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노동 (26)
주간 정덕현
휴가는 무슨.. 역시 다운 극한 선택 10주년. 출연자와 스텝들에게 내려진 휴가는 믿기지 않는 일로 다가왔다. 출연자들은 공항에 와서도 주변을 살피며 휴가를 떠난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디 한두 번이던가. 휴가처럼 떠난 해외여행이 사실은 생고생의 서막이 됐던 것이. 지난 ‘방콕 특집’에서 그들은 방콕에 가지 못했다. 공항까지 가서 티켓팅까지 했지만 다시 되돌아온 그들은 작은 옥탑방에 콕 박혀 마치 방콕에 온 것 마냥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휴가라기보다는 몸 개그를 위한 게임 같은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이 ‘방콕 특집’은 시청자들에게 의외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방 한 칸에서도 충분히 웃길 수 있다는 의 저력을 보여준 셈..
만재도라는 놀이터, 라는 로망 이 땅에 사는 남자들은 어떻게 놀고 있을까. 아니 놀기는 노는 것일까. 늘 일과 책무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피곤에 쩔은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어촌편이 끝났다. 케이블 시청률이라고는 믿기지 않는(지상파 시청률이라고 해도 그렇다) 13%를 훌쩍 뛰어넘은 어촌편의 기록은 여러모로 신드롬의 성격이 짙다. 도무지 프로그램의 내적인 요인만으로 그 놀라운 성과를 해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괴물 같은 프로그램은 우리네 대중들의 무엇을 건드린 걸까. 어촌편의 실험적인 카메라는 이 프로그램의 놀이적 취향을 잘 말해준다. 투망에 카메라를 설치해 물고기가 들어오는 장면을 고스란히 찍어 보여주는 데는 단지 그것이 조작이 아닌 진짜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만은 아니다. 그것은..
과 , 결국은 노동에 대한 이야기 과 는 같은 날인 10월 17일 시작해 각각 12월21일, 12월20일 시즌을 끝냈다. 마치 tvN의 짝패처럼 두 프로그램이 동반상승했다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서로 달라 보이는 두 프로그램에서는 의외로 비슷한 느낌이 묻어난다. 그것은 이 두 프로그램이 모두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치열한 일의 세계 그 안쪽을 들여다봤다면, 다른 하나는 그 치열한 일의 세계로부터의 탈주를 보여주었다. 은 결말에 이르러 결국 떠나는 자와 떠나게 될 자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팀장까지 잘 버텨왔으나 사업의 실패로 인해 희생양이 되어 회사를 떠나게 된 오차장(이성민)과,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왔지만 정규직이 되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게..
더하기보다 빼기 나누기, 절실해진 삶의 다이어트 기계도 쉬지 않고 돌리면 과부하로 고장 나기 십상이다. 하다못해 사람은 오죽할까.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그 이름부터가 살벌하다.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난 어느 순간 무력감에 빠지는 상태. 이 상태에 빠지면 잠이 잘 안 오거나, 혹은 자꾸만 졸리고, 우울감을 넘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인지능력 저하’, 즉 시쳇말로 ‘멍 때리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어 자칫 사고의 위험까지 생겨날 수 있다고 한다. 쉬지 않고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에 몰두하다보면 생겨날 수 있는 증상이라고 하는데, 만일 이렇다면 우리네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이 증후군에 노출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루 10시간이 뭔가..
의 아버지와 의 청춘들 “내는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 다행이라꼬.” 의 덕수(황정민)가 던지는 이 내레이션은 아마도 이 영화가 하려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은 마치 처럼 한국전쟁부터 파독 광부, 베트남 전쟁 같은 우리네 현대사를 덕수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덕수는 어린 시절 피난 중 흥남부두에서 막내의 손을 놓쳤고, 그 막내를 찾으러 간 아버지의 손을 놓쳤다. 그 트라우마는 그가 국제시장의 한 귀퉁이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영화는 덕수라는 인물의 특별한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오히려 우리네 아버지들이 겪었을 현대사들을 그 자체로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동생의 대학등록금을 위해 파독 광부가 되어 얼굴에 온통 탄가..
, 염정아와 디오가 보여준 자본의 얼굴 사실 엑소 디오에 열광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라는 영화는 그가 나오니 봐야하는 영화정도로 생각될 지도 모른다. 이미 SBS 를 통해 그의 괜찮은 연기를 본 대중들로서는 그 이전에 찍었던 에서의 연기 또한 궁금해질 터. 실제로 이 영화에서 디오는 첫 연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에서 디오가 연기한 태영이라는 인물에 점점 빠져들면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건 돈 앞에 치졸해지는 살풍경한 현실이다. 물론 ‘더 마트’라는 대형마트의 비정규직의 무단 해고사태를 다루는 이 영화에서 그가 주인공은 아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으로 분한 태영이라는 인물이, 비정규직으로 해고되어 회사와 싸워나가는 엄마 선희(염정아)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는 에피..
, 개발시대와 아버지 노릇 개발시대를 지내온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아있을까. 때때로 자식을 살뜰히 챙기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집보다는 바깥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던 아버지. 무엇이 그리 절박한 지 미친 듯 일에만 빠져 살아오다 어느 날 보니 훌쩍 굽어진 허리에 뒷모습이 쓸쓸하게만 다가오는 그런 아버지. 그것이 개발시대를 살아오신 아버지의 통상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는 벌써 제목부터 이러한 아버지에 대한 많은 뉘앙스를 담고 있는 영화다. 그것은 어찌 어찌 하다 김일성 역할을 평생의 연기로 삼게된 연극을 하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말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개발시대의 분위기를 살짝 드러내는 제목이기도 하다. 또한 거기에는 ‘나의’라는 수식어가 붙음으로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
삼포세대에게 멜로보다 강력한 의 판타지 최근 들어 드라마 속 멜로는 왜 그렇게 시들해져버렸을까. 여전히 멜로가 들어가야 시청률을 담보한다는 방송사 드라마 기획자들의 진단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늘 수치로서 분명한 결과를 보여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단순한 양적 시청률과는 무관하게 멜로는 외면받기도 한다. 각기 다른 계층의 남자와 여자가 만나 그 계층의 벽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적어도 이 시대에는 너무나 공허해진 이야기가 되었다.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이미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시대에 통상적인 멜로는 마치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가 되거나, 때로는 전혀 효과가 없는 엉뚱한 처방약처럼 보인다. 그래서 요즘은 연애도 결혼도 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