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땅 내 사랑', 진짜 막장 시트콤이 되지 않으려면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의 시청률은 평균 10%(agb 닐슨) 정도.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성적도 아니다. 그럭저럭 시청을 할 만하지만 보고나면 그다지 여운이 남질 않는다. 확실한 웃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시청률보다 더 안 좋은 건 화제성이다. 그다지 확실한 반응이 별로 없다. 관성적인 시청이 많다는 얘기다.

'몽땅 내 사랑'의 출연진만을 놓고 보면 이런 상황은 사실 의외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연기 지존으로 불리는 김갑수가 있고, 예능돌로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조권과 가인이 있다. 박미선 같은 이미 시트콤 경험이 있는 베테랑 코미디언도 있는데다가, 비스트의 윤두준 같은 시트콤을 활기 있게 만드는 신선한 얼굴도 있다. 그런데 왜 별 화제를 만들어내지 못할까. 왜 확실한 팬층을 확보하지 못할까.

그 이유는 '공감'이 없기 때문이다. '몽땅 내 사랑'은 재미 포인트로서 '막장 시트콤'을 주창했다. 한 마디로 스토리가 팔자 고치기 위해 김원장(김갑수)을 속이고 결혼하는 박미선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 황옥엽(조권)이 하도 사고를 치는 통에(김원장하고도 얽힌다) 박미선은 가짜 아들을 김원장에게 보여주고 결혼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사기 결혼인 셈이다. 그래서 옥엽은 미선과 함께 살지 못하고 승아(윤승아)네 집에 얹혀산다.

'몽땅 내 사랑'이 아무리 작금의 세태를 비판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주인공들의 행동에 대한 근거 제시는 필요한 법이다. 세태 비판은 사회적 환경을 비판하는 것이어야지 인물 비판에 머물러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이런 세태의 문제가 그 사람만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저 아무에게나 빌붙는 박미선네 가족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주인공들의 행동에 근거나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악행(?)은 그저 인물의 매력을 떨어뜨리게만 만든다.

매력 없는 캐릭터가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는 없을 것이다. 캐릭터가 구축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아무리 김원장이 길바닥에서 똥을 싸고, 금지(가인)가 작은 눈 때문에 성형을 고민하며, 옥엽이 승아만 보면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고 오버를 한다고 해도 거기에 합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캐릭터는 세워질 수 없다. 캐릭터가 없으면 웃음은 그 때 그 때 임기웅변적으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결국 시트콤 같은 연속적으로 방영되는 장르에서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면 지속적인 시청은 어렵게 된다.

현재 '몽땅 내 사랑'의 설정들이 대부분 멜로관계로 점철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김원장과 박미선 사이의 멜로는 이 시트콤의 설정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옥엽과 승아, 승아와 전태수 같은 멜로 설정은 시기상조다. 멜로는 결국은 가장 쉽고도 뻔한 장치로 흐를 수 있다. 오히려 다른 아이디어들을 과감하게 시도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물들의 캐릭터가 좀더 분명하게 세워져야 할 시간에 멜로 라인을 만드는 건 시트콤을 더 고리타분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시트콤은 말 그대로 시추에이션 코미디다. 즉 상황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고, 그 상황은 희극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희극은 비극만큼이나 공감대를 필요로 한다.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상황과 웃음이 아니라면 그것은 어쩌면 희극이 아니고 비극인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몽땅 내 사랑'은 시트콤이라고는 하지만 어쩔 때는 그저 조금 과장된 드라마로 보일 때가 많다. 시트콤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라는 얘기다.

'막장 시트콤'이라고 주창하고 나왔을 때 솔깃했던 것은 막장 드라마가 갖는 비현실성을 패러디함으로써 오히려 현실을 돌아보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김갑수 같은 명배우가 자리한다는 것은 그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저 말 그대로의 엉성하다는 의미로서의 막장 시트콤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몽땅 내 사랑'이 잃어버린 존재감을 다시 찾으려면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아이디어로 캐릭터 하나하나를 다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미 각자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출연진들이기 때문에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면 너무 늦은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해서 어떤 공감대가 앞으로라도 형성되기를 바란다. 그래도 10% 정도의 시청률을 꾸준히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기회는 있는 셈이다.

일하는 여성을 보는 사회의 이중잣대

"아들에게 미안해서 무릎 꿇고 빌었어요." '밤이면 밤마다'에 출연한 이경실은 끝내 참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아들 보승이가 4살 때 안 좋은 일이 벌어져 신경을 써주지 못했고, 심지어 아들이 조금만 잘못을 해도 아이에게 다른 모습을 투영해 더 크게 혼을 냈다는 말을 꺼내는 이경실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아마도 자식 가진 모든 부모의 인지상정이었을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조혜련도 "나와 우주의 관계가 그렇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경실을 비롯한 많은 개그우먼들은 그 직업상 '대가 센' 여성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다. 이경실이 스스로 밝힌 대로 직업이 사람들을 웃기는 일이다 보니 자신의 사적인 불행한 일에서도 눈물을 감추고 심지어는 쾌활한 척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사생활이 다 노출된 개그우먼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참 독하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진짜 그런가. '밤이면 밤마다'에 출연한 이경실의 눈물은 개그우먼으로 산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것은 이경실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바퀴'에서 이상용이 '우정의 무대'에서 부르던 '그리운 어머니'를 부르면서 애끓는 사모곡을 내레이션으로 말했을 때, 그 자리에 있던 개그우먼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박경림이 그랬고, 그 엄마들이 군대 간 아들에게 하는 말이 "깻잎 나오냐? 너 좋아하는 거."라는 이상용의 말에 이경실이 "그 말이 더 슬프다"며 울었다. 그러자 진행자인 박미선도 따라 울었다. 그 눈물 속에서 이경실이 농담처럼 던진 "남자들이 뭘 알아"하는 푸념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살아가야 하는 개그우먼의 고충이 담겨져 있었다.

이경실을 포함해 이영자, 정선희 같은 개그우먼들이 더 도드라지게 '대가 센' 여성으로 이미지화되는 것은 그녀들이 불행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을 겪으면서도 웃음을 주기 위해 그걸 억누르는 모습을 '독하게'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다분히 이중적이다.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도 여전히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려 애쓴 고 이주일씨의 아픈 사연을 들으면서 우리는 모두 그 프로정신에 박수를 쳤던 적이 있다. 속으로 울면서도 내색없이 웃겨야했던 코미디언들의 삶에 대한 진심어린 공감.

하지만 개그우먼의 불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여기에는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우리네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아이를 갖고 출산하는 것조차 업무의 손실로서 여기는 게 우리 사회 워킹우먼들이 겪는 일상사가 아닌가.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은 그나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게다. 예능 프로그램이 그동안 마치 금기시된 것처럼 웃음만을 강요했던 개그우먼들을 통해 진심어린 눈물을 보여주는 것에서도 그 작은 변화를 느끼게 한다.

불행 앞에서 밝게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서는 개그우먼들은 '대가 세다'거나 '독한' 여성들이 아니다. 그녀들은 그만큼 자신의 일에 있어서 프로라는 것이고,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불행을 감출 줄 아는 천상 모성애들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이경실의 눈물은 그래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 개그우먼, 아니 나아가 워킹우먼들의 그 눈물을 떠올리게 한다.

'해피투게더' 속 유재석,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의 진면목

'해피투게더'의 고정MC 네 사람은 지금 예능 세상에서는 아마도 가장 핫한 인물들일 것이다. '무한도전'과 '놀러와', 그리고 새로 시작한 '런닝맨'까지 합쳐 무려 일주일에 네 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자기 식으로 소화해내고 있는 유재석은 물론이고, '무한도전'과 최근에 주목받는 '뜨거운 형제들'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명수, '해피투게더'를 통해 아줌마 파워를 보여주고는 '세바퀴' 같은 주말 예능의 강자를 이끌고 있는 박미선, 그리고 여성 개그맨으로서 '패밀리가 떴다2'에 이어 '영웅호걸'에도 출연하고 있는 신봉선까지 '해피투게더'는 실로 쟁쟁한 MC들의 경연장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정작 이 당당하고 화려해보이기까지 하는 MC들이 '해피투게더'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지극히 소박하고 심지어 지질해 보이기까지 하다. '무한도전'이나 '뜨거운 형제들'에서 때로는 독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버럭 대고 상대방을 몰아세우던 박명수는 '해피투게더'에 앉기만 하면 심하게 위축된 중년 남자로 돌아간다. 다닥다닥 붙어 앉을 수밖에 없는 자세지만 그래도 심하게 쪼그리고 앉은 그는 유재석이 만들어놓은 멍석 위에서 바보처럼 웃거나 스스로를 아낌없이 망가뜨림으로써 찾아온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만들어놓는 역할을 한다.

집단토크쇼 '세바퀴'에서 그 집단적인 게스트들을 좌지우지하며 때론 아줌마 특유의 뻔뻔함으로 톡톡 쏘기도 하고, 때론 뻣뻣한 몸으로 춤을 추는 등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몸 개그를 선보이는 박미선도 마찬가지. 그녀는 '해피투게더'에 앉으면 얘기 들어주는 푸근한 아줌마로 변신한다. 때론 엉뚱한 소리를 함으로써 면박을 받기도 하는 그녀 역시 이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촉수를 게스트의 일거수일투족에 맞추고 있다. 이것은 가수들이 나오면 여지없이 망가지는 춤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젊은 세대 특유의 발랄함과 나이 든 세대까지 끌어안는 특유의 입담을 가진 신봉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녀 역시 '해피투게더'에서는 '영웅호걸' 같은 조금은 독하달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것은 이미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의 캐릭터를 순발력 있게 콕콕 찍어내는 것으로 그것이 캐릭터로 굳어져 있는 유재석도 예외는 아니다.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 특유의 편안함은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같은 때론 절박해보이기까지 하는 상황보다는 '해피투게더'에서 더 잘 드러나는 편이다. 유재석의 진두지휘 아래 네 명의 MC들이 만들어내는 조합은 그래서 게스트들에게 유독 친절한 '해피투게더'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세대와 성별이 아무리 달라도 이 속에 들어오면 누구나 무장해제 되고 마는 그 분위기.

독한 예능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그 예능을 이끌어가는 MC들 역시 독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해피투게더'라는 마치 친정 같은 편안함을 연출하는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온 이 네 명의 MC들의 모습이 이들의 진면목이라 느껴지는 것은 말이다. 경쟁 사회 속에 내던져진 자극의 피곤함에서 벗어나자 오히려 더 드러나는 진가처럼. 이것은 지금 목요일 밤 예능의 선두주자로서 17%에 가까운 시청률을 내고 있는 '해피투게더'가 가진 독특한 아우라라 할 수 있다. 이런 아우라 속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MC들의 진심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닿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달라진 '절친노트3', 뭐가 문제일까

원조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자신만의 고유한 맛을 지킬 때 유지된다. '절친노트3'는 '절친노트'라는 원조의 연장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맛은 얼마나 유지되고 있을까. '절친노트3'는 '절친노트'라는 제목을 붙이기가 어색할 정도로 확 달라졌다. '절친노트1'이 주창했던 화해의 맛도 찾기가 어렵고, '절친노트2'의 대결의 맛도 찾기 어렵다. '절친노트3'은 '절친'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기존 여러 가지 원조 토크쇼들의 맛을 조합한 듯한 느낌에 머물고 있다.

초대 손님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내는 '찬란한 식탁'은 과거 이홍렬쇼의 '참참참'을 떠올리게 만든다. 초대 손님들이 음식의 이름을 '유자부인 애썼네' 같이 짓는 형식도 '참참참'에서 시도됐던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홍렬쇼에서는 게스트와 함께 요리를 했지만, '찬란한 식탁'에서는 게스트를 위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요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차별점으로는 '절친노트3'만의 새로운 맛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신정환이 특유의 깐족개그로 게스트를 당황하게 만들고, 박미선은 특유의 균형감각으로 게스트를 다시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토크를 구사하지만, 이경규와 김구라의 공백은 어쩔 수 없다. 박미선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신정환과 윤종신이 보조하면서 때로는 자료화면을 통해 게스트의 면면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끄집어내는 질문 형식은 '무릎팍 도사'의 박미선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박미선은 토크 방식이 강호동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 같은 힘을 갖기는 어렵다. 박미선은 오히려 '세바퀴'처럼 게스트들이 많고 그 세대 또한 폭넓을 때 그 균형을 맞춰주는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절친노트3'의 후반부에 구성되어 있는 '나이를 넘어 절친'은 형식은 물론이고 구성원들까지 '세바퀴'를 연상케 하지만 그만큼의 힘을 느끼기가 어렵다. 선우용녀, 이계인, 김현철, 김태현은 '세바퀴'에서의 개그방식과 개그감을 똑같이 사용하지만 그 맛은 밋밋하다. 질문을 던지고 공감을 구하는 형식 또한 이미 원조에서 본 맛이기에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절친노트3'는 왜 훌륭한 원조집의 맛을 포기하고 다른 원조집의 맛을 가져다가 버무려놓았을까. 아마도 가장 큰 것은 메인 MC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절친노트'는 사실, 김구라와 문희준이라는 두 인물의 캐릭터와 관계가 프로그램으로 전화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이들의 부재는 기존 '절친노트'의 핵심적인 맛을 느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절친노트2'에 등장했던 이경규는 김구라와 문희준이라는 원조집의 맛에 자신만의 강한 대결구도를 넣음으로써 '절친노트' 원조의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절친노트3'는 굳이 '절친노트'라는 제목을 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른 집의 맛을 내고 있다. 실제로 미션이 주어지는 절친노트가 존재하지 않는 '절친노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절친노트3'의 시청률 하락은 물론 교체된 요리 토크의 주방장이 문제가 아니라, 그 주방장을 새롭게 기용한 프로그램의 문제가 더 크다. 원조집의 맛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본래 주방장을 쓰던가, 그 주방장 밑에서 그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배워온 인물을 주방에 두는 것이다. '절친노트3'의 문제는 '절친노트'라는 간판을 걸어 그 맛을 기대하게 만들고 전혀 다른 맛을 내고 있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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