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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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금비', 이 아이 앞에 모든 어른이 유죄인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6. 11. 25. 10:43
어른 같은 아이가 전하는 애들 같은 어른 세상 “이 숟가락 무겁다. 무거워서 좋아요. 이모랑 살 때는 즉석밥 많이 먹었거든요. 설거지거리 안 생기게 일회용 숟가락으로. 밥을 거의 다 먹으면 숟가락으로 그릇 바닥을 긁게 되잖아요.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플라스틱 바닥을 긁게 되면 너무 가벼워서 튕겨나가기도 하고 그냥 기분이 이상해져. 먹은 밥도 날아가 버릴 것 같고.” 이제 열 살짜리 아이 금비(허정은)가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져 놓는다. 이 아이는 곧 자신이 보육원에 가게 될 것이라는 걸 안다. 애써 아이를 보살피려 노력했지만 부모도 친족도 아닌 강희(박진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고작 마지막으로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주는 것뿐. 밥그릇을 숟가락으로 툭툭 치는 금비는 그 소리가 좋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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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과 차승원, 농사 예능도 살리는 경륜의 아재 파탈옛글들/명랑TV 2016. 7. 10. 07:33
농사 예능은 안된다? 가 다른 까닭 농사과 예능의 만남은 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KBS 가 아이돌들과 함께 농촌으로가 정착형 예능을 보여준 바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것은 농사가 생각과 달리 쉽지 않고 또 그렇게 노동이 많이 투여되는 만큼 방송으로서 그림이 많이 나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농사라는 소재를 예능은 끊임없이 건드렸다. MBC 이 벼농사 미션을 무려 1년간 해 ‘뭥미’를 기부하기도 했지만 역시 예능의 한 미션에 1년을 투여한다는 건 무리한 감이 있었고, KBS 역시 도시의 옥상에서 농사를 짓는 시도를 했지만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고창편이 본격적인 벼농사를 시도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이러한 많은 시도들과 그 어려움이 먼저 떠오르는 건 그래서 당연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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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따뜻한 밥을 닮아버린 존재감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7. 1. 11:15
드라마에 포만감을 주는 연기자, 정보석 끼니 때마다 그는 아들 봉마루(남궁민)를 위해 정성스럽게 밥을 그릇에 담는다. 물론 아들이 언제 집으로 돌아올 지 그는 모른다. 그래도 그는 한 끼도 거르지 않고 밥을 퍼 잘 싸놓는다. 무려 16년째. 그 언제 올지 모르는 아들을 기다리며 밥을 싸는 봉영규(정보석)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봉영규는 봉마루가 집을 나간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같은 바보가 아버지라는 게 부끄럽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봉영규는 자신이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게 따뜻한 밥을 해서 준비해놓는 일이다. 하지만 정작 만난 아들은 자신을 부인한다. 그것은 "당신이 바보라서 (아들이라고) 거짓말 한 것"이라고 한다. 순간 봉영규의 얼굴은 흔들린다. 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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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 그 밥이 훈훈한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3. 16. 01:34
김수현 작가의 밥상은 늘 훈훈하다 ‘엄마가 뿔났다’의 엄마, 김한자(김혜자)는 자식들 때문에 뿔이 잔뜩 났다. 늘 부엌에서 살다시피 밥을 짓는 그녀가 울면이 먹고싶다며 시아버지를 조른다. 중국집에서 시아버지가 사주시는 울면을 먹으면서 그녀는 소녀처럼 즐거워한다. 한편, 뿔난 그녀가 마음에 걸려 남편 나일석(백일섭)은 붕어빵을 사 가지고 그녀를 찾는다. 울면이나 붕어빵은 흔하디 흔한 음식이지만 이 드라마 속에서는 그것이 마음을 전해준다. 그 마음은 그걸 만들거나 사주는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고, 그걸 먹는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다. 김한자가 답답하다며 남편 나일석을 졸라 저녁 드라이브를 간 곳은 다름 아닌 딸이 일 때문에 잠을 자곤 하는 오피스텔이다. 그녀의 손에는 반찬그릇이 들려있다. 그리고 그 집 앞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