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에 이은 오나라, ‘삼시세끼’ 게스트가 만드는 힘

 

역시 나영석 PD는 다 계획이 있구나.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의 출연자들과 게스트를 보면 그저 산골에 들어가 삼시세끼 챙겨먹는 걸 담는다는 단순한 듯 보이는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세심한 계획과 배려들이 담겨 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염정아와 윤세아 그리고 박소담을 이번 편의 주인공으로 세운 건 그간 예능계에서 여성 주인공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걸 여러모로 염두에 둔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이미 어느 정도의 편한 관계를 가진 이들을 함께 출연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하는 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바로 그 ‘편안함’에 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이 이미 사전에 친숙한 관계를 가진 이들이라면, 그 관계까지 프로그램이 끌어오는 것. 이건 여러모로 자연스러운 친숙함을 끄집어낼 수 있는 포석이다. 알다시피 염정아와 윤세아는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로 언니 동생하는 케미를 이미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여기에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막내 박소담이 합류했다. 이 만만찮은(?) 언니들 속에서 싹싹함으로 귀여움을 오히려 독차지할 인물.

 

박소담은 염정아와 같은 소속사라는 점이 더 편안함을 만들어줬을 거라 여겨지는 캐스팅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염정아에 박소담까지 출연하고 있으니 같은 소속사 이사인 정우성에 이정재까지 관계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서 첫 번째 게스트로 정우성이 등장한 것도 사실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를 만나는 대목에서 나영석 PD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함께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다. 딱 봐도 도시에 어울리는 두 사람이 산골에서 삼시 세끼 해먹는 광경만 나와도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정우성은 하룻밤의 <삼시세끼> 게스트 출연으로 “적성을 드디어 찾았다”고 말할 정도로 이 산골의 체험이 괜찮았다는 걸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돌아갈 때는 나중에 다시 찾아오라는 나영석 PD의 제안에 “생각해보겠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지만.

 

하지만 계획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첫 번째 산촌에서의 하룻밤이 낯설었다면, 두 번째 찾아온 이들은 너무나 죽이 척척 맞아 돌아가는 ‘일개미’들의 면면을 보여줬다. 손 큰 맏언니의 포스를 보여주는 염정아가 전체 일을 진두지휘한다면, 윤세아와 박소담은 든든한 양팔로 음식을 만드는 일이나 비를 피하기 위한 천막을 치는 일도 척척 해냈다. 먹거리는 갈수록 풍성해졌다. 수제비 떡볶이에 비빔국수, 제육볶음에 아욱된장국까지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너무 맛있어”가 될 정도.

 

이렇게 관계도 또 산골 살이에도 익숙해지는 건 출연자들만이 아니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까 싶지만, 역시 이 부분에서 나영석 PD의 ‘계획’이 또 등장한다. 다음 게스트로 오나라가 출연한다는 것. <스카이 캐슬>의 염정아, 윤세아, 오나라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박소담이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하고 말하는 대목은 아마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방식의 게스트 활용은 처음 <삼시세끼>를 시작할 때 시도됐던 것들이다. 당시 이서진을 중심으로 옥택연, 김광규, 최화정, 김영철, 윤여정, 류승수, 김지호까지, KBS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 출연했던 이들이 <삼시세끼>에 출연했던 것. <삼시세끼> 산촌편에는 이제 <스카이 캐슬>의 케미들이 다시 산골에서 어떻게 또 다른 모습으로 보여질 지에 대한 기대감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별한 일이 전혀 벌어지지 않는 것 같아도 나름 모든 계획이 있다는 게 엿보이는 대목이다.(사진:tvN)

염정아부터 정우성까지 화려한 출연진... 하지만 너무 익숙한 형식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은 출연자들의 면면이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금껏 남성 출연자들 중심으로 이끌어왔던 프로그램에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을 투입했다. 염정아와 윤세아는 JTBC <스카이캐슬>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고 여기에 척 봐도 싹싹하고 귀여운 막내 박소담이 더해졌다. 어딘지 허당기가 엿보이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의 염정아와 다정다감하고 유쾌한 윤세아 그리고 어리지만 의외로 이 시골살이가 더 익숙해 보이는 박소담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이번 <삼시세끼> 산촌편을 떠나기 전 사전 미팅 자리에서 나영석 PD는 이 프로그램의 ‘본래 기획의도’를 강조했다. 그건 이 곳에서 나는 작물들을 직접 수확해 음식을 해먹는다는 그 취지를 이번 편에서는 제대로 살려보겠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하면 도회적인 방식의 요리나 식사는 잠시 접어두라는 나영석 PD의 은근한 엄포(?)다.

 

세 명 중 그나마(?) 요리를 하는 염정아가 메인셰프가 되었지만, 이 산골집에서 아궁이도 직접 만들고 솥을 걸어 불을 피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주부9단이라도 허둥대게 만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식재료들을 텃밭에서 직접 가져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솥밥에 콩나물국을 끓여먹으려던 식단은 만들면서 콩나물밥에 이상하게도 매운탕 맛이 나는 된장찌개(혹은 국)로 변신한다.

 

불 하나 피우는 일이 어렵고, 솥단지를 세워 요리를 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도 금세 익숙해진다. 염정아는 반나절만에 자신이 마치 그 곳에서 오래 산 사람처럼 밥을 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감자를 잔뜩 캐와 부쳐 먹고 삶아먹고, 야채들을 가져와 즉석에서 겉절이를 무쳐 먹는 맛은 비가 촉촉한 산골 풍경과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허기(정신적 허기까지)를 돋운다. 저런 곳에서 하루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으로 전날 남은 밥을 볶아 만든 볶음밥을 쌈으로 싸먹는 아침도 식욕을 돋운다. 박소담이 좋아하는 계란국은 속은 뜨듯하게 데워준다. 실로 <삼시세끼>의 본래 취지에 맞는 그림들이 나온다. 모난 인물 하나 없이 모두가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끼니를 챙겨먹는 풍경. 하지만 처음 당황했던 상황에서 금세 적응해 너무 척척 잘 맞아 돌아가는 세 사람의 모습은 프로그램으로 보면 다소 심심하게 다가온다.

 

굳이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삼시세끼>는 지금껏 ‘아무 것도 안하고 세 끼만 챙겨먹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 안에 인물들끼리의 툭탁거림이나 투덜댐이 예능적 재미를 부여했던 프로그램이다. 이서진은 계속 투덜댔고, 심지어 이 프로그램은 망했다고 선언했던 인물이고, 유해진과 차승원은 살가우면서도 툭탁대는 부부케미를 보여줬다. 아직 진면목이 드러난 건 아니지만 염정아와 윤세아 그리고 박소담은 이들과 비교하면 너무 ‘평화로운’ 정경을 보여준다.

 

그 어딘지 심심함을 나영석 PD가 가만 놔둘 리가 없다. 그래서 슬슬 고기반찬으로 유혹해 감자 한 상자에 1만5천원을 쳐주겠다며 노동을 부추긴다. 이렇게 키워낸 욕망은 향후 장터에서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줄 것이고, 거기서 사온 재료들이 식단 또한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서둘러 정우성 같은 초특급 게스트를 투입한다. 정우성의 등장은 프로그램 초반부의 심심함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놓는다.

 

<삼시세끼>를 워낙 다양한 버전으로 다양한 인물들과 해왔기 때문인지 나영석 PD는 캐스팅부터 과정까지 능수능란하게 어떤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들여다보면 이번 편에서 염정아와 윤세아 그리고 박소담이라는 새로운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여러 번 반복되어 갖게 된 익숙함과 능숙함은 이 프로그램의 최대 난적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런 자연이 주는 힐링의 시간들을 그간의 <삼시세끼>를 통해 익숙하게 경험해왔다. 그래서 인물은 바뀌었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보여지는 풍경들은 예전만큼의 감흥을 주기가 어렵다. <삼시세끼>는 여전히 재밌다. 하지만 그 반응은 예전만큼 100%의 호평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건 어쩌면 나영석 PD가 지금 처한 가장 큰 난제가 아닐까 싶다. 그는 이제 베테랑이고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갖고 있지만, 그것이 이제는 대중들에게도 너무 익숙한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이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재밌지만 앞으로도 계속 더 재밌어지려면 나영석 PD가 반드시 넘어야할 산으로 보인다.(사진:tvN)

유연석·손호준의 ‘커피프렌즈’, 내내 느껴지는 훈훈함의 정체

“즐기면서 기부할 수 있는, 기부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일), 뭐가 있을까 그러다가 커피를 제공하고 우리는 대신 모금을 받고...” 유연석은 나영석 PD에게 ‘커피프렌즈’라는 기부 프로젝트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다. 유연석과 손호준의 이른바 ‘퍼네이션 프로젝트’로 알려진 커피프렌즈의 ‘푸드트럭’에는 ‘기부 한 잔의 여유 함께 하실래요?’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기부자들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따뜻한 마음까지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 tvN <커피프렌즈>는 이들이 해온 프로젝트를 프로그램으로 끌어안았다. 

나영석 PD는 유연석과 손호준에게 이 행사를 자신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사실상 그들이 해온 프로젝트에 은근히 숟가락을 얹는 일이지만, 훈훈하기 이를 데 없는 제안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로 우리에게 익숙한 박희연 PD나 기획적인 도움을 주는 나영석 PD나 모두 이 기부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은 <커피프렌즈>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그냥 제주도에 브런치 카페를 여는 게 아니고, 그 카페를 통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귤밭에 있는 창고를 카페로 개조하는 일에 이들의 친구가 나서고, 통창으로 귤밭의 정경이 보이는 카페에서 도움을 줄만한 이들을 유연석과 손호준이 직접 전화를 해 참여시키는 과정 또한 훈훈한 풍경이 된다. 프로그램으로만 보면 출연자 섭외라고 할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로 보면 기부에 동참하는 이들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형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참여한 양세종이나, 손호준의 요청에 기꺼이 참여의사를 밝히는 최지우가 이 귤밭에 만들어진 카페 커피프렌즈를 찾아오는 장면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마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정경이 그러했듯이, <커피프렌즈>는 유연석과 손호준에 최지우와 양세종까지 더해지니 일단 눈부터 흡족해진다. 여기에 제주도의 귤밭이 주는 풍광에 잘 꾸며진 카페와 거기서 정성스럽게 만들어지는 커피와 음식들이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선남선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그 풍경이 일단 즐겁고, 이들이 이렇게 모인 마음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거기에 마치 카페 가득 채워질 것 같은 커피 향이 주는 훈훈함까지.

나영석 사단이 해온 꽤 많은 창업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커피프렌즈>는 창업 이전에 기부라는 따뜻함을 더함으로써 분명히 다른 색깔을 만든다. 이렇게 되니 이 외진 곳까지 굳이 찾아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는 손님들까지 달리 보인다. 그들 역시 어찌 보면 유연석이 말하는 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는 분들이 아닌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왔다가 카페에 오게 된 한 손님은 이 곳에서 갑자기 만나게 된 이 시간이 한 해 동안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브런치 카페라는 특징은 식사를 위한 음식점과는 또 다른 <커피프렌즈>만의 풍경을 만든다. 카페라는 공간이 그러하듯이 음식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거기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인근 학교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 곳을 찾은 선생님들은 2019년의 계획들을 이야기한다. 한 선생님은 휴직의 꿈을 갖고 있다며, 독일로의 유학을 꿈꾼다고 하고, 다른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쌤이 빠지면 큰일인데 그래도 선생님 꿈이니까 잘되면 좋겠다”고 말해준다. 또 “잠시 회사 생활을 잊고 여행 온 기분이 든다”며 이것이 “15분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수다지만 거기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주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이미 유연석과 손호준이 해오던 기부 행사에 나영석과 박희연 PD가 판을 벌였고, 거기에 최지우와 양세종이 동참했다. 그리고 하나 둘 찾아오는 손님들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는 그 과정들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 또한 마음으로의 참여를 하게 만든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무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거기 카페에 모여드는 마음들이 있어 그건 작은 기적처럼 보인다. 이것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간단한 음식이지만 보면서 내내 느껴지는 훈훈함의 정체다.(사진:tvN)

시즌제 위에서 펄펄 나는 나영석 사단, 여행 위에 쓴 예능사

vN 예능 <알쓸신잡3>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영역을 넓혔다. 이전 시즌에서 슬쩍 나왔던 해외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영석 PD는 놓치지 않았다. 한 프로그램의 지나가듯 던져진 작은 이야기로부터 또 다른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건 나영석 사단의 중요한 제작방식 중 하나다. <꽃보다 할배>에서 농담처럼 나왔던 이서진의 요리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삼시세끼>가 만들어졌고, <신서유기>에서 비롯되어 <강식당>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알쓸신잡3>는 그 여행지 선정부터가 야심이 넘쳐난다. 그리스에서 피렌체를 거쳐 독일로 가는 그 여정은 서양사를 조금 들여다본 본들이라면 그냥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서양문명의 발상지라고도 얘기되는 그리스가 고대 문명의 문화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면, 피렌체는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가 꽃핀 시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 방영되진 않았지만 독일은 여러모로 근현대로 넘어오는 역사들을 포함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그 흐름을 여행지를 통해서 어느 정도 훑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응도 좋다. 조금 진지한 지식 수다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고 그간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현장의 화면들과 자료 화면들이 더해져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되니 더 깊은 지적 쾌감을 준다. 무엇보다 시즌1을 성공시킨 유시민, 김영하 작가가 전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놀라운 면모를 이어가고,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김진애 교수와 김상욱 박사의 진솔한 건축, 미술 그리고 과학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더해진다. 그저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지친 분들이라면 지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알쓸신잡3>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새로 시작한 <신서유기5>는 <알쓸신잡3>와는 정반대의 결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할 법한 무식함이 갖가지 게임과 퀴즈로 이어지고, 여지없는 폭풍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그 무식함이 과해 논란의 소지를 만든다는 아슬아슬함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사건도 많고 사고도 많은 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분들에게 <신서유기5>의 ‘무조건 웃기기’ 콘셉트는 그 자체로 기능하는 바가 있다 생각된다.

이번 시즌의 콘셉트는 ‘귀신 분장’이다. 그래서 처녀귀신, 저승사자, 가오나시, 강시 등등으로 분장한 출연진들이 그 모습 그대로 홍콩 시내를 활보하며 게임을 하고 음식을 먹는 장면들은 마치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보는 듯한 웃음을 준다. 게다가 매번 이어지는 퀴즈와 게임들은 그 놀랍고도 기상천외한 답변으로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웃음을 주는 아이템이다.

현재 순항중인 <현지에서 먹힐까>도 지난 시즌인 방콕편에 비해 이번 중국편이 단연 화제성에서나 시청률에서 성공적이다. 물론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제 나영석 사단에서 벗어나 있지만 <신혼일기>에서부터 그 사단 아래 성장했던 이우형 PD의 독립 프로그램이다.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가 당시 후배들과 함께 작업하겠다고 공언한 후, 함께 했던 PD들인, <윤식당>의 이진주 PD, <알쓸신잡>의 양정우 PD 그리고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우형 PD가 모두 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신서유기>의 신효정 PD는 본래부터 자기 색깔을 확고히 갖고 있던 PD이고.

이번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이우형 PD에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이 프로그램의 관건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음식을 할 것인가 만큼, 누가 그것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걸 확연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연복 셰프는 온전히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고, 그의 성공철학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향후 새로운 시즌을 계획한다면 누구를 중심에 세울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걸 이제 제작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게다.

시즌3를 하고 있는 <알쓸신잡>, 시즌5에 도달한 <신서유기>, 시즌2에 안착한 <현지에서 먹힐까> 또 호평과 시청률을 모두 가져갔던 시즌2 <윤식당>까지를 보면, 이제 나영석 사단의 시즌제는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초 <1박2일>을 하다 tvN으로 오게 된 나영석 PD가 다른 것도 아니고 ‘여행’이라는 아이템 하나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모두가 여행이라는 소재 위에 쓴 다양한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아닌가. 그렇게 나영석 사단은 시즌제 위에서 여전히 펄펄 날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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