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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대구공방전'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7.07.25 어이 친구! 우리 연애나 해볼까
  2. 2007.07.06 마니아 드라마는 없다
  3. 2007.07.04 멜로, 만화를 캐스팅하다 (1)
  4. 2007.06.30 드라마, 리얼하거나 만화 같거나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와 남녀관계는 진화 중

언제부턴가 여성 캐릭터가 ‘여성스럽다’는 표현은 더 이상 칭찬이 아닌 것이 되었다. 차라리 ‘섹시하다’거나 ‘도발적이다’라는 도전적인 이미지는 나은 편. ‘여성스럽다’는 이미지는 이제 ‘예쁜 척 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일까. 여성 캐릭터들은 ‘예쁘고 청순 가련한’ 모습을 버리고, 한껏 ‘씩씩한’ 이미지로 변신 중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윤은혜)은 이러한 트렌드의 정점에 있는 캐릭터. 남장여자라는 설정 속에 부정적인 의미로 보여지는 ‘여성스러움’은 철저히 가려진다. 그녀의 드러난 모습들은 술 취한 남자 하나 정도는 거뜬히 업을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고, 불량배들 몇은 두드려 팰 수 있을 정도로 싸움을 잘 하며, 앉은자리에서 자장면 다섯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식욕을 가졌다는 것이다.

말투는 물론이고, 걸어다니는 모습이나 다리를 쫙 벌리고 앉는 모습까지 영락없는 남자의 그것을 보여주는 은찬이란 캐릭터는 그러나 분명 여자다. 그러니 남자대 남자(?)로서 사장과 직원이 된 한결(공유)과 은찬에게서 사랑의 감정이 솟아날 즈음, 드라마는 재미를 갖게 된다. 시청자들은 그들이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남장여자에게 끌리는 남자로서의 한결이 우스우면서도 귀엽고, 그런 한결에게 끌리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남장여자 은찬의 사랑이 애틋해진다.

여기저기 드라마마다 넘쳐나는 도식적인 사랑이 식상하게 느껴질 때, 이들의 사랑은 우정이나 의리의 탈을 쓰고 나타나 그 사랑을 교란한다. 한결이 은찬을 끌고 가 “한번만 안아보자 미치겠다”고 말하며 안을 때나, 은찬이 한결에게 갑자기 기습키스를 하고 변명을 해댈 때, 그리고 의형제를 빙자하면서 서로 곁에 두려는 마음을 전할 때, 사랑은 전면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뒤로 숨는다. 그러니 이들의 관계는 만나면 서로 까칠하고 헤어져 혼자 있을 땐 애틋해진다.

이러한 씩씩한 여성 캐릭터와 남자가 엮어 가는 사랑의 방식은 처음부터 남녀의 관계로 시작되지 않는다. 종영한 ‘메리 대구 공방전’에서 가진 것 없어도 꿈 하나로 씩씩한 메리와 대구가 사랑으로 발전하기 전까지 그들은 동료의식으로 가까워졌다. 입만 열면 ‘배신’이란 단어가 나오는 것은 같은 길을 어렵게 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던 동료애 때문이다. 그것은 사랑보다는 우정이나 의리에 가까운 관계이다.

이러한 남녀간의 관계는 ‘9회말 2아웃’에 가서는 30년 지기란 설정으로 제시된다. 늘 서로를 까칠하게 대하는 난희(수애)와 형태(이정진)도 서로의 어려움을 봤을 때는 그 우정이 발동해서 마음이 가지만, 그것은 딱 거기까지만이다. 사랑은 아직 어딘가 멀리 있는 것이라고 이들은 착각한다. 그 착각이 주는 재미는 이들의 우정을 빙자한 사랑 얘기에 힘을 실어준다.

이런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와 이로 인한 남녀관계의 변화는 현 사회상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결과다. 그만큼 여성들은 드라마 속 남녀 관계에 있어서(그것이 연애문제든 사회 속에서의 성별문제든) 남자라는 성에 귀속되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이것은 과거 남성 중심적인 멜로드라마에서 여성 중심적인 멜로드라마로 진화한 결과다. 그 속에는 질척하지 않고 상큼 발랄한 순정만화 톤의 사랑을 꿈꾸는 여성들의 로망이 들어있다.

이들 드라마는 과거의 멜로드라마들처럼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지 않는다.  대신 “어이 친구! 우리 연애나 해볼까.”하고 묻는다. 그 엉뚱함에 쿡쿡 웃다가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 이것이 달라진 이들 드라마들의 연애방식이 주는 매력이다.

Posted by 더키앙

실시간 시청률이 마니아 드라마 만든다

‘마왕’, ‘케세라세라’, ‘경성스캔들’, ‘메리 대구 공방전’,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시청률은 낮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 드라마만큼의 호평을 받는 드라마라는 것이다. 만일 시청률이 의미하는 것이 그만큼 호평을 받는다는 것이라면 이 ‘시청률 낮은 호평 받는 드라마’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래서 이상한 타이틀이 붙었다. 소위 ‘마니아 드라마’, ‘폐인 드라마’라는 것이다.

이 호칭이 붙는 순간, 그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마니아(심지어는 폐인?)가 되어버린다. 소수 취향에 특별한 광기(본래 마니아는 그리스어로 광기란 뜻)를 지닌 사람의 축에 끼게 되는 것. 하지만 진짜 그럴까. 그저 시청률에 의해 재단된 것은 아닐까. 만일 지금의 방식으로 산정되는 시청률이 현재 변화된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떨까. 마니아 드라마는 진짜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세대가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공감도
나이가 지긋하신 장년층 시청자분들은 ‘메리 대구 공방전’을 보면서 “도대체 저게 뭐 하는 것들이냐?”고 말한다. 등장인물들이 어려서가 아니라 그 독특한 스타일이 소위 말해 적응이 안 되는 것이다. ‘마왕’같은 작품은 아예 이해불가를 넘어서 고문에 가깝게 느껴진다. 작품 자체가 시청자들의 머리를 끝없이 추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소위 호평 받는 프로그램들 대부분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무한도전’같은 프로그램은 “지들끼리 나와 떠드는 걸 뭐하러 보냐”고 하기 일쑤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어느 정도 학습이 필요하다. ‘메리 대구 공방전’을 재미있게 보려면 적어도 인터넷 소설이 주는 만화처럼 톡톡 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마왕’이 재미있으려면 적극적으로 추리를 해보겠다는 약간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무한도전’이 재미있으려면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TV 속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아무런 의미를 던져주지 못한다.

이것은 과거, 일방향적인 TV의 시청 행태로는 지금 같이 쌍방향적인 TV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래서 장년층들은 채널을 돌린다. 이해할 수 있고 코드에도 맞으며 자신들에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에 고정시킨다. 일일가족드라마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나 현재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반면 똑같은 일일가족드라마라 해도 ‘거침없이 하이킥’처럼 어느 정도의 학습(적어도 이순재가 왜 야동순재로 떴는지는 알아야 한다)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다르다. 시트콤이란 형식이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20% 전후의 시청률에 머무르는 건 바로 그런 이유다.

TV와 컴퓨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TV란 그저 정보와 재미를 ‘전달’해주는 매체를 넘어서 그 전달된 정보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생산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다. 인터넷이란 의견의 장은 그 재미를 무한히 증폭시켜준다. 그러니 그들은 기성세대들이 원하는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을 찾게된다.

여기에 인터넷 다운로드 방식은 빠르게 젊은 세대들의 시청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TV로 방영되는 시간에 맞춰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다운로드 받은 드라마 파일을 컴퓨터나 PMP 같은 뉴미디어를 이용해 아무 때나 보는 게 더 편하다. 심지어는 여러 편을 한꺼번에 보는 몰아보기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TV가 기성세대의 매체가 되고 있는 반면, 젊은 세대의 매체로 뉴미디어들이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간의 시청형태는 TV와 컴퓨터로 확실히 분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IPTV가 그것이다. 실시간으로 다운로드를 받아 프로그램을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이 마법의 장치는 인터넷과 TV가 만나는 지점에서 나온 것으로 과거 TV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그 중 가장 첨예한 것은 실시간 시청이란 TV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것은 엄밀히 말해 TV이기에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조차 편리한 도구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더 파괴적이다.

물론 이것은 이제 막 태동하는 TV의 진화이기에 그 변화의 양상이 피부에 아직까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진화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시청형태의 변화는 곧 이루어질 거라는 점이다. 문제는 지금의 실시간 TV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청률 산정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거나 최소한 준비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마니아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마니아가 아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시청률은 낮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 드라마만큼의 호평을 받는 드라마’라는 말은 그 자체로 지금의 시청률 산정의 문제를 드러내는 게 아닐까. 그 호평은 특정 기관이 주는 것도 아니고, 몇몇 평론가들이 주는 것도 아닌 바로 시청자들이 주는 것이다. 따라서 호평을 받으면 시청률이 높고, 그렇지 못하면 시청률이 낮아야 당연한 것이다. 이 비례적인 등식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청률이라면 그다지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그깟 시청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보면 되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처럼 산정된 시청률이 광고라는 힘을 등에 업고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청률 산정으로 인해 드라마 제작이 기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것은 또한 미래의 시청자들을 지금부터 버리는 행위가 된다.

엄밀히 말해서 마니아 드라마는 없다. 오히려 마니아 드라마의 존재는 지금의 시청률 산정이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거꾸로 말해 마니아 드라마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청률 잣대로 인해 소외될 수 있는 세대들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것이 마니아 드라마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마니아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마니아가 아니다.

Posted by 더키앙

만화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커피 프린스∼’, ‘경성스캔들’, ‘메대공’

‘커피 프린스 1호점’, ‘경성스캔들’, ‘메리 대구 공방전’의 드라마 구도는 어딘지 익숙한 것들이다. 우리가 보았던 멜로드라마나 트렌디 드라마, 심지어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졌던 구도들. 시청자들이 이제는 식상하다며 외면했던 바로 그 틀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들이 과거의 그것들과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 드라마들은 전혀 식상하지 않고 오히려 참신하며 그 참신함을 넘어서 무언가 새로운 드라마 트렌드의 탄생을 예상하게 만든다. 그 키워드는 바로 만화적인 감수성이다.

만화적 감수성의 시도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풀 하우스’와 ‘궁’에서 시도되었고, ‘환상의 커플’에서 만화 원작이 아닌 드라마 자체로의 시도를 성공리에 끝낸 바 있다. ‘환상의 커플’은 더 이상 ‘만화 같은 이야기’라는 수식어가 ‘황당하고 허술하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3차원 드라마 세상에 나온 갑작스런 4차원 드라마의 출현이었다. 지금처럼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향의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비현실적이라고? 효과는 만점
만화적인 장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카메라 연출이다.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화면 속에 넣어지는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담은 자막들은, 만화책의 프레임과 말 풍선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참신하게 다가올 것이다. 드라마에서라면 조금은 거북할 법도 한 캐릭터들의 과잉행동은 그러나 만화적인 앵글과 편집으로 경쾌하게 변신한다. 갑자기 본 드라마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상 속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 역시 바로 그런 만화적 감수성의 룰 안에서 용인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만화적 감수성은 단지 카메라 연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캐릭터의 설정이라든가, 이야기 전개에까지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메리 대구 공방전’에서 대구의 아버지인 풍운도사(이영하)의 캐릭터 소개는 말 그대로 만화적 설명이라 할 정도로 우화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경성스캔들’에서 모던 뽀이 선우완(강지환)의 캐릭터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사용된 장치 역시, 그를 따르는 지라시 출판사의 만화 같은 캐릭터들의 만화 같은 행동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커피 프린스 1호점’ 역시 최한결(공유)이 남장여자인 고은찬(윤은혜)을 애인처럼 보여 선보는 여자들을 따돌리는 설정과 장면들은 바로 그 만화적 장치를 활용했다. 그 과정을 통해 그 둘의 관계가 이어질 거라는 점에서 이 만화적 장치는 비현실적이지만 효과적이다.

이러한 드라마 속 만화적 장치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반드시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대체로 세대로 나뉘어진다. 만화적 표현을 실생활처럼 받아들이면서 살아온 젊은 세대들은 그 장면들에서 편안한 익숙함을 발견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성세대들은 오히려 낯설음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마치 인터넷 소설에 대한 세대  간의 반응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인터넷 소설이 가진 가벼움을 기성세대는 경박함으로 말하는 반면 젊은 세대들은 상큼 발랄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공교롭게도 세 편 모두 인터넷 소설(한심남녀공방전, 커피 프린스 1호점), 로맨스 소설(경성애사)이 원작이다. 어떻게 대중소설이 만화적 감수성을 갖고 있는가는 그 소설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문학이 가진 완고한 문학적 틀에 반항하기라도 하듯 이들 소설들은 영상의 세례를 받고 태어났다. 그 영상이란 드라마, 영화는 물론이고 만화도 포함된다. 글이 가진 문학적 묘미보다는, 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로서의 글을 갖고 있기에 이들 작품들은 만화적 감수성과 교류한다.

질척이던 멜로를 구원한 만화적 감수성의 힘
새로운 드라마 트렌드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는 것은 이들 드라마들이 만화를 캐스팅하면서 분명히 얻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는 참신한 스토리다. 과거의 사랑타령(?)을 담은 멜로 드라마나 트렌디 드라마들은 거의 빤한 스토리 속에 안주하고 있었던 반면, 이들 드라마들은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를 제공한다.

‘메리 대구 공방전’은 백수인 청년들을 내세워 꿈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기본적으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여기에 제목에서 암시하듯 커피 프린스 1호점을 세우고 키워나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얹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성 스캔들’은 일제시대라는 무게감 때문에 다루지 못했던 그 시대의 연애를 경쾌하게 다루면서도 또 한편으로 당대 젊은이들의 아픔을 놓치지 않는다. 만화적 상상력의 자유로움은 리얼리티가 가진 무게를 벗어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드라마가 만화적 장치를 가져오면서 그간 멜로 드라마들이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갖지 못했던 감정의 균형감각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식상한 최루성 멜로 드라마와 트렌디 드라마들이 일시에 가라앉으면서 드라마가 고민해야했던 것은 앞으로 드라마 속에 어떻게 사랑 이야기를 넣느냐는 것이었다.

통속화되고 공식화된 멜로 드라마들이 만들어놓은 ‘사랑타령’으로 일축되는 현실 앞에서, 드라마의 재미 중 거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랑이야기의 배치는 첨예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하얀거탑’ 같은 사랑이야기가 없는 전문직 장르 드라마의 탄생은 마치 ‘사랑타령’을 드라마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만화는 그 자체의 속성으로 인해 지나친 심각함에 빠지지 않으면서 하고자하는 어떤 메시지로 접근해간다. 아무리 생과 사가 오가는 심각한 장면이라도 만화 속에서는 이른바 희화화된 캐릭터의 얼굴이 등장하면서 적절한 감정의 균형상태를 만들어낸다. 만화를 통해 가져온 이 균형감각으로 인해, 이제 드라마들은 과거처럼 질척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심각한 상황 속에서 느닷없이 경쾌한 시그널이 삽입되고(경성스캔들), 속내를 내내 숨기며 시종일관 웃기고 있다가 느닷없이 눈물 한 방울로 찡하게 만들며(메리 대구 공방전), 당장 올려줄 전세금이 없으면 쫓겨나야 할 상황을 오히려 웃음의 원천으로 바꿔버리는(카페 프린스 1호점) 힘은 바로 그 만화적 장치에서 나온다.

지금 등장한 이러한 드라마가 하나의 트렌드를 이룰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히 같은 시기에 등장했을 뿐인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드라마의 탄생이 식상한 멜로 드라마와 트렌디 드라마가 해놓은 드라마의 퇴행을 다시 진화의 방향으로 돌려놓은 공이 있다는 점이다. 어쨌거나 멜로를 포함한 사랑이야기는 드라마가 배제하기 어려운 소재가 아닌가. 그렇다면 멜로를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로 식상하지 않은 멜로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드라마의 성공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와의 공감대가 아닐까. “정말 리얼하다”거나 “대사가 마음에 팍팍 꽂힌다”거나 혹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것은 모두 공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 드라마들은 제각각의 방식을 추구한다. 최근 들어 보여지는 그 경향은 ‘리얼하거나 만화 같거나 혹은 그 둘 다이거나’한 것이다.

리얼한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vs ‘에어시티’
불륜이라는 소재만 놓고 보면 ‘내 남자의 여자’는 자칫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공식에 빠질 위험성이 있었다. 그랬다면 공감은커녕 비난만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가슴에 팍팍 꽂히는 김수현식의 대사의 맛에, 인물의 심리를 파고드는 집요함으로 공감을 끌어냈다. 폼잡지도 않고 또 과장하지도 않는 드라마 전개는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정말 리얼하다’는 반응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결국 이 불륜드라마는 시청률에서의 성공과 함께 불륜이란 소재를 한 차원 더 넓혔다는 가치평가까지 동시에 얻었다.

반면 리얼함으로 따지면 억울할 정도로 탄탄한 현장의 기록들을 해나간 ‘에어시티’의 경우엔 어떨까. 일단 실제 인천공항에서 촬영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드라마의 리얼함을 설명해주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제작 전부터 국정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정도로 전문직 장르 드라마라면 반드시 필요한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드라마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유는 이 좋은 소재들이 제대로 된 스토리를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자 그 무게를 감당 못한 ‘에어시티’라는 비행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드라마에서 리얼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라리 만화 같은 이야기라도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라는 걸 이 드라마는 잘 보여주고 있다.

만화 같은 드라마, ‘쩐의 전쟁’ vs ‘메리 대구 공방전’
반면 현재 방영되고 있는 수목드라마들은 모두 만화의 속성을 갖고 있다. 만일 이들 드라마들을 만화적 장르의 틀로 구분한다면 ‘쩐의 전쟁’은 사실극화가 될 것이고, ‘메리 대구 공방전’이나 ‘경성스캔들’은 순정만화가 될 것이다. 이들 드라마 속의 대사들이나 액션은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만화적인 프레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 현실적이지 않은 과장된 장면들을 오히려 재미로 전환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게임과 같아서 일단 그 드라마가 취하는 룰을 인정하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그 룰에 따라서 과장은 오히려 리얼한 재미로 둔갑하게 된다.

그렇다면 똑같이 만화의 속성을 취하고 있는 이들 드라마들은 왜 성패가 갈리게 된 걸까. 특히 ‘쩐의 전쟁’과 ‘메리 대구 공방전’은 그 이야기 소재에 있어서 돈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유는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메리 대구 공방전’은 멜로 드라마의 퇴조가 가져온 여파에 억울할 것 같다.

이 톡톡 튀는 새로운 형식을 가진 드라마는 그 기본구도를 멜로 드라마로 가져가면서, 만화적인 참신한 시도가 자칫 네 명의 청춘남녀가 벌이는 가벼운 드라마로 오인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메리 대구 공방전’이 그렇게 만화처럼 키득대는 것으로 끝나는 가벼운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이다. 반면 ‘쩐의 전쟁’은 만화적인 연출을 가져가면서도 그 태도는 늘 진지함에 머물러 있다. 그것이 ‘쩐의 전쟁’에 더 무게를 두게 하는 요인이다.

리얼함과 만화 같음, 그 얇아진 경계
재미있는 것은 어찌 보면 이 상충될 것 같은 ‘리얼함’과 ‘만화 같음’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져 간다는 점이다. 과거라면 ‘만화 같은 스토리’라는 문구 속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섞여 있었지만 요즘은 정반대가 되었다. 만화 같은 스토리는 이제 ‘재미있다’는 의미로 더 많이 읽힌다. ‘풀하우스’나 ‘궁’의 성공이 그걸 말해주고, 만화는 아니지만 만화적 감수성으로 성공한 ‘환상의 커플’은 만화적 재미가 이제 드라마 자체로도 생산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된 것은 만화가 그만큼 하위장르에서 상위장르로 승격되었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제 드라마의 리얼함이라는 것이 늘 검증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게 된 것도 한 몫을 차지한다. 인터넷에 몇 마디 키워드만 넣으면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현장의 목소리 앞에서 드라마의 리얼함이란 알몸은 그대로 시청자들 앞에 노출된다. 그러니 만화적 감수성을 담은 연출은 여러모로 장점을 갖게 된다. 리얼함의 시험대에 오르지 않아도 되면서, 그 만화라는 장르적 특징 속에서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점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쩐의 전쟁’이다. 만화적인 연출이 의도적으로 사용되지만 그 상황이 늘 긴박한 이유는 바로 이런 장점들을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드라마의 공감대를 말할 때 우리는 장르나 소재 같은 겉으로 드러난 드라마의 모습 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보여지는 건 만화적이지만 보면 볼수록 리얼한 드라마가 있는 반면, 보여지는 건 리얼하지만 그 안에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 리얼하지 못한 드라마가 있는 것이다. 결국 드라마에서 중요해진 건 탄탄한 스토리와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태도로서의 진정성이다. 그것이 담보될 때, 드라마는 리얼하거나 만화 같거나 상관없이 공감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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