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씨 ‘여가수 유랑단’도 부탁해(‘서울체크인’)

서울체크인

어째서 이효리와 함께 하면 주변사람들까지도 빛이 날까. 티빙 오리지널 파일럿 예능 <서울체크인>이 담은 이효리의 서울나들이가 특별하게 느껴진 건 바로 이런 점들이다. 서울나들이에서 이효리가 마치 제집처럼 편안하게 찾아간 엄정화는 물론이고, 즉흥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마련된 브런치 모임에 나온 화사, 김완선, 보아까지 <서울체크인>에서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마법 같은 일은 어째서 가능한 걸까.

 

Mnet <MAMA>의 호스트로 서울에 온 이효리. <서울체크인>은 그가 서울에서 보내는 2박3일 간을 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띤 건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이효리와 무대 아래에서 정반대로 털털하기 이를 데 없는 이효리의 ‘온 앤 오프’가 전하는 상반된 매력과 그것이 전하는 기분 좋은 호감이다. <MAMA>무대를 위해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댄서들과 함께 리허설을 하는 모습에서 보여준 멋짐과, 리허설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팔팔한’ 그들과 자신을 서슴없이 비교해가며 농담을 던지는 털털함이 그것이다. 

 

가비, 허니제이를 콕 집어 “엉덩이 들이대지 말라”고 하라며 농담을 던지고, 아이키가 “왜 저는 의식하지 않으시냐”고 하자, “너 정도까지는 내가...카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비는 다리미로 엉덩이 좀 눌러서 오라고 해.”라는 말로 빵빵 터지게 만드는 이효리. 그는 그렇게 함께 후배들과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나누며 “너희들이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트릿 우먼 파이터> 후배들 앞에서는 대선배의 모습이었던 이효리는 엄정화 앞에서는 후배로서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가 다 바뀌었는데 나만 그대로인 것 같았다는 리허설을 하며 느낀 소회를 전하는 이효리에 “내가 그 기분 모를 것 같애”라며 혼잣말하듯 툭 던지는 그 말은 가슴을 쿡 찌른다. 그 날 이효리가 느낀 그 소회를 이미 엄정화는 일찍이 39살에 ‘유고걸’을 들고 나온 이효리를 통해 느꼈었다고 했다. 

 

술과 안주는 물론이고 뭐든 던지는 대화를 척척 받아주고 들어주며 넌 아직 괜찮다고 얘기해주는 엄정화 앞에서 이효리는 금세 너무나 살가운 동생 같아진다. “아유 좋다 언니 있으니까”라며 문득 엄정화에게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라고 묻는 이효리는 갑자기 눈이 촉촉해진다. 그 시간들을 오롯이 홀로 버텨왔을 언니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는 이효리다. 순간 엄정화라는 레전드 가수의 면면이 새롭게 느껴진다. 이효리가 느꼈을 엄정화의 시간들에 대한 뭉클함이 전해진다. 

 

그 날 술 한 잔 걸치고 기분이 좋아진 이효리는 김완선, 보아, 화사와 함께 ‘댄스 가수들 모임’ 한 번 하자고 제안한다. 이튿날 <MAMA>에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 후배 댄서들과의 화려한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엄정화의 집에서 자축하듯 샴페인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효리는 다음날 진짜로 엄정화, 김완선, 보아, 화사와 함께 브런치 모임을 갖는다. 

 

화사야 이미 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 활동으로 익숙하지만, 김완선과 보아는 이효리와 함께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모습이 낯설다. 이효리는 김완선과는 사석에서 만나본 일이 없다고 했고 보아와는 결혼 전에 마지막으로 봐서 너무 오래도록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어색할 듯싶지만 의외로 이들은 금세 언니 동생 하는 친한 사이가 된다. 여기에도 이효리의 남다른 존재감이 돋보인다. 

 

김완선이 대선배라 그 앞에서 조신한 모습을 보이는 이효리가 너무나 웃긴 화사가 “선배님”하며 웃자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털털한 이효리의 친근함이 힘일 발휘한다. 손톱을 마구 붙였다 떼어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자 “왜 이렇게 손톱이...”라며 말문을 못잇는 김완선에게 “더럽죠?”라고 말하고 “시골에 살아가지고”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이효리다. 그래서였는지 김완선은 금세 본연의 호쾌한 캐릭터를 드러낸다. 

 

최근에 2년 만에 앨범준비를 했다며 집에서만 있다가 ‘몸을 움직이니까’ 너무 살 것 같았다는 김완선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주변 시선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시선이 없어. 이제는”이라고 말하는 김완선은 어느새 이효리 같은 ‘내려놓는 편안함’의 면모를 드러낸다. “내가 뭘 하든 관심 없으니까 내가 마음대로 한다”며 음악을 취미처럼 한다는 김완선의 말에 “좋은 포인트”라고 인생선배에 대한 배움의 자세를 보여주는 이효리. 또 이와는 반대로 ‘좋은 본보기’로 계속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며 어릴 때 ‘무대 공포증’ 경험을 털어놓는 보아에게는 “그랬을 것 같애”라며 선배로서 공감해주는 이효리. 이것이 그가 자신은 물론이고 함께 하는 주변인들까지 빛나게 만드는 그만의 존재감이었다. 

 

기분 좋은 브런치 만남에서 이효리는 전날 엄정화와 술을 마시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불쑥 떠올렸던 ‘여가수 유랑단’ 이야기를 꺼낸다. “여자 댄스 가수들이 모여가지고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자. 여가수 유랑단 해가지고. 버스에 외국 록스타들처럼 사진을, 얼굴을 쫙 붙여. 그 다음에 대전, 대구, 부산 돌아다니는 거야.” 그 말에 김완선은 “하자”며 “자기야 천재 아니야”라며 반색한다. 남자 게스트로 지드래곤, 방탄소년단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얼굴은 벌써부터 설렘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아이디어 역시 실제로 구현될 수 있을까. <서울체크인>을 파일럿으로 연 김태호 PD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이효리의 한 마디로 실현된 ‘환불원정대’처럼 ‘여가수 유랑단’ 프로젝트도 이어질 수 있기를.(사진:티빙)

‘더 팬’, 오디션 그 후, 새 스토리텔링 찾는 음악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장 뜨겁게 우리네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건 2009년부터였다. Mnet <슈퍼스타K>가 그 포문을 열었고, 2010년 이 프로그램의 시즌2는 케이블 채널 역사상 첫 두자릿 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지상파들도 오디션 트렌드에 뛰어들었고 그 성공작으로 얘기되는 SBS <케이팝스타>가 2011년 방영되며 이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의 데뷔와 심사위원들의 심사로 이뤄지는 이 오디션 트렌드는 이내 꺼져버렸다. 2016년 <슈퍼스타K>는 결국 종영을 선언했고, <케이팝스타>도 2016년 말 ‘더 라스트 찬스’라는 제목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후 Mnet <프로듀스101> 같은 프로그램들이 아이돌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오디션을 시도했지만 이 형식은 이미 지나간 트렌드가 되어갔다. 그것은 경쟁과 성장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내세우는 키워드들이 더 이상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쟁사회 속에서 노력해 성장한다는 일이 점점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된 대중들은 ‘소확행’ 같은 경쟁 바깥에서 스스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찾기 시작했고, 수직 계열화된 시스템 바깥에서 순위가 아닌 저마다의 취향을 찾아갔다. 오디션의 사실상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심사는 이제 ‘지적질’로 받아들여지며 대중들을 불편하게 했다.

이런 시점에 <케이팝스타>를 만들었던 박성훈 PD가 새롭게 들고 온 <더 팬>이라는 프로그램은 이러한 달라진 대중들의 정서를 읽어낼 수 있게 해준다. 먼저 제목에 담긴 것처럼 이 프로그램은 심사가 없다. 유희열, 보아, 이상민, 김이나 등이 팬 마스터로 출연하긴 하지만, 이들은 심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무대에 올라온 참가자들의 음악을 듣고 팬이 되었는지 아닌지를 밝히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200명의 팬이 버튼을 눌러야 2라운드에 통과하는 첫 무대에서 MC들도 관객들과 똑같이 표 한 개를 행사한다. 

중요한 건 이 무대에 올라올 자격을 누가 부여하는가 하는 점이다. 결국 어떤 면으로 보면 이 무대에 선다는 건 좋은 기회이자 특혜일 수 있다. 그만한 실력이나 매력이 분명해야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과 관객들이 납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을 추천하는 셀럽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 타이거JK와 윤미래 부부가 나와 소개한 비비는 그 매력적인 보이스와 독특한 재즈적 감성으로 그가 왜 이 무대에 설 자격을 갖추었는가를 설득시켰고, 도끼와 수퍼비가 소개한 트웰브는 팝가수 같은 느낌의 알앤비로 ‘귀르가즘’을 자극했다. 

악동뮤지션 수현이 추천한 오왠 같은 감성 보컬이나 장혜진이 반해 소개한 카더가든 같은 실력파 보컬은 이미 아는 분들은 다 아는 가수지만, 아직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가수라는 점에서 <더 팬>이라는 무대가 가진 색깔을 정확히 보여준다. 이 무대는 아마추어든 아니면 프로든 상관없이 팬을 확보하는 자리라는 것. 저마다 색깔이 분명한 음악을 하고는 있지만(아마도 그래서 더더욱 마니아적일 수 있을 게다) 대중적인 인기를 갖고 있지는 않은 아티스트들을 더 많은 이들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가 거기에는 깔려 있다. 

그래서 <더 팬>은 경연 형식을 갖고는 있지만 그건 하나의 스토리텔링 장치일 뿐, 숨겨진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음악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경연 형식은 이들에게 주목시키고 그 음악적 색깔을 좀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장치일 뿐, 더 중요한 건 다양한 색깔의 취향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발굴이라는 것. 

결국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대중들의 다양한 취향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부 심사위원들의 기준에 맞는 가수들을 순위표 형태로 드러내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더 팬>이 ‘팬심’이라는 말로 드러내는 취향의 경연이 공감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일무이한 한 사람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다양한 가수들과 음악적 취향들이 존재한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사진:SBS)

<삼시세끼>, 너무 많은 손님은 본질을 흐린다

 

tvN <삼시세끼>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이 되었다. 케이블 채널에서도 무려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다가 화제성 또한 매회 끊이질 않는다. <삼시세끼>가 가진 위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건 게스트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이서진과 옥택연이 강원도 정선의 이 집에 와서 불 피우고 밥 해먹던 그 소소한 첫 회를 떠올려 보라. 물론 그 때도 윤여정과 최화정이 게스트로 찾아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서진과 함께 했던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의 인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 산골에 콕 박혀 아무 것도 안할 것만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최지우, 박신혜가 온데 이어 지성, 보아 그리고 김하늘까지 찾아왔다. <삼시세끼>는 이제 연예인이라면 꼭 한 번 출연하고픈 그런 프로그램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서 부작용도 생겨난다. 물론 이들 게스트들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도대체 시골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연예인들이 이곳에만 오면 모든 걸 내려놓고 진솔한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준다. 그건 아마도 <삼시세끼>의 환경이 늘상 경험하던 방송 환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곳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턱 내려놓고 진솔해지지 않을까.

 

게다가 나영석 PD는 연출자라기보다는 마치 이 땅의 지주나 마름처럼 때론 심술궂게 이 일 저 일을 시키기도 하고 때론 마음 좋은 선심을 쓰기도 한다. 그러니 게스트들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별한 걸 하는 것보다는 안하는 것이 더 콘셉트인 <삼시세끼>는 지금껏 개인기를 보이거나 춤을 추던가 누군가를 웃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 예능에 출연하곤 했던 연예인들에게는 신세계나 다름없다.

 

그러니 게스트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해되지 않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본래 <삼시세끼>가 하려던 이야기로 되돌아가보자. 이 프로그램은 그저 며칠쯤 산골에 콕 박혀 아무 것도 안하면서 삼시세끼 챙겨먹는 걸 해보고픈 도시인들의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손님들로 넘쳐나기 시작하면 그 여유로움과 고적함 같은 <삼시세끼> 특유의 정서는 아무래도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유해진이 보여준 모습은 <삼시세끼>가 한번쯤 참조해봐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유해진은 지금껏 이 집을 찾아온 손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누구든 오기만 하면 열심히 일을 하는 개미의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만 유해진은 정반대로 베짱이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남들이 다 미션으로 떨어진 한 끼 밥을 짓기 위해 총력(?)을 다할 때, 유해진은 유유자적 집을 빠져나와 개울을 산책하고 거기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며, 그 개울가에 누군가 던져놓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여기 일하러 왔어?”하고 한 마디를 던진다.

 

물론 얻어먹는 밥 끝에는 설거지는 내가 할게하는 배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유해진은 자신이 나온 광고의 한 구절처럼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은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건 바로 <삼시세끼>가 본래 갖고 있던 모습이다. 이서진과 옥택연이 언젠가부터 요리에 너무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살짝 잊고 있던 것.

 

<삼시세끼>는 물론 지금도 훌륭하다. 하지만 더 격렬하게 훌륭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상황에서도 늘 첫 번째 방송의 그 정서를 다시금 떠올려봐야 한다.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이다. 그 시작점을 잊지 않는 노력을 계속 한다면 <삼시세끼>는 앞으로도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삼시세끼>의 건강한 공기, 그 반은 옥빙구 덕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유해진이 나온 한 광고 카피는 <삼시세끼>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선의 세끼 집은 그래서 어린 나이에 데뷔해 쉴 새 없이 뛰어온 아이돌 조상인 보아 같은 인물에게는 그 자체로 휴식이 된다. 그 흔한 콩나물국 하나를 끓여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고, 몇 주간 벌들이 모아온 꿀을 채취하면 마음마저 달달하게 녹아내린다. 밥 한 끼 지어 먹는 일이 이토록 즐거운 일이었던가.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곳. 세끼 집이 도시인들에게 로망이 되는 이유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런데 아무 것도 안하고 생활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든 조금씩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뿐. 때로는 커다란 얼음을 간이 냉장고에 담아 옮겨 놓는 힘든 일도 해야 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벌꿀 채취에 손을 걷어 부치고 나서기도 해야 하며, 넓디넓은 옥수수밭에 가득 자란 잡초도 제거해야 한다. 또 매 끼니 그럭저럭 밥을 챙겨 먹는 일도 빠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시세끼>가 그 한가함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옥택연이라는 기분 좋고 활력 넘치는 청년이 있기 때문이다. “빙구 빙구 빙구-”하고 노래를 하며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빙구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이 청년은 사실 꽤 고된 일들을 거의 도맡아 하고 있다. 매 끼니마다 불을 피우고 무거운 솥단지를 옮겨놓는 일도 그의 몫이고, 매 끼니 미션처럼 주어지는 메뉴를 어머니에게 물어물어 하나씩 해보는 아마추어 셰프 일도 그의 몫이다.

 

가끔은 비주얼이 이상한 괴식을 내놓기도 하고 정작 요리는 잘 해놓고도 마지막 플레이팅에서는 전혀 미적 감각을 보여주지 못해 이서진에게 지청구를 듣는 그는 그래도 늘 해맑은 웃음을 보여주는 옥빙구다. 기분 좋을 땐 저도 모르게 춤을 춰 그걸 본 김광규와 보아에게 정신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괴력을 발휘하다가다도 누가 자기를 부르면 갑자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자 목소리를 내는 다중인격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혼자 밥을 짓거나 일을 할 때 그는 마치 식재료가 하는 말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중얼거린다. 그 때 보이는 건 일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세끼 집도 누군가 계속 힘쓰는 일을 해야 하지만 그런 힘겨운 느낌을 별로 나지 않게 해주는 인물이 알고 보면 옥빙구다. 그는 바보처럼 즐거워하며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어 그게 일처럼 보이지 않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발휘한다.

 

옥빙구가 세끼 집에 긍정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는 건 그의 진짜 밝은 마음이 늘 솔직하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90년대 동년생 여자들이 왔을 때 그의 반응이 폭발했던 건 그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 고스란히 밖으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고아라와 박신혜가 왔을 때 그래서 그는 풀 파워로 즐겁게 일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참 선배인 보아 앞에서 속내 그대로 약간의 긴장감을 갖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금세 누나 같은 친근함을 보이는 모습 역시 그의 솔직하고 순수한 면을 잘 드러내줬다.

 

<삼시세끼> 옥순봉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활력이 있다. 그건 바로 옥빙구 바이러스. 그 활력 넘치고 기분 좋은 바이러스는 아무 것도 안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든든한 편안함을 준다. 가끔 너무 좋아 바보처럼 헤벌쭉 웃기도 하지만 그렇게 모든 도시의 긴장이 풀어지는 순간들을 옥빙구는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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