그램들이 시즌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가 <꽃보다>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킨 힘 중 하나는 시즌제라는 구성 덕분이라는 것이다.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제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화제가 될 만큼 창의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그런 창의적인 포맷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은 방송가에 전혀 갖춰지지 않고 있다. 그저 잘 나갈 때 모든 걸 빼먹는지금 같은 제작 방식은 제작자들의 소모 속도만 빠르게 할 뿐이다. 그것은 당장은 수익이 되도 미래에는 오히려 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안으로서 시즌제가 요구되는 건 그 휴지기가 바로 창작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간 중간의 휴식은 제작자는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나가수>, 가능성 있지만 보완해야할 것들

 

MBC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것은 정작 이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는 고개를 숙였지만 중국에서 그네들 버전으로 만들어져 계속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같은 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면 여전히 생각나는 무대와 가수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첫 무대에 올랐던 이소라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 조용히 바람이 분다를 불렀을 때의 그 감동, 백지영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절절한 목소리, 김건모의 애절하면서도 엉뚱하고 그러면서도 파워풀 했던 무대. 돌아온 임재범이 마치 짐승처럼 불러댄 남진의 빈 잔은 물론이고 비주얼 가수로 자리매김한 김범수의 님과 함께’, <나는 가수다>의 요정으로 등극했던 박정현이 부른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등등. 우리는 여전히 한때 <나는 가수다>가 만들어냈던 그 무대들을 하나의 추억처럼 얘기한다.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한 것도 바로 그런 무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감도 큰 법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는 별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무대도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그나마 효린이 애절하게 불러낸 박선주의 귀로<나는 가수다> 무대에 최적화된 더 원이 부른 백지영의 잊지말아요가 약간의 감흥을 만들었을 뿐, 다른 무대들은 그다지 임팩트가 보이지 않았다.

 

혹자들은 이렇게 된 이유를 가수에서 찾는다. <나는 가수다>를 부활시키려면 임재범, 김범수, 박정현, 이소라 같은 가수들을 섭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분명 이 프로그램의 당장의 가능성은 보여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임시처방이 될 것이다. <나는 가수다>가 특정 가수들의 전유물이 된다는 건 특정한 무대에 묶인다는 뜻이다. 이것은 좀 더 많은 가수들이 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바람과는 어긋나는 일이다.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가 예전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연출 구성이 너무 밋밋했던 탓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갖는 가수들의 긴장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그들의 이야기 또한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무대 역시 그만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저 무대에 올라가 노래하고 내려오는 것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여타의 추석특집 음악방송과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된 것은 편성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데다 보여주려는 무대는 너무 많았던 것에서 비롯된 일이다. 7명의 가수가 한 곡씩 부르는 시간도 빡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는 먼저 자신들의 곡을 부르고 그 순위에 따라 메인 무대의 순서를 정하는 것으로 경연방식을 구성했다. 이렇게 되자 두 곡씩 그 짧은 시간에 담아내느라 보다 압축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즉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앞부분은 마치 사족처럼 보였고 오히려 긴장감을 흩트리는 시간이 되었던 것.

 

또한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경연은 노래에 대한 집중력을 그만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라이브 무대의 공연은 현장에서 봤을 때 훨씬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집에서 TV로 볼 때는 그 감흥이 그만큼 느껴지기가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리는 야외에서 리액션이 중요한 <나는 가수다>의 무대가 살아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실내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면 좀 더 음 하나하나의 묘미를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는 정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회적인 이벤트다. 그러니 그저 추석에 하는 쇼의 하나거니 하면서 넘겨도 될 문제다. 하지만 아쉬움이 더 깊게 남게 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은 분명히 다시 정규화해도 될 만한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MBC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8.2%(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타 방송사 프로그램들을 압도하는 수치다. 그만큼 대중들에게는 그 기대감이 남아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는 다양성 영화로 100만 관객을 넘기는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 기적이 가능했던 건 거기 음악이 있었고 그 음악의 묘미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는 그렇게 음악이 빛나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다변화할 수는 없는 일일까.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 프로그램은 정규화해도 충분히 <비긴 어게인>이 보여준 음악의 기적을 다시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주말예능, 재주는 MBC가 부리고 돈은 KBS가 챙긴다?

 

역시 플랫폼으로서의 KBS의 힘이 작용한 걸까. KBS <해피선데이>(12.9% 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이 MBC <일밤>(10.1%)을 압도했다. 한동안 <아빠 어디가><진짜사나이>로 주말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MBC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다 <12>이 새 진용을 짜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후,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제자리를 잡게 된 KBS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직 그 승패가 확실히 굳어진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KBS <해피선데이>의 약진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을까.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MBC로서는 <나는 가수다>의 악몽이 재현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빠질 법하다.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낸 <나는 가수다>는 결국 무수한 논란으로 내려졌지만 이 비슷한 형식을 가져와 KBS적으로 버무려 만들어낸 <불후의 명곡2>는 호랑이 없는 산중의 왕좌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아빠 어디가>와 유사한 육아 예능을 가져와 같은 시간대에 맞불을 놓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상승세가 심상찮게 여겨진다.

 

<아빠 어디가>가 최저가 배낭여행과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국내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장윤정-도경완 카드에 이어 송일국과 세 쌍둥이를 연거푸 내놓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해외여행을 하는 <아빠 어디가>가 일상을 떠나 있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철저히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브라질 월드컵이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일상 밀착형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더 주목을 끌고 있는 것.

 

항간에는 KBS가 지금껏 보인 이런 포맷 따라 하기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KBS 같은 공영방송에서 새로운 형식을 창출해내지는 못할망정 타 방송사의 잘 나가는 형식을 가져와 KBS적인 변용을 통해 승부를 내는 건 도의적으로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꿩 잡는 게 매라고 KBS의 이 전략은 의외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은 비슷한 형식이라고 해도 KBS라는 공영방송의 플랫폼이 훨씬 시청률면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전부 KBS라는 방송 플랫폼 프리미엄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새롭게 등장한 장윤정-도경완 커플의 이야기는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까지 보여주는 과감함은 물론이고 생명과 부모가 보여주는 감동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선사했다. 또한 철인의 이미지를 가진 송일국이 세 쌍둥이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 역시 새로운 재미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계속 해서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찾아내고 있다는 건 어딘지 정체된 느낌의 <아빠 어디가>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아빠 어디가>와 짝을 이룬 <진짜 사나이>가 예전만큼 화제가 되지 않고 대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짝인 <12>이 승승장구 하는 것도 MBC 주말 예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MBC는 그래도 주말 예능의 경쟁에 들어 있다가 지금은 아예 배제되어버린 SBS <일요일이 좋다>의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순식간이다. 주말 예능 경쟁은 어찌 어찌 하다보면 승기를 놓치게 된다. <나는 가수다>가 그랬듯이 재주는 MBC가 부리고 돈은 KBS가 가져가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인가. MBC는 지금 한때의 승리에 도취할 때가 아니다.

김영희 PD가 전하는 중국판 <아빠 어디가>의 인기비결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는 요즘 중국 방송사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한국인 중 한 명이다. 중국 후난TV<나는 가수다> 포맷이 수출되면서 생긴 일이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 지도와 자문역을 맡아 이른바 플라잉 디렉터(FD·Flying Director)로 활약하게 되면서 그는 마치 한류 예능 콘텐츠를 대변해주는 인물로 부상했다. 지난 9월 그는 북경TV제작자협회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고 12월에는 광저우 난방TV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내년 2월에도 후난TV 초청 강연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의 강연료는 국내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높은 수치라고 한다. 그만큼 그의 말 한 마디에 대한 중국 방송사들의 갈증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중국에서 유명인사 된 김영희PD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가수다>가 국내 가요계 전반에 미친 영향이 실로 지대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 흔치 않은 오디션은 운용에 있어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끝없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대중들의 기대치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를 다양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이것은 결국 시즌제가 아닌 매주 편성으로 프로그램이 운용되면서 생긴 문제다. 적절히 끊어주고 휴지기를 만들어주는 시즌제는 대중들의 기대감을 조절하고 다양한 가수군과 그들이 전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필수적인 형식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결국 김영희 PD<나는 가수다> 형식의 완성은 국내가 아닌 중국이 되었다. 국내에서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나는 가수다> 중국판을 시즌제로 만들었고, 거기에 중국인들의 정서적인 면을 고려한 그들의 영웅상을 무대 형식으로 재현했다. 즉 실력은 출중하지만 메인에서 멀어져버린 가수들을 끄집어내 무대에 올림으로써 중국 대중들의 억눌린 정서를 그 소영웅들을 통해 풀어냈다는 점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즌1의 마지막 시청률이 3% (중국에서는 1%가 성공 시청률이라고 한다)에 육박했던 것.

 

하지만 중국에서의 김영희 PD 입지를 더 공고하게 해준 것은 <아빠 어디가> 중국판의 대성공이었다. 시즌1 중국 시청률이 5%대를 넘었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같은 대도시에서는 무려 8%대에 이르기도 했다. 이 수치는 중국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적인 것이라고 한다.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는 국내에서 매주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판을 지도 감독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마침 중국에 있던 김영희 PD<아빠 어디가> 중국판의 지도와 자문을 맡게 됐던 것.

 

김영희 PD가 들려준 <아빠 어디가> 중국판을 처음 찍을 때 벌어진 에피소드는 대단히 흥미롭다. 처음 촬영 현장에 나가보니 아이들이 장난이 아니더라는 것. 아빠들이 있어도 도무지 통제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방송을 찍어야 하는데 모이라고 해도 모이지도 않는 상황. 결국 김영희 PD는 아빠들을 다 모아 놓고 이렇게 설득을 시켰다고 한다. “당신들의 아이들은 정말 예쁘다. 하지만 지금 이런 식이라면 결코 예쁘게 방송에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아빠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적인 면들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빠들이 아이들을 조금씩 변화시켜가는 모습이 방송에 잡히면서 <아빠 어디가>에 대한 중국 대중들의 열광이 생겨났다고 한다.

 

여기에는 중국만의 특수한 문화적 요인도 깔려 있다. 중국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했던 산아제한 정책(독생자녀제 獨生子女制)으로 1자녀 이상을 둘 수 없게 되면서 소황제(小皇帝), 소공주(小公主)라고 불리는 독특한 아이들 세대가 생겨났다. 외자녀들이 그러하듯이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이들 세대는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 혜택까지 누리게 되었다. 소황제라는 지칭이 말해주듯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칫 이기적이고 나약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문제였다. <아빠 어디가>가 바로 이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주었다는 것이다. 회를 거듭하면서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중국인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나는 가수다>에 이은 <아빠 어디가>가 만들어낸 중국에서의 대성공은 현재 중국의 예능 한류 포맷 러시를 만들어냈다. <12>, <불후의 명곡>, <슈퍼스타K>, <K팝스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뜨겁다 싶은 예능 프로그램 포맷들이 중국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포맷이 <아빠 어디가> 같은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12>은 큰 기대를 업고 지난 6월 쓰촨TV에 포맷 수출계약을 맺어 방영되기도 했는데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것은 여행에 대한 우리와 중국의 정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포맷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성패는 잘된 포맷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현지화하는가 하는 제작진의 파트너십과 노력이라는 것.

 

김영희 PD는 중국이 대단히 매력적인 예능 한류의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불안요소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즉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가진 노하우가 존재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국 중국의 방송사들은 지금 현재 우리네 방송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일종의 투자를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 투자가 성과를 보이는 프로그램이 바로 <아빠 어디가>. 이 프로그램은 지금껏 중국 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자막이 본격적으로 예능의 툴로 활용되면서 중국 방송 전체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지금껏 잘 보이려 하지 않던 중국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소재로서 떠오르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로서 중국 시장에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나는 가수다>에 이은 <아빠 어디가>의 성공에 대해 중국의 광전국(우리의 방통위에 해당>이 최근 한 방송사당 1년에 한 편만 포맷 수입을 허가하는 수입제한조치를 내리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는 관대하기 때문에 특히 중국의 예능 한류는 앞으로도 한동안 장밋빛 흐름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2의 쌀집아저씨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은 국내의 예능 제작진들에게도 고무적인 일이면서 동시에 예능이 한류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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