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샘과 손진영에 빵 터진 이유

 

군인은 샘 해밍턴의 꿈이라고 했다. 그는 방에서 <람보>의 DVD를 보여주며 어린 아이처럼 람보 놀이를 했다. 아마도 이 장면을 본 수많은 군필자들은 군대의 실상을 모르는 샘 해밍턴의 말과 행동에 웃음이 터졌을 것이다. 그가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겪을 리얼 군대에 람보 같은 낭만은 더 이상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웃지 않을 것만 같은 독사 조교가 그를 부를 때마다 그는 관등성명을 대느라 버벅거렸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류수영은 훈련소로 가는 길에 향수를 챙겨왔다고 했다. 힘들 때 기분 전환용으로 그걸 뿌리려 준비했다는 것. 아마도 진짜 군대라면 이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이었을 게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향기 테라피’를 준비한 류수영은 이 촬영이 조금 힘들긴 해도 진짜 군대 체험은 아닐 거라 여겼던 모양이다. 그는 독사 조교가 사제에서 가져온 물품들을 모두 박스에 담으라는 명령에 향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수염을 자르지 않고 들어온 손진영에게 독사 조교가 “군대에서 수염 기르면 안 되는 거 모르십니까?”하고 묻자 “자존심입니다”라고 하던 그도 결국에는 수염을 깎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장면은 <진짜 사나이>가 그저 무늬만 군대 체험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해주었다. 최근 <푸른 거탑>이나 <레밀리터리블> 같은 군대 소재 콘텐츠들이 트렌드를 이루고 있지만 <진짜 사나이>는 그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걸 보여준 것.

 

MBC <일밤>이 <아빠 어디가>의 새 파트너로 군대 소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를 포진시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의 순수성을 내세우는 만큼 시청률이 목적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니 <일밤>의 다른 한 쪽으로 좀 더 강한 예능 프로그램을 세우려 한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이제는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대중들에게 <진짜 사나이>의 군대 이야기는 그 야전의 생생함을 무기로 삼고 있다. MBC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김수로가 첫 촬영 이후 “더 이상 못 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도가 셌다고 하고, <정글의 법칙>에서 정글에도 다녀온 미르는 심지어 “정글보다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때문에 강한 자극적인 설정들이 주를 이룰 것이라 판단하면 오산이다. 또 군대를 경험하거나 경험할 남자들에게만 재미있을 것이란 생각도 편견에 불과하다. 이 프로그램은 그 시작점을 이제 훈련소에 들어가기 위해 이별을 고하는 일반 훈련병들과 그 가족들의 장면으로 삼았다. 까까머리들 속에서도 제 아들, 연인을 척척 찾아내는 가족들의 “잘 다녀오라”는 외침은 아마도 그 누구에게나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진짜 사나이>는 물론 군대 체험이 갖는 강한 이야기들이 그 소재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자극보다는 공감이 우선이다. 독사 조교가 들어와 단 몇 분만에 좌중을 싸늘하게 만드는 장면은 대표적이다. “목소리 이것밖에 안 나옵니까? 재밌습니까? 앉아! 일어서! 원위치! 이것밖에 못합니까?” 이 몇 마디는 아마도 군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독사조교의 그 몇 마디에 군기가 팍팍 세워지는 장면을 보면서 대부분의 남자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렇다면 이 조금은 딱딱한 군대 리얼리티 이야기에서 어떻게 웃음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그 긴장된 상황 자체가 부여하기 때문에 굳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 웃음이란 긴장된 상황에서의 갑작스런 이완의 틈입이 주는 것이 아닌가. “205번 훈련병 손진영... 입니다!” 같은 어색한 관등성명에 옆자리에 앉은 동료들이 쿡쿡 웃음을 터트리는 건, 군대라는 낯선 곳에서의 긴장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웃지 마십시오!”라는 독사 조교의 명령은 그래서 웃음을 참게 만들고 그것은 더 웃긴 상황을 연출해준다.

 

군대 경험을 했던 이들이라면 군기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많은 행위들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다가 눈물 나는 기합으로 이어졌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사람을 군대라는 조직에 끼워 넣는 그 과정은 그 자체로 웃음이 터져 나올 수 있을 만큼 부자연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부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순간, 군인만이 가진 군기와 체계가 생겨난다. 즉 군대라는 공간에서의 행동이란 일반인들에게는 웃음을 줄만큼 어색하게 보이면서도 당사자들에게는 긴장감과 두려움을 주는 것이기 마련이다.

 

실제 조교로 등장한 휘성은 같은 연예인 선후배들이 있는 가운데도 알은 체를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군대는 너희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잘 나갔든지 똑똑했든지 다 똑같이 대우 받는다 알겠냐?” 바로 이 딱딱한 체계 위에 관등성명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 때문에 곤혹을 치르는 샘 해밍턴이 있고 잠자리에 들기 전 독사 조교에게 “화장실은 못 가는 거 아... 아니지 말입니다?”하고 버벅대며 묻는 손진영이 주는 포복절도의 웃음이 바로 <진짜 사나이>의 진면목이다. 리얼과 웃음은 그렇게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다.

<정법> 논란, 박보영 소속사 대표의 이상한 매니지먼트

 

<정글의 법칙>에 참여한 박보영 소속사 대표의 행보는 한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가 한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상식 이하의 일이었다. 물론 자신의 소속사 배우인 박보영을 아끼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연락이 끊겨 걱정이 됐고 그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화가 났던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소속사 배우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다는 건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것도 실제 사실도 아닌 글을.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정글의 법칙>에 대한 진정성 훼손의 글이 허위라는 건 그가 전하는 사죄의 말 속에 이미 들어가 있다. 박보영 소속사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정글의 법칙>이 마치 실제 리얼이 아니고 사실은 놀러 다닌다는 식의 글이지만, 사죄의 말 속에 들어 있는 건 박보영은 물론이고 제작진들이 엄청나게 고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즉 박보영 소속사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자기감정에 빠져 마구 써 갈긴 거짓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라는 사람이 자신의 소속사 배우가 참여한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거짓 글을 올린다는 건 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것은 결국 자신의 소속사 배우를 위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정글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결정을 내렸다면 그만큼 고생할 각오는 당연히 했어야 한다. 오히려 고생하는 제작진들을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그간 고생고생하며 쌓아놓은 탑에 발길질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또한 소속사 대표라는 사람이 “페이스북을 무척 사적인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고 열람할 수 있는 친구들도 얼마 없어 내 푸념을 털어놓는다는 생각으로 글을 올렸다”는 말은 더더욱 이해하기가 힘들다. 최근 SNS로 인해 생겨난 논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매니지먼트 회사 사장이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어떻게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과 병만족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세워진 프로그램이다. 심지어 <정글의 법칙> 아마존 편에서는 콩가 개미에 물려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와중에도 촬영을 계속 하려는 김병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몇몇 연출적인 요소들을 위한 의도적인 촬영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정통 다큐멘터리에서도 흔한 일이니까. 하지만 김병만과 병만족이 보여주는 이 고생담을 어떻게 한 마디로 진정성 없다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소속사 배우를 아낀다면 한 프로그램에서 같이 고생하는 다른 출연자들도 똑같이 아끼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것이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라면 응당 가져야할 자세다. 박보영이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면, 그간 세계의 오지를 돌아다니며 정글에서 사투를 벌여온 김병만과 병만족 그리고 제작진들의 고생을 먼저 봤어야 한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따서 병만족들의 허기와 갈증을 달래주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를 하거나 통발을 만들고,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너고, 생존을 위해 벌레를 잡아먹고, 정글에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해와 집을 짓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시청자들에게 심어준 믿음은 그 어떤 말 한 마디로 쉽게 훼손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땀으로 세워놓은 진정성이기 때문이다. 박보영 소속사 대표의 헛된 말 한 마디는 결국 매니지먼트 회사의 대표로서의 자기 자신의 진정성만을 훼손시킨 일이 되었다.

<우결>, 리얼보다 시트콤이 오히려 낫다

 

김태희-비에 이어서 오연서-이장우의 열애설. 연초부터 불거져 나온 일련의 열애설은 그 자체로는 사실 그다지 중대한 사안도 아니다. 연예인이건 누구건 서로 만나 좋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고 사귈 수도 있다.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약간의 실망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요즘처럼 개방적인 시대에 팬들이라고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할까.

 

'우리 결혼했어요'(사진출처:MBC)

하지만 이 열애설이 중대해지는 건 그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다른 사실들 때문이다. 김태희와 비의 열애설이 비의 불성실한 군복무 문제로 번졌던 것처럼, 오연서와 이장우의 열애설은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로 불똥이 튀었다. <우결>에서 이준과 알콩달콩한 상황을 보여주었던 오연서의 진실성이 의심됨에 따라, <우결>의 진정성 자체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른 것.

 

물론 이번 열애설로 오연서와 이장우가 함께 출연하는 MBC 일일극 <오자룡이 간다>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결>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드라마 속 커플은 진짜 커플로 밝혀진 셈이고, 반대로 가상 결혼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반응은 리얼임을 강조했던 버라이어티쇼 속의 커플은 가짜 커플로 드러난 셈이다.

 

하긴 가상 결혼을 내세운 <우결>을 완전한 리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대본에 의한 연기는 아니라는 것을 제작진은 늘 강조해왔고, 특정 상황 속에 벌어지는 감정들만은 진짜라는 걸 대중들에게 어필해오던 <우결>이 아닌가. 만일 이것이 그저 가상일뿐이고 대본에 의한 것이라면 <우결>에 출연했던 많은 커플들이 흘린 눈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는 말인가.

 

어쨌든 지금까지 <우결>의 핵심은 이 ‘가짜지만 진짜인’ 상황이 만들어내는 가상과 리얼 사이의 긴장감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연서-이장우의 열애설이 터진 마당에 <우결>은 더 이상 리얼을 강조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마당에 오연서가 이준과 가상 부부로서 <우결>를 찍으며 어떻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웃음은 연기가 되고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연서의 상대인 이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상황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가상부부로 엮어졌다는 것만으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니까. 함께 계속 출연한다면 이준 역시 거짓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예 내놓고 불륜인 아내 설정으로 오연서와 이준의 상황을 부여하면 모르겠지만, <우결>은 <사랑과 전쟁>이 아니지 않은가.

 

바로 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 <우결>은 지금이 최대의 위기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은 프로그램 내에서의 오연서와 이준 커플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다른 커플들도 다시 쳐다보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다. “저거 다 대본이고 설정이야”라고 인지되는 순간 <우결>이 지금껏 가상과 리얼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놓은 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 이른바 ‘우결 마을’이 만들어지면서 <우결>이 점점 시트콤화 되어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는 의외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리얼을 강조하기보다는 아예 시트콤을 더 강조하는 편이 이제는 <우결>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훨씬 진정성 있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 상황’이라고 자꾸 강변하지 말고, 차라리 ‘이건 연기 상황’임을 드러내는 편이 낫다. 연기를 하다보면 진짜가 나오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 연기를 하다 보니 진짜가 나오는 상황은 사실상의 <우결>의 맨얼굴이다. 그간 연기는 없고 리얼이라고만 강조해서 가려졌던 부분이지만, 이미 맨얼굴이 드러난 지금, 그걸 감춘다고 해서 가려질 수는 없을 것이다. 오연서-이장우 열애설은 <우결>의 가장 약한 아킬레스건을 건드렸지만 이 상황은 어쩌면 <우결>의 새로운 변화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위기는 과연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무한도전', '1박2일' 그리고 '남자의 자격'이 보여준 진심의 힘

링 바깥에서 극도의 긴장감에 연실 토하면서도 링 위에서 애써 건재함을 보이려한 정형돈. 통증으로 경기 1시간 전에 응급실에 누워 있었지만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링 위에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준 정준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족했던 기술을 고통스럽지만 한 번 더 하라고 말하는 하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완벽한 악역을 소화해내는 길. 부족한 기술이지만 특유의 쇼맨십으로 장내를 장악해버린 박명수와 노홍철. 리더로서 팀원들을 독려하고 걱정하며 늘 솔선수범하는 유재석과 손스타. 이들이 살과 살의 부딪침으로 연출해낸 '무한도전 WM7'은 그저 '리얼'이라는 수식어로는 담아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마음이다. 정형돈이 괴로워할 때, 저 링 위에서 싸이가 부르던 '연예인'이라는 노래의 가사,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줄게요"가 오버랩될 때 느껴지던 그 진심.

바로 이 진심은 '남자의 자격'에서 각양각색의 합창단원들을 진두지휘하는 박칼린의 눈빛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때론 자애로운 눈빛으로 단원들을 독려하고 때론 엄하게 꾸짖으며 단원 한 명 한 명을 마치 악기 조율하듯 섬세하게 매만지는 그녀의 눈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하모니'에 대한 강렬한 열정이다. '남자의 자격-남자와 하모니'편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합창이라는 소재가 갖는 힘이기도 하다.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합창단에 합류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던 그들이 하나의 음악 속에서 완벽한 하나가 되는 그 기적 같은 경험.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쉴 새 없이 던져지는 농담 속에서도 늘 진지함을 잃지 않는 박칼린과, 그녀의 지휘에 따라 합창단 전체의 마음이 노래 속에서 하나가 되는 그 과정을 어찌 '리얼'이라는 단어로 다 말할 수 있을까.

'1박2일'의 멤버들이 다섯 코스로 나뉘어 둘레길을 따라 걷는 그 여정에서도 우리는 곳곳에 묻어나는 진심을 읽을 수 있다. 강호동과 은지원이 길 위에서 만난 혼자 길을 걷는 청년에게서도, 그들이 민박집에서 만난 가족들에게서도, 또 늦은 시간에도 한상 떡 차려 내어주시는 인심 좋은 민박집 주인에게서도 그 따뜻한 진심이 묻어난다. 이승기가 한 정자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와의 특별한 인연은 물론이고, MC몽에게 참치캔을 내어주던 청년들, '1박2일' 팬이라며 이수근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내어주시던 이장님까지, 이 조미료 쏙 뺀 다큐 예능이 보여준 것은 그들의 마음이었다. 길 위에서 팀원들이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거기서 만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모습은 '1박2일'이 본연의 여행이라는 취지의 버라이어티로 돌아왔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어두운 밤길에 여전히 자신을 알아볼까 저어하는 김종민에게 지나치며 '파이팅'을 외쳐주는 행인들의 그 마음은, '다큐'라는 타이틀을 내걸은 것처럼 리얼 그 이상의 따뜻함을 담아낸다.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해져버렸다. 그래서 이 진심까지 잡아내고 그 마음을 전해주는 버라이어티쇼를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표현이 되었다. 버라이어티쇼는 이제 재미는 기본이고 교감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 어떤 말보다 살과 살이 부딪치는 것으로 정직하게 그 마음을 전하는 '무한도전'이나, 합창을 통해 저마다의 마음이 하나로 묶여지는 기적 같은 경험을 전해주는 '남자의 자격', 그리고 길 위에서 그 길을 걷지 않았던들 경험해보지 못했을 소중한 만남의 따뜻함을 전하는 '1박2일'이 모두 감동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때 인위적인 웃음이었던 예능은 '리얼'로의 변신을 통해 마치 다큐 같은 실제상황을 끌어들였고 이제는 그것을 넘어 그 날것이 전해주는 신산한 진심까지 담아내고 있다. 웃음을 주는 버라이어티쇼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경험은 이제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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