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이 좀비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우리 현실

 

“영화 <부산행>의 주인공은 좀비들이다”라는 말은 그저 하는 빈 말이 아니다. 이 영화는 확실히 그 어떤 좀비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역동적인 좀비들을 보여준다. 만일 약간의 유머 코드를 통해 읽어내는 관객이라면 이 좀비들을 보면서 ‘다이내믹 코리아’를 연상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부산행>의 좀비들은 엄청나게 다이내믹하다.

 

사진출처:영화<부산행>

물론 느릿느릿 걷던 좀비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한 건 이미 다른 좀비 영화들에서부터였다. 최근 좀비 영화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던 <월드워Z>의 좀비들은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부산행>이 좀비들은, <월드워Z>의 좀비들이 더 스케일도 크고 숫자도 천문학적으로 많지만, 훨씬 무시무시하고 생생하다.

 

그건 아마도 CG에 너무 의지하기보다는 100여 명의 연기자들이 연습을 통해 직접 뛰어다니며 만든 좀비 연기의 결과일 것이다. <월드워Z>의 CG로 만들어진 좀비들이 어딘지 게임적인 느낌을 줘 오히려 공포감을 상당부분 덜어내 준다면, <부산행>의 좀비들은 직접 몸으로 뛰는 노동에 의해 만들어져서 어딘지 인간적인 느낌이 묻어나 더욱 공포스럽다.

 

우리나라에서 시도된 좀비물이라는 점을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노동으로 만들어진 좀비들은 그 자체로 <부산행>이라는 영화에 우리 식의 정서를 만들어낸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재미있거나 의미를 확장해서 해석할 수 있는 많은 여지들을 담고 있다. 일단 부산까지 시속 3백킬로로 달려가는 KTX라는 이 영화의 공간이 그렇다. 그건 다름 아닌 속도로 대변되는 우리네 사회를 고스란히 표징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발병자가 열차에 타고 그 후 물고 물리는 아비규환이 순식간에 벌어지면서 도저히 그 열차의 좁은 공간을 견뎌내기 힘들 정도라는 듯 앞으로 치고 나오는 좀비들의 양적 증가는 누가 봐도 이른바 ‘다이내믹 코리아’라고 불리는 우리 사회의 속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어떤 집중이 생겨나면 군중들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몰려들고 소비하는 그 모습을 <부산행>의 좀비들로부터 연상하는 건 그래서 어렵지 않다.

 

중간에 유머 코드로 들어가 있는 ‘오 필승 코리아’ 같은 월드컵 송과 그 노래에 맞춰 달려드는 좀비들의 장면에 관객이 웃음을 터트리는 건 그래서다. 또한 남자 주인공인 석우(공유)가 펀드매니저이고 그의 입으로 ‘개미들’을 언급하는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도 <부산생>이 좀비물이라는 장르적 틀을 가져와 전반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우리네 사회라는 걸 부지불식간에 관객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비들은 공포감을 주는 존재들이기는 하지만 영화에 점점 몰입하기 시작하면 그들에 대한 공포감은 조금씩 사라진다. 대신 어떤 연민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공포를 만드는 존재들은 좀비가 아니라 혼자만 살아남겠다고 이기적으로 돌변하는 사람들이다. 즉 속도와 엄청나게 불어나 한쪽으로 쏠리는 군중을 닮아있는 좀비들이 우리네 사회의 근원적인 불안감을 그려내지만 진짜 공포는 그 불안감 위에서 좀비보다 더 이기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에서 생겨난다.

 

여기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건 세월호 참사 같은 것들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두려움에 떨 동안 혼자 살아남은 어른들이 주는 섬뜩한 공포. <부산행>의 석우가 오로지 가족만을 챙기고 타인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인물이라는 건 이 영화가 세우고 있는 문제의식을 제대로 드러낸다. 그는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정확히 드러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부산행>의 주인공은 공유지만 영화에서 관객들이 마동석을 지지하고 그가 마치 진짜 숨겨진 주인공처럼 보이는 건 그래서다. 펀드 매니저라는 그럴싸해 보이는 직업을 가진 석우보다 더 사람들을 챙기고 구하려 온몸을 던지는 상화(마동석)가 서민들의 영웅으로 다가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괜히 머리 쓰지 않고 몸과 몸으로 부딪치는 그 모습은 관객들을 웃고 울고 통쾌하며 비통하게 만든다.

 

좀비물이라는 장르가 가진 특징일 수 있지만 <부산행>은 유독 우리네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적인 면면들이 많이 투영된 작품이다. 영화는 좀비물의 장르적 재미(그것도 우리식의 해석이 주는 재미들)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이런 영화 곳곳에 숨겨진 풍자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이토록 빛날 수 있었던 것도 그 안에 숨겨진 풍자와 그의 캐릭터가 기막히게 조우하는 면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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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무한도전>을 11년 간 만든다는 건

 

“어린이날도 어제가 된 이 시간. 할 일은 많고.. 마음은 불안하고.. 애써 해도 티도 안나고... 다들 ‘누구’가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 싶겠지만 그 ‘누구’가 바로 ‘나’인 것 잘 알고... 환하게 불켜진 예능본부 회의실, 편집실 안에 계신 피디분들. 작가님들 마음은 다 비슷할 듯...”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지난 6일 김태호 PD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짧은 글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꽤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왔을 법 하다. 지금껏 그 많은 힘든 상황들을 겪어냈지만 김태호 PD는 항상 의연한 자세를 보여 왔다. 그래서 그는 늘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사람으로 여겨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느껴지는 건 힘겨움이다. 늘 해야 할 일들은 넘쳐나고 마음은 항상 무얼 해도 불안했을 게다. 왜 그렇지 않을까. 11년 동안 우리네 예능의 맨 앞에서 새로운 분야들을 선구적으로 열어온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관심과 기대가 높기 때문에 작은 구설도 용납이 안 되고, 죽어라 애써서 만들었는데도 오히려 비판을 받기도 한다.

 

늘 기대 이상을 해왔다는 사실은 그만큼의 부담과 불안감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애써 해도 티가 안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쉽게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으로 ‘어떤 걸’ 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더 곤혹스러워진다. 팬덤이 커지고 기대치가 커질수록 그걸 맞추는 일은 요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담감과 불안함을 온통 떠안아야 하는 김태호 PD이고 제작진이다. 어찌 힘겨움이 없겠는가. 많아도 너무 많았던 고충들이 늘 무표정하게 출연자들과 밀당을 벌이던 그 얼굴 속에 숨겨져 왔을 것이다.

 

특히 MBC에서 <무한도전>은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많은 이들의 지금의 MBC의 어려워진 상황을 이야기하며 그나마 <무한도전>이 있어 MBC가 버티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덧 <무한도전>은 MBC에 남은 마지막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토록 안팎에서 요구해온 시즌제 같은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가 좀 더 롱런할 수 있는 방식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노동 강도로 생각해보면 주말도 없고 휴가조차 좀체 낼 수 없는 제작진들은 엄청난 노동을 해온 셈이다.

 

이건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다. 유재석 같은 늘 변함없는 얼굴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해도 그 속내도 변함없다 얘기할 수 없는 이유다. 김태호 PD가 이 정도의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면 유재석 역시 드러내진 않아도 그 고충이 만만찮을 게다.

 

김태호 PD의 인스타그램이 올라온 후 팬들은 일제히 “쉬엄 쉬엄 천천히 하라”고 그의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을 덜어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김태호 PD는 창작자다. 창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보람을 느낄 만큼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그저 지금 힘드니 쉬엄 쉬엄 한다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김태호 PD와 제작진, 그리고 출연자에게 절실한 건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것만이 그들을 다시 즐겁게 일에 복귀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들은 변함없이 그 초창기 모습 그대로 11년을 달려왔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 지도 모를 시간을 지금처럼 변함없이 달려가라는 건 무리다. 이제 좀 더 지속 가능한 <무한도전>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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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모르모트PD가 살리고 있는 <마리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조연출 권해봄 PD는 이제 그 이름보다 ‘모르모트 PD’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졌다. 처음에 트레이너인 예정화와 함께 커플 요가를 선보였을 때 잠깐 보였던 ‘몸 개그’의 가능성은 이제 그가 나오는 곳이면 어디서든 빵빵 터지는 웃음의 보증수표가 되었다. 알고 보면 그와 함께 했던 출연자들이 꽤 괜찮은 웃음을 줬고 또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김동현 선수가 출연해 이종격투기 특훈을 받는 과정에서도 모르모트 PD의 활약은 눈부셨다. 양동이를 얼굴에 쓰고 피하는 기술을 선보이는 김동현에게 잔머리를 굴리며 장난을 치는 장면부터 서서히 시동을 건 모르모트 PD는 뒤로 돌아서 주먹을 날리는 백스핀 블로우를 통해 특유의 어색함이 이를 데 없는 몸 개그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밑을 차는 척 하다가 방향을 바꿔 얼굴을 노리는 브라질리안 킥은 모르모트 PD가 하자 ‘모르모트 킥’이 되었다. 마치 관절이 따로는 노는 것처럼 너무나 눈에 띠는 어색한 동작이 되었던 것. 일본에서 김동현이 배워왔다는 ‘삼계탕’을 연상케 하는 신기술 역시 모르모트 PD가 시전하자 이상야릇한 동작이 되어버렸다. 손을 잡으라고 하니 머리를 잡고 심지어 손을 깍지 끼고 더듬는 모습이 큰 웃음을 주었고 억지로 힘을 주다 방귀를 뀌어 기술을 ‘생화학 무기’로 만들었다. 모르모트 PD는 이 장면으로 ‘방귀대장 모르모트’라는 캐릭터가 부가됐다.

 

하지만 함서희 선수와의 일전은 모르모트 PD가 정작 자신은 얼마나 이 방송을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가를 잘 드러내 보여주었다. 김동현이 “적당히 해. 죽이면 안 된다고.”라고 말할 정도로 강하게 대쉬하는 함서희 선수를 맞아 잇몸에서 피가 나면서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에게 네티즌들은 ‘연말에 상 줘야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마우스피스가 빠지고 녹초가 되어 쓰러진 그를 김동현이 슬쩍슬쩍 도와주자 네티즌들은 ‘착한 조작’이라며 모르모트 PD를 응원했다.

 

그는 함서희 선수의 브라질리언킥을 맞고는 오히려 그 기술을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앵클락을 시도하는 적극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가르쳐주셨는데 이겨야 되는데,,,”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결코 장난이 아니라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그의 자세를 읽어낼 수 있었다. 결국 모르모트 PD는 함서희 선수에게 졌지만 그의 이런 고군분투는 김동현에게 <마리텔> 우승 챔피언 벨트를 안겨줬다.

 

그런데 모르모트 PD의 무엇이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그저 웃기기 때문에? 실제로 그의 몸 개그는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는 예능에 최적화된 몸에서 나온다. 그는 박지우와 댄스스포츠를 하면서 그 안 되는 몸이 주는 몸 개그의 진수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모르모트 PD의 몸을 사리지 않는 남다른 노력과 열정이 깔려 있다. 그에게 따라붙는 ‘극한직업’이라는 수식어는 그것을 잘 말해준다.

 

아마도 일터에 있는 분들이나, 혹은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노동이 주는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르모트 PD의 어딘지 어설프고 그래서 웃기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피를 보이면서까지 끝까지 해나가는 모습은 그래서 짠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웃픈 감정은 아마도 모르모트 PD의 노력에 대해 기꺼이 박수를 쳐주고 지지해주고픈 마음을 들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모르모트PD가 보여줄 것이라 시청자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치 <무한도전>의 초창기, 어설펐던 멤버들의 치열한 노력에 기꺼이 박수를 쳐주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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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여유 뒤에 숨겨진 그들의 부지런함이란

 

웬일일까. 나영석 PD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자주 프로그램에 등장해 이 일 저 일 시키고, 참견하던 <삼시세끼> 정선편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촌편 시즌2의 이 차승원과 유해진은 거의 쉬는 법이 없다. 늘 무엇이든 손에 일을 잡고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어서라도 할 기세다.

 


'삼시세끼 어촌편2(사진출처:tvN)'

밥 먹고 만재슈퍼에 슬슬 마실을 다녀온 참에 차승원은 본격적으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다. 배추를 썰고 절이고, 무와 부추, 양파 등 야채에 고춧가루와 새우젓, 액젓을 넣어 김칫소를 만든다. 찹쌀풀을 만들어 넣어 걸쭉해진 속을 배추에 일일이 발라주고 장독에 쟁여두자 두고두고 꺼내먹을 김치가 완성된다.

 

그 와중에 유해진은 박형식을 데리고 방파제에 달라붙어 있는 배말을 따고 통발에 잡힌 놀래미를 꺼내온다. 김치를 담그고 난 차승원은 쉬지 않고 저녁을 준비한다. 유해진은 불을 피우고 밥을 안치고 차승원은 유해진이 따온 배말을 넣은 배말 시래기국을 뚝딱 만들어내고 놀래미도 소금과 라임을 뿌려 직화구이로 내놓는다.

 

아침에도 유해진은 눈 뜨자마자 통발을 확인하러 나간다. 수확 없이 그가 돌아오는 동안 차승원은 칼국수를 해먹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미리 해놓는다. 눌은밥에 찌개를 재탕해서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유해진은 갑자기 판대기를 가져와 고양이 벌이를 위한 캣타워를 뚝딱 뚝딱 만들어낸다.

 

물론 방송이 빈 구석 없이 빽빽하게 편집한 탓도 있겠지만 유해진과 차승원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다. 특히 차승원의 일은 끝이 없다. 유해진과 박형식이 바다낚시를 나가고 잠시 다리를 뻗을 법도 한데 그는 살뜰히도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한다. 하다하다 혹여나 낚시로 물고기를 잡아올 걸 대비해 칼을 갈아두기도 한다.

 

이렇게 부지런히 일을 하니 나영석 PD로서는 굳이 이런저런 지시나 참견을 할 필요가 없을 터다. 흥미로운 건 티 안 나는 집안 일이 실은 하루 종일 해도 끝이 없다는 사실이다. 집에 있으면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러고 보면 차승원고 유해진이 만재도에서 풍족한 저녁을 챙겨먹고 술 한 잔의 여유를 보여줄 수 있는 이유가 드러난다. 하루 종일 이렇게 끊임없이 준비하고 손을 놀려 놓으니 그런 여유도 느낄 수 있는 것.

 

미리미리 밀가루 반죽을 해놓으니 칼국수의 맛을 즐길 수 있고, 배말을 한 가득 따오니 시원한 배말 시래기국을 먹을 수 있다. 물론 전날 던져놓은 통발이 아니었다면 박형식이 스테이크 같다며 먹었던 커다란 놀래미 구이도 언감생심이었을 게다.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이 어디 있나. 그만큼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있기에 그런 여유도 맛보는 것이다.

 

이들의 부지런함을 보며 집 안과 밖에서 늘 무언가를 손에 놓지 않고 계실 부모님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냥 당연히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때가 되면 편안히 잠을 청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집이 그런 무수한 손길들에 의해 가능해진 여유라는 것. 바깥양반 참바다 유해진과 안사람 차줌마의 재게도 움직이는 부지런한 모습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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