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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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그 남자의 주방에서 살아남기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1. 25. 23:32
‘파스타’가 일과 사랑을 엮는 방식 ‘파스타’와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여러 모로 닮았다. 먼저 음식점이 배경이라는 점이다. 커피 전문점과 파스타 전문점은 이 드라마들에 묘한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들다. 그 공간에 포진한 꽃미남들과 그 속에 유일하게 서 있는 홍일점 주인공이라는 설정도 그렇다. 여기서 가능해지는 것은 일과 사랑의 공존이다. 일터라는 공간 속의 남과 여. 그것도 여러 명의 남자들과 여자 한 명이라는 설정은 이 여자 주인공의 일과 사랑이 가진 난관을 더 첨예하게 만든다. 남자들과 경쟁해야 하고, 또 그 남자들 중 하나와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파스타’와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남자 주인공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공유)이나 한성(이선균)은 모두 한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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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성별을 넘어 공감 받는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1. 17. 02:12
'파스타'는 불평등을 다루는 멜로드라마다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편견이 있다. 그 남자가 꽤 감성적이고 여성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행동할 것 같은 자상함을 가졌을 것이라는 거다. 하지만 틀렸다. 요리하는 남자라고 꼭 그런 건 아니다. 특히 요리사라는 직업의 세계로 들어가면 그 요리는 어쩌면 전쟁과 같은 것이 될 지도 모른다. 파스타라는 요리를 소재로 삼는 드라마 '파스타'는 이런 편견을 트릭으로 사용했다. 게다가 그 트릭에 동원된 배우는 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격인 이선균이다. 그러니 횡단보도 한 가운데서 터져버린 비닐봉지에서 떨어진 금붕어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서유경(공효진)의 두 손을 모아 그 위에 금붕어로 놓고 물을 부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최현욱(이선균)은, 바로 그런 요리하는 남자가 가졌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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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출생의 비밀은 왜 식상하지 않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9. 23. 07:25
'선덕여왕'이 보여주는 사극의 가능성 '선덕여왕'이 만일 현대극이었다면 어땠을까. 사극이라는 껍질을 벗겨내면 '선덕여왕'에서 우리는 익숙한 코드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첫 번째는 '출생의 비밀'이다. 이 드라마업계에서는 이미 안정적인 성공 코드로 취급되는 '출생의 비밀'은 이 사극의 전반부를 거의 차지하고 있다. 살기 위해 중국으로 도피했던 덕만(이요원)의 귀환은 그 신호탄이었다. 그녀는 먼저 언니인 천명(박예진)을 우연히 만나고, 또 친부모인 마야부인(윤유선)과 진평왕(조민기)을 차례차례 만난다. 게다가 그녀는 중국에서 그녀를 키워주었던 소화(서영희)를 또 한 명의 부모로 두고 있기 때문에, 소화의 등장과 덕만과의 재회는 또 하나의 '출생의 비밀' 코드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사극이 가진 '출생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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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홀', 정치와 멜로가 공존하는 법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6. 18. 01:46
정치드라마이면서 멜로드라마가 되는 '시티홀'의 세계 '시티홀'은 그저 편안하게 멜로드라마를 보듯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실제로 시청자들의 주 관심사는 조국과 신미래 사이에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멜로에 집중되어있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드라마는 멜로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무늬만 정치'가 아닌 제법 심각한 정치드라마의 면모들이 드러낸다. 도대체 '시티홀은 어떻게 정치와 멜로를 이렇게 공존시켰을까. "요즘 내가 안하던 짓을 해요." 타고난 정치꾼, 조국(차승원)이 처음 인주시청의 부시장으로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는 하던 짓(?)만 하던 사내였다. 여기서 하던 짓이란 흔히들 정치꾼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하는 짓거리, 즉 협잡, 모함, 이용 같은 것들을 말한다. 그런 그가 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