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가 혁오밴드를 단번에 주목시킨 방법

 

혁오밴드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물론 음악을 좀 듣는 사람이라면 다를 것이다. 확실한 자신들만의 질감과 우울한 듯 경쾌하기도 한 애매모호한 분위기의 음악은 척 들으면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특히 보컬 오혁의 목소리는 그 읊조림에서부터 순식간에 절규로까지 바뀌며 귀를 집중하게 만든다. 아이유가 팬이라고 한 건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런데 이 혁오밴드의 노래를 듣는 것과 이들을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무한도전>10년을 달려오면서 아마추어의 시대를 훌쩍 지나쳐버렸다. 지금은 뭐든 척척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웃음의 프로페셔널이 되어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예능감은 마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혁오밴드는 그런 것 자체가 없다. 아니 방송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질문을 던졌을 때 몇 초 이상 답변을 하지 않으면 그건 NG가 된다. 만일 생방송이라면 방송사고. 혁오밴드의 보컬 오혁은 유재석의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할 지 몰라 한참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또 던지는 이야기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엉뚱한 답변(물론 웃기려는 예능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을 내놓았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이건 방송이 불가한 것이었을 게다. 편집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

 

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에 한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 이상 편집되어 나갈 방송분이 없게 된다면 그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이 오혁의 모습을 오히려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먼저 유재석은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한 표정을 리액션으로 보여줬고, 실제로 인터뷰하기 가장 힘든 인물로 오혁을 꼽았다. 빨리빨리 답변을 주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

 

제작진은 오혁의 캐릭터에 마음의 소리콘셉트를 덧붙였다. 오혁이 머뭇머뭇 대는 그 순간에 마음의 소리를 통해 성우가 대신 답변을 해주는 장면은 실로 <무한도전>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기에 박명수는 자신의 버럭 캐릭터로 오혁에게 면박을 주는 것으로 오히려 그 캐릭터를 더 공고하게 해주었다. 물론 그 버럭 끝에는 유재석이 원래 저런 분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를 던져 박명수를 배려하는 모습까지 덧붙여졌다.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에는 박진영, 아이유, 자이언티, 윤상, GD&태양까지 누구 하나 쟁쟁하지 않은 참가자가 없었다. 그 안에 혁오밴드처럼 음악적으로도 또 캐릭터적으로도 독특한 인물이 들어 있다는 건 <무한도전> 가요제에 보다 넓은 스펙트럼과 다양성을 드러내준다. 방송에 아직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캐릭터화시켜 보여준 <무한도전>은 그 짧은 몇몇 장면만으로도 혁오밴드라는 존재를 단박에 주목시켰다. 실로 베테랑다운 저력이 아닐 수 없다. 말이 어색한 출연자에게 마음의 소리라니.



메르스 풍자, <개콘><무도>가 무슨 잘못을 했던가

 

<개그콘서트>에 이어 <무한도전>도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유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풍자한 것에서 비롯됐다.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감염 예방 기본수칙으로 소개됐던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라는 황당한 내용을 풍자한 것이었다. 방통심의위원회는 <무한도전>낙타, 염소, 박쥐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라는 메르스 예방법을 얘기하면서 중동지역을 넣지 않은 것에 객관성 위반이란 의결을 내렸다고 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번 <무한도전>의 방송 때문에 염소 농가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논란이 일어났던 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무한도전> 제작진은 염소 농가에 사죄의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예방법을 적시한 건 보건복지부였다. 이 예방법이 소개됐을 때 각종 패러디물들이 인터넷을 가득 메운 건 그래서다. <무한도전>이 풍자하려 했던 건 바로 그 점이다. “낙타를 어디서 봐라고 버럭하는 박명수는 대중들의 황당했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방통심의위원회는 이 풍자의 본질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무한도전>이 중동지역을 특정하지 않아 국내 염소농가 등에 불필요한 오해와 피해를 유발했다는 민원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건 방통심의위원회의 역할이다. 과연 이 위원회는 보다 좋은 방송을 위한 조직인가 아니면 방송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조직인가. 민원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민원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거기에는 어떤 판단이 들어갈 텐데, 과연 <무한도전> 했던 풍자의 내용이 나쁜 방송이었을까.

 

<무한도전>은 보건복지부의 예방법을 그대로 내보내면서 그걸 풍자한 것뿐이다. 풍자가 무엇인가. 그 예방법의 황당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예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이 풍자는 결국 말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만일 이 보건복지부의 예방법을 그대로 내보낸 것이 문제가 된다면 그건 보건복지부 역시 제재를 받아야 한다. 국민들을 황당하게 만들고, 각종 패러디와 우스갯소리까지 쏟아져 나오게 한 건 애초에 보건복지부이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민상토론은 역시 메르스 사태를 풍자하면서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불쾌감을 유발했다며 품위유지 조항을 적용해 행정지도 의견제시제재를 확정한 것. 이 민원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인터넷미디어협회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단체는 민상토론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무능을 풍자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불쾌감을 유발했다는 얘기나, 품위를 손상했다는 얘기는 너무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마스크 쓴 사진을 공개하면서 방역을 위해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범 국민”,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라고 풍자한 것이 불쾌하고 품위를 손상했다고 말할 수 있는 대목일까. 그 풍자는 문 장관 본인이 메르스의 공기 감염 가능성을 부인하고는 정작 공식일정에서 마스크를 쓰고 나온 것이 구설수가 됐던 걸 꼬집은 내용이었다. 그건 사적인 지적이 아니다. 공인으로서의 문 장관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방통심의위원회의 <개콘>에 이은 <무도> 징계 결정은 그것은 좋은 방송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방송에 재갈을 물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풍자란 건강한 것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가뭄에 역병을 얘기한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 작은 웃음 하나 허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입을 막아버리는 행위는 결코 건강한 일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이런 소통 부재는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무도><1>, 친구라면 김숙처럼

 

쟤들이 정말 부럽다.” KBS <12> 여자사람 특집에서 김준호와 김숙의 우정을 지켜보며 김주혁은 그렇게 말했다. 한 분야에서 오래도록 일해 온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렇게 함께 지낸 시간들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 표정만 봐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척척 알 수 있고, 또 어떤 운을 띄우면 거기에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칠 수 있는 호흡은 오래도록 함께 해온 시간들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실제로 김준호는 이번 특집에서 특유의 과한 설정을 자주 선보였다. 노래 대결을 벌일 때 김숙이 끄는 손수레를 타고 레드카펫에 입장하는 모습이 그랬고, 이 대결의 진행을 맡으며 과한 콩트 개그를 통해 출연자를 소개하는 장면이 그랬다. 하지만 김숙은 너무나 익숙하다는 듯 김준호의 그런 상황개그들을 척척 받아 분위기를 띄웠다.

 

두 사람이 함께 바이브의 그 남자 그 여자를 부를 때는 과한 김준호의 노래에 모두가 포복절도했지만, 김숙은 역시 개그우먼답게 무표정을 유지하며 노래했다. 타인을 웃기기 위해 본인은 웃음을 참는 모습. 베테랑 개그우먼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개그우먼의 능력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김숙의 인간미다. 그녀는 김준호가 방귀를 뀌고 트림을 하며 그것이 진짜 우정의 증거라고 얘기할 때도 익숙한 듯 덤덤히 받아주었고, 여자 게스트들끼리 잠자리에 있을 때면 그렇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 것이 누구보다 즐거웠다는 진솔한 마음을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무한도전>로맨스가 필요해특집에 김숙이 출연했다는 것은 그저 우연적인 일로만 여겨지지 않았다. 물론 미혼 남녀를 찾다보니 그 중에 한 명으로 선정된 것이지만, 김숙과 송은이는 과거에도 <무한도전>에 출연해 길과 소개팅을 했던 적이 있었다. 생각 외로 여성적인 면을 드러냈던 당시의 김숙은 이번에도 소개팅 대상의 정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설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막상 그 대상이 김제동, 지상렬, 김영철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특유의 털털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너무나 친숙한 동료이자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남자 같고 선머슴 같은 면면은 김숙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12>에서 방과 방 사이게임을 할 때 헐크100% 재연해낸 것처럼 그녀는 의외로 다소곳한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본래 갖고 있던 털털한 면을 드러낼 때 웃음을 준다.

 

그런데 바로 이런 면은 그녀가 왜 <무한도전>이나 <12>이 하는 절친들을 통한 특집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가를 잘 말해준다. 그녀는 진짜 여자사람 친구의 편안함푸근함을 선사한다. 늘 웃음을 주기위해 과장된 표정과 포즈를 취하지만 그것보다 그녀의 진면목은 뭘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을 척척 알아듣고, 무엇보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모습이다.

 

사실 김숙은 그 오랜 시간 동안 개그우먼으로 활동하면서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적은 별로 없었다. 늘 어떤 자리에 게스트로 출연하면 특유의 개그감으로 자기만의 지분을 보여주는 개그우먼이지만 그녀는 어쩐지 전면에 자신을 내세우는 그런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주변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띄워주고 자신은 항상 바닥을 깔아주는 그런 모습. 친구들 사이에도 꼭 이런 친구들이 있다. 그리 드러나지 않아도 그가 있어 늘 편안해지는 그런 친구. 이런 친구라면 나이가 들어도 또 결혼을 했다고 해도 여자사람 친구로서 계속 함께 늙어갈 수 있지 않을까. 김주혁의 말처럼, 그런 친구를 둔 김준호가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노홍철의 자숙, 묵묵히 그를 기다리는 대중들

 

자숙 중이지만 역시 그 녀석은 대중들에게 여전히 뜨거운 존재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찍힌 사진 한 장에 대중들의 반응이 쏟아진다. 자숙 중이기 때문에 시민들과 만나도 인증사진을 찍지 않는 그 녀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우연히 찍힌 사진이 기사화되고 인터넷 댓글은 기다리겠다는 의견으로 가득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사실 노홍철 측에서도 스스로 밝힌 바지만 아직 복귀 얘기를 하는 건 시기상조다. 음주운전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무한도전> 같은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의 핵심 출연자였기 때문에 그 책임감도 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홍철에 대한 이런 관심과 반응이 여전하다는 건 향후 언제가 될지 몰라도 그가 돌아올 때 그 반응 역시 나쁘지 않을 것이란 걸 예감케 한다.

 

그 녀석은 이제 하나의 캐릭터가 되었다.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라는 이름을 거론하는 것조차 불편함을 줄까봐 붙여놓은 호칭이 그 녀석이다. 이후 그 녀석이란 호칭은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기사를 통해서도, 또 시상식장에서도 자주 이용되었다. <무한도전>이 갖고 있는 확고한 팬덤의 영향이 크겠지만 뭐든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유재석의 힘을 단박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은 또한 노홍철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이 그만큼 컸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노홍철은 <무한도전>에서 그의 사생활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심지어는 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기도 했던 인물이다.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그는 꽤 괜찮은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건 지금 현재 관찰카메라로 이동하고 있는 예능 트렌드에 그가 상당히 근접해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런 그였으니 <무한도전>의 변화를 이끌 대항마로서 그에 대한 기대감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감이 큰 만큼 실망감도 큰 법이다. 그러니 그만큼의 자숙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그를 아끼는 대중들 역시 그 아끼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가 제대로 자숙기간을 거쳐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근황 소식이 간간이 올라올 때면, “보고 싶다는 그리움을 토로하다가도 그래도 좀 더 자숙하라는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 장동민 같은 일부 연예인들은 사회적 논란을 만들고도 버젓이 방송을 강행하고 있어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맹기용처럼 논란이 계속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도 제작진이 무리하게 방송을 강행함으로써 오히려 당사자에게 고통만 더 크게 만드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은 하는 것보다는 안하는 편이 당사자나 프로그램에나 모두 득이 되는 일이다.

 

복귀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라며 부인하는 그 녀석’. 그리고 그런 근황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그리움을 토로하면서도 더 자숙하라고 말해주는 팬들. 또 그런 그에게 그 녀석이라는 애증의 캐릭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 이것은 어쩌면 한 때의 실수나 잘못으로 자숙하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모범답안처럼 다가오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노홍철은 없어도 그 녀석은 여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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