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 열린 자세가 최후의 승자를 만든다

 

<불후의 명곡>은 이제 굳이 ‘시즌2’를 꼬리표로 달지 않는다.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성장했고 진화했다. 이제 지금의 <불후의 명곡>을 보며 과거 컨추리꼬꼬가 전설(?)을 모셔놓고도 장난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 때의 <불후의 명곡>을 떠올릴 이는 없을 게다. 어떻게 <불후의 명곡>은 이렇게 엄청난 변신을 통해 그 위상을 지금에 이르게 할 수 있었을까.

 

'불후의 명곡'(사진출처:KBS)

기적 같은 일이지만 처음 <불후의 명곡2>를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대중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의 짝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나는 가수다>의 파괴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가수다>는 어떤 성역 같은 것이 만들어져 이른바 ‘나가수급 가수’는 다르다는 것이 대중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나가수급’이라는 성역은 거기 오르는 가수층을 얇게 만들어버린 한계로 작용했다. 유독 가수 선정 문제로 논란을 많이 겪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가수들의 팽팽한 경쟁 구조는 초반 대단한 긴장감을 끌고 와 무대에 대한 화제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 일종의 ‘나가수형 무대’의 리메이크 방식이나 노래 구성 심지어 가창 방식까지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초반 소소하게만 느껴졌던 <불후의 명곡>은 그러나 <나는 가수다>의 그늘에 가려져 있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힘은 뭐든 필요하면 끌어안는다는 열린 자세에서 나왔다. 초반 아이돌들로 구성되었던 가수진은 차츰 중간급(?) 보컬리스트들이 투입되면서 무게감을 높여나갔다. 그 결과 지금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가수진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는 허각이나 울랄라세션 같은 <슈퍼스타K>가 낳은 오디션 가수들도 있고, 영지 같은 보컬 트레이너 출신 가수도 있으며, JK김동욱이나 정인 같은 이른바 <나가수>급 가수들도 있고, 킹스턴 루디스카나 장미여관 같은 인디밴드에서 박재범 같은 아이돌까지 포진해 있다. 물론 케이윌이나 이정 같은 중간급 보컬리스트들이 보여주는 절정의 무대나, 임태경, 소냐 같은 뮤지컬 가수, 또 문명진 같은 숨은 고수들이 보여주는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불후의 명곡> 들국화 편에서 JK김동욱이 부른 ‘그것만이 내 세상’이나 더원의 ‘이별이란 없는 거야’가 <나는 가수다>의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면, 이번 이승철 편에서 허각과 울랄라세션이 보여준 무대는 <슈퍼스타K>의 감동을 떠올리게 했다. <슈퍼스타K>에서 울랄라세션이 불렀던 ‘서쪽하늘’을 허각이 불렀을 때 그 노래를 듣던 울랄라세션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나, 울랄라세션이 ‘방황’을 불렀을 때 거기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 임윤택의 잔상에 찡했다는 허각의 이야기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다채로워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래 진화라는 것은 끝까지 살아남는 이가 모든 요소들을 가져가기 마련이다. 관객이 보여주는 눈물의 리액션이나 시작 전 잠깐 무음으로 멈춰서는 연출은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하고, 또 전설을 앞에 세워두고 불러야 하는 부담감은 <슈퍼스타K>의 오디션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인디에서 아이돌, 중견 가수들까지 격과 급을 따지지 않는 <불후의 명곡>만의 무대는 즐기면서도 긴장감이 가능한 독특한 자기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경쟁만이 아니라 함께 모여 소통하는 모습, 그것이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라는 것을 이 프로그램은 말해준다.

 

시작은 미미해도 그 끝은 창대하게 된 <불후의 명곡>은 이제 그 특유의 열린 자세로 <나는 가수다>든 <슈퍼스타K>든 뭐든 끌어안으려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결국 그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불후의 명곡>의 끝없는 진화와 성장은 명곡이 가진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만 천착하면서 열린 자세로 천천히 제 갈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지금의 <불후의 명곡>을 만들었다.

대중의 귀, 고음 아닌 마음에서 열린다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가 준비한 ‘새가수 초대전’은 시작 전 있었던 잡음과는 달리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기존 가수들과 새롭게 도전하는 가수들 사이에 이른바 레벨(?)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고는 이런 정도의 가수들이 바로 <나가수> 무대에 오르지 않고 초대전을 거친다는 것이 오히려 과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새가수 초대전’은 대중들에게 지지를 받은 셈이다.

 

'나는 가수다2'(사진출처:MBC)

사실 그간 <나가수2>의 무대는 정체된 느낌이 강했다. 새로움보다는 비슷한 패턴의 반복처럼 여겨졌고, 여전한 고음지르기 대결은 물론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나가수2>의 무대가 가진 특징으로 인식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김건모, 김연우, 이영현, 정엽 등등 물론 여전히 가창력은 최고지만 시즌1부터 지금까지 계속 무대에 오르고 있는 가수들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 때문이었다.

 

물론 잘 하는 가수들이 계속 무대에 오르는 것은 <나가수>의 룰이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나가수> 무대가 어딘지 고정되고 폐쇄적인 느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새가수 초대전’은 훨씬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금껏 계속 봐왔던 가수들이 아니고, 또 방송에도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던 말 그대로 재야고수들이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굴되지 않은 고수들을 발굴해내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나가수>의 진면목이 아니던가.

 

유리, 그룹 플라워의 고유진, 밴드 어반자카파, 게이트플라워즈, 지영선, 더원, 타루, 빨간우체통, 박희수, 조장혁, 소찬휘, 리사. 물론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얼굴들이 많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은 더 지지한 면이 많았을 것이다. 소속사와의 문제 때문에 좋은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음악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조장혁이나 박희수 같은 가수도 있었고,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한 말 그대로의 진짜 숨은 고수 더원도 있었다. 도시적인 깔끔한 사운드에 화음이 돋보인 어반자카파의 무대도 신선했고, 악마처럼 울부짖는 게이트 플라워즈의 야성도 주목할 만했다.

 

‘새가수 초대전’이 결국 보여준 건 <나가수>의 초심이다. 본래 <나가수>에 대중들이 기꺼이 ‘준비된 귀’가 되어주었던 것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심정적인 지지 때문이었다. 김범수나 박정현, 임재범 같은 절정의 가창력을 가졌지만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수들에 대해 대중들이 기꺼이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나가수> 무대는 특별해질 수 있었다.

 

결국 <나가수> 무대의 핵심은 그 들어주는 대중의 귀다. 그런데 그 귀는 제 아무리 절정의 고음과 가창력을 가진 가수가 나온다고 해서 열리는 것이 아니다. 그 귀를 열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거기 서는 가수를 지지하고픈 대중들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보면 왜 같은 가수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나가수2>가 <나가수1>에 비해 감흥이 적은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미 <나가수1>을 통해 충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가수들이 <나가수2>에 또 출연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성가수로서의 헤게모니처럼 여겨지게 하는 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카스텐이나 소향이 나왔을 때 대중들이 보낸 지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들은 물론 최고의 가창력과 음악성을 가진 가수들이지만 단지 그것 때문만으로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그간 방송에 나오지 못했던 인디밴드에 대한 지지가 있었고 CCM이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소향에 대한 신선함이 있었다.

 

똑같이 고음을 질러대도 어떤 것은 절절한 절규처럼 보이지만, 어떤 것은 ‘나 노래 잘한다’는 자랑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 두 반응의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듣는 이의 마음이다. 음악이 청중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건 바로 이런 얘기일 것이다. ‘새가수 초대전’은 그래서 <나가수2>가 가진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 <나가수>의 초심을 보여준 무대를 단 1회의 단발성으로 끝내기엔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불후2>, 음악으로 즐길 수 있는 최대치

 

어쩌면 이렇게 소박하고 단출할 수가 있을까. <불후의 명곡2(이하 불후2)> 현철편에서 소냐가 부른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얘기다. 아마도 이 편곡은 그간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 쏟아져 나온 곡들 중 가장 소박한 곡일 게다. 샘리의 기타가 유일한 반주였고 그 위에 소냐 역시 특별한 기교를 얹지 않은 곡이었으니. 하지만 이 가장 소박하고 단출한 곡은 결국 관객은 물론이고 가수들, 그리고 시청자들까지 감동하게 만들었다.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그것은 진정성의 힘이었다. 현철이 부르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아내 혹은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고정관념에 묶여있었다면 소냐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 전 ‘할머니를 위한 편지’라고 전제함으로써 이 곡에 소냐만의 진심을 담았다. 어머니가 일찍이 암으로 돌아가시고 해외 입양을 기다리던 중 손을 내밀어준 할머니. 그런데 친구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놀림을 당해 원망했던 할머니. 그리고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될 무렵 떠나신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담은 편곡은 이 노래를 소냐의 진심으로 해석하게 만들었다.

 

노래에 담긴 진심이 있으니 다른 것이 뭐가 필요할까. 소냐는 고음을 지르는 창법도 화려한 퍼포먼스도 필요 없었다. 그저 낮게 읊조리듯 가사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는 것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대기실의 가수들은 모두 소냐에게 공감했고 에일리는 눈물을 흘렸다. 관객들도 울었고 이 노래의 주인인 현철도 눈물을 흘렸다. 소냐의 무대는 그 어떤 자극도 목청대결도 아닌 진심 하나를 얹은 것이었지만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물론 이현과의 대결에서 소냐는 떨어졌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소냐가 준 감동은 승패와는 상관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승패에 집착하는 오디션이라면 이런 무대가 가당키나 한 것이었을까. 이것은 <불후2>만이 가진 힘이자 가능성이다. 승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사라진 무대이기 때문에 소냐는 그 무대를 ‘할머니를 위한 편지’로 만들 수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음악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었다. 이런 부담은 사라지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열의가 가득한 무대는 <불후2>만의 경쟁력이다.

 

홍경민은 ‘사랑은 나비인가봐’를 갖고 동요 ‘나비야’에서부터 김흥국의 ‘호랑나비’까지 다양한 나비 노래를 마치 메들리처럼 이어 붙여 흥겨운 무대를 연출했고, 울랄라세션은 ‘사랑의 이름표’를 강렬한 갱스터 힙합으로 해석해 전혀 다른 느낌의 무대를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슈퍼주니어의 려욱은 신동, 은혁과 함께 화려한 퍼포먼스로 전혀 다른 ‘봉선화 연정’을 들려주었다. ‘내 마음 별과 같이’로 원곡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낸 인피니트의 성규나, 폭풍성량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청춘을 돌려다오’를 부른 이현, 또 특유의 카리스마로 부르는 에일리의 ‘싫다 싫어’는 또 어떻고.

 

이들은 오디션을 경쟁한다기보다는 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무대의 한계치를 실험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보니 그 무대 하나하나가 음악이 줄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들을 보여줄 수 있었다. 속삭이듯 부르지만 그 진심에 울게 되는 소냐의 무대나, 군무의 퍼포먼스가 한없이 즐거워지는 슈퍼주니어의 무대, 또 재치와 자신감으로 새로운 해석의 묘미를 전하는 홍경민의 무대 등등. 그들의 무대는 음악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의 최대치를 끄집어낸 것들이었다. 아마도 현철이라는 이름과 그 트로트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조차 그 속에 담긴 가사들을 다시 음미하게 되는 무대가 되지 않았을까.

 

재해석이 극대화된 즐거움, 이것은 <불후2>가 <나가수>의 짝퉁에서 청출어람이 된 이유다. <나가수>가 최고라는 음악적인 위치에 도취되어 있을 때, <불후2>는 스스로를 낮추고 음악이 대중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치의 다양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나가수>가 보여준 절정의 가창력 앞에 대중들은 고개를 숙였을지 모르지만, <불후2>의 즐거움 위에서 대중들은 함께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오디션이라는 경쟁시스템. 도대체 음악에서 경쟁이나 순위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 이제 음악을 제대로 듣게 된 대중들은 경쟁 그 자체보다 음악이 주는 보다 많은 즐거움을 원한다. 청출어람 <불후2>는 그런 점에서 <나가수2>가 보여주는 한계와 문제점에 이제는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1박>에서 <나가수>까지, 시즌2 무엇이 문제일까

 

<1박2일>은 주말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해오다 시즌2를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한때 가요계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파장을 일으켰던 <나는 가수다>도 시즌2에서는 점점 잊혀져가는 예능이 되어가고 있다. <청춘불패>는 시즌1에서 농촌과 아이돌을 엮어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즌2에서는 그다지 존재감 없는 예능이 되었다. <탑밴드> 역시 시즌1에서는 시청률은 낮았지만 호평을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즌2는 시청률도 더 떨어졌고 평가도 좋지 않은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시즌2를 선언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1박2일'(사진출처:KBS)

본래 시즌2는 시즌1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즌2가 기획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즌1에서 만들어진 기대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시즌2는 보통 신생예능보다 훨씬 더 높은 기대치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다지 별로 다르지 않은 시즌2를 접하게 되면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게 된다. 또 그렇다고 너무 색다른 시즌2를 했다가는 시즌1과의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되어버린다. 한 마디로 시즌2는 그 변화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

 

<1박2일> 시즌2의 경우 시즌1과 그다지 차별성이 없는 형식을 반복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반면 <나는 가수다>는 시즌2에서 생방송 경연이라는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시즌1이 갖고 있던 음악의 질까지 생방송이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어려워졌다. 결국 <나는 가수다>는 생방송을 접고 시즌1으로 회귀하는 중이다. 하지만 시즌1과 차별화되지 않는 현재 방식의 회귀는 대중들의 관심 자체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청춘불패>는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변하고, 변해야 할 것이 변하지 않은 시즌2로 인해 추락을 경험했다. 즉 프로그램의 의미인 시골이라는 공간을 게임의 장으로 변질시킨 것이 패인이 되었다. <탑밴드>는 시청률을 올리겠다며 ‘악마의 편집’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밴드 음악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시즌2를 하면서 대거 바뀌게 되는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이 이탈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한 명 정도가 바뀌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프로그램의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여러 명이 바뀌면 지금껏 만들어져 온 출연자들 사이의 관계가 전부 바뀌게 된다. 캐릭터가 관계에 의지한다고 볼 때, 완전히 달라진 관계는 기존 자리 잡았던 캐릭터마저 흔들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1박2일>의 이수근과 김종민은 대표적인 사례다. 강호동도 없고 이승기도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경험이 많은 이수근은 <1박2일>을 전면에서 끌고 가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되었다. 하지만 이수근의 본래 역할은 프로그램의 빈 자리를 채우면서 의외의 웃음을 주는 것이지 진행 자체는 아니다. 이것은 김종민도 마찬가지다. 김종민은 누군가와의 관계로 섰을 때 큰 웃음을 주지만, 단독으로 섰을 때는 그저 불안한 캐릭터가 된다. 김종민이 ‘김선배’라는 캐릭터로 자리하는 <1박2일>은 그래서 때론 안정감이 없게 여겨질 때가 많다.

 

한편 <나는 가수다>나 <톱밴드>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게 사실상 출연자들이다. 누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시즌2로서의 차별성이 그 자체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2>는 시즌1과의 연계를 위해서 기존 가수들 중 6명을 시즌2에 합류시켰고 여기에 새 가수들 6명을 더해 12명이 경연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캐스팅이 시즌2만의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데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카스텐의 등장과 반향은 거꾸로 이 시즌2의 초기 캐스팅의 문제를 드러낸다. 대중들은 좀 더 파격적인 가수들의 등장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탑밴드>는 출연 밴드들만 보면 이게 오디션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라인업이 이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유명 밴드들의 출연은 효과적이지 못한 방송으로 인해 오히려 주목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많은 유명 밴드들 중에서 그나마 인지도가 확실히 생긴 밴드는 장미여관 정도. 피아나 내 귀에 도청장치, 데이브레이크, 몽니, 트랜스픽션... 그 어떤 밴드 하나라도 거의 한 회분의 분량을 만들만큼의 스토리와 음악을 가진 밴드들이지만 결국 오디션이라는 한 무대에 변별력 없이 서게 됨으로써 안타깝게도 하향 평준화된 인상을 만들었다.

 

물론 시즌2가 전부 실패한 것만은 아니다. 알다시피 <불후의 명곡2>나 <정글의 법칙2>, 그리고 최근 19금 예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SNL코리아2> 같은 경우는 시즌2의 성공사례다. 하지만 여기서 <정글의 법칙2>나 <불후의 명곡2>는 예외적인 경우다. <정글의 법칙2>는 형식상 시즌제를 해야만 가능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여타의 시즌 선택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다르다. 또 <불후의 명곡2> 역시 본래 계획에 없던 것이 오디션 열풍으로 생겨난 것으로서 시즌2라 얘기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시즌1과의 연관성도 그다지 많지 않은 거의 신생 예능의 인상이 짙다.

 

그런 점에서 보면 <SNL코리아2>의 성공은 시즌제의 모범답안처럼 보인다. 시즌1이 보여줬던 신랄한 시사 정치 풍자 코미디에 시즌2는 19금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얹었다. 시사 정치 풍자의 강도도 시즌1보다 훨씬 더 강해져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는 상태. 무엇보다 <SNL>이 본래 정치와 섹스코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시즌2는 <SNL코리아>의 진정한 완성이라고 볼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런 시즌1과의 연계성과 시즌2만의 확실한 차별성이 <SNL코리아2>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SNL코리아2>의 성공은 케이블 채널이라는 특정 성향을 감안해보면 일반적인 시즌2의 성공사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시즌2는 <1박2일>이나 <나는 가수다> 같은 주말예능의 강자들조차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아직까지 시즌제에 대한 인식이 시청자들이나 제작진들 모두에게 낯설다는 것도 한 이유고, 시즌2 선언이 자발적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이 어려워지는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지는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건 시즌1과의 연계성과 시즌2만의 차별성 사이에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시즌2는 그래도 계속 생겨난다. <남자의 자격>이 사실상 시즌2 성격의 변화를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로그램의 힘이 빠지자 새로운 멤버를 넣어 새로운 동력을 찾아보려는 것이지만, 이런 식의 시즌2 기획은 안타깝게도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 수많은 시즌2에 무릎 꿇은 예능 프로그램이 그 많은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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