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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MBC 파업과 ‘무한도전’ 결방, 왜 지지받을까 토요일 저녁,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세상에서 웃고 울었다. 그 세상에서는 어딘지 평균 이하인 인물들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낮은 위치를 확보하자, 그 눈높이는 서민들에 맞춰졌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모습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위무해주기도 했고, 때론 공감의 눈물을 흘리게 했고, 때론 희망을 갖게도 만들었다. TV 속 오락 프로그램은 그렇게 현실 바깥으로까지 손을 뻗었다. 그들의 세상은 언제부턴가 리얼이 되었고, 따라서 그 ‘무한도전’에서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은 세상을 바꾸어가는 작은 힘이 되었다. 그 도전들을, 그 작은 힘을, 희망의 작은 상징을, 벌써 6주째 못보고 있다. 파업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일일까...
예능 장기 결방이 남긴 후유증들 천안함 사태로 인해 예능 프로그램이 거의 한 달째 결방되었다. 26일부터 29일까지 장례식이 치러질 예정이어서, 파업 중인 MBC를 제외하고 KBS나 SBS는 이번 주말부터 예능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방영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우리네 젊은이들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애도하는 마음을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과 연결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존재한다. 먼저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이 애도하는 마음 자체를 해칠 만큼 무의미하고 몰가치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힘겨운 현실에 예능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웃음은 그 자체로 공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억압을 웃음이라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웃음 속에..
대중문화 소비자 시대, 그 명과 암 혹자들은 '패밀리가 떴다2'와 '승승장구'의 낮은 시청률이 2PM 때문이라고 한다. 2PM의 재범 영구탈퇴 결정과 함께 팬들은 하루아침에 안티 팬으로 돌아섰고, 이로 인해 2PM에 대한 호감은 그만큼의 배신감으로 돌아섰다는 것. 그저 항간에 도는 소문이겠지만, 이러한 소문이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련의 2PM 사태와 그로인해 유포되는 다양한 루머들을 들여다보면 거기 이제 팬 문화에서 대중문화로 확대되어가는 징후들이 포착된다. 과거 기획사-아이돌그룹-팬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기획사가 주도하고 아이돌은 그걸 따라가며, 팬은 그런 아이돌에 열광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소비자시대에 들어서면서 소비자로서의 팬은 그 덩치를 키웠고 ..
알래스카 간 ‘무한도전’, 남극 도전하는 ‘1박2일’ ‘무한도전’이 알래스카로 날아갔다. ‘1박2일’의 남극행을 염두에 두었던 행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미션 자체는 지극히 ‘무한도전’다웠다. ‘알래스카에서 김상덕씨 찾기’라는 지극히 사소한 선택. 반면 ‘1박2일’이 남극에 가는 데는 그 프로그램 성격상 명분이라는 게 필요했다. ‘1박2일’의 취지 자체가 국내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을 구석구석 찾아가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박2일’이 남극에 가는 것은 물론 여행에 있어서 극점이라는 의미로서 어떤 로망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남극에 우리의 세종기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확장해서 바라보면 남극의 세종기지는 국내의 오지 섬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반면 ‘무한도전..
재주는 '무도'가 넘었지만... 이제 곧 밴쿠버에서 동계 올림픽이 시작됩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거기에는 아마도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연아 선수겠죠. 그녀의 금번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의 금메달 도전은 국민적인 관심사를 넘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녀는 물론 경기장에서의 매력적인 연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은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이 전파되었습니다. 그녀가 국민여동생으로서 누구에게나 지지받는 존재가 된 것은 이 경기장 안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경기장 밖에서의 옆집 동생 같은 수수한 얼굴이 균형있게 비추어졌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예능 ..
인터넷 놀이 문화, 세태를 반영하다 안경을 벗은 유재석의 그나마 멋지게 스타일이 살아있는 얼굴 사진과 쳐다보기 심히 민망한 얼굴 사진이 나란히 세워지고 그 밑에 포복절도 촌철살인의 캡션이 붙는다. '생얼의 그나마 봐줄만한 예'와 '얼굴에 못으로 안경을 고정하고 싶은 예'. 연예대상을 수상하는 진지한 얼굴의 유재석과 '패밀리가 떴다'에서 굴욕을 당하는 유재석의 모습을 세워두고 '예능 신의 위엄이 넘치는 예'와 '예능신의 위엄 따위 개나 줘버린 예'라는 설명이 붙는다. 이것은 최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유재석의 좋은 예 나쁜 예'라는 네티즌이 만들어낸 콘텐츠다. 이른바 '좋은 예 나쁜 예'라고 불리는 이 콘텐츠는 이미 2PM, 2AM, 빅뱅,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등 아이돌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하나의 ..
'무한도전'의 패자 없는 경기가 말해주는 것 도전하는 그들에게 패자가 있을까. '무한도전'이 복싱 특집편에서 다룬 WBC 세계 챔피언 최현미 선수와 도전자 쓰바사 선수의 경기에 패자는 없었다. 세계 챔피언이지만 스폰서도 없고 심지어 다음 경기를 잡지 못해 챔피언 벨트를 내줘야 할 위기(6개월 안에 방어전을 치르지 않으면 반납한다고 한다)에 있는 최현미 선수. 그리고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은 모습으로 꿋꿋이 복싱을 하고 있는 쓰바사 선수. '무한도전'은 두 선수의 명승부를 보여주었지만 승패의 결과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것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기를 통해 이미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최선의 경기를 다한 선수들은 이미 모두 승자였다. 이 패자 없는 경기를 보여준 '무한도전'은 승패에만 집착..
버라이어티가 꾼 꿈, 어떻게 현실이 됐나 그 누가 쇼는 그저 쇼일 뿐이라고 했던가. ‘무한도전’이 말도 안 되는 포크레인과 삽질의 대결을 벌이던 시절에, 쇼는 그저 쇼일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무런 맥락도 의미도 없이 그저 쇼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볼거리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몇 해가 지나면서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쇼 프로그램이 실제로 현실을 바꿔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봅슬레이를 빌려서 경기에 출전하던 국내 봅슬레이의 열악한 상황을 감동적인 도전을 통해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현재 올해 벤쿠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놓은 한국 봅슬레이팀은 그 누구보다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 한 레스토랑에서 메뉴 런칭을 선보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