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투하츠', 이승기에 맞춤인 이유

 

'더킹 투하츠'에서 재하(이승기)는 왜 항아(하지원) 앞에서 자꾸만 마음이 변덕을 부리는 걸까. 자신을 거부한 항아에게 철저히 복수하겠다며, 그 마음을 빼앗은 후 헤어져 평생 잊지못할 상처를 주겠다는 엉뚱한 계획을 세우고 실제 실행에까지 옮기지만 재하는 막상 자신을 향해 돌진해 들어오는 항아를 보고는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해진다. 거기서 진심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용히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말하려는데, 불쑥 항아가 "약혼을 하겠다"고 하자 또 마음이 바뀐다. "너랑 왜 내가 약혼을 하겠냐"며 독설을 날린다.

 

 

'더킹 투하츠'(사진출처:MBC)

도대체 왜 재하는 이토록 변덕이 심한 걸까. 사실 이 부분은 이 드라마의 제목하고도 관련이 있다. 재하의 갈등은 항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다. 재하는 제목처럼 두 개의 심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 하나는 남한의 왕제로서의 심장이고, 다른 하나는 한 남자로서의 심장이다.

 

그가 모의 훈련 중에 항아를 향해 총을 쏘는 상황은 이 재하라는 인물이 가진 두 개의 심장이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남자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 나라의 왕제로서 인질이 되어 국익에 손실을 줄 바에는 총을 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물론 모든 게 모의훈련으로 드러났지만, 후에 재하는 항아와 행군을 하면서 그 때 상황을 얘기한다. 자기의 마음도 뻥 뚫리는 것 같았다고. 이것이 한 남자로서의 심장이 전하는 말이다.

 

재하는 이 두 개의 심장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래서 남자로서 항아라는 알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에게 흔들리다가도, 남과 북으로 갈라져 오래도록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점, 게다가 복잡한 정치적인 사안들과 맞물려 있는 결혼이라는 문제에까지 다다르면 또 마음 한 구석이 흔들리게 된다. 자신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제로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그는 또 개인이 아닌 왕제로서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기자회견장에서 갑자기 항아가 약혼을 하겠다고 발표해버리자, 그 즉시 부인할 수 없는 게 왕제로서의 그의 마음이다(거부하면 이것은 남부 간의 불편한 관계로 이어진다).

 

이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왕제, 재하라는 역할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때론 완전히 개념 없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떤 순간이 오면 왕제로서의 근엄함을 유지하는 진중함으로 돌변해야 한다. 이것은 멜로 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날라리처럼 행동하다가도 때로는 마음을 찡 울리는 진심이 묻어나야 하는 인물이 재하라는 캐릭터다. 다행스러운 건 이 두 개의 상반된 이미지를 이미 이승기는 드라마와 예능, 가수 활동을 하면서 겪었다는 점이다.

 

그의 첫 이미지는 '황태자'였다. 그것도 누나들의 로망으로서의 황태자. 하지만 그 황태자가 '1박2일'이라는 예능을 통과하면서는 형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막내가 되기도 하고, 때론 허술함이 드러나는 허당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찬란한 유산'을 통해서는 개념 없던 황태자가 진솔한 청년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에서는 사랑을 알아가는 순수한 청춘을 연기하기도 한다. 또 홀로 '강심장'을 맡았을 때는 이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짓궂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더킹 투하츠'는 이승기에게 이 황태자의 진중함과, 막내이자 허당으로서의 가벼움을 동시에 품게 하는 드라마다. 이 작품 속에서 이승기는 때론 지독할 정도의 악동의 모습이었다가 또 순간 진중한 모습으로 돌변해 그 악동 이면에 있는 왕제로서의(황태자의 삶으로서의) 쓸쓸함을 드러낸다. 이 두 가지 이미지의 통합은 '더킹 투하츠'의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왕제 재하라는 캐릭터의 연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더킹 투하츠'는 지금껏 가수이자 연기자이자 MC로 활약하며 다양한 모습을 끄집어냈던 이승기에게 이 이미지들을 통합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다. 진중함과 가벼움, 이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황태자의 탄생. 이것이 '더킹 투하츠'에 이승기가 맞춤인 이유다. 이승기는 지금 진정한 '킹'이 되기 위한 '투하츠'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니까.

'더킹 투하츠', 이 시뮬레이션의 동력은

'더킹 투하츠'는 기묘한 멜로드라마다. 남남북녀. 상투적인 설정이라고 말할 지 모르겠지만, 남측을 상징하는 왕제 재하(이승기)와 북측을 상징하는 북한특수부대 여자1호 교관 김항아(하지원)가 서로 부딪치고 싸우면서 차츰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런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이 멜로의 과정은 그래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처럼 보이지만, 갈라진 남과 북이 이루었으면 하는 멜로 같은 관계(통일을 결혼처럼 꿈꾸는)처럼 읽히기도 한다.

 

'더킹 투하츠'(사진출처:MBC)

서로 다른 정치적, 문화적 환경 속에 살아온 이 두 남녀가 부딪치는 장면에서 흥미로운 두 가지 소재가 보인다. 그것은 '빨갱이'와 '소녀시대'다. 세계장교대회(WOC)의 단일팀으로 묶인 남북 장교들은 같이 훈련을 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지만, 그 과정에서 넘을 수 없는 상대방의 금기를 건드리기도 한다. 남측이 그토록 '빨갱이'라고 세뇌시켰던 북한사람과 북측이 그토록 미 제국주의의 산물이라고 배척했던 자본주의 문화가 그것이다.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를 접한 북한의 리강석(정만식)이 그 매력에 빠져들자, 대단한 약점이라도 잡은 듯 재하는 그 사실을 갖고 짓궂은 장난을 친다. 하지만 남측에서는 작은 농담일 수 있는 이 이야기는 리강석이라는 북한 장교에게는 치욕으로 다가온다. 그만큼 머릿 속 깊숙이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의식적인 반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강석은 결국 재하를 죽이려 들고, 그 상황은 모든 남북의 장교들이 서로 총을 겨누게 되는 상황으로 비화된다.

북측에 소녀시대라는 금기가 있다면 남측에는 '빨갱이'라는 금기가 있다. 마치 남북 간에 갑자기 교전상황이 벌어진 것처럼 실제상황으로 꾸며진 마지막 미션에서 김항아는 재하와 일행들을 데리고 남측 군사분계선까지 탈출시키려고 하지만 재하가 이를 믿지 못하는 것은 이 뿌리 깊은 '빨갱이'에 대한 세뇌가 작용한 탓이다. 자신을 납치해 남측에 무언가를 요구할 거라고 판단한 재하는 결국 김항아를 향해 총을 쏘고 자신도 자결하려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미션이라는 것이 밝혀지지만, 결국 '빨갱이'라는 장벽은 소녀시대라는 장벽만큼 남북 사이를 갈라놓는 금기였다는 게 드러난다. 물론 결국 이 남남북녀는 최종 미션으로 새벽 행군을 함께 함으로써 서로의 마음에 그어진 선을 넘고 단일팀을 유지하지만.

'더킹 투하츠'는 그 설정 자체가 그렇지만 하나의 시뮬레이션으로서 재미를 만들어낸다. 국제정세로서의 남과 북의 관계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로 치환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총을 겨누기도 하지만 차츰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 그 과정에서 '빨갱이'와 '소녀시대' 같은 문화적 금기를 두고 벌어지는 대결과 그 선을 넘는 장면은 이 두 사람 사이에 놓여진 벽 하나씩을 허무는 장면처럼 시뮬레이션 된다.

멜로란 결국 남녀 간의 사랑과 그 사랑을 막는 장애가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하는데, 이 남북관계를 남녀관계로 치환해 만든 멜로는 그래서 남북의 대중정서가 그 장애로 작용한다. 재하와 항아가 결혼할거라는 소문이 뉴스로 발표되자, 북한군 특수부대 장교와 어떻게 남측의 왕제가 결혼을 하냐는 남측 국민들의 반감이 바로 그 장애 요소다. 재하는 이 부분을 연설을 통해 남북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남자의 한 여성에 대한 진심으로 되돌려놓는다. "제가 사랑했습니다. 국민들의 마음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적을 사랑해온 나의 마음에 침을 뱉고 돌을 던지고 꾸짖어주시길 바랍니다."

'더킹 투하츠'가 그리는 것은 물론 시뮬레이션일 뿐이다. 결국 이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은 우리가 갖고 있는 통일에 대한 지지만큼 바람직한 결과이기 때문에 그 시뮬레이션은 힘을 얻게 된다. 여기에 김봉구(윤제문) 같은 외부적인 위기상황(남북을 갈라놓으려는)은 이 두 사람이 하나로 뭉치는 또 다른 명분과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실 시뮬레이션 하나만 보면 그 흐름이 뻔하게 나와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눈을 떼기가 어렵다. 그 팽팽한 재하와 항아 사이의 긴장감 있는 멜로의 과정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 결과를 못내 보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멜로를 남과 북의 상황으로 시뮬레이션한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동력이다.

연기력 논란 없는 그들, 캐릭터가 답

도대체 이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더킹 투하츠'의 이승기와 '옥탑방 왕세자'의 박유천 얘기다. 흔히 가수들의 연기 도전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이 연기력 논란이다. 하지만 이승기와 박유천의 경우, 논란이 아닌 호평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연기를 대단히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캐릭터에 대한 몰입은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고, 또 상대적으로 적은 연기경력에도 불구하고 매 편마다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옥탑방왕세자'(사진출처:SBS), '더킹 투하츠'(사진출처:MBC)

'찬란한 유산'에서 정극연기를 경험하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코미디를 거친 이승기에게 '더킹 투하츠'의 재하라는 캐릭터는 코믹함과 진지함을 둘 다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도전이면서도 발전의 기회가 된다. 사실 상대 배우들을 톱스타 반열로 올려놓을 정도로 연기호흡이 좋은 하지원과 함께 하는 연기는 이승기에게는 부담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하지원을 주목할 것이기에 자칫 그녀의 보조 역할로 전락하거나, 혹은 끌려가는 인상을 지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드라마 속에서 이승기의 존재감은 하지원과 거의 대등하게 나타난다. 두 사람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오고가는 상황들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특히 조금은 가벼운 듯 보이는 껄렁함 속에 왕재로서의 진중함과 그 굴레의 힘겨움을 숨기고 있는 재하라는 캐릭터는 이승기에게는 딱 맞는 옷처럼 잘 어울린다. 왕자 같은 귀공자 이미지이지만 '1박2일' 같은 예능 속에서는 한없이 천진한 장난꾸러기의 모습을 보이던 이승기 아닌가.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들 수 있게 된 점은 이승기가 이 작품을 통해 얻은 분명한 수확으로 보인다.

한편 '성균관 스캔들'로 첫 등장해 첫 연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몰입을 보여준 박유천은 '미스 리플리'의 정극을 경험한 후, '옥탑방 왕세자'라는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고 돌아왔다.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고, 코미디와 멜로를 넘나드는 연기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적어도 박유천에게는 다른 것 같다. 그는 본인이 진지해짐으로써 상황에 의해 웃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 연기에 능수능란함을 보이고 있다.

사극 속에서 현대극으로 뛰어 들어왔지만, 여전히 자신이 사극 속의 왕인 줄 알고 있는 '옥탑방 왕세자'의 이각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마치 박유천의 연기 과정을 얘기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옥탑방 왕세자'는 '성균관 스캔들'을 연기하던 박유천이 현대로 뛰어넘은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박유천 역시 한지민이라는 든든한 상대역을 맞아 너무나 자연스러운 코믹 멜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둘 다 가수 출신이면서 연기력 논란이 없다는 점(아니 나아가 보통 연기자들보다 오히려 연기력이 좋게도 보인다)은 이들이 가진 특유의 연기에 대한 몰입에서 비롯된다. 아직 연기가 섬세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완전히 그 인물에 동화되는 몰입이 좋기 때문에 보는 이들도 연기자보다는 캐릭터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것은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전적으로 노력에 의한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캐릭터다. 연기자가 연기를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승기가 선택한 재하라는 캐릭터와 박유천이 선택한 이각이라는 캐릭터는 자신들이 도전하고 소화할만한 가장 적합한 선택으로 보인다. 가수와 연기자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드는 두 사람. 이러다가는 가수와 연기자라는 본말이 전도될 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제는 거꾸로 '가수 맞아?' 하는 질문이 나올 지도.


대중을 잡아끄는 하지원만의 특별함

'더킹투하츠'(사진출처:MBC)

역시 하지원이다. 단지 연기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서는 무언가 대중들을 잡아끄는 특별함이 있다. 아마도 치열하게 벌어진 방송3사의 수목극 대전에서 '더킹 투하츠'가 기선제압을 할 수 있었던 힘은 다름 아닌 바로 이 하지원만이 가진 특별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모'에서부터 '발리에서 생긴 일', '황진이', '시크릿 가든'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에서의 성공 보증수표가 된 하지원만의 그 특별함, 그것은 도대체 무얼까.

그 첫 번째는 우리가 여배우하면 흔히 떠올리는 그런 이미지를 가차 없이 깨고 들어오는 하지원의 특별한 연기투혼에 있다. 물론 최근 들어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투혼을 발휘하는 여배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주인공이라면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말로만 씩씩한 캔디형 신데렐라다. 하지원 역시 '시크릿 가든' 같은 작품에서 캔디형 신데렐라 캐릭터인 길라임을 연기했지만, 그녀가 달랐던 점은 대사만이 아닌 행동으로 그것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 몸으로 보여주는(?) 진정성은 '다모'에서부터 '황진이', '시크릿 가든'까지 계속 이어지는 하지원만의 차별점을 만들어냈다. '시크릿 가든'에서 스턴트우먼으로서의 멋진 액션 연기를 통해 그녀만의 매력을 드러냈던 것처럼, '더킹 투하츠'에서도 북한특수부대 여자1호 교관 김항아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그녀는 강렬한 액션으로 시선을 끌어 모았다. 바로 이 여배우로서 몇 안 되는 액션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점은 하지원만의 온몸을 던지는 연기를 가능하게 하고, 그것은 그녀의 연기에 진정성을 더해준다.

액션 연기가 더해진 하지원이라는 존재는 그래서 단지 예쁜 여배우가 아니라 멋있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한다. 이 점은 하지원이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 팬층까지 폭넓게 확보할 수 있는 유리한 지점이 된다. 하지원만의 두 번째 특별함, 즉 중성적인 매력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더킹 투하츠'에서 데이트를 나간 하지원이 남자와 키스를 하려다 못하게 되는 장면은 그녀의 이 중성적 매력을 잘 드러낸다. 다가오는 남자를 기다리는 하지원의 얼굴은 소녀 같은 설렘을 던져주지만, 한 순간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턱을 잡아채는 그녀의 동작에서는 소년 같은 털털함이 묻어난다. 이 여배우가 뿜어내는 중성적 매력은 여성 시청자들이 주도권을 쥐게 마련인 드라마 시청에 있어서 중요한 유인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때론 이 과격하게까지 느껴지는 털털함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한없이 여성스럽게 변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외강내유형 캐릭터는 하지원의 멜로 연기가 특별해지는 세 번째 이유가 된다. 겉이 단단할수록 속의 부드러움이 더 빛나는 법.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입을 앙다물고 투혼을 드러내던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의 말 한 마디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때 그 감정이 전하는 강도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바로 이 하지원의 멜로가 갖는 힘은 그녀와 연기한 남자 연기자들이 모두 주목받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은 '다모'의 이서진,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 '시크릿 가든'의 현빈에 이어서 '더킹 투하츠'의 이승기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승기와 그가 연기하는 이재하라는 인물과의 궁합도 잘 맞는데다가, 하지원의 리드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온 몸을 던지는 연기투혼, 남녀 모두의 시선을 잡아끄는 중성적인 매력, 게다가 상대 배우마저 빛나게 해주는 연기의 조합. 이것이 하지원이라는 배우만이 가진 특별함이다. 여기에 이미 '다모'를 통해 호흡을 맞췄던 이재규 감독과 '베토벤 바이러스'를 쓴 홍진아 작가의 탄탄한 대본까지 가세했으니 그녀의 캐릭터가 빛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더킹 투하츠'가 기대되는 건 어쩌면 이 하지원이라는 특별한 배우가 거기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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