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복면 쓴 <나는 가수다>로는 위험하다

 

정체가 별로 궁금하지 않다? MBC <복면가왕>의 핵심은 역시 복면 뒤에 숨겨진 가수의 정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궁금증이 과거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사상 초유의 9연승을 달성하면서 <복면가왕>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높인 건 사실이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하지만 대중들 대부분이 일찌감치 음악대장이 국카스텐 하현우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 무대에 나왔을 때야 그 낯섦 때문에 누군지 찾아내기가 어렵지만, 여러 번 반복되다보면 목소리의 주인공의 정체가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다. 무수히 많은 대중들의 귀가 집중되고 그래서 누군가의 입에서 그 복면 뒤의 인물이 거론되는 순간 삽시간에 정보가 확산되면서 심증은 확증으로 굳어져 버린다.

 

이제 정체를 알게 된 마당에 남은 건 출연 가수와 시청자 사이에 놓여진 암묵적인 동의 하에 모르는 척 노래를 듣는 일뿐이다. 특히 패널로 참여해 그 정체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는 역할을 맡은 이들은 사실상 다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도 모르는 척 연기를 해야 한다. 이 부분은 복면가왕이 가진 가장 큰 딜레마다.

 

물론 이것 역시 복면 콘셉트의 음악 쇼가 갖는 묘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대장 이후에 이렇게 정체가 드러나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음악대장을 이기고 새로운 가왕에 등극한 백수탈출 하면된다가 누구라는 건 이미 인터넷 상에서는 거의 다 알려진 상황이다. 또 백수탈출 하면된다에 맞섰던 돌고래의 꿈 역시 일찌감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너무 쉽게 드러났다. 모두가 다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서문탁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최근 들어서 <복면가왕>의 가수들 정체가 쉽게 드러나게 되는 걸까. 그것은 음악대장의 장기집권(?) 이후 그와 대적할만한 가수들을 찾게 되면서 이른바 절정의 고음을 가진 가창력의 소유자들이 무대에 서게 되면서부터 생긴 일이다. 국내의 가수들 중에 이런 가창력을 가진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이미 이들은 <나는 가수다><불후의 명곡>을 통해 대중들에게 노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일찌감치 정체가 드러날 수밖에.

 

<나는 가수다>에서도 지목된 문제들이지만 고음 대결은 프로그램을 단명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것은 음악의 다양한 결들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 자극으로만 치달을 위험성을 갖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음이 가능한 가수들이란 복면을 써도 쉽게 드러난다. <복면가왕>이라는 복면을 쓰고 있지만 이렇게 고음 대결로 흘러가면 사실은 <나는 가수다><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물론 <복면가왕>은 이렇게 절정의 고음을 가진 가수들만 출연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보여줬던 것처럼 고음을 지를 수 있는 가수들이 무대에서 일방적으로 주목받는 건 사실이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복면가왕>이 애초에 내걸었던 다양성의 기치는 흔들릴 수 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복면가왕>은 과거 <나는 가수다>가 처했던 문제를 반복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몇 년째 같은 트렌드, 관성으로 가는 주말예능

 

일요일 저녁 TV를 켜면 마치 시간이 과거로 되돌려진 느낌이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2012<나는 가수다>가 이소라를 첫 무대에 세워 바람이 분다를 들려줬던 그 시절이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 SBS <판타스틱듀오>는 그 콘셉트를 일반인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바꾸었고, MBC <복면가왕>은 편견을 깨는 복면 콘셉트로 변화를 주었다. 물론 그 변화는 기존의 주말을 장식했던 음악 예능과의 차별점을 만들어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반복되면서 차별점은 점점 희미해지고 유사점들이 점점 많아진다. 가창력 대결은 어쩔 수 없이 그 정점이었던 <나는 가수다>를 따라간다. 노래 부르는 가수와 그 놀라운 가창력에 호들갑을 떨며 소름 돋았어라고 말하는 청중 혹은 패널들이 존재한다. <복면가왕>의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무려 9연승을 하고 10연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 그 복면 너머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나는 가수다>에서 절정의 가창력을 보여줬던 그는 지금 복면을 썼을 뿐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가창력의 무대를 이어간다. 하지만 9연승, 10연승 같은 수치들이 <복면가왕>의 관전 포인트로 바뀌어갈수록 복면을 씌움으로써 다양한 가수들의 다양한 음악의 매력들을 추구하던 <복면가왕> 본연의 이야기는 점점 퇴색해져 간다. <나는 가수다>가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건 다양성이 아닌 목청 대결로까지 치달았던 그 서바이벌 콘셉트가 가진 한계 때문이었다.

 

이 대결의 대오에 SBS <판타스틱 듀오>가 뛰어들었다. 일반인과 프로 가수들의 콜라보레이션은 음악 자체보다 그 소통에 더 집중하는 느낌을 주면서 참신한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조금 지나자 전형적인 가창력 대결의 틀로 흘러간다. 이선희가 꾸린 듀엣 무대에 다른 가수들의 듀엣들이 도전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 <복면가왕>의 대결 구도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형식과 구성을 바꾸었지만 그 지향점이 가창력 절정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차별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주말 저녁 TV를 트는 시청자들은 그 차별점을 굳이 찾아낼 정도로 집중하진 않는다. 대신 음악이라는 소재가 같고 결국 여기를 틀어도 저기를 틀어도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는 모습이 나오는 걸 보고는 그게 그거인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이래서는 시청자들이 능동적을 찾아보는 주말 예능으로서 자리하기가 쉽지 않다.

 

KBS <12>SBS <런닝맨>은 주말 예능의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다. <12>은 시즌3를 거치며 무려 9년차에 접어들었다. <런닝맨> 역시 6년을 거치며 최근 300회 특집을 했다. 오래도록 한 길을 달려온 공적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하지만 매번 비슷한 패턴 안에서 도돌이표를 하는 듯한 프로그램의 반복은 때론 식상하게 다가온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두 프로그램은 그 본질이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틀로 귀결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12>은 여행이라는 소재가 전면에 깔려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재미 부분은 대부분 게임이다. 최근 들어 윤시윤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었지만 <12>은 곧바로 복불복 게임의 반복 속으로 들어갔다. <런닝맨>은 아예 대놓고 게임 버라이어티를 추구해온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지만 역시 이 프로그램 역시 너무 비슷비슷한 게임들의 반복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300회 특집으로 한 것이 ‘7 vs 300’이라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시도해온 다양한 게임들의 양을 긍정하게 하면서도 그 단순한 게임들이 너무 많았다는 점들 또한 상기하게 해준다.

 

한때 대중들의 시선을 한 몫에 차지했던 육아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과 군대예능 <진짜사나이>는 이제 그 트렌드가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로운 콘셉트를 집어넣으려고 인물을 바꿔보기도 하고 조합을 바꿔보기도 하지만 이미 지나버린 트렌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한때는 그래도 지상파 3사의 예능 성적표를 가름하던 주말 예능이었다. 주말 예능에서 수위에 오르면 마치 지상파 3사 대결에서 헤게모니를 잡은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과도한 시청률 경쟁을 반복하면서 현재의 지상파 주말 예능은 이른바 되는 콘셉트만 반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음악예능이고 게임예능이다.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해 반복하고 있는 게 육아예능이고 군 소재 예능인 셈이다. 이래서는 이탈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다시 끌어오기가 힘겨워진다. 트렌드는 계속 바뀌고 있는데 왜 여전히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걸까.

<나가수>에서 하나도 더 나가지 못한 지상파 음악 경연 예능들

 

너무 비슷해서 때로는 그게 어떤 프로그램이었는지조차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음악경연 프로그램들 이야기다. MBC가 금요일에 방영하고 있는 <듀엣가요제>, SBS가 수요일 밤과 일요일 저녁에 각각 방영하고 있는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를 보다보면 어디선가 봤던 가수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판타스틱 듀오(사진출처:SBS)'

<신의 목소리>에 출연하는 박정현, 거미, 윤도현, 김조한 등은 누가 봐도 과거 MBC에서 했던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하는 가수들이다. 사실상 <나는 가수다>가 재발굴 했던 가수들이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판타스틱듀오> 첫 회에 무대에 오른 임창정, 이선희, 김범수 역시 <히든싱어><나는 가수다>가 이미 재조명했던 가수들이다. <듀엣가요제>에 출연했던 솔지, 민경훈, 루나, 강균성 같은 가수들은 <복면가왕>이 주목시켰던 가수들이다.

 

이렇게 어디선가 이미 주목됐던 가수들이 한 자리씩 차지해 비슷한 레퍼토리의 곡들을 반복하게 된 까닭은 분명 있다. 결국 가창력으로 소름 돋는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동일한 콘셉트이기 때문에 그 가창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수들을 찾다보니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국내에서 가창력 하나만으로 확고한 무대를 보여주는 가수들은 한정되어 있다고들 말한다.

 

사정은 있으나 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들은 일반인과의 콜라보레이션이나 대결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장착하고는 있다. 하지만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 그리고 <듀엣가요제>가 모두 똑같이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역시 이들 프로그램들을 식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창력을 뽐내는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서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음악의 묘미가 마치 가창력하나만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이들 프로그램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대중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음악은 고음만 있는 게 아니라 저음도 있고, 또 가사도 있으며 최근에는 그저 듣는 수동적인 재미가 아닌 창작의 재미에 더 대중들은 흥미를 갖게 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 역시 가창력대결을 보여주던 시대는 일찍이 지나가 버렸다. 가창력이 아닌 음악적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참가자들이 더 중요해졌다는 건 최근 들어 싱어 송 라이터들이 유독 많이 나오고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힙합 오디션이 그나마 대중들에게 뜨거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되는 이유 역시 이 장르가 결국 개인의 마음을 담은 창작이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악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과 정서가 달라지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상파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최근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은 하나 같이 옛날 <나는 가수다>적 시절에 시간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들의 관심이 가지 않고 있다는 건 시청률 지표 역시 말해준다. <듀엣가요제>7.6%(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6%대로 주저앉았고, <신의 목소리>는 파일럿 때는 10.4%를 기록했지만 정규로 편성되고 나서는 4,5%에 머물러 있다. <판타스틱 듀오>도 파일럿에서는 8.4%를 기록했지만 주말 예능 시간대에 정규 편성되면서 6%대로 뚝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식상하다는 데 이러한 별다른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이 속속 편성되는 까닭은 뭘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명절의 파일럿 경쟁이다. 지금 현재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명절에 파일럿으로 들어와 그 시험대에 오르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래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은 명절 파일럿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온 가족이 다 모여 크게 집중하지 않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형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에 반짝했다고 해서 정규로 들어와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게 최근 이들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물론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 역시 명절에 파일럿으로 나온 것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다. 즉 파일럿이라고 해도 정규로 들어왔을 때 역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만한 참신함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명절 파일럿이 만들어내는 착시효과만을 더 이상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펄철 나는 김영희 PD에 대한 오해와 편견

 

지난 23일 중국에서 첫 방영된 김영희 PD<폭풍효자>1.59%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중국판으로 제작되어 돌풍을 일으켰던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런닝맨>의 첫 회 시청률이 1.4-5%였던 것을 떠올려보면 괜찮은 성적이다. 웨이보에 올라온 댓글들도 반응이 꽤 뜨겁다. 댓글 중에는 제작진들의 프로정신이 존경스럽다는 내용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면서 봤다거나 따뜻한 혈육의 정이 느껴져 좋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영희 PD (사진출처:미가미디어)

이제 첫 회 방영된 프로그램을 갖고 벌써부터 섣불리 성공을 운운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후배들에게 창피한 프로그램은 안하고 싶다던 김영희 PD의 얘기에는 어느 정도 만족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이 흐름으로 2회에 2%를 넘기면 <폭풍효자>는 중국 내에서 대박 콘텐츠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김영희 PD의 이런 중국행과 거기서 이루고 있는 일련의 성과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각은 우려가 겹쳐져있다. 사실상 중국에 가서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말 그대로 중국에서 자리를 잡은 연예인들은 이미 꽤 많이 있다. 추자현이 그렇고 박해진도 그렇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찍은 드라마로 중국에서 주목받는 게 아니다. 중국 드라마에서 맹활약함으로써 주목받은 우리 연예인들이다. 그들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김영희 PD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다르다. 똑같이 중국에 가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것인데 왜 이렇게 시각차가 존재할까.

 

그것은 김영희 PD의 중국 진출이 기술력 유출 혹은 인력 유출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시각은 온당한 일일까. 기술력 유출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의 제작 노하우는 이미 포맷 수출과 함께 지속적으로 중국에 전파되어 왔다.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 그리고 <런닝맨>도 모두 리메이크 권리만 중국 측에 준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이른바 플라잉 PD라는 우리네 연출자가 현지에서 제작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김영희 PDMBC 재직 시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의 플라잉PD로서 중국 후난 위성TV에 파견되어 일한 바 있다. 그는 어차피 기술력이나 제작 노하우가 전해지고 그것이 중국과 평준화가 될 것이라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김영희 PD가 생각한 것은 창의력이다. 기술력은 평준화되어도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구현해내는 창의력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인력 유출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인력은 물론 중국에서 활동하지만 그렇다고 국내를 완전히 떠나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추자현이나 박해진 같은 중국 활동 연예인들이 그렇듯이 언제든 국내에서 기회가 되면 또 일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김영희 PD가 왜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활동을 하려하는 것이고, 그것이 제대로 된 성과를 얻을 것인가의 문제다.

 

김영희 PD는 중국 제작여건과 국내의 제작여건이 너무나 다르다고 말한다. 중국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사들의 위상이 방송사와 거의 대등하다. 어떤 면에서는 저작권자가 가장 대우를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는 외주 프로덕션이 방송사에서 편당 얼마의 돈을 받아 프로그램을 납품하고 방송사가 광고 수익을 전부 가져가는 방식으로 되어 있지만, 중국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제작사가 심지어 광고까지 수주해 그 수익을 방송사와 나누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네 프로덕션들이 방송사의 횡포에 의해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구조다. 제작자로서 김영희 PD가 중국이라는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는 건 바로 이런 다른 환경이 그 첫 번째다.

 

또한 중국시장은 우리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들어와 저마다의 글로벌 콘텐츠를 실험하는 장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성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희 PD도 마찬가지다. 그가 이번에 제작한 <폭풍효자>의 저작권은 고스란히 김영희 PD에게 있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성공하면 오는 4월에 칸느에 가져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영희 PD가 꿈꾸고 있는 건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라는 것을 잘 드러내는 이야기다. 그는 중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꿈꾸고 있었다.

 

워낙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PD였던 탓에 그가 중국에서 활동한다는 소식에는 그만큼의 오해와 편견들이 있다. 마치 한류를 국가 대항전처럼 여기는 시각이 거기에는 깔려 있다. 우리 것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고, 우리가 이러다가 지는 것 아니냐는 식의 관점이 들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국가를 드러내는 건 지난 번 쯔위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김영희 PD는 바로 그 글로벌 시대를 위해서라도 중국이라는 시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로 이런 변화 속에서 국가주의에 발 묶여 수구적인 자세는 오히려 우리네 콘텐츠를 약화시킬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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