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에 이어 <라스>도 위태로워지나

 

최근 분위기가 심상찮다. 토크쇼의 마지막 보루로까지 여겨졌던 <라디오스타>마저 최근 들어 조금씩 비판적인 시선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선영이 무심코 던진 속물적인 발언이 대중들의 뭇매를 맞은 데 이어, 사유리와 클라라가 벌인 가슴 대결(?)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전설의 주먹’ 편은 주먹으로 알려진 연예인들의 사실상 해명의 자리였지만 일각에서는 폭력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항간에는 제작진이 교체되면서 프로그램의 색깔도 자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여기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본래 <라디오스타>는 속물적인 발언들이 솔직함으로 받아들여지던 곳이었고(김구라를 생각해보라!), 심지어 가슴 대결을 벌여도 그 충분한 재미에 용서가 되던 토크쇼였다. 주먹 이야기는 이미 김진수가 나왔을 때도 나왔던 아이템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갑자기 비판의 강도가 높아진 이유는 뭘까.

 

오히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변했다기보다는 대중들이 연예인 토크쇼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재미적인 측면만을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라디오스타>는 속도감 있고 매 순간 빵빵 터트리는 저력을 갖고 있다. 게스트에게 이야기를 듣는다기보다는 저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심지어 게스트의 이야기를 왜곡하고 과장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디오스타> 역시 연예인 토크쇼의 한 부류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때 최고의 주가를 올렸고 평도 좋았던 <무릎팍 도사>가 그 주인인 강호동이 복귀하고도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폐지수순을 밟는 건 이 연예인 토크쇼가 이제는 한물 간 트렌드라는 걸 말해준다. MBC 목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의 저주는 <무릎팍 도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폐지될 <무릎팍 도사>의 빈자리를 채워줄 <스토리쇼 화수분> 역시 어딘지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그나마 연예인 토크쇼가 아니라는 것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무려 8년을 장수했던 유재석의 <놀러와>가 폐지된 것은 물론 당시 방송국의 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연예인 토크쇼들의 전반적인 추락이다. 5,6%에 머물고 있는 <힐링캠프>를 비롯해 힐링 트렌드로 들어온 <땡큐>는 심지어 3% 시청률까지 떨어져 이제 힐링 트렌드 역시 지나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화신> 역시 4%에서 6% 사이를 오가는 반면 일반인 참여 토크쇼인 <안녕하세요>가 그나마 8%대를 오가는 정도다. 토크쇼, 특히 연예인 토크쇼는 대중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는 얘기다.

 

<무릎팍도사>가 앞에서 끌고 <라디오스타>가 뒤에서 밀어주던 <황금어장>이 토크쇼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대는 조금씩 저물고 있다. 누가 MC를 맡는다고 해도 이 흐름은 거꾸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토크쇼는 이제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우선 더 이상 말이 잘 먹히지 않는 시대라는 것이 첫 번째 요인이다. 대중들은 방송에 어떤 진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말보다는 몸으로 더 믿어지게 되었다. 두 번째 요인은 이들 토크쇼들의 주 재료였던 연예인의 이야기라는 소스가 이제는 대중들에게 그다지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연예인에게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은 이들을 특이한 상황에 던져놓아 지금껏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발견하는 지점뿐이다.

 

셋째는 스튜디오라는 폐쇄된 공간의 예능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그다지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폐쇄된 공간은 폐쇄된 이야기만을 꺼내줄 뿐이다. 누굴 만날 지 알 수 없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상할 수가 없는 야외 버라이어티에 대한 일종의 학습과정을 충분히 밟은 대중들에게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토크쇼는 너무 짜여진 느낌만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토크쇼라는 형식이 멸종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껏 해왔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토크쇼는 이제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다른 형식과 시공간을 끌어냄으로써 기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뒤집는 실험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저 토크쇼만 내놓으면 기본 시청률을 가져가던 그런 시대는 지났다. <무릎팍 도사>나 <라디오스타>, 혹은 그 어떤 토크쇼든 지금은 새로운 화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왜 사유리의 도발은 허용될까

 

<라디오스타>가 마련한 입방정 특집은 사유리와 클라라의 몸매 대결로 후끈 달아올랐다. <결혼의 여신>이 40% 시청률을 내면 누드화보를 찍겠다는 클라라의 도발적인 공약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사유리는 갑자기 “가슴이 있어?”하고 클라라에게 물었고 클라라는 의상이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옷이라 그렇다며 “사유리보다는 큰 것 같아요”라고 받아쳤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러자 사유리는 “클라라가 가슴이 크다는 얘기를 들어서 비교될까 봐 걱정했는데 뭐 이 정도 밖에 안 되네요”라며 가슴에 넣어놓은 휴지를 빼는 돌발행동을 해 MC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MC들이 민망해할 정도니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오죽했을까. 실로 우리네 지상파 토크쇼에서 다뤄지기엔 민망한 대결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남자들의 입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그 자체로 성희롱이 될 법한 수위였다. 여성 시청자들이라면 토크쇼에서 ‘가슴 운운’ 하는 이야기가 불쾌한 느낌을 주었을 수도 있다. 지나치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그려내는 뉘앙스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입방정(몸방정 포함)’ 특집이라고 붙이고 사유리, 김흥국, 이준, 클라라를 게스트로 앉힐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클라라가 “노출로 뜨려고 한 적이 없지만” 잘못 입으면 아줌마처럼 보여서 “몸에 붙는 의상을 자주 입다 보니” 노출로 이슈가 됐다며 고민을 털어놓을 때 이준이 자신도 “노출로 떴다”고 말하면서 남자가 벗으면 멋있다고 하면서 여자가 벗으면 노출로만 몰고 가는 이중 잣대를 거론하는 방식의 이야기 흐름은 <라디오스타>다운 솔직 과감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상파 토크쇼에서 난데없이 벌어진 가슴대결은 그 수위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흥미로운 건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사유리라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사차원 매력의 소유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순진무구하게까지 보이는 사유리가 던진 도발에는 마치 아이 같은 솔직함이 묻어났다. 그것은 아마도 대중들에게 각인된 사유리의 평소 모습과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갖게 된 엉뚱 캐릭터 덕분이었을 게다. 사유리의 돌발행동이 대중들에게 허용되는 것은 그것이 가식이 아니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클라라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사유리의 돌발 행동이 허용되는 반면, 클라라의 노출과 그 노출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는 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그것은 클라라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출로 뜨려한 적 없다”고 말했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다음 시구의상이 고민된다”며 ‘코르셋’을 거론하기도 했던 그녀가 아닌가.

 

결국 방송 이미지는 일관된 모습을 통해 생겨나기 마련이다. 박명수에게 호통이 허용되는 것은 그가 일관되게 그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준이 아이돌 세계를 ‘동물의 왕국’으로 표현하고서도 욕을 먹지 않은 건 그가 가진 일관된 솔직함 때문이다. 사유리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엉뚱 도발에는 그녀의 진심이 묻어난다.

 

이것은 클라라가 배워야할 점이다. 그녀는 훌륭한 연기자가 목표라고 했지만 그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 노출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자신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노력을 시작하는 것. 이것이 그녀의 진짜 목표에 다가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

말 한 마디에 민감해진 대중정서, 왜?

 

“나는 좀 속물이라 나보다 100만 원이라도 더 벌지 않으면 남자로 안 보인다.” - 안선영. “남자로 태어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 정준호. “사인회 싫어. 공연 끝나고 피곤한데... 방실방실 얼굴 근육에 경련난다고! 귀찮다!!” - 백민정. 경솔한 발언 하나가 불러온 후폭풍은 실로 컸다. 너무 커져버린 후폭풍에 혹자들은 ‘마녀사냥’을 운운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던진 말 한 마디의 심각성을 너무나 간과한 얘기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안선영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던진 ‘100만 원’ 발언은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솔직한’ 분위기 속에서 ‘능력 있는 남자’가 좋다는 표현이 과하게 나온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구체적인 ‘100만 원이라도’라는 액수의 표현은 가뜩이나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끓는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정준호가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연예병사 제도 폐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던지면서 안마방 출입으로 논란을 겪은 연예병사들을 안타까워하며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은 아마도 후배들을 챙기고픈 선배의 마음이었을 게다. 하지만 군인 신분의 연예병사들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갖고 ‘혈기왕성한 나이’ 운운하며 한 발언은 가뜩이나 연예병사를 특혜로 바라보는 대중정서에 불을 붙였다.

 

뮤지컬 배우 백민정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어찌 보면 그저 지극히 사적인 소회를 적은 것이었을 가망성이 높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글은 자신들의 공연이 팬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망각한 발언이 되었다. 지지하는 팬들을 ‘귀찮다’고 표현했으니 공분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적절치 못한 발언들이었다는 것은 발언 당사자들도 ‘사과’를 통해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이처럼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데는 ‘적절치 못한 발언’ 이전에 깔려있는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대중정서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만든다. 즉 ‘적절치 못한 발언’이 그 잠재적인 대중정서를 터트린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폭발 일보직전의 대중정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일련을 발언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거기 어른거리는 ‘기득권’에 대한 대중들의 극도의 혐오를 읽어낼 수 있다. 돈 좀 번다고 ‘100만원’ 우습게 여기는 뉘앙스가 그렇고, 연예인이라고 군 생활도 특혜를 받는 연예병사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가 그러하며, 스타라고 몰려드는 팬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귀찮은 투정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 그렇다.

 

아마도 과거라면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저 ‘기분 나쁘네’ 하며 지나쳤을 대중들이었을 게다. 하지만 왜 요즘은 이토록 뜨거운 후폭풍을 만들어낼까. 그것은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에 민감해진 대중들을 말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른바 ‘대중의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중문화 속에서 과거의 대중들이 일종의 소비자로만 인식되었다면 요즘은 그 소비자들이 사실상 대중문화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데는 대중의식을 하나로 묶어주고 그것이 힘이 될 수 있게 해주는 SNS나 인터넷 같은 매체의 성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 상반기에 일어난 이른바 ‘갑을정서’는 이 대중의식이 실제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대중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사모님’ 논란으로 철퇴를 맞은 영남제분, 대리점 밀어내기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은 남양유업 같은 사건들은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도 발언 후폭풍에 휘말린 연예인들이 이런 미묘한 변화를 읽었다면 차마 그런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물며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무개념 발언은 그래서 더 일을 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에야 비로소 사안의 중대함을 깨닫게 되었던 것. 이 일련의 사건들이 말해주는 대중정서의 변화를 적어도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고 있어야 하는 시기다.

 

이미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연예인들의 인성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눈치다. 사실이다. ‘적절치 못한 발언’의 문제는 말실수 자체가 문제의 근원이 아니다. 그것은 평상시의 습관이나 태도, 인성이 어떤 계기를 만나 밖으로 터져 나옴으로써 생기는 문제다. 따라서 그저 ‘말조심하라’는 것으로는 언제든 논란의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대중들은 이제 어떤 말의 이면에 담겨진 해당 연예인의 평소 생각이나 태도까지 민감하게 읽고 있다는 얘기다.

 

말 한 마디에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당사자들은 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논란에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은 그들이 그만큼 평소에 자신들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중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데서 생긴 일이다. 그러니 이것을 단지 말 한 마디의 실수라고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안이한 태도는 언제고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과 필연이 만든 <라스>와 구라의 기막힌 재회

 

이건 마치 헤어졌던 연인이 어느 날 우연히 기대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재회한 것만 같다. <라디오스타>와 김구라의 헤어짐과 만남(?) 얘기다. 물론 사전에 MBC 측과 김구라는 <라디오스타> 출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던 것이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라디오스타>의 대표선수격이 김구라이며, 김구라의 대표 프로그램 역시 <라디오스타>이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복귀 후 케이블과 JTBC에서 맹활약한 김구라지만, 그 여세가 지상파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상파 바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김구라의 토크 방식이 지상파에서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화신>이나 <두드림>에서 김구라는 늘 하던 대로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렸을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로서는 편집되는 부분도 상당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이런 편집된 방송은 김구라의 토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두드림> 같은 조금은 진중한 프로그램은 김구라가 들어감으로 해서 어떤 교조적인 분위기를 상당 부분 없앤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김구라만의 뾰족한 토크 스타일도 조금은 유화됐던 것도 사실이다. 즉 김구라와 <두드림>같은 지상파의 진지한 토크 프로그램과의 만남은 그다지 시너지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화신>은 어떨까. <화신>은 김구라가 들어가면서 토크 형식을 바꾸었다. 공감 설문 토크 방식에서 벗어나 신설된 ‘한 줄의 힘’과 ‘풍문으로 들었소’는 연예인이 스스로 던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와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는 토크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서 김구라의 역할은 좀 더 과감한 ‘풍문’을 끄집어내는 일일 게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미 <라디오스타>에서 즐겨 하는 것들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라디오스타>의 팀워크는 완벽한데 반해 <화신>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반면 <라디오스타>는 지상파이면서도 김구라가 자신의 토크 스타일을 마음껏 구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즉 김구라에게도 <라디오스타>는 지상파에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그간 <라디오스타>에 복귀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김구라가 이해는 하면서도 늘 아쉬움을 표명했던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런 사정은 <라디오스타>도 마찬가지다. <라디오스타>는 김구라가 빠져나간 후에도 그 독특한 색깔을 잘 유지해왔다. 대타로 들어온 유세윤은 김구라의 빈 자리를 특유의 콩트식 재연으로 채워주었다.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그러면서도 늘 김구라를 위한 빈 자리를 남겨두기도 했다. 규현이 정신적 지주라며 김구라의 인형을 꺼내 그의 존재감을 맥거핀화 하는 것은 <라디오스타>의 김구라에 대한 아쉬움과 애정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지상파에 김구라가 입성한다면 제일 먼저 복귀할 프로그램이 <라디오스타>라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생각하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김재철 MBC 전 사장이 김구라의 <라디오스타> 복귀에 대해 불가방침을 내려 돌아올 수가 없었고, 김재철 전 사장이 해임된 후에도 공석이 되어버린 사장 자리 때문에 김구라의 복귀는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김구라가 <두드림>에 먼저 합류하고 <두드림>이 수요일 밤 편성이 되면서 사실상 김구라의 <라디오스타> 복귀는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두드림> 폐지가 결정된 것은 김구라나 <라디오스타> 양측에게는 기막힌 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불운하게도 유세윤이 ‘음주운전 자수’라는 해프닝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MBC 내부에서도 <라디오스타>에 김구라의 복귀를 서두르는 것에 대한 확실한 명분이 생긴 셈이었다. 물론 필연적으로 양측이 갖고 있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거기에는 기막힌 우연이 따랐다는 점에서 이것은 실로 인연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김구라는 지상파에 확실한 자기의 무대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또 <라디오스타>도 그간 잃었던 대표주자를 복귀시킨 셈이다. 그간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유세윤이 아쉽긴 하지만 김구라가 만들어내는 기대감은 유세윤이 그랬던 것처럼 또한 그 빈 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김구라와 <라디오스타>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은 그간 팬들을 못내 아쉽게 했던 끝없는 어긋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김구라의 <라디오스타>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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