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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무한도전'을 보다가 문득 '스파이더맨'의 한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힘있는 자에게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죠. '무한도전'은 이제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예능의 한 역사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껏 시도한 실험과 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의 많은 틀들을 깨고 새로운 형식들을 제시함으로써 전체 예능에 끝없는 자극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특집으로 방영된 '여드름 브레이크' 역시 전형적인 우리네 형사물을 패러디하면서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다 인지하고 있으신 것들이겠지만 '무한도전'의 이러한 웃음 뒤에는 김태호 PD가 자막과 연출을 통해 콕콕 박아넣은 풍자정신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번 특집에서는 몇몇 자막과 설정으로 연결시키는 것만으로 재개발과 철거민의 문제를..
'무한도전'의 기억력 퀴즈, '남자의 자격'의 눈물 버라이어티쇼의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는 어디까지일까. 연기가 아닌 실제상황을 연출해내기 위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실험은 땀과 눈물에 이어 심지어 기억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와 눈물'이라는 미션으로 진행된 '남자의 자격'은 웃음을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는 이색적으로 남자들이 눈물을 흘리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자가 눈물을 흘린다'는 이 기막힌 설정은 그러나 '울고 있어도 웃음이 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무한도전 - 궁밀리어네어'편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패러디해 퀴즈쇼를 표방했지만 그 핵심은 '인간의 기억력'이란 새로운 영역을 리얼 버라이..
언제부턴가 버라이어티라는 단어 앞에는 '리얼'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에서 표방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용어는 마치 하나의 장르가 된 것처럼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 용어에서 방점이 찍히는 것은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리얼'이다. 따라서 이 '리얼'이란 수식어는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의 강박으로 자리했다. 토크쇼 앞에도 '리얼'이 붙었고, 하다못해 인터뷰 하나를 하더라도 강박적으로 우리는 '리얼'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게 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그간 해왔던 쇼(이 쇼에는 뉴스마저도 포함된다)의 인위적인 부분들에 대한 대중들의 외면 때문이다. 그 인위적인 부분에 출연자들의 홍보성 논란이 덧붙여지면 대중들은 심지어 불쾌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저네들의 홍보를 봐야만 하는 상황은, '..
굶겨서 웃기는 시대, 먹여서 웃긴 '무한도전' 그 의미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리얼리티의 재료는? 바로 음식이다. '무한도전'은 일찍이 이 음식이 주는 식욕과 굶주림 사이에서 리얼리티를 포착해 큰 웃음을 주었다. '1박2일'의 복불복에서 가장 많이 쓰인 조건은 먹음직한 음식 앞에서 굶는 것이었고, '패밀리가 떴다'는 프로그램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음식을 만들어먹는데 쓴다. 웃음의 포인트도 모두 이 음식과 관련된 것들이 가장 크다. 아무리 설정과 연기를 한다 해도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음식 앞에서는 리얼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로 음식을 활용해 웃음을 주는 방식은 굶기는 쪽이 많았다. 이유는 아마도 여러 가지일 것이다. 과거 '무리한 도전' 시절, 정준하가 우동을 몇..
'무한도전'에 깜짝 출연한 길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다. 섣부르게도 제7의 멤버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하하와 비교하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실로 이번 '무한도전'에서 길의 역할은 주목받을만 했다. 길은 닮아대사(달마대사)로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그림을 그리게 해주는 모델 역할을, 몸 개그 대회가 되어버린 그네뛰기에서 메인을 꿈꾸는 하인 방자 역할을, 그리고 마지막 춘향이 테스트에서 변사또의 역할을 해냈다. 길의 입장에서보면 이번 '무한도전' 출연은 단 한 편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확고히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던 셈이다. 닮아대사 역할에서는 일단 외모로 들이밀면서 고정을 호시탐탐 노리는 캐릭터를 순간적으로 만들어냈고, 하인 역할에서는 무한도전 멤버들을 철저히 선배로 받아들이면서 몸 개그를 배우려는..
아마추어리즘이 예능의 새 트렌드가 된 사연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이 유행어만큼 작금의 예능 트렌드를 보여주는 게 있을까. ‘개그콘서트’의 종료된 코너 ‘많이 컸네 황회장’에서 황현희가 히트시켰던 이 유행어에는 “알 거 다 아는 사람들끼리 왜 이러냐”는 핀잔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말이 웃음을 주는 것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실상은 아마추어 같은 유치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황현희는 조직의 회장이지만 체신머리 없이 일개 실장과 사소한 말싸움을 하면서 이 말을 내뱉는다. 프로라면 보여주지 않을 속내가 살짝 드러났을 때 터져 나오는 웃음. 아마추어리즘은 이렇게 리얼리티 시대에 예능의 새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너는 내 운명’에서 발연기 논란을 빚었던 박재정이 ‘상상플러스’의 MC로 자리한 사연..
‘남자의 자격’, 도전 버라이어티의 새 진화 보여줄까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해버린 이른바 버라이어티쇼들의 키워드를 나열해보면, 도전, 여행, 결혼(혹은 연애 감정) 정도가 되지 않을까. ‘무한도전’은 도전과 여행의 아이템을 리얼 버라이어티란 형식으로 처음 시도했던 프로그램이고, ‘1박2일’은 이것을 계승해 독자적인 여행 특화 버라이어티로 자리잡았다. ‘우리 결혼했어요’와 ‘골드미스가 간다’가 결혼이라는 아이템을 바탕에 깐 프로그램들이라면, ‘패밀리가 떴다’는 여행에 결혼은 아니지만 연애 감정을 접목했다. 새롭게 시작한 ‘남자의 자격’이 주목되는 것은 이 모든 아이템들이 적절하게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남자들의 도전(매 번 달라지는 과제)이 있고, 함께 외지에서 보내는 하룻밤이 있으며, 결혼..
‘무한도전’, 패러디의 역사를 쓰다 “아버님은 일본 분이시잖아요?”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정준하에게 여자친구의 아버님에 대해 이렇게 물었을 때, 인터뷰 모양새로 이것저것 물어보던 분위기는 싸해졌다. 그 아버님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 때 마침 이런 자막이 나와 상황을 정리한다. ‘형돈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 올킬.’ 만일 이 자막에 웃음을 터뜨린 분들이라면 아마도 여기 등장한 ‘올킬’이라는 단어에서 저 ‘야심만만2’에서 새롭게 시도하다 사라진 올킬 시스템을 떠올렸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처럼 이제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이든, 이미 사라져버린 포맷 형식이든 상관없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패러디의 소재로 받아들인다. 박명수가 ‘거성쇼’의 오프닝을 보여줄 때, 유재석이 “형 이건 자니 윤 선생님이 하던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