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노블리스 오블리제 (3)
주간 정덕현
‘황금빛 내 인생’, 가진 자들의 위선 고발하는 서민 자매들최도경(박시후)이 “자꾸 신경 쓰인다”고 말할 때 서지안(신혜선)의 얼굴은 무표정 그 자체다. 얘기를 들어주는 그 얼굴에 감정은 1도 섞여있지 않다. 최도경은 내놓고 자신의 호의와 마음을 드러내는 중이지만, 서지안은 안다. 그가 입만 열면 말하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것도 또 이런 호의도 사실은 위선적이라는 걸. 최도경은 입만 열면 자신은 해성그룹의 오너가 되도록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해진 혼사도 사업 계약하듯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 결국 가진 자의 위선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서지안은 알고 있다. 호의라면 상대방이 그 배려를 받아야 호의라고 할 수 있지만, 최도경이 내미는 호의는 자..
'명가', 착한 메시지의 힘, 계몽적인 시선의 한계 '명가'에서 주인공 최국선(차인표)에게 그 부친인 최동량(최일화)은 "내가 너로 인해 큰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청빈(淸貧)'의 길만이 가장 중요한 삶의 덕목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국선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잘 사는 '청부(淸富)'의 길 또한 가치 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는 것. 이 최동량의 대사는 이 드라마의 주제를 압축해 설명해준다. '명가'는 '함께 잘 사는 길'을 고민하고 그 방법을 모색하는 사극이다. 병자호란으로 피난 온 사람들에게 곶간을 열어 구휼죽을 베풀면서 가세가 기울어 버린 집에서, 가난을 타개해 보고자 최국선은 집을 나서 저자거리로 간다. 거기서 그는 장길택(정동환)을 만나 그 상단에 들어가 돈을 벌지만 그것..
이계안의 '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 것인가?' 14세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벌어진 백년전쟁에서 프랑스 칼레를 점령한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1년 동안 끈질기게 저항한 칼레 시민들을 몰살하고 싶었다. 하지만 측근들의 만류와 칼레시의 탄원으로 한 발 물러선 에드워드 3세는 실로 잔인한 조건을 내건다. 모든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시민들 중 처형될 6명을 뽑아오라고 한 것이다. 칼레 시민들이 고민에 빠졌을 때, 나선 인물이 당시 최대의 거부였던 생 피에르였다. 그는 스스로 희생양을 자처했고, 이어 칼레시의 부호, 귀족, 법률가 등이 손을 들었다. 결국 생 피에르의 자결과 칼레시 부호와 귀족들이 보여준 희생정신에 감복한 에드워드 3세는 사형을 포기하고 관용을 베풀었고, 이 이야기는 '고귀한 자일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