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이미지까지 바꿔놓은 <무도>의 마션

 

화성에 사시는 분이 맞습니까?” 화성(?) 탐사에 나선 MBC <무한도전>. 유재석의 질문에 화성에서 사시는 한 주민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는 우주복(비슷한)을 입고 있는 상황. 진짜 화성인 척 하는 상황극은 화성 주민과의 만남에서 화성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재미를 만들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버스에 올라탄 하하와 심형탁 그리고 광희는 승객들 옆 자리에 앉아 화성에 대해 묻기도 했다. 화성은 어떤 곳이냐고 묻자 한 아저씨는 지구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짜 상황극이지만 맞춰준 것이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화성에 대한 애정을 담아냈던 것.

 

이미 우주특집이라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측됐던 상황극이었다. 그것이 경기도 화성에서 벌어질 상황극이라는 것은. 영화 <마션>을 패러디한 이 병맛 상황극 속에서 유재석과 박명수 그리고 정준하는 한 노인정을 찾아가 어르신들과 민화투를 치는 기막힌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10원짜리 민화투에 자꾸만 지던 유재석이 점점 화투에 몰입하고, 한 아주머니가 헬멧을 쓰며 관심을 보이자 우주복의 장갑과 산소통을 팔아 자금(?)을 얻는 장면은 큰 웃음을 주었다.

 

특히 산소통을 두고 벌이는 흥정은 압권이었다. 500원에 팔려는 유재석과 100원에 달라는 아저씨. 결국 200원에 낙찰(?)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아저씨와 부부로 보이는 아주머니 사이의 실랑이가 또 다른 웃음을 만들었다. 200원에 사자는 아주머니에게 이미 100원에 얘기됐다는 아저씨를 보며 유재석은 상황극 속에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무한도전> 우주특집은 전반부는 화성이라고 속여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터에 내려놓고, 그 곳에 세워진 기지에서 우주 적응 훈련을 하는 상황극이었다. 무중력 적응을 한다며 트램펄린을 뛰어 도넛을 입으로 먹는 장면은 슬로우 모션으로 편집되어 마치 진짜 무중력 상태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물론 거기서 나오는 그 리얼한 표정과 리액션들은 온전히 웃음의 몫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화성 탐사로 나선 멤버들이 화성의 축사를 들여다보고 학교를 찾아 아이들을 보며 화성인이라고 기겁하는 모습들은 병맛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주민들에게 접근해 천연덕스럽게 지구에서 탐사 온 지구인이라며 벌이는 장면은 <무한도전>의 상황극 클래스를 잘 보여줬다. 무수히 많은 상황극들을 보여줬지만 심지어 화성 가서(진짜 화성인 척 하며) 민화투를 치는 상황극이라니.

 

<무한도전>이 벌인 상황극이지만 이 우주특집은 그간 화성에 덧씌워져 있던 이미지를 상당부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화성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는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이미지가 아직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특집이 보여준 화성의 이미지는 유쾌한 상황극으로 인해 한껏 밝아진 느낌이다. <무한도전>의 이번 우주특집이 의도치 않게 거둔 또 하나의 성과다



멋짐과 섹시함의 정반대, <니글니글>의 반전

 

Jason Derulo‘Wiggle’이란 곡은 이제는 니글니글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개그콘서트>니글니글때문이다. 그 특유의 멜로디에 맞춰 니글니글한 송영길과 이상훈의 살들이 춤을 춘다. 어찌 보면 보기에 불편한 모습들이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이 니글니글이란 코너가 가진 반전의 웃음 포인트다. 그들은 그 불편함을 오히려 뽐내겠다는 듯 더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려 한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사실 몸이란 언젠가부터 상품처럼 전시되는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그 많은 몸짱들이 저마다의 각선미와 복근을 드러내고 매끈한 몸이 가진 섹시미를 보여주면서 그것이 마치 마땅히 그래야할 미의 기준이 된 것처럼 강조되는 세상이다. 몸은 관리되어야 하고, 관리되지 않는 몸은 그 사람의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판단되곤 한다.

 

여성들의 몸에 대한 이런 관점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지금은 이것이 남성들도 예외가 아니게 되었다. 조각처럼 관리된 몸에 대한 선망은 그렇지 못한 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진다. 그러니 니글니글의 관리되지 않은 몸들이 아예 다 드러내겠다고 입은 듯한 딱 붙는 의상을 차려입은 채 오히려 자뻑을 하는 모습에서는 불편함과 함께 느껴지는 어떤 속 시원함이 묻어난다. 관리를 요망하는 세상의 관점으로 보면 불편하지만, 그것을 비웃는 듯한 이 니글니글한 몸들의 조롱은 때로는 통쾌하게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개그라는 소재가 몸과 무관할 수는 없다. 몸 개그는 지켜지고 있던 자세가 어떤 상황에 의해 무너질 때 웃음을 유발하고, 외모 개그는 못생긴 얼굴과 뚱뚱한 몸만으로도 웃음을 준다. 물론 이런 몸을 과도하게 활용한(?) 개그에 대해 대중들은 비판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이른바 외모비하 개그가 가진 양면성이다.

 

몸에 대한 이러한 양가적 관점은 <개그콘서트>가 몸 개그를 쓰는 관점과 일치한다. <개그콘서트>에는 나미와 붐붐이나 크레이지 러브처럼 오나미나 박지선의 외모를 내세운 개그를 선보이고, 김준현이나 유민상 같은 뚱뚱한 몸을 내세워 돼지캐릭터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라스트 헬스보이처럼 망가진 몸을 갱생하는 과정을 개그로 담기도 한다. 이율배반적으로 보이지만 이 양면은 둘 다 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그대로 담아낸다. 몸은 어쨌든 관리될 대상이다. 그래서 관리되지 않는 몸을 비웃거나 혹은 관리하는 몸에 대한 상찬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니글니글은 이러한 몸에 대한 시선들을 상당부분 도발하는 면이 있다. 이들은 뚱뚱하게 관리되지 않은 몸을 자랑하듯 과한 춤을 선보이고, 심지어 송중기와 자신들을 비교하며 자신들이 더 낫다는 얘기를 건네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웃음을 유발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에 대한 이런 도발이 과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뿐일까. 물론 보기에 스스로도 얘기하듯 니글니글함의 극치를 보여주지만 그들의 몸 역시 상품의 전시대에 올려질 수 있다는 자신감은 거꾸로 저 전시대를 비웃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과거에 여성들의 몸이 성 상품화 되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볼 때 느껴지던 씁쓸함은, 그래서 이 니글니글한몸들이 그 여성들이 취하곤 했던 과한 섹시한 동작들을 선보일 때 여지없이 통쾌해지는 면을 만들어낸다.

 

멋짐과 섹시함의 정반대로만 보여주는 니글니글의 도발. 그것은 불편함 속에도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고 다른 한편으로는 속 시원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된다. 송영길과 이상훈은 이런 개그에 최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비로소 니글니글을 통해 자신들만의 개그영역을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웃찾사>, 한 번 웃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청률 5%는 그렇다 치고, <웃찾사>는 화제가 잘 되지 않는 걸까. 우리는 <웃찾사>에서 어떤 유행어가 나오는 지 잘 모른다. 무명의 일반인이 올린 동영상이라도 재미가 있거나 뒷통수를 치는 무언가가 있다면 화제가 되는 세상이다. 하물며 지상파다. 금요일 밤 11시가 워낙예능의 격전지인 건 맞지만 그래도 이렇게 유행어 하나 뜨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

 

'웃찾사(사진출처:SBS)'

재미가 없어서? 아니다. 분명 <웃찾사>를 한 번 마음 먹고 본다면 이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웃찾사>에서 방영되고 있는 몇몇 코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공감도 되고 재미도 있는 코너들이 꽤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열혈강호같은 전형적인 몸 개그 말 개그형 <웃찾사> 표 개그 코너에서도 이제는 현실이 보인다.

 

이 코너는 강호의 고수들이 서로 대결을 벌이는 것으로 웃음을 주지만, 이 고수들 사이에서 등 터지는 서민들의 이야기로 현실을 담는다. “그깟 최고수 자리가 뭐길래 힘없는 백성들만 죽어나고...” 같은 남호연의 읊조림은 이 아무 맥락 없어 보이는 개그를 현 정치판에 대한 풍자로 느껴지게 만든다. 당하기만 하던 서민 김정환이 갑자기 본 모습을 드러내며 강호의 고수들을 물리치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게까지 다가온다.

 

응답하라 1594’<응답하라 1994>를 제목의 패러디로 가져왔지만 내용은 사실 현 세태를 풍자를 담고 있다. ‘걸 떼거지(걸 그룹)’ 에피소드에서는 은근한 연예 비즈니스 한탕주의나 걸 노출 문제를 비판하고, ‘면상 개조원(성형외과)’ 에피소드에서는 너도 나도 성형에 줄서는 성형공화국과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 ‘부산특별시같은 코너는 서울과 지방을 뒤집어놓은 상황을 통해 서울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비꼬기도 한다.

 

<웃찾사> 개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몸 개그와 말 개그 역시 살아있다. <별에서 온 그대>를 패러디한 별에서 온 그놈은 천송이와 소시오패스 재경을 흉내 내는 홍윤화와 김건영의 연기가 큰 웃음을 준다. ‘체인지의 남자 같은 여자 박진주와 여자 같은 남자 장홍제도 예사롭지 않다. ‘우주스타 정재형의 자칭 스타라며 너스레를 떠는 정재형도 주목되고, ‘누명의 추억의 이동엽이 보여주는 “25년 전이었어...”하며 시작되는 엉뚱한 말을 쏟아내는 스피디한 말 개그도 흥미롭다. ‘굿닥터의 주원 흉내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안시우도 빼놓을 수 없다.

 

<웃찾사>는 분명 재미있다. 그런데 문제는 재미가 재미에서만 머물 뿐 화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웃찾사>의 안철호 PD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 하락 이유에 대해 공감개그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 침체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근거 있는 분석이다. <웃찾사>가 한때 <개그콘서트>와 함께 경쟁을 하다가 점점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맥락 없는 유행어의 반복으로 마치 개그가 말장난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맥락 없는 개그는 처음에는 관심을 끌지만 조금 지나면 식상해져버리기 마련이다.

 

물론 지금의 <웃찾사>는 확실히 위에서 언급한대로 과거에 비해 현실 공감이라는 측면이 훨씬 강화되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개그가 워낙 강해서인지 현실 공감은 말의 상찬 앞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재능은 오히려 독이 된다. TV로 방영되는 개그는 공연으로 하는 무대 개그와는 다르다. 공연이라면 그 순간 얼마나 웃겼는가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TV 개그 프로그램은 그것이 얼마나 오래도록 회자되는가가 더 중요하다.

 

분명 쏟아지는 말 속에서 웃기는 웃었는데 지나고 나면 무엇 때문에 웃었는지 잘 알 수 없다면 그것은 화제가 될 수 없다. 무수히 쏟아놓은 재치 있는 말의 상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팩트 있는 말 한 마디다. 유행어 역시 마찬가지다. ‘민기네 경비아저씨같은 코너는 그 때 그 때 던져지는 전해 줘-”, “기운 내-” 같은 말이 웃음을 주지만 그것이 강하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그것은 유행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유행어가 나오는 상황이 어떤 현실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유행어를 하기 위한 코너가 되어버린다.

 

유행어를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웃찾사>는 그걸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정도로 개그의 기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중요한 건 그 기량으로 만들어낸 유행어가 현실을 반영한 공감 가는 상황을 만나 오래도록 울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그 유행어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감 가는 상황이 더 이상 여의치 않다면 코너를 접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웃찾사>가 반복적인 느낌을 주는 건 한 번 자리 잡은 코너가 적절히 변주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코너 발굴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웃찾사>는 지금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다. 또 코너의 재미 그 자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급한 건 일단 한 코너라도 대표 코너로서 화제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재미만큼 공감 가는 현실 상황을 끌어와 더 오랜 여운을 남기면서 반복적인 느낌을 없애줘야 한다는 점이다. 한 번 웃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웃기는 것이다. 그것만이 <웃찾사>라는 개그 프로그램의 브랜드를 확고히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도>, 시간 없다더니 그것마저 도전소재

 

<무한도전>에게 도전 소재가 아닌 것은 없다? <무한도전> 빙고특집은 지난 8주년 특집으로 무한상사에 너무 심혈을 기울인 관계로 촬영 시간이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됐다. 당일 녹화해서 모레 방송으로 나간다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자 김태호 PD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유재석은 기막힌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실 이번 빙고특집은 바로 이 시간에 쫓겨 즉석에서 아이템을 선정하고 그걸 도전으로 소화해내는 것 자체가 소재가 되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멤버들은 먼저 회의를 통해 저마다 자신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마구 던지는 과정을 방송분량으로 만들어냈다. 정형돈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방송에 나갈 말만 해야겠다”고 말했고, <아빠어디가> 촬영현장을 무작정 찾아가자는 이야기부터 유재석 아들 지호와 박명수 딸 민서를 출연시켜 대결을 벌어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특히 노홍철은 “폐쇄된 개성공단을 가보자”는 황당한 제안을 해 멤버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결국 유재석의 제안으로 결정된 빙고 게임 역시 즉석에서 게임 아이템을 결정하는 과정 모두가 방송분량이 되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첫 게임으로 길거리에서 5분 안에 ‘지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찾기는 그 이름 선정에서부터 큰 웃음을 주었다. 갑순이, 말자, 순득이, 심지어 김깝십 같은 찾기 힘든 이름들이 쏟아져 나왔고 결국 그래도 평범한 ‘지연’으로 선정된 것.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무한도전> 특유의 게임에 대해 시민들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참여했다는 점이다. ‘지연 이름 찾기’에서는 한 남자가 자기가 지연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고 ‘시민 말 넘기’ 게임에서는 정형돈이 아무 말도 없이 말 자세로 있는 모습에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하나 둘 모여들어 말을 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을 탄 인원이 짝수냐 홀수냐로 승자를 정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긴박감을 만들어주었지만, 결국 이 게임이 가능했던 건 시민들의 참여 덕분이었다.

 

‘개구기 스피드 퀴즈’나 ‘시민이 엉덩이로 이름 쓰고 그걸 맞추는’ 게임, 또 ‘시민이 찬 축구공 빨리 주워오기’, 또 순대를 1미터에 가깝게 끊어오는 게임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빛난 아이템들이었다. <무한도전>이 처한 위기상황(시간에 쫓기는)을 시민들의 도움으로 넘어서는 이 게임 아이템들은 그래서 꽤 의미심장한 풍경을 그려냈다. 대중들과 함께 해왔기에 지금의 <무한도전>이 있었다는 전언.

 

‘물을 머금고 간지럼 15초 견디기’ 게임이나 ‘핫도그 빨리 먹기’ 게임은 <무한도전> 특유의 몸 개그와 먹방의 묘미를 선사했고, 길이 이효리에게 전화를 걸어 “오빠 너무 섹시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지정어 듣기’ 게임은 이효리 특유의 ‘쿨한 응대’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이런 순발력 있는 아이템들을 쉽게 방송분량화 하는 능력은 역시 <무한도전> 8년의 관록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이 이처럼 시간에 쫓겨 방송분량을 이틀만에 만들어내는 이번 특집은 어떤 면에서는 어려운 여건에도 쉬지 않고 달려왔던 <무한도전>의 고충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무려 8년 간 지속해왔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다행스러운 것은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거리 한 복판에 나타나 무언가를 해도 거기에 참여해주고 호응해주는 시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있었기에 <무한도전>의 도전이 멈추지 않을 수 있었을 게다.

 

빙고특집은 급조한 방송 자체를 아이템화함으로써 뭐든 ‘도전과제’로 승화해버리는 <무한도전> 특유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동시에 그것은 쉼 없이 달려온 <무한도전>의 어려운 처지를 보여주기도 했고, 또한 그러면서도 거기 함께 해준 대중들과의 호응으로 <무한도전>이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이 정도면 급조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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