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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 김병만 원맨쇼로 알았더니..

 

작년 10월 <정글의 법칙>이 나미비아의 악어섬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김병만을 위시한 출연자들은 갑자기 맞닥뜨린 야생 앞에 무기력하기만 했다. 지금은 둘도 없는 형제애를 과시하는 리키와 병만이지만, 당시에는 의견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류담은 코피를 줄줄 흘릴 정도로 적응이 어려웠고 광희는 힘겨움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악어섬을 뗏목을 만들어 타고 간신히 탈출(?)한 김병만이 못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당시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그로부터 파푸아, 바누아투, 시베리아를 거쳐 마다가스카르까지. 어언 1년이 흐른 현재 병만족들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정글의 법칙-마다가스카르>에서 저마다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 병만족들은 그 진화가 어느 단계까지 왔는가를 잘 보여준다. 먼저 병만족의 족장 김병만은 이제 모든 이들이 따르고 기대게 만드는 든든한 프로그램의 버팀목이 되어있다. 방송 장비가 도착하지 못해 촬영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나무를 잘라 촬영 장비를 만드는 김병만은 진정한 리더는 위기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김병만은 이제 특별한 멘트를 하지 않고 그저 몸으로 보여주고 실행에 옮기는 것만으로도 <정글의 법칙>의 가장 큰 존재감을 만들어냈다. 시베리아에서 새집을 찾기 위해 엄청나게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는 모습이나 마다가스카르 편 사막에서 뱀을 잡는 모습 같은 장면들은 영상적으로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김병만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이것은 꼭 정글판 달인 같다)이 있기 때문에 그는 굳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보다는 다른 출연자들을 묵묵히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캐릭터를 구축한다.

 

김병만이라는 버팀목 위에 리키가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것은 <정글> 2인자이면서 의형제처럼 김병만을 믿고 따르는 캐릭터다.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힘겨운 정글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인물. 그런 그에게 나타난 적수가 바로 여전사 전혜빈이다. 여자 김병만이라는 닉네임이 어울리게 그녀는 남자들을 넘어서는 정글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뭐든 손을 덥석 덥석 쥐고 맨손으로 뱀을 잡는 그녀는 단번에 <정글> 2인자 캐릭터를 거머쥐었다.

 

전혜빈과 상반되는 지점에 연서남(연악한 서울 남자) 박정철이 캐릭터를 세웠다. 멋진 외모와는 달리 허당 기질이 많고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는 전혜빈과 상반되는 모습으로 <정글>에 웃음을 만든다. 때론 전혜빈과 함께 즉흥적으로 상황극을 연출하기도 하는 그는 도시인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정글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도시를 그리워하고 그 욕구를 드러내는 모습은 박정철이라는 캐릭터를 보다 친근하게 느끼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류담과 노우진은 오래도록 손발을 맞춰온 달인팀답게 정글에서도 즉흥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류담은 먹을 것을 갈구하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 캐릭터로 웃음을 주고, 노우진은 시베리아 편에서 원주민들과 보여준 친화력처럼 자신을 기꺼이 재미를 위해 내주는(?) 모습으로 웃음을 만든다. 흥미로운 건 새로 투입된 2AM 정진운의 캐릭터다. 물론 정글 생존을 위한 병만족의 노동(물 찾기나 먹을 것 구하기 같은)에 참여하지만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그가 기타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사막에서 울려 퍼지는 기타소리가 주는 감성적인 느낌. 생존만큼 힘든 것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진운이 노래로 할 수 있는 일이 어쩌면 먹을 것 구하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정글의 법칙-마다가스카르>가 지금까지와 확실한 차별점을 이루는 것은 그 안에 모든 구성원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역할로서 캐릭터를 분명히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심지어 제작진을 대표하는 이지원 PD에게서조차 보여진다. 연기자들과 미션을 두고 밀당을 하면서도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도전정신으로 제작진과 연기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리더십을 드러낸다. 이 정도면 정글판 <어벤저스>급 캐릭터들이 아닐까.

 

이처럼 캐릭터가 가능해진 것은 <정글의 법칙>이 초반 정글 적응기를 뛰어넘어 좀 더 안정적인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단지 정글의 그 힘겨움을 버텨내던 단계를 넘어 생존 속에서도 어떤 즐거움을 찾아내고, 또 그것이 현대인들에게 주는 의미도 제시할 정도로 <정글의 법칙>은 더 유연해졌다. 김병만 하나의 캐릭터로 대변되던 <정글의 법칙>은 이제 그를 바탕으로 모두가 저마다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또한 <정글의 법칙>이 더 많은 다양한 스토리들을 전해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Posted by 더키앙


2인자 연기, 이 정도면 명품이다

'빛과 그림자'(사진출처:MBC)

이 친구 특별하다. 그저 처음에는 '달인' 김병만 옆에서 보조하는 정도의 캐릭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차츰 그 '받아주는 역할'을 하는 류담의 존재감이 보이기 시작했다. 억지를 부리는 김병만에게 조소 섞인 웃음을 날리며 "뭐라고요?"하고 묻는 그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달인'이라는 코너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 조연 없는 주연 없듯 2인자가 없는 1인자가 있을 수 없다.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매니저 박민수(안성기)가 이제는 한 물 간 스타 최곤(박중훈)에게 말하듯, '별은 혼자 빛나지 않는다.' 그 별을 빛나게 하는 별, 그가 바로 류담이다.

'달인' 바깥으로 나와 연기의 영역으로 들어온 류담은 좀 더 특별해진다. '선덕여왕'에서 그는 이문식과 이른바 '죽방고도' 콤비를 이뤄 사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문식이야 감초 연기로 정평이 나 있던 연기자였기에 그다지 두드러질 것은 없었지만, 고도를 연기한 류담은 말 그대로 '재발견'이었다. 보통 개그맨들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그런 카메오의 수준을 훌쩍 넘어섰고, 다양한 표정연기는 류담의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게 만들었다.

특유의 푸근한(?) 몸집에 억울한 얼굴과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바보 같은 웃음은 마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천진난만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그가 주인공 옆에 서 있으면 어딘지 마음이 든든하고 푸근해진다. 달인 김병만 옆에 늘 그림자처럼 서 있는 류담이 그렇고, 덕만 옆에 죽방과 함께 서 있던 고도가 그랬으며, '빛과 그림자'에서 강기태(안재욱) 옆에 영원한 동생으로 자리한 양동철(류담)이 그렇다. 그는 중심에 서 있지는 않지만 그 중심을 빛나게 해주는 특별한 재주를 가졌다.

이 부분에서 그저 '달인' 김병만의 보조처럼 여겨졌던 류담이 사실은 김병만이 흉내 낼 수 없는 '연기의 영역'을 가진 존재라는 게 드러난다. 김병만도 마찬가지로 코미디를 바탕으로 연기를 하는 개그맨이지만, 류담은 코미디 연기 이외에 정극의 연기도 점점 가능한 배우로 성장해가고 있다. '빛과 그림자'에서 류담이 연기하는 양동철은 그저 강기태를 보조해주는 역할이 아니라 한 명의 어엿한 연기자로서 의리에 죽고 사는 동생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이러한 류담이 가진 특별한 존재감이 빛났던 적이 있다.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족(?)이 아프리카의 힘바족 마을에 들어갔을 때다. 모두들 어딘지 어색하고 서로 다가가지 못하는 그 순간에 류담은 힘바족과 가장 빨리 친하게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자신의 마음을 먼저 열어 보이고 그들에게 다가갔다는 점이다. 이것은 류담이 가진 개그맨이자 연기자로서의 가장 좋은 장점이다. 그가 가진 특유의 선한 웃음은 그게 누구든 쉽게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다. 개그맨으로서 연기자로서 이만큼 좋은 자질이 있을까.

류담은 중심보다는 주변에서, 별이기보다는 그 별을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 중심과 주변이 구분되지 않고 수평적으로 바라보는 시대를 맞아 그 역할 자체로 빛나는 별이 되고 있다. 별은 혼자 빛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별을 빛나게 하는 게 어둠만은 아니다. 별 옆에서 같이 빛나면서 별을 비춰주는 별, 그게 바로 류담이다.

Posted by 더키앙


'정글', 생존만큼 중요한 공존의 가치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정글의 법칙' 악어섬이 보여준 건 '생존'이었다. 그 극한의 낯선 상황에서 가장 빛난 건 단연 김병만과 리키 김이다. 이 두 사람은 끊임없이 집을 짓고 먹이를 구하면서 정글에서의 생존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반면 그 생존 앞에 힘겨운 얼굴을 보인 두 사람이 류담과 광희다. 하지만 악어섬을 탈출(?)해 힘바족 마을로 온 그들은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낯선 힘바족 마을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통해 류담과 광희의 새로운 가치가 드러났다. 바로 '공존'의 가치다.

낯가림이 심한 김병만보다 류담이 돋보인 건 열린 마음이다. 아무에게나 다가가 말을 걸고(물론 힘바족 말도 잘 모르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면 웃어주고, 때론 과장된 몸짓으로 웃음을 주자, 힘바족들도 조금씩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그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힘바족 여인들에게 김병만은 그저 '키 작은 친구'였지만, 류담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었고 '사위삼고 싶은 사람'이었다. 이유는 하나다.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생존만큼 중요한 공존의 가치가 드러난다. 제 아무리 살아남는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함께 살아갈 수 없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다. 결국은 생존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류담과 광희가 열어놓은 공존의 물꼬에 김병만도 차츰 적응하기 시작했고, 마을 한 가운데 그늘집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시냇물가에 작은 간이 목욕탕을 만들어 아이들이 들어가게 하고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 김병만에게도 공존이 가진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물론 아이들은 왜 이런 조그만 목욕탕이 필요한 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사과를 나눠주고 함께 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류담과 광희는 마치 힘바족의 가족이 된 것처럼 그들과 동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 차츰 적응을 하게된 김병만 역시 나무를 타고 오르는 힘바족 청년들을 그대로 따라함으로써 한층 그들에게 다가갔다. 도무지 못 오를 것이라 생각한 그 나무 타기를 선보인 김병만에게 힘바족 청년은 "용기가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공존을 위한 여러 가지 법칙들이 선보여졌다는 것이다. 힘바족이 쓰는 언어를 하나하나 적어서 간단한 것이나마 말을 건네는 행위, 함께 먹을 것을 건네고 먹는 행위, 마을 사람들에게 선의를 보여줘 마음을 얻으려는 행위, 또 그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따라하는 행위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 건 류담의 반전이 보여준 '웃음'의 힘이었다. 한번 웃겨주는 것으로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

사실 이것은 '웃음의 기원'을 추론할 때도 등장하는 얘기다. 뭔가 낯선 존재에 대한 극한 두려움이 '사실은 난 너의 적이 아니야'라는 긴장의 이완을 보여주면서 생겨난 게 치아를 드러내 보이는 행위, 즉 웃음의 기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웃음이 가진 힘은 사람들을 '공존'하게 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어쩌면 생존보다 더 강한 욕구가 공존의 욕구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저 로빈슨 크루소의 생존을 넘어선 후의 극도로 외로운 삶을 떠올려보거나,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바닷물에 떠내려가는 윌슨씨(사실은 배구공인)를 보며 오열하던 톰 행크스를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글의 법칙'이 전편에서 생존을 보여주고, 이어 공존의 가치를 드러내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김병만보다 더 빛난 류담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공존'의 가치를.

Posted by 더키앙

감초 연기의 대가 이문식, '선덕여왕'이 재발견한 감초, 류담

"니들 위장이란 거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말어."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의 대사가 아니다. '선덕여왕'에서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죽방(이문식)과 고도(류담)가 나누는 대화 중 하나다. 덕만(이요원)이 미실에게 접근하기 위해 용화향도들까지 속인 것에 대해 마치 죽방이 그것이 위장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너스레를 떠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고도 역할의 류담이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아휴 지겨워. 맨날 말을 말래." 이것은 '개그콘서트' 달인의 패러디다. 달인 김병만이 늘 하는 말, "안 해봤으면 말을 말라"는 그 말을 '선덕여왕'의 죽방고도가 나누는 웃음의 코드로 끌어들인 것이다.

'선덕여왕'의 죽방고도 콤비만 떼놓고 보면 진짜 '개그콘서트'의 달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죽방이라는 캐릭터는 늘 "자기는 다 알고 있었다"거나,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리는 '선덕여왕'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류담이 맡은 역할이다. '개그콘서트'에서 류담은 달인의 머리를 툭 치며 "나가!"하고 면박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선덕여왕'에서 류담은 거꾸로 죽방에게 늘 얻어맞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죽방고도 콤비는 긴장감 넘치는 사극 속에 늘 존재하는 감초 역할이다. 어리숙한 도둑이라는 캐릭터는 사극 이외에도 드라마 속에 늘 빛나는 감초 역할을 해왔다. 누군가의 물건을 훔쳤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어리숙함은 늘 드라마에 웃음과 함께 극의 긴장감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캐릭터다. 죽방고도가 훔쳐온 연적 에피소드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연적으로 해구신을 산 그들로 인해 향도들은 일제히 신체검사(?)를 받게 되는데, 이것은 주인공 덕만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반면 그 해구신을 숨기기 위해 고도의 입에 그걸 밀어 넣으면서도 아까운 듯 다 먹지는 말라는 죽방은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도둑이란 캐릭터는 더 큰 도둑(이를테면 나라를 훔친) 앞에서는 용인되기 마련. 그것도 그 큰 도둑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문식은 이미 정평이 난 감초연기의 달인이다. 그의 감초연기가 여타의 배우들과 다른 점은 그 웃음 속에 서민적인 눈물까지도 묻어난다는 점이다. '일지매'에서 생니까지 뽑아가며 연기투혼을 한 이문식은 뜨거운 부정을 보여줌으로써 웃음은 물론이고 감동까지도 선사했다. '선덕여왕'에서 이문식은 좀 더 웃음의 코드에 접근하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덕만이 기댈 수도 있는 형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문식의 감초 연기야 이미 정평이 났지만, 류담의 연기는 재발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그콘서트' 달인에서 그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중심에 선 김병만의 개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그가 맡은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덕여왕'에서의 그의 감초 연기는 보통 개그맨들이 드라마로 진출할 때 넘기가 좀체 어려운 까메오 역할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류담이 연기하는 고도는 그만큼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아있다는 말이다.

그간 보지 못했던 그의 다양한 표정 연기는 이문식과 콤비를 이루면서 더욱 빛이 난다. 억울한 얼굴과 놀라서 동그랗게 뜬 눈, 가끔씩 보이는 바보 같은 웃음은 '달인'에서는 보지 못했던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류담에게서 발견하게 한다. 거구의 몸 역시 '달인'에서는 주목되지 못했지만, '선덕여왕'에서는 이문식과 대비되면서 이른바 훌쭉이와 뚱뚱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사극처럼 진지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드라마 속에서 자칫 감초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은 간과되기 쉽다. 하지만 감초는 그저 드라마에 부가되는 웃음이라는 양념만은 아니다. 논리적인 접근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부분에서 감초라는 캐릭터는 사건을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하는 자체로 극을 움직이는 하나의 틀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의 달인, 죽방고도가 돋보이는 것은 이 두 가지 역할, 즉 웃음을 주는 역할과 극을 움직이는 역할을 모두 잘 소화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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