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독일 친구들과는 달랐던 젊은 러시아 여성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러시아 친구들의 여행기는 짧게 마무리됐다. 5회에 걸쳐 방영됐던 독일친구들편에 비교하면 3회 만에 마무리된 러시아 친구들의 여행은 너무 짧아 이제 시작하려다 바로 끝나버린 느낌이다. 물론 독일친구들 이전의 멕시코친구들 역시 3회 분량으로 방영됐던 걸 생각해보면 이들의 여행기가 짧았던 게 아니라 독일친구들의 여행기가 남달리 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특별했으니 길었을 수밖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출처:MBC에브리원)'

하지만 러시아 친구들의 여행은 그들 나름대로 특별한 면면들을 담고 있었다. 동물을 좋아해서 수족관을 가서 물고기를 보며 “귀엽다”를 연발하고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물고기를 먹는 이색적인 하루를 보여주거나, 한류 팬으로서 그 캐릭터 상품들을 살 수 있는 곳에서 쇼핑을 하고, 젊은 여성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또 당연히 관심이 있는 한국 화장품을 폭풍 쇼핑하는 모습 등은 독일친구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러시아친구들의 색다른 여행의 모습이었다.

여러모로 독일친구들의 여행과의 비교 때문에 소소하게 보였지만 지나고 보니 러시아친구들은 또 다른 색깔의 여행을 보여줬다고 느껴진다. 일단 세대가 독일친구들보다 훨씬 젊다. 따라서 독일친구들이 여행에 있어서 서로를 배려하거나 좀 더 학구적인 자세를 갖는 등 성숙한 면들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러시아친구들은 젊은 또래들이 보여줄 만한 여행에서의 좌충우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걸 단적으로 드러낸 게 대학가를 여행하는 도중 아나스타샤가 갑자기 “더 이상 못하겠다”며 힘겨움을 토로하며 생긴 갈등이었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차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유독 습도가 높은 날씨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상황, 오해로 인해 어딘지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 아나스타샤의 감정이 터져버린 것. 

결국 여행 일정을 모두 접고 숙소로 돌아와 버렸지만, 사실 이런 사소한 다툼들이나 갈등들은 여행 도중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자주 싸우지만 또 금세 친해지는 게 그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니어서 피식 웃음이 나올 수도 있는 그런 일들이지만 현장에서는 자못 심각했던 그런 일들을 러시아 친구들이 보여준 건 그래서 독일친구들의 늘 좋았던 여행과는 사뭇 다른 여행의 면면을 드러내줬다. 

그런 갈등이 지나고 나서 서로 말 한 마디로 화해를 하고 금세 다시 친해져 찜질방으로 향하는 러시아친구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진진해질 수 있었다. 불가마의 뜨거움과 얼음방의 차가움을 오가며 냉탕온탕의 단짠 체험을 즐기거나, 처음 해보는 안마의자에서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좋아하는 모습은 그 날 낮에 있었던 갈등들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행복한 순간들로 남게 됐다. 그리고 이어진 러시아 음식점에서의 편안한 식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의 술 한 잔은 이 젊은 친구들의 여행에 괜찮은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그 나이 대에 각기 가진 취향들이 다르니 그 여행의 양상도 달라진다. 이것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사실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와 겪는 문화적 충돌이라고 하면 어찌 보면 비슷한 것들의 반복처럼 보인다. 언어적 차이, 문화적 차이, 음식이나 숙소의 차이 같은 게 그것이다. 그래서 여러 번 반복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까 싶지만 그런 우려를 날려주는 건 그 여행자들의 다른 취향들이다. 이 취향들이 있어 또 다른 여행기가 나온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래서 그들의 한국 체험기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들의 눈으로 여행으로 하는 ‘그들의 취향 체험’이기도 하다.

기획 포인트 많은 <혼술남녀>, 그래서 메시지는?

 

tvN <혼술남녀>의 박하나(박하선)노그래라 불린다. 노량진 학원가에 들어온 장그래라는 의미다. 그녀가 공무원 수험생들을 위한 이 학원가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저 <미생>의 장그래처럼 짠하다. 자신을 종합반에 넣어준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가능성을 보고넣어줬다고 하자, 무얼 시킬 때마다 가능성 있는 제가라는 말을 수식어처럼 달고 말한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그녀를 노그래라는 캐릭터로 세운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미생>이 그러했듯이 직업의 세계에서 힘겨운 현실을 살아내는 주인공을 내세우기 위함이다. 그래야 보통의 샐러리맨들의 공감대가 커질 테니까. 게다가 그를 이끌어주는 상대로 진정석이라는 돈 잘 벌고 스펙 좋고 잘 나가는 남자를 세워둔 것도 일에서는 물론이고 사랑에 있어서도 어떤 판타지를 제공하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혼술남녀>에는 또 하나의 기획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라는 최근 나홀로족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새로운 나홀로 문화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시작 부분에 항상 진정석이 혼술을 하며 왜 자신이 혼술을 하고 그게 왜 좋은지에 대한 내레이션이 들어간다.

 

또한 이 드라마에는 학원 강사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업의 세계만이 아니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의 공부만이 살길인 그 현실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학원 강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만 그것이 보여주는 공통의 주제의식 같은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혼술남녀>는 여러 가지 트렌디한 요소들을 한 드라마 곳곳에 세워두었다. 물론 드라마가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들을 던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이야기가 풍부하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어지지 않으면 너무 산만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혼술남녀>는 그런 점에서 보면 샐러리맨의 힘겨운 현실을 넣고 있지만 그것이 <미생>만큼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고, ‘혼술문화를 담고 있지만 그 나홀로 문화가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가 드라마의 메시지로서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취준생들의 이야기 역시 하나의 에피소드로 등장할 뿐, 전체 이야기의 맥락으로 묶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건 멜로뿐이다. 결국 박하나와 진정석이 일로 엮어지다가 사랑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그것은 아마도 혼술하던 진정석이 박하나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되는 그런 그림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은 애초에 혼술이라는 새로운 나홀로 문화를 제시할 때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그림은 아닐 것이다. 진정석이라는 혼술하는 캐릭터가 어딘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새로운 인간형이라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이 바라는 이야기다.

 

<혼술남녀>에서 학원강사 민진웅은 학생들을 위해 항상 새로운 패러디를 준비한다. <베테랑>의 유아인을 흉내 내기도 하고,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를 따라 하기도 하며 심지어 <곡성>의 황정민과 김환희를 패러디하기도 한다. 뜬금없이 등장해 패러디하는 모습은 우습다. 그런 깨알 웃음은 드라마에서도 중요하고 그래서 민진웅이라는 배우는 이 드라마의 미친 존재감으로 세워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하나하나의 재미들이 어떤 주제의식이나 맥락으로 엮어지지 않을 때 드라마의 힘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술남녀>의 잔 펀치들은 굉장히 많다. 그래서 그 자잘한 이야기들이 주는 잔재미들 역시 많다. 하지만 지금 <혼술남녀>에 필요한 것은 그런 잔 펀치, 잔재미가 아니다. 그런 잔재미들을 깔아놓고 그저 멜로로 엮어 놓기에는 그 소재들이 가진 무게가 작지 않다. 샐러리맨들과 취준생의 현실이 그렇고 그들이 어쩌다 혼술을 하게 됐는가 하는 그 문화적인 이유들이 그렇다. <혼술남녀>에는 잔 펀치만큼 묵직한 한 방이 절실하다

언어 달라도 웃음으로 형제 된 잭 블랙과 <무도>

 

놀라운 프로정신이다. 주는 대로 다 받아준다. 그것도 그냥 받는 게 아니라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서. MBC <무한도전>과 잭 블랙의 만남은 프로정신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줬다. 고적대의 음악에 맞춰 등장부터 신명나는 춤으로 흥을 한없이 돋운 잭 블랙은 비록 4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한도전>에 완전히 동화된 모습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 어색할 것 같았던 만남이지만 그것은 금세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잭 블랙은 기초적인 마시멜로 입에 많이 넣기 게임부터 스타킹 쓰고 촛불 끄기, 베개싸움, 물 넣은 축구공 헤딩하기 같은 지금껏 <무한도전>에서 해왔던 다양한 몸 개그용 게임들을 마치 익숙하다는 듯 소화해나갔다.

 

평소 잭 블랙의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웃음 연기를 배워왔다는 <무한도전>은 그를 자신들의 아버지나 다름없다고 불렀고, 잭 블랙은 그런 그들을 동생이자 자식처럼 보듬으며 원하는 몸 개그에 온 몸을 던졌다. 입은 체육복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모습은 그가 왜 예능인들 사이에서 추앙받아 마땅한 인물인가를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외국에서 온 특별한 게스트로 등장했지만 차츰 그가 <무한도전>의 한 멤버처럼 보이게 된 건 역시 웃음이라는 세계 공통의 언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잭 블랙은 어디서 웃음이 터지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물이 든 공과 그렇지 않은 공을 갖고 선택해 머리로 헤딩하는 장면에서는 그 선택하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고, 물 공을 헤딩하며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잭 블랙과 함께 스태프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광희와 대결을 벌인 마시멜로 입에 많이 넣기 게임에서는 그 웃음의 포인트가 너무 입에 많이 넣어 닫혀지지 않는 입과 결국은 뱉어내는 그 장면이라는 걸 간파했다. 게임에서 이긴 후에도 입에 마시멜로를 더 넣은 후 뱉어내는 모습을 굳이 보여준 건 그래서다.

 

잭 블랙은 집에 놀러가겠다거나 심지어 밥 사달라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짓궂은 질문에도 센스 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주었다. 대저택이 집이지만 와서 자려면 소파에서 자야한다고 농담을 던졌고, 밥 사달라는 얘기에는 패스트푸드점에 가자는 말로 받아쳤다. 잭 블랙의 한 마디 한 마디와 몸 개그를 대하는 자세를 보며 유재석은 그가 처음 해보는 시도들이지만 정확히 웃음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놀라웠던 건 잭 블랙의 음악에 대한 감각이었다. 귀에 헤드폰을 낀 채 우리 노래를 불러 알아맞히는 게임에서 그는 거의 정확하게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여줘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특히 이애란의 백세인생에서는 정확히 전해라-”를 불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실로 잭 블랙 같은 세계적인 코미디 배우와 <무한도전>의 만남은 특별하고 이색적인 것이었다. 그 만남 자체가 어떤 긴장감을 갖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웃음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들은 마치 형제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느낀 그 친 형 같은 느낌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도 전이되었다. 세상에 잭 블랙이 부르는 백세인생을 듣게 되다니. 이제 영화관에서 보게 될 잭 블랙은 더 이상 낯선 외국배우가 아닌 형제 같은 친근함을 갖게 되었다

'집밥 백선생', 갈비 요리 꿀팁보다 중요한 것

 

명절이면 어머니가 정성스레 차려 내준 양념갈비에 갈비찜에 갈비탕 같은 걸 한 번쯤은 누구나 먹어봤을 것이다. 그렇게 맛있을 수 없는 명절 갈비의 맛. 하지만 일일이 갈비를 손질하고 양념에 재우고 끓이면서도 뜨는 기름을 제거해내는 그 일련의 과정을 보면 얼마나 그 갈비 요리에 정성이 담겨지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그것이 하나라도 더 먹여 보내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겠나.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집밥 백선생>이 갈비를 주제로 한 것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그 첫 번째는 그저 주는 대로 맛있게만 먹었지 그 과정이 어떤가를 전혀 몰랐던 남자들이 그 정성을 스스로 느껴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백종원이 알려주는 꿀 팁을 활용해 한번쯤은 스스로 가족을 위해 명절에 갈비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떤가 하는 제안이다.

 

명절에 남자와 여자를 모두 스트레스 받게 하는 건 그 놈의 역할 구분이다. 여자들은 쉴 틈 없이 요리하고 일하는데 남자들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저 뒤에서 뒹굴뒹굴 대는 풍경은 남녀 모두를 스트레스 받게 한다. 여자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있다면, 그 여자들의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남자들을 곤란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명절 증후군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요리는 여자들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집밥 백선생>이 추구하는 것도 이 편견을 깨는 일이다. 남성 요리 무식자들이 요리의 세계가 의외로 즐겁고 재미있다는 것을 하나씩 깨우쳐주는 일. 그래서 백종원이 가르쳐준 대로 손쉽게 만능양념을 만들어 양념갈비도 해먹고, 갈비찜에 갈비탕, 그리고 갈비탕 고기를 이용해 단 5분 만에 뚝딱 차려내는 매운 갈비찜까지 슥슥 해보는 것이다.

 

백종원이 알려주는 갈비요리들은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만큼 어려운 요리는 아니다. 물론 어머니들의 요리 노하우가 쉽다는 건 아니지만 백종원은 일단 기본적인 것들을 충실히 알려준다. 만능간장이 그렇듯이 갈비 요리를 위한 만능양념을 알려주는 건 누구나 쉽게 요리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기 위함이다. 세상이 만능이 어딨겠나. 하지만 만능이라고 표현하면 일단 그 요리가 너무나 친근하고 쉽게 다가오는 것만큼은 분명한 일이다.

 

일단 요리에 대한 성별 역할 구분의 편견을 깨고 나면 명절의 풍경은 확 달라지지 않을까. 사실 명절의 풍성함의 이면에는 명절이 지나고 나면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기 마련인 어머니의 노동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자식들을 위해 노구를 쉴 새 없이 재게도 움직이시며 요리를 차려내는 어머니의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명절을 대하는 남자들의 자세도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사실 요리보다 더 중요한 건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남자가 요리를 하면 뭐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저 무수하게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쿡방 속에서 그 많은 남자들이 이런 저런 요리들을 해내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집밥 백선생>이 추석을 맞아 갈비 요리 레시피를 선보이고, 후속으로 추석의 남은 음식을 이용한 요리를 준비하는 건 그래서 단지 요리 꿀팁만을 위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갈비찜 하나로라도 명절의 풍경을 바꿔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아마도 <집밥 백선생>이 명절을 대하는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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