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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김정난이 실감나게 보여준 사교육 지옥의 비극

이게 과연 2회가 맞나 싶다. 거의 엔딩에 가까운 몰입감이다. 새로 시작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 첫 회에 아들이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며 행복에 겨워했던 이명주(김정난)는 2회 만에 결국 자살을 하는 충격적인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유는 “당신 아들로 사는 게 지옥”이라며 집을 나가버린 그의 아들 박영재(송건희) 때문이었다.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였던 박영재였지만 그는 사실 지옥에서 살고 있었다. 입시지옥. 사교육 지옥.

서울대 의대 합격 소식에 SKY 캐슬에 사는 자식 둔 부모들은 모두가 그 영재의 포트폴리오를 궁금해 했다. 그것만 따르면 서울대를 가는 건 떼놓은 당상처럼 여기는 그들은, 축하파티를 빙자해 그 포트폴리오를 알아내기 위해 이명주에게 잘 보이려 했다. 하지만 그걸 알려주지 않고 대신 더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이명주는 김주영(김서형)이라는 입시 코디네이터를 소개해줬고, 치열한 경쟁 속에 한서진(염정아)은 그 코디네이터의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해 보이는 저들의 삶은 첫 회 마지막에 이명주의 자살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2회가 보여준 자살의 이유는 그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입시지옥의 실상이었다. ‘그 놈의 백점. 내가 죽어버려야 속이 시원할까. 커터칼로 그어버리고 싶다. 이 집에서 반드시 나갈 거다. 그래야 복수할 수 있으니까. 나를 사랑한다고? 솔직히 자랑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해라. 저런 것들이 내 부모라는 게 끔찍하다.’ 영재가 배낭여행을 간다며 남겨놓은 태블릿PC 안에는 부모마저 ‘저런 것들’이라 부를 정도로 지옥의 삶을 견뎌온 영재의 속내가 담겨있었다.

갑작스런 이명주의 자살의 이유가 궁금해진 한서진은 영재의 코디네이터였고 자신의 딸 강예서(김혜윤)의 코디네이터가 된 김주영이 의심스러웠다. 김주영의 치밀한 면모는 강예서의 방의 책상 위치, 조명, 습도까지 공부에 최적화된 걸 알려주는 대목에서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걸 한서진은 알게 되고 결국 그를 찾아가 뺨을 올려 부쳤다. 도대체 아이를 서울대 의대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 어떤 짓까지 김주영이 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SKY 캐슬>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SKY로 불리는 명문대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저들만의 세계’에서 갖가지 일들을 벌이는 이른바 부유층의 이면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래서 첫 회가 보여준 캐슬로 상정되는 ‘저들만의 세계’는 보기에 불편할 정도였다. 명문대를 가기 위해서는 실력만이 아니라 그만한 재력과 정보력이 따라줘야 가능하다는 걸 부지불식간에 드라마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과 동시에 시청자들로서는 ‘저들만의 세계’가 궁금해진다. 아마도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저들이 자식들을 명문대에 들여보내기 위해 무슨 일들까지 하는지 궁금한 건 당연한 일일 게다. 불쾌하면서도 들여다보게 되는 ‘SKY 캐슬’이라는 세계. 하지만 그 불쾌함이 의외의 방향으로 틀어지며 판타지가 산산조각 나는 상황은 동시에 시원함도 안긴다. 하지 말아야 할 짓까지 벌이는 과도한 집착의 파국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SKY 캐슬>은 시작 전부터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들이 있었다. 2007년 방영됐던 SBS <강남엄마 따라잡기>나 최근 방영됐던 SBS <시크릿 마더> 같은 사교육 열풍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들이나, JTBC <품위 있는 그녀>처럼 부유층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드라마가 그것이다. 하지만 막상 시작한 <SKY 캐슬>은 우리가 어느 정도 떠올렸던 드라마의 전개와는 확연히 다른 빠른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입시 지옥이라는 우리네 교육 현실이 가진 비극은 일찌감치 이명주의 파국으로 드러났고, 이후 그 지옥이 가진 실체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명주를 연기한 김정난은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가 가진 이야기의 색채를 단 2회 만에 집중시키게 만든 탁월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화려한 욕망과 절망적인 파국. 김정난이 놀라운 연기력으로 보여준 그 두 세계가 이 드라마가 가진 불편해도 보게 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손 더 게스트’를 만든 빙의 연기자들, 윤종석, 전배수, 유승목...

한 마디로 올해 최고의 역대급 스릴러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형 엑소시즘’을 표방한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가 종영했다. ‘무서워 못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공포와 스릴러를 넘나들며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빙의라는 소재를 가져와 공포 스릴러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면서도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까지 끄집어내려 했던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수훈갑은 그 모든 것들을 진정으로 가능하게 한 빙의 연기자들이었다. 

박일도라는 큰 귀신에 빙의된 인물들을 연기한 연기자들은 진짜 말 그대로의 ‘빙의된’ 연기를 보여줬다. 어린 화평의 삼촌 역할로 출연해 시작부터 확실한 몰입감을 만들어냈던 한규원, 최신부 역할로 소름 돋는 빙의자의 끔찍함을 보여준 윤종석이 이 드라마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줬다면, “박일도-”하고 외치는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배수는 이 배우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KBS <오늘의 탐정>에서도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준 전배수는 아마도 향후 주목받는 배우가 될 거라 여겨진다. 

폐차장 주인으로 등장해 동생이 빙의자인 줄 오인하게 만들고 결국 빙의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든 이중옥, 임산부 빙의자 역할을 놀랍게 해낸 김시은, 귀신을 보는 영매 역할을 연기한 명불허전 아역배우 허율, 윤화평의 아버지로 빙의된 부마자로서의 끔찍함과 부성애의 뭉클함을 동시에 선사한 명품 조연 유승목, 강길영(정은채)의 파트너로 따뜻한 형사지만 빙의되어 그를 공격하는 장면으로 소름 돋게 만들었던 박호산 등등. <손 더 게스트>는 그 빙의 연기를 해낸 많은 연기자들의 놀라운 연기가 빈틈없이 채워진 드라마였다. 

그 중에서도 뒤통수를 때리는 역대급 연기를 보여준 인물들은 빙의된 것도 아니지만 빙의자 그 이상의 사이코패스 연기를 보여준 박홍주 역할의 김혜은과, 처음부터 최윤의 옆에서 그를 지켜주는 줄 알았지만 악마가 들어온 모습으로 ‘어둠의 미사’를 주관하는 연기를 보여준 양신부 역할의 안내상, 결국 박일도였다는 것이 드러난 윤화평의 할아버지 역할의 전무송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박일도를 받아들여 봉인해버린 윤화평 역할의 김동욱이 그들이었다. 

이중에서도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이 박일도임을 드러내는 결코 쉽지 않은 연기를 소화해낸 전무송과, 그 귀신을 받아들여 봉인하려 하지만 오히려 박일도에게 지배당하기도 하는 모습을 오가는 연기를 해낸 김동욱은 역대급 엔딩을 가능하게 해준 장본인들이다. 끝내 최윤(김재욱)을 지켜내며 혼자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장면과, 한쪽 눈을 잃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아 재회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돌아보면 <손 더 게스트>는 좋은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기자들이 숨은 공헌을 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 많은 빙의자들은 진짜 말 그대로의 ‘빙의 수준의’ 연기 몰입을 해냈다. 그리고 이것은 <손 더 게스트>는 해외의 그 어떤 엑소시즘 장르나 스릴러와도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그 어떤 물량 투입이 만들어내는 스릴러와는 확실히 다른 ‘역대급 인력 투입을 통한’ 스릴러의 완성. 어쩌면 여기에 우리네 스릴러의 강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사진:OCN)

Posted by 더키앙

변화 없는 주말예능, ‘두니아’가 가져온 신박한 낯설음

적어도 새로움 하나만으로 보면 MBC 새 주말예능 <두니아>의 실험은 독보적이다. 그건 그 시간대의 지상파 주말예능들과 비교해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KBS <1박2일>, SBS <런닝맨>은 한 마디로 장수예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한 시대를 지나왔고,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복면가왕> 역시 이제는 오래된 트렌드인 육아예능과 음악예능이다. 새로 시작한 SBS <집사부일체>가 그나마 이 시대의 스승을 찾아가 이런 저런 체험과 이야기를 나누는 새 프로그램이지만, 그 형식이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두니아>는 다르다. ‘언리얼’을 주창한 것처럼, 이 예능 프로그램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새롭다. 물론 그 낯설음은 “도대체 저게 뭐지?”하고 물을 정도로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세계’라는 부제는 이 프로그램이 스스로 그 낯설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실로 처음 만난 세계처럼 익숙하지 않다. 

그 이유는 단지 도시에서 지내던 이들이 문득 두니아라는 곳으로 워프하게 되고 그 곳에서 생존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유노윤호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정혜성은 광화문 광장에서, 우주소녀 루다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권현빈은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두니아라는 곳으로 소환된다. 그것은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설정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두니아라는 공간에 떨어져서 겪는 일정 부분의 일들은 실제가 아닌 연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연기가 미묘하게 실제와 연관되어 있다. 두니아라는 공간에 떨어지게 되고 저 나름대로 거기서 살아나가야 하며 어느 공간으로 이동해 다른 이들과 합류해야 한다는 것이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인위적인 설정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면 나머지 부분은 그들 스스로 채워나가야 한다. 바로 이 채워야 되는 경험적 부분들은 연기가 아닌 실제 리액션이 담겨지게 된다. 

프로그램이 미적 형식으로 차용하고 있는 게임의 틀은 바로 이런 가상과 현실이 더해진 두니아라는 공간이 바로 게임 속이라는 걸 드러내준다. 아마도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대단히 낯설게 다가왔을 두니아라는 공간은,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을 게다. 결국 게임이라는 것이 가상공간을 스스로 인정함으로써 몰입이 가능한 것이고, 그 안에서 하는 자신의 행위는 일정한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리얼한 일들이 아닌가. 

<두니아>는 그 낯설음을 상쇄시키기 위해 첫 회부터 마치 게임을 연상시키는 자막과 편집을 연출의 틀로 제시했다. 마치 AI 모드가 작동되고 있는 것처럼 출연자가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자막이 다소 ‘병맛 코드’의 유머 섞인 멘트들을 덧붙인다. 자신을 보호할 나무 하나를 구하는 것도 아이템을 얻는 게임 속 방식으로 편집되어 보여지고, 심지어 멘트 없이 탐험에만 열중하는 권현빈에게는 ‘방송분량’을 걱정하는 자막이 더해진다.

<두니아>의 세계가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이런 게임 속 세상을 경험하면서 느끼던 감정들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을 하면서 우리는 가상과 현실을 오고간다. 가상의 세계에 몰입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몰입하는 자신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며 다른 유저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를테면 유노윤호가 보여주는 과한 몰입에 연기와 실제가 섞여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막이 그렇다. 리얼한 상황 속에서 언리얼한 개입이 들어갔을 때 웃음이 터지고, 또 언리얼한 상황이지만 과하게 리얼한 몰입을 하는 출연자에게서 웃음이 터지는 이유다.

물론 이 ‘처음 만난 세계’는 지상파 예능들의 현 주소라고 할 수 있는 주말예능 시간대에서 더더욱 이질적인 존재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은 첫 방 시청률 3.5%라는 수치를 통해 드러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새로운 세계가 변화 없는 주말예능에 ‘돌연변이’ 같은 신박한 자극을 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연 시청자들은 이 실험에 손을 들어줄까. 처음엔 낯설어도 기꺼이 적응기를 가지며 즐거움을 찾아내줄까. 대부분의 게임 적응기가 초반엔 어색하지만 차츰 몰입을 통해 더 큰 즐거움을 찾아주듯이.(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결말보다 과정, ‘하트시그널2’가 깨어나게 한 연애세포란

채널A <하트시그널2>는 벌써 10회가 방영됐다. 시즌1은 13회 분량이었지만 시즌2는 이보다 훨씬 길어질 전망이다. 아직 이들이 ‘시그널 하우스’에서 지낼 시간이 10일 정도가 남았기 때문이다. 시즌1과 비교해 꽤 방영이 된 회차이고, 아직 10일이 남았다면 향후의 방영분량도 꽤 있을 걸로 보이지만, 시청자들도 또 출연자들도 벌써부터 남은 날들이 얼마 없다며 아쉬워한다. 김현우와 함께 장을 보러 간 임현주가 계란의 유통기한을 보며 “우리가 함께 지낼 시간이 이 유통기한보다 짧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처럼.

1회 시그널 하우스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그들을 떠올려보면 이제 서로가 익숙해지고 또 그 마음속에 들어선 이가 누구인지 조금은 알게 된 지금의 상황이 한 편의 팽팽한 멜로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첫 만남에서 긴장한 듯 말없이 앉아 눈치만 보고 있던 김도균이나 그 어색한 분위기를 환한 웃음과 호응으로 풀어내주던 임현주. 아나운서인 줄 착각할 정도로 털털한 성격과 달리 우아한 느낌을 줬던 오영주나 뒤늦게 합류해 모든 출연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으로 여성 출연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김현우. 

하지만 이들은 10회 분량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겉보기에는 친한 친구들의 생활처럼 보였어도, 그 안으로는 감정의 격랑을 겪었다. 김현우가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들은 한 공간에서 지내며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설레는 감정과 그 감정이 전달되지 않아 느껴야 했던 아픔,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감정이 전달됐을 때 느껴지던 기쁨 같은 것들을 느낀다.

그 과정을 스튜디오에서 바라보며 마치 제 일처럼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며 또 가슴 설레하는 연예인 패널들의 모습은 마치 자신들이 그 하우스에 들어가 그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는 것 같은 몰입감을 드러낸다.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으로 앉아 그들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하고 누가 누구에게 마음이 가고 있는가를 맞추는 것이 그들의 표면적인 역할이지만, 실제 그들의 역할은 출연자들의 감정을 공감하는 면이 더 커 보인다. 그들이 몰입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그들과 똑같이 이 프로그램 속 출연자들의 감정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10회 분량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포착해냈다. 첫 만남에서부터 과거 자신이 일할 때 우연히 봤던 오영주를 기억해냈던 김현우. 하지만 적극적인 임현주의 대시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오영주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렸던 그가 다시 오영주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그렇다. 첫 번째 봤던 사람에 대한 확고한 마음이 있다고 김현우가 얘기했을 때, 그 사람이 자신인 줄 모르고 오해하고 홀로 눈물 흘리는 장면은 드라마라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실제 상황이기 때문에 보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 커플이 마음을 확인하고 나면 그로 인해 마음을 줬던 누군가를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김현우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임현주는 그래서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리는 그에게 아픈 상처를 갖게 되지만, 그의 옆에는 오래도록 그만을 바라보며 서 있던 인물이 있었다. 김도균이 바로 그 인물이다. 말도 별로 없고 표현도 잘 안하는 그가 데이트에 임현주가 준 이병률 시인의 시집의 ‘사람이 온다’라는 시를 통째로 외워 종이에 적어 건네주는 장면은 그래서 또 하나의 리얼 멜로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아버렸던 김현우와 달리 조금씩 옆에서 노력하며 마음을 주었던 김도균이라는 인물은 또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이제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지만, <하트시그널2>는 또 어떤 변수가 이들의 관계를 바꿔놓을지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김장미가 적극적으로 김도균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만, 그와 임현주의 단단해 보이는 관계를 확인하며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가 그렇게 공고하게 끝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누구와 이뤄지느냐 하는 그 결말만큼, 그 과정이 일깨워준 잊고 있던 그 감정들이 아닐까. <하트시그널2>는 그래서 그 하트가 누구에게 시그널을 보냈는가보다 아직도 시그널에 가슴 설레 하는 하트가 있다는 걸 확인하게 해주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연예인도 아니고 멜로드라마도 아닌 일반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이토록 몰입하게 될 줄이야.(사진:채널A)

Posted by 더키앙

‘나쁜 녀석들2’의 높은 수위, 드라마 시청자들은

돌아온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는 첫 회부터 상상 이상의 강렬함을 남겼다. 물론 OCN이 무비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것이 과연 드라마가 맞는가 싶을 정도의 유혈이 낭자한 폭력이 거의 첫 회 분량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영화 같은 액션이 주는 몰입감의 즐거움이 그 절반의 반응이라면, TV로 보기엔 폭력과 선정성이 너무 과하고, 반면 스토리는 전편에 비해 너무 앙상해졌다는 지적이 나머지 절반의 반응이다.

<나쁜 녀석들> 시즌1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건 다름 아닌 그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와 함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시대정서 때문이었다. 워낙 지독하게 나쁜 놈들이 많으니 그들과 대적하는 더 나쁜 놈들(물론 속내를 들여다보면 착한 구석이 발견되지만)을 내세운다는 그 이야기 설정이 주는 흥미로움이 존재했다. 일종의 안티 히어로들이 갖는 당대에 대한 풍자적 시선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들 캐릭터들에 기꺼이 빠져들게 했던 것이다.

<나쁜 녀석들2>는 시즌1과는 달리 극명하게 나뉘는 두 조직의 대립상황으로 시작한다. 그 한 조직은 현성그룹 회장 조영국(김홍파)이 이 서원이라는 악의 도시에 구축해놓은 ‘적폐 세력’이다. 조직폭력배와 얽혀 있고 도시의 재개발 사업과도 연결된 이 그룹은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적폐청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또 하나의 조직 검찰과 대립하게 된다. 하지만 조영국은 검찰의 이런 위협에 눈 하나 까닥하지 않는 인물이다. 

적폐청산을 이야기하는 서원지검장 이명득(주진모)에게 검찰 역시 적폐라고 말하는 인물이 바로 조영국이다. 그 누구도 검찰을 믿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이 악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현성그룹과 검찰 사이에서 저마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지지하는 세력이 나뉜다. 이 곳에 부임하게 된 노진평(김무열) 검사에게 신주명(박수영) 수사관이 재개발에 대해 찬반으로 나뉜 시민들의 모습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냐고 묻는 장면에서 이 드라마가 그려내려는 지점이 드러난다. 노진평은 “법대로 하면 된다”고 얘기하지만 신주명은 “그러면 저렇게 된다”며 재개발 지역에서 집을 잃고 밀려나는 이주민을 가리킨다. 

법은 이미 서민들의 편이 아니고 서민들 역시 정의를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니 이렇게 대립하는 거대한 두 조직(어쩌면 똑같이 적폐라 불리는) 사이에서 당하는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은 법보다 주먹이 된다. 첫 회에 그토록 몰아친 전쟁 같은 조폭과 검찰의 액션은 바로 서원이라는 악의 도시가 처한 상황을 직접 보여주기 위함이다.

선과 악은 더 선명해졌고 액션은 더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연출되어 차라리 영화에 가깝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남는 아쉬움은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는 캐릭터가 갖는 미묘한 긴장감 같은 것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영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TV드라마가 갖는 인물들의 디테일한 이야기가 수위 높은 액션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건 이러한 호불호가 나오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이런 아쉬운 지점들을 채워주는 건 첫 회부터 강렬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확 찍어놓은 양익준이나 오랜 만에 드라마 출연 자체로도 화제가 되었고 실제로도 묵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박중훈 같은 배우들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등장은 <나쁜 녀석들2>를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쁜 녀석들2>는 무비드라마라는 그 특징에 걸맞게 영화와 드라마가 걸쳐진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가까운 수위를 보여주기 때문에 아마도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바로 그런 이질감에서 비롯되는 일일 게다.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오히려 어떤 틀에 박힌 드라마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는 탄성이 나올 수 있는.(사진:OCN)

Posted by 더키앙

‘황금빛 내 인생’으로 신혜선의 황금빛 시대 열리나

아직 20대에 이처럼 복합적인 연기 스펙트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사실상 주인공인 서지안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신혜선이라는 배우가 떠올리게 하는 생각이다. 흙수저 청춘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지만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인물이 주는 건강함을 보여주면서도,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고 속물적인 욕망을 드러내면서 또한 그것에 대한 죄책감까지 느끼는 인물. 서지안이라는 인물은 그 연기가 만만하지 않은 다양한 면면을 가졌다. 

'황금빛 내 인생(사진출처:KBS)'

이렇게 된 건 <황금빛 내 인생>이라는 작품이 보여주는 극적인 상황 전개 때문이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를 가져왔지만 그 전형적인 활용을 벗어나 한 회 한 회 빠른 전개를 통한 상황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황금빛 내 인생>이 가진 중요한 특징이다. 이런 빠른 전개 속에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인물들의 심경 변화는 무엇이 진짜 ‘황금빛’ 인생인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급변하는 감정들을 연기를 통해 보여줘야 하는 연기자들로서는 이 작품이 그리 호락호락할 수 없다. 전 회에서는 짠내 나는 비정규직의 삶을 보여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재벌가의 숨겨진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재벌가에 입성하지만 그 삶이 생각만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또한 그러한 든든한 백이 있어 정규직 채용에서 밀려났던 그 자리에 떡하니 들어가 제 능력을 발휘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그 즐거움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은 자신이 아니라 동생이 그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자신의 모든 일상이 지옥으로 변해버리고, 그 와중에 부모를 생각하며 어떻게든 대신 속죄하려 안간힘을 쓰는 인물. 그러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최도경(박시후)과 오빠 동생 사이가 아닌 연인의 감정을 갖게 되는 그 감정변화들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 바로 서지안이다. 

만만치 않은 이야기 전개이고, 그 속에서 쉴 새 없이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이지만 이를 연기하는 신혜선은 그다지 큰 이물감 없이 이를 소화해내고 있다. 어떤 면으로 보면 너무 급변하는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계속 몰입할 수 있게 된 데는 신혜선이 보여주는 이 복잡 다변한 캐릭터에 대한 몰입연기가 한 몫을 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사실 신혜선의 가능성은 전작이었던 tvN <비밀의 숲>을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청렴결백했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어 후배 검사들에게 조사를 받았던 그 충격적인 경험을 했던 명문가 출신의 수습검사 영은수 역할을 그는 놀랍도록 깊이 있게 연기해 보여줬다. 스릴러 장르가 가진 어딘지 의심이 가는 그런 면면들까지 캐릭터에 담아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면서 이 배우의 존재감은 확실히 강렬해질 수 있었다. 

그런 가능성이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서는 제목처럼 활짝 열리는 느낌이다. 20대 여자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 현 대중문화의 현장 속에서 신혜선이라는 확실한 선을 보이는 배우가 특히 반가운 건 그래서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이라는 인물은 이제 본격적인 멜로와 함께 뒤틀려진 출생을 바로잡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그 과정을 설득시켜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여겨진다. 그 과정들이 어딘지 믿음이 가는 신혜선이라는 신예에게는 연기자로서의 ‘황금빛’을 열어줄 길처럼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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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무려 3천억 원을 들여 졸작을 만들다니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어느 정도의 혹평이 따라붙는 건 으레 있는 일이다.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블록버스터이니 평가들도 보기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이 시리즈를 계속 연출해온 마이클 베이 감독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실제로도 세계 흥행 기록에서 우리나라의 흥행실적이 높게 나오기도 했다. 

사진출처:영화<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하지만 이번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에 쏟아지는 혹평은 그 성격이 다르다. 진심어린 혹평이다. “스토리도 엉망이고 기억나는 장면도 없고 돈이 아깝네요.”, “예고편만 수십 편 보고 나온 느낌”, “그냥 로봇 만화 실사판 수준” 같은 평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심지어는 “<트랜스포머> 보다 잤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말이다. 상상이 가는가. 끊임없이 터지고 깨지고 무너지고 지구가 종말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는 장면들이 쏟아지는데도 졸음이 온다는 것이. 

그래서 설마 그 정도일까 하고 의구심을 가진 채 영화관을 찾은 이들은 실제로도 영화가 졸립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영화 전반부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 인물들이 마구 뒤섞여서 나오는 바람에 관객들은 누구에 몰입해야 할 지를 알지 못한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로봇들의 액션이 터지지만 몰입 대상이 없는 액션은 산만의 극치다. 그래서 그 한 시간은 즐겁기 보다는 정신없기 마련이다. 

그나마 괜찮게 보였던 아서왕과 트랜스포머를 연결시킨 도입부분은 현재 시점으로 들어오면서 지리멸렬해진다. 액션 신들을 잡아놓고 스토리를 연결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많은 스토리를 잡아넣다 보니 그 연결고리가 허술해진 것인지, 영화는 끊임없이 인물들의 입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관객이 몰입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인물들은 상황설명을 하고 있으니 영화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몰입이 떨어지게 되면 <트랜스포머> 같은 CG 기반의 영화는 졸지에 만화 같은 느낌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옵티머스 프라임이 자신의 창조주에 의해 인류의 적으로 돌변했다가 마지막 부분에 정신을 되찾고 되돌아와 “오토봇들이여!”하고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 갑작스런 변화와 과한 진지함에 실소가 터진다. 세상에 옵티머스 프라임에게서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라니.

트랜스포머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이 정도니 다른 인물들은 더 심각하다.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안소니 홉킨스 같은 대배우가 출연하고 있지만 그 역시 영화 속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을 주지 못한다. 고아 소녀 이사벨로 모너는 간간히 멋진 장면을 연출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는 바람에 중간에 사라졌다 마지막에 갑자기 다시 등장한 그녀는 조금 생뚱맞아 보인다. 

무려 제작비 3천억 원을 들인 대작이라지만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는 그 과잉이 부족함만 못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졸작이 되었다. 스토리가 부실하다기보다는 스토리가 과잉이라 어떤 캐릭터에도 몰입이 되지 않는 작품이 되었다. 어느 정도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둬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이번 시리즈도 그런 결과를 가져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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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시청자들은 그 숲에 기꺼이 빠져들었다

스폰서 검사들. 그 검사들에게 뇌물을 뿌려온 스폰서의 죽음. 그 스폰서가 갖고 있었다는 검찰 비리 관련 진실들. 그 죽음을 그저 단순 강도 살인으로 덮으려는 부장검사.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은 그 첫 회만으로도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법 정의를 집행해야할 검찰이 오히려 가장 법을 많이 어기는 상황을 목도해오며 수없이 싸워왔지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그들 앞에 오히려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이 찍혀 왕따가 되어버린 황시목(조승우)이 그 검찰 비리를 파헤쳐나가는 이야기다. 

'비밀의 숲(사진출처:tvN)'

그런데 이 황시목이라는 인물의 설정이 독특하다. 어린 시절 뇌수술로 인해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일상적인 삶을 살기는 어려운 인물이지만 어째 바로 이런 무감정한 면들이 검찰 내부의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로서는 최적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이성적인 판단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점이 그렇다. 황시목처럼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극단적인 캐릭터를 세워놓은 건 이 정도의 인물이어야 검찰 내부의 비리를 끄집어내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을 정도로 그 검찰이라는 ‘비밀스런 숲’이 깊고 어둡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황시목과 스폰서 살인사건으로 인연을 맺게 되고 향후 같이 이 힘겨운 진실 파헤치기를 해나갈 경찰 한여진(배두나)은 그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다. 그녀는 타인의 고통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공감하는 인물이다. 피해자의 상가를 찾아와 그 노모를 위로하고 부조금을 낼 정도. 경찰로서 자신이 할 역할의 선이 분명하지만, 그 선을 넘어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그녀가 황시목과 파트너가 된다는 건, 황시목과는 정반대로 이 정도로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는 인물이어야 그 어떤 유혹에도 휘둘리지 않고 수사를 해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무감하거나 다소 과하게 공감하거나. 사실 어느 쪽도 보통의 수준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인물들의 성향이지만 그래서 이러한 검찰 개혁의 문제를 환부 수준이 아니라 시스템을 고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들이다. 사실 스폰서 검사에 관한 보도들로 대중들도 검찰을 잘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는 건 무수히 많은 장르물들이 검찰을 얼마나 비리단체로 그리고 있는가로 잘 드러난다. <비밀의 숲>은 이러한 현실적인 대중정서를 소재로 끌어와 그들과 대적해가는 검사와 경찰 사이의 팽팽한 대결구도를 세워 놓았다. 

하지만 <비밀의 숲> 첫 회가 시청자들을 몰입시킨 건, 이런 대결구도와 정황들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인물들 간의 부딪침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주었기 때문이다. <비밀의 숲>의 이야기 전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보통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을 드라마가 그릴 때 다소 과장되게 극적으로 그려내는 것과는 정반대다. 

스폰서의 집을 찾아가는 황시목. 그가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스폰서의 어머니. 그래서 집에 함께 가지만 문을 들어서자마자 확인된 살인현장. 그래서 바로 현장 상황들을 통해 그 집에 왔었던 수리기사가 범행에 관련되었을 거라고 짐작하고 바로 쫓기 시작하는 황시목. 그렇게 다짜고짜 자기 길만 가는 황시목을 쫓게 되는 한여진. 그래서 결국은 용의자를 같이 쫓게 되면서 이어지는 인연.... 이런 이야기 흐름들이 너무나 인위적인 흔적 없이 흘러간다. 

사실 그래서 <비밀의 숲>에 대한 기대감은 바로 이렇게 자연스러운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이야기 전개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전개 과정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사건들을 툭툭 던져 나열해 줌으로써 오히려 더 시청자들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드는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 그 무감함 속에 무언가 비밀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애써 설명하거나 제시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집중해서 그 안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런 힘.

이것은 황시목이라는 무감정한 캐릭터가 주는 몰입감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물론 거대한 검찰 비리와 맞서는 인물로서 오히려 힘을 발휘하는 캐릭터 설정이지만, 그 무감정함 뒤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그 비밀스러움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비밀의 숲>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여러 가지 차원으로 해석가능하다. 그것은 부패했지만 베일에 가려진 검찰 조직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들과 대결해가는 인물들 이를 테면 황시목이나 한여진 나아가 신출내기 수습 검사인 영은수(신혜선)가 숨기고 있는 어떤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시청자들은 이미 그 숲의 한 가운데 기꺼이 들어가 있다.

Posted by 더키앙

고구마 전개 ‘피고인’, 답답함 이겨내기 쉽지 않다

지성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제아무리 명연기자라도 힘겨울 상황들을 온몸으로 빨아들여 연기로 보여주고 있으니.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은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살해 유기한 죄로 사형수가 되어 감옥에서 깨어난 주인공 박정우(지성)가 당시 기억을 잃어버린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러니 힘겨울 수밖에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데 모든 증언들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와 딸을 살해했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 지성의 연기 몰입은 그래서 이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되어준다. 

'피고인(사진출처:SBS)'

하지만 지성이 힘겨운 연기를 계속 하는 동안, 그를 통해 박정우라는 캐릭터에 몰입하는 시청자도 똑같은 힘겨움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어느 정도라면 반전의 사이다를 위한 고구마 상황으로 기다리게 되지만 그 끝이 좀체 보이지 않고, 어쩐지 새로운 사건이 나타나지 않은 채 반복되기만 한다면 시청자들도 지칠 수밖에 없다. 이제 3회가 지난 것뿐이지만 왜 이렇게 전개가 느리냐는 볼멘소리가 시청자들에게서 나오는 건 그래서다. 

1,2회만 해도 사건은 거의 폭풍전개 하듯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박정우가 처한 상황은 물론이고, 그를 그런 상황에 몰아넣었을 것으로 보이는 쌍둥이 형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차민호(엄기준)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또 그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가는 박정우가 그가 차민호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증거가 없어 잡지 못하는 안타까움 같은 것들은 시청자들에게조차 간절한 마음을 만들었다. 

하지만 3회의 이야기를 보면 1,2회에 비해 너무 느린 전개를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3회에 담겨진 이야기는 박정우가 과거 차민호를 잡으려 했으나 그가 심지어 지문까지 지워가며 빠져나갔다는 사실과, 어딘지 수상한 박정우의 친구 검사 강준혁(오창석)이 현장검증에 대역까지 썼다는 사실을 국선변호인 서은혜(권유리)가 알아차렸다는 이야기, 그리고 박정우의 처남이 그가 갇혀 있는 감옥의 교도관이며 징벌방 바닥에 박정우가 무언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적어 뒀다는 이야기 정도다. 

물론 이것도 꽤 많은 드라마의 정보일 수 있지만 시청자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건 주인공 박정우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그것이 좀체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졸지에 사형수가 된 박정우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변화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그는 여전히 기억상실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감옥에 갇혀 있는 신세다. 

사실 감옥이라는 상황 하나만 갖고도 폐쇄된 공간이 주는 답답함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피고인> 역시 박정우가 감옥에 들어오기 전 차민호와 있었던 일들을 중간 중간에 집어넣고는 있지만 그래도 답답함은 그리 상쇄되지 않는다. 여기에 아내와 딸이 살해됐다는 그 시점의 기억이 뭉텅 날아가 버린 상황은 그 답답함을 더 깊게 만든다. 

장르적 성격상 이 답답함은 물론 뒤에 전개될 속 시원한 반전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렇게 눌러주는 것도 어느 정도의 숨통을 틔워줘야 시청자들도 계속 견뎌낼 수 있기 마련이다. 답답함을 깨치기 위해 감옥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좀 더 다채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고 기억의 단초들도 조금씩 풀어내줄 필요가 있다. 

현실의 답답함에 짓눌린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계속 그 답답함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답답한 현실을 그려내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참는 일이 힘겨워진 현재의 대중들의 정서를 좀 더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자칫 잔뜩 기대하고 바라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떠날 수도 있으니.

Posted by 더키앙

‘피고인’, 다소 과한 설정도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라면

깨어보니 기억이 지워진 채 사형수가 되어 있는 검사. 자신의 쌍둥이 형을 죽이고 형 행세하는 살인자. 사실 SBS 새 월화드라마 <피고인>의 설정은 다소 과한 면이 있다. 물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강력부 검사가 사형수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나 그렇게 벌써 감옥에서 4개월이 지나버렸지만 여전히 자신이 사형수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피고인(사진출처:SBS)'

한 명은 사업가지만 다른 한 명은 살인자인 쌍둥이 형제 설정도 현실적이라기보다는 극화된 면이 더 강하다. 폭행으로 사경을 헤매는 여자의 가해자로 쌍둥이 동생 차민호(엄기준)는 검사 박정우(지성)에 의해 쫓기게 되자 형 차선우를 때려눕히고 베란다에서 밀어 떨어뜨린다. 그리고 형 행세를 하며 유유히 건물을 빠져나가 형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는 형수에게 그녀의 아이가 형의 자식이 아니라는 약점을 폭로하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사실 제 아무리 쌍둥이라고 해도 이렇게 사업가와 살인자가 뒤바뀌는 설정이 쉽게 용인되지는 않을 것이다. 외모만 같다고 해서 모든 존재의 증명이 해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문 조사 하나만 해도 금세 들통 날 일이다. 하지만 <피고인>은 그런 디테일한 문제들은 다음으로 미루고 일단 사건들을 밀어붙이는 쪽을 선택한다. 

첫 회에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어야 하는 최근 드라마들의 속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분명 스토리의 설정이 과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 건 다름 아닌 지성과 엄기준이 보여준 연기대결에 가까운 절절한 연기 덕분이다. 사실상 지성이나 엄기준 모두 1인2역을 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성은 잘 나가던 강력부 검사에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지만 한 순간에 사형수가 되어버린 그 절망감을 연기한다. 게다가 무슨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는지도 그는 전혀 가늠하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이 사형수가 된 이유가 아내와 딸을 살해했다는 것이란다. 지성은 이 천상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박정우라는 인물의 처절함을 특유의 ‘미친 연기력’으로 보여준다. 결국 이 드라마는 어떤 누군가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사건으로 집으로부터 멀리까지 오게 된 박정우가 다시금 집으로 돌아가는 그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너무 다른 쌍둥이 역할을 1인2역으로 해내야 하는 엄기준 역시 만만찮은 배역을 맡았다. 특히 형을 죽인 동생 차민호 역할은 보는 이들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첫 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베란다에서 떨어뜨렸지만 그래도 살아남아 병원까지 실려 온 형이 동생을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다 결국 죽는 순간, 웃으며 오열하는 연기는 가히 압권이었다. 

물론 <피고인>이 하려는 이야기는 그저 다소 과장되어 보이는 극적인 상황 그 자체는 아닐 것이다. 결국 진실을 찾아나가는 이야기고 그 과정은 정의를 구현해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또한 박정우가 처한 상황, 즉 4개월 기억의 공백은 그걸 채워나가며 진실에 접근해가는 과정들을 훨씬 더 긴박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첫 회이기 때문에 다소 과한 설정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드라마가 어떤 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지성과 엄기준이라는 연기자들 덕분이다. 그리고 이런 대결구도는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이 두 연기자들의 연기대결을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해질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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