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658)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447)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187,139
Today170
Yesterday256

배정남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미우새'가 나갈 방향

“다시 못 와도 괜찮으니까 건강하고 착하게 살아.” 20년 만에 찾아간 범내골에서 어린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할머니는 배정남이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에 그렇게 답했다. 그 말 속에는 할머니들이 배정남을 지금도 그 어린 시절의 아이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11살의 나이에 혼자 2층 다락방에서 하숙을 했던 아이. 그 아이에게 그 골목의 할머니들이 바란 건 큰 게 아니었다. 그저 건강했으면 했고 착하게 살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가 마치 <TV는 사랑을 싣고>처럼 담아낸, 배정남이 어린 시절 자신을 엄마처럼 키워준 차순남 할머니를 찾는 이야기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20년의 세월이다. 그 긴 시간이 흐른 후, 잊지 않고 어린 시절 자신을 잘 키워줬던 할머니를 찾아가려는 배정남의 마음이 그렇고, 거기서 만나게 된 할머니들이 지금도 배정남을 그 때의 아이처럼 바라보며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읽어내게 되는 대목이 그렇다.

범내골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차순남 할머니가 얼마나 배정남을 아들처럼 보살폈는가는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친구와 싸웠는데 혼자만 벌을 서고 있는 배정남을 보고는 그 친구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없다고 괄시 하냐”며 싸웠다는 할머니. 한낮에도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으슥해 보이는 다락방에서 혼자 자기 무섭다며 찾아가면 꼭 안아주셨다는 할머니. 어찌 보면 그 어린 시절 쉽지 않았던 배정남의 삶을 엇나가지 않게 보듬어준 할머니가 있어 지금의 그가 있을 법 했다.

차순남 할머니와 그 곳에서 오래 함께 살았던 할머니의 친구들은 사실상 배정남의 가족이나 다를 바 없었다. 운동회 때나 졸업식 때도 혼자였던 배정남과 함께 했던 건 바로 그들이니 말이다. 배정남을 홀로 두지 않고 졸업식에도 찾아와 사진을 찍어주었던 할머니들. 배정남의 그 때 기억이 선명할 수밖에 없는 건 알게 모르게 느꼈던 따뜻함으로 그 때가 기억되기 때문이 아닐까.

몸이 불편해 아들이 있는 진해의 병원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 달음에 달려간 배정남은 면회를 위한 대기실에서 차순남 할머니를 기다리며 벌써부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미 찡해오는 코끝의 감각을 애써 누르려 코끝을 자꾸만 만졌지만 붉어지는 목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그가 추스르기 어렵다는 걸 보여줬다.

휠체어를 타고 오신 차순남 할머니를 보자마자 터져 나온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자꾸만 “기억하냐”고 묻는 배정남은 너무 늦게 와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쏟아냈다. 그건 마치 오랜만에 엄마를 찾아온 아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 배정남에게 할머니는 “이렇게 다시 보는 것만도 좋다”며 엄마들이 늘 하는 말을 그대로 해줬다.

배정남의 이야기가 특히 감동으로 다가왔던 건 그것이 친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아닌, <미운 우리 새끼>가 그간 담아왔던 모자 간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제 가족의 개념도 혈연 그 이상을 넘어 확장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감되는 현실이다. 그만큼 온 가족이 함께 사는 삶의 형태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우리에게 가까운 이웃이나 동료, 친구들이 새로운 가족의 범주로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주의가 갖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이 아니라, 타인끼리도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정남과 차순남 할머니 그리고 그 범내골의 이웃들이 전해주고 있어 <미운 우리 새끼>의 따뜻한 감동은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도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이 더 큰 공감대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가족주의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족의 양태를 그려내는 것으로.(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알쓸3' 과학자 선입견 깬 김상욱, 로맨티스트가 따로 없다

“우주는 원래 심심해요. 어떤 뜻에서는 우주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거나 무엇이 거기 뜻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좀 인간의 편견이지. 그냥 계속 돌뿐이고 끊임없이 부딪치고 떨어지고 이런 것에 불과하니까 반복되는 심심함 밖에 없어요.” 유희열이 혼자 바다에서 너무 심심했다는 이야기에 김상욱 교수가 ‘심오한 이야기’라며 그렇게 말하자, 유시민은 농담을 섞어 “김상욱 샘이 결혼을 어떻게 하셨을까” 신기하다고 말한다. 그러자 김상욱은 그것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며 이렇게 말한다.

“저는 우주에 있는 하나의 작은 물질의 집합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말씀하신대로 작은 호모 사피엔스 하나. 저도 제가 가진 어떤 감정, 본능에서 벗어날 수 없죠. 당연히 제 아내가 될 사람을 만났을 때 아무 의미 없는 이 우주에서 거대한 의미가 생겼죠.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내가 너를 만나기 위해서 단세포생물로부터 지금까지 진화해 왔어. 너를 만나기 위해서 공룡이 다 멸종했어.”

<알쓸신잡3>가 부산의 어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진행된 지식수다의 향연 속에서 김상욱 교수가 한 말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던 과학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었다. 어딘가 예술이나 감성과는 거리가 있는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세계라고만 여기던 그 분야가 어쩌면 그래서 더 예술과 감성과 어울릴 수 있다는 걸 김상욱 교수는 연애를 통해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심하고 ‘무의미한’ 것이 우주가 본질이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에게 더더욱 필요한 것이 ‘의미’라는 역설.

흥미로운 건 김상욱 교수를 포함해 10명의 과학자가 모여 만들었다는 ‘엔트로피 사랑’이라는 노래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남녀의 만남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 곡에서 천체물리학자는 ‘아주 오랜 옛날 빅뱅 초신성 폭발’로 빛났던 너로 표현했고, 천문학자는 ‘138억 년 지나’ 지구라는 작은 곳에서 우리가 이제 만났다고 표현했다. ‘이 넓은 우주 속에 우리 함께 있어 (가속팽창 하더라도) 서로 멀어지지 않아’ 같은 가사는 이들 과학자들이 그 과학적 세계 속에서도 말랑말랑한 감성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김상욱 교수는 이 곡에서 “세상 모든 것이 그저 정보라 해도 이 세상 모든 것이 있고 동시에 없고”라고 노래한다. 각자 자신들이 연구하는 과학영역을 통해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을 다녀온 김상욱 교수는 “세상을 보는 전혀 다른 관점을 미술이 저한테는 준다”고 말했다.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과학과 미술이 그렇게 만나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건 부산현대미술관 외벽을 가득 덮은 식물은 패트릭 블랑의 ‘수직정원’이라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건물 외벽에 계속 식물이 자랄 수 있게 장치되어 있는 그 작품을 설명하며 김상욱 교수는 현대미술은 “아이디어만큼이나 이를 구현할 과학적 기술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 곳에서 김상욱 교수는 두 개의 작품을 인상적으로 봤다며 소개해줬다. 하나는 신문지를 쌓아 거대한 벽을 만들고 그 저편으로 신문 찢는 소리가 들려오게 한, 장 페이리의 ‘임시 개방된 명승지’라는 작품이었다. 김상욱 교수는 “예술에 정답은 없지만” 그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가 “언론이 장벽을 만든다”는 것이라 느꼈다고 한다. 작가는 실제로 이 작품을 통해 “소통에 대한 욕구”를 담으려 했다고 한다.

김상욱 교수가 인상적으로 본 또 하나의 작품은 스마다 드레이푸스의 ‘어머니의 날’이라는 작품이었다. 작품을 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니 완전히 깜깜해진 공간에 들어가게 됐는데, 두려움 속에서 나가야된다 생각할 때 확성기로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나와서 그 작품설명을 보니 그 소리를 낸 정체가 어머니와 아들이었다고 했다. 시리아와 이스라엘 분쟁지역인 골란고원에서 어머니의 날이 되면 이른바 ‘외침의 언덕’이 만들어지는데, 서로 다른 영토로 분리되어 만나지 못하는 어머니와 자식이 그곳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는 것. 바로 그 소리라고 했다. 

“저는 타라 엘 무스타파예요. 어머니 축복합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보고 싶어요. 어머니가 너무나도 그리워요.” “타라야, 좋은 아침이구나. 거기 모두들, 좋은 아침이에요!” “어머니,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요.” “오래 오래 살아 나를 묻어야지. 야 움미 매해 좋은 일만 있기를.. 내 생명. 우리 건강하게 볼 수 있기를.” 어머니와 자식이 나누는 그 대화였다는 걸 알고 나서 김상욱 교수는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게 너무 좋아요. 이런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게. 과학이 할 수 없는, 어떤 예술의 창조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분단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김상욱 교수는 예술의 새삼스런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무의미해 보이는 세계, 심지어 누군가 선을 그어 냉혹하게 갈라놓아 버린 곳에서조차 서로에게 외침으로 들려주는 존재의 의미들. 어쩌면 심심한 세계이기에 더더욱 소중해지는 사람들... 김상욱 교수의 과학이 따뜻한 온기로 느껴지는 이유였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알쓸신잡3’, 유시민이 김성환·장기려의 삶에서 감명 받은 까닭

“(이승만) 대통령이 머물렀던 관저나 집무실, 응접실 이런 데 보다 나는 밖에서 본 김성환 화백의 그림이 훨씬 더 강렬한...” 부산을 찾아간 tvN 예능 <알쓸신잡3>에서 유시민은 우리가 고바우 영감을 그린 화백으로 알고 있는 김성환 화백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알고 보니 김성환 화백은 19살 때 전쟁을 목격했던 걸 그림으로 남겼고, 당시 종군화가로도 활동했던 분이었다. 그가 남긴 그림에는 포연이 올라오는 전장과 공중폭격을 하는 비행기 같은 당대의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었다. 유시민은 그 중에서도 낙산에서 연기가 치솟아 오르는 청량리 쪽을 바라보며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라며 “공포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유희열은 김성환 화백이 “대단한 화가였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했다.

<알쓸신잡3>가 들여다 본 부산은 우리가 흔히 여름 인파들이 몰리는 해운대나 광안리 해수욕장, 회를 먹기 위해 가던 자갈치 시장이 아니었다. <알쓸신잡3>는 부산이 6.25 한국전쟁이 만든 도시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으로 피란민들이 들어오면서 전쟁이 끝난 후까지 그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주었던 곳이 바로 부산이었다. 우리가 영화 등에서 자주 봐왔던 40계단은 당시 의지할 데 없는 이들이 갈 곳 없어 엉덩이라도 붙이고 앉았던 곳이었고, 그래서 피난 중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이들이 애타게 서로를 찾던 곳이었다. 

부산은 그 많은 상처 입고 갈 데 없는 피란민들을 그나마 살 수 있게 넉넉히 안아주던 곳이었다. 당장 몸 누일 곳이 급했던 시절, 심지어 아미동 일본식 묘지에는 천막치기 쉬워 피란민들의 새로운 거처가 되었다. 지금도 아미동 비석마을이라 불리는 그 곳에는 여전히 그 때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누군가의 묘지였던 곳은 그 위에 집이 지어진 채 지금도 남아 있었고, 비석들은 축대 등에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연탄 아궁이에서 뼈가 나와 산에 묻어주고 제를 지내기도 했다는 아미동 사람들은 그래서 그 이름 모를 일본인들을 위한 술 한 잔을 올리곤 했다고 한다. 김진애 교수는 “죽음과 시간의 켜 위에서 인간의 생명력을 키워갔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며 “인간이 설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유시민이 김성환 화백의 그림이 대통령 관저보다 더 강렬하다고 얘기한 것이나, 김진애 교수가 아미동 비석마을을 보며 어떤 유명한 도시설계가가 한 것보다 더 놀라운 삶의 터전이 가능했던 게 민초들의 ‘생명력’이라고 말한 부분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사실 훗날 밝혀진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들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북한군이 내려오기도 전에 먼저 피난을 가면서 아무 문제없으니 그냥 그 곳을 지키라 녹음 방송을 내보내고, 심지어 한강다리를 무너뜨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던 일들... 하지만 그 난리통에도 위대한 민초들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바로 김성환 화백의 그림이고, 아미동 일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흔적들이었다. 

김진애 교수는 그 전시관에서 봤던 당시 교사로 재직했던 신경복 선생의 일기를 이야기했다. “그 안에도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살았느냐는 판잣집부터 이런 거 많이 보여주잖아요. 그 중에서도 감동적인 것 하나가 초등학교 교사 한 분이 십 년 동안 그 모든 기록을 다 쓰신 거예요. 부산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안네프랑크 일기 쓰듯이 그렇게 하신 분들이 있구나 생각을 하니까 너무 고맙더라고요.” 신경복 선생의 ‘학원일기’에는 전쟁 통에 벌어졌던 일들이 매일매일의 기록으로 빼곡하게 담겨져 있었다.

유시민이 부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 이야기도 꺼냈다. 북한에서 살다 월남해 부산에서 한 평생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다 돌아가신 그를 유시민은 “따라 하기만 해도 좋을 분”이라고 했다. “우리 현대사에서 이분처럼 성자에 가까운 삶을 사신 분이 없다”는 유시민은 환자에게 ‘닭 두 마리 값’을 처방전으로 내렸던 장기려 박사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너무 못 먹어 생긴 병이라며 환자에게 닭을 사먹으라 돈을 주는 처방전을 내렸다는 것. 가난한 환자들의 치료비를 자신의 월급으로 대납하기도 했고, 딱한 환자들이 밤에 도망갈 수 있도록 병원 뒷문을 열어주기도 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평생 병원이 없는 무의촌을 다니며 진료봉사를 했고, 처음으로 민간 의료보험조합을 만들기도 했던 분이 바로 장기려 박사였다. 훗날 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도 먼저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장기려 박사는 끝내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이 그렇게 하면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이유였다. 평생을 그렇게 봉사하며 살았던 장기려 박사가 머물던 곳은 작은 옥탑방이었다. 유시민은 장기려 박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흉내만 내도 좋을 분”이라며 극찬을 덧붙였다.

<알쓸신잡3>가 부산에서 발견한 건 6.25 한국전쟁이 남긴 흔적들이었지만, 그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온기를 유지하게 한 이들은 ‘위대한 민초들’이었다. 전장을 따라다니며 전쟁의 참상을 그림으로 남긴 김성환 화백이나, 매일매일 일기로 당시의 기록을 남긴 신경복 선생, 평생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신 장기려 박사나 저 아미동 일대에서 저마다 살아가기 위해 죽음의 공간을 삶의 터전으로 만들었던 이름 모를 동네 사람들. 위대한 그들이 있어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걸 <알쓸신잡3>는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이 시대와 노무현 사이의 거리, <무현>의 슬픔과 위로

 

2000년 겨울 부산의 어느 거리. 차가운 날씨에도 거리 유세에 나선 노무현은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밀었다. 그 짧은 장면 하나만으로도 노무현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추운 날씨 때문에 주머니에 넣었던 두 손이지만 다가오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할 때는 두 손을 꼭 빼서 정중한 마음을 담았다. 당시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부산. 시민들이 노무현을 반가워할 리 만무했다. 지역감정이 여전히 부추겨지는 선거 속에서 그는 마치 적진에 고립된 적장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들이 적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섬겨야할 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사진출처:영화<무현>

다큐멘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이하 무현)>는 왜 하필 부산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노무현의 이야기를 담았을까. 그것은 이 영화가 노무현을 통해 진짜 실패가 무엇이고 진짜 성공이 무엇인가를 말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노무현은 당시 낙선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낙선 후 3년이 지나고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것 역시 실패가 아니라고 영화는 말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젊은 세대들이 노무현이 했던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실천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현>이 담고 있는 건 노무현의 그런 정치적 행보가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이다. 당시 부산 거리 유세를 하다 지친 노무현이 한 다방에 들어와 여종업원에게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꼭 유세를 해야 하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가 그래도 해야 한다고 말하자 그 얘기를 커다란 깨달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의 정치적 행보가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건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작은 민의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서 오히려 커다란 뜻을 읽어내는 진짜 정치다.

 

노무현의 전속 사진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생계를 위해 계속 청와대에 남아있기로 했을 때를 회고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모두가 배신자라고 그에게 손가락질 할 때 100명 중 단 한 사람, 노무현 대통령만이 자신을 지지해줬다는 것. 그 전속 사진사는 이제는 자신을 노무현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매년 기일에 맞춰 사진을 찍으러 온다고 했다. 노무현은 정치적 노선이나 당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을 우선 바라봤다는 걸 이 사진사 이야기에서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포장마차에서 노무현을 그리워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 때를 회고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 속에서 그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이들은 그 누가 뭘 하지도 않았는데 저마다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을 참지 못한다. 그리고 그 장면은 그대로 관객에게 전이된다. 거기서 느껴지는 슬픔이란 감성 팔이나 신파적 슬픔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역행이 2000년 노무현의 행보와 너무나 먼 거리에 있다는데서 느껴지는 슬픔이다. 당시 노무현이 연설에 앞서 고치고 또 고친 연설문이 이토록 진중한 울림을 주고 있는 현재가 아닌가.

 

절묘한 시기에 개봉된 <무현>은 그래서 깊은 상실감과 허탈감 그리고 심지어는 시대의 우울을 겪는 대중들에게는 슬픔과 동시에 깊은 위로와 위안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서민들에게 다가가 농담을 건네기도 하는 아이 같은 모습의 노무현. 그는 당시에도 이미 낙선을 예감하고 있었지만 낙담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는 집에 가서 엄마 아빠한테 2번이 좋다고 말하라는 농담에는 당장의 실패 앞에서 우리가 그럼에도 왜 기꺼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가를 이야기해준다. 당시 낙선 후 캠프 해단식에서 노무현이 말했듯이. “역사에서는 실패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길게 보면 정의가 승리한다.”

Posted by 더키앙

<천하장사>, 전통시장 살린다면서 3분의2를 게임만?

 

JTBC의 새 예능 <천하장사>는 여러모로 강호동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다.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이 그렇다. 강호동이라는 씨름 천하장사 출신 MC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나선 장사의 의미가 담겼다.

 

'천하장사(사진출처:JTBC)'

대형마트들로 인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그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부산으로 달려가 초량전통시장에서의 한 바탕을 선보인 첫 회는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물론 2회에 본격적으로 초량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는 건 예고편에서 이미 드러난 바다. 그래서 첫 회에는 출연진들을 소개하고 그 시장을 찾아가는 이야기 정도가 그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천하장사>의 첫 회는 너무 서설이 길다는 느낌을 주었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나섰으면서 부산에 내려가 강호동과 MC들이 한 일은 방송분량의 3분의2를 미션이라는 명목 하에 게임을 한 것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본격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이런 게임들이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결국 취지도 좋지만 우선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는 것이 예능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천하장사>3분의2를 채운 미션들이 어디서 많이 봤던 것들이라는 점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부분 상쇄시키는 것이었다.

 

지도를 주고 시장을 찾아가는 미션은 <런닝맨>에서 수도 없이 했던 것들이고, 사진을 주고 특정 장소를 찾아가 똑같이 찍어오라는 미션 역시 <12>에서 여러 차례 했던 게임이다. 두 팀으로 나뉘어 차를 타고 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그대로 따서 <런닝맨>에 붙이면 <런닝맨>이라고 해도 모를 정도로 차별성이 없었다.

 

그렇게 3분의2를 어디서 본 듯한 게임으로 채워 넣은 후 드디어 찾아간 초량전통시장에서의 풍경 역시 어디선가 많이 봤던 그림들이다. 나영석 PD가 여러 차례 보여줬던 풍족한 자금으로 시장 곳곳에서 맛난 음식을 배가 부르도록 먹는 팀과 돈이 부족해 조촐해질 수밖에 없는 팀의 비교. 어김없이 강호동의 특기인 먹방도 빠지지 않았다. 그 짧은 장면들은 <6시 내고향>에서 그토록 많이 했던 시골 장터 가는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래서 전통시장을 살리는 <천하장사>가 될 수 있을까. 물론 그 각각의 미션들이나 게임들은 그것이 처음 시도된 것이라면 주목할 만한 재미를 주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여기저기서 했던 것들을 모아 놓고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적인 면들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다면 <천하장사>의 그 좋은 취지 역시 무색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 회이니만큼 시행착오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건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천하장사>만의 색깔을 살려내야 한다. 전통시장 하면 떠올리는 그림들이 있다. 그것을 벗어나야 <천하장사>가 살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천하장사>의 좋은 취지는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 그 많은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에 편승하는 프로그램이 돼서야 되겠는가.

Posted by 더키앙

<무도>, 광희의 존재 각인시킨 추격전의 묘미

 

이건 추격전의 새로운 진화다. 부산을 배경으로 실제 형사들과 함께 추격전을 벌인 <무한도전> 공개수배 특집은 지금껏 해왔던 추격전과는 차원이 다른 클라스를 보여줬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형사와 본부 그리고 시민들의 공조가 이뤄졌고 그 안에서 <무한도전> 멤버들도 더 실전처럼 긴박감 넘치는 도주를 해야 했다. 실제와 상황극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긴장감과 웃음,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 새로운 추격전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두 사람이다. 유재석과 광희. 유재석은 역시 베테랑답게 추격전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는 도주 중에도 자동차와 휴대폰 그리고 돈을 찾는 세 가지 미션을 모두 수행해냈고, 그 과정에서 하나의 어드벤처 장르물을 보는 듯한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유사시 대피시설로 만들어진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는 과정은 마치 스파이물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고, 옛 해사고에서 휴대폰을 찾는 과정은 공포물의 한 대목이었다. 게다가 하수처리장에서 돈을 찾는 광경까지 유재석은 그 날의 미션을 마치 한 겨울의 공포특집 같은 긴장감과 웃음으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유재석만큼 놀라운 활약을 보인 인물이 광희다. 식스맨으로 발탁되어 벌이게 된 첫 추격전이라 그만큼 긴장했을 광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노홍철의 빈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기 때문에 그와의 비교점이 만들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무한도전>의 갖가지 추격전에서 상당한 재미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인물이 노홍철이 아니던가.

 

하지만 노홍철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광희는 놀라운 추격전의 적응력을 보여줬다. 노홍철이 특유의 명석한 두뇌로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며 추격전을 하나의 심리전으로 흥미진진하게 보여줬었다면, 광희는 그 소심함이 오히려 극도의 집중력으로 발휘되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다. 게다가 특유의 친화력은 그의 추격전을 그를 돕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하는 추격전으로 만들었다.

 

하수처리장에서 추격하는 형사를 따돌리기 위해 물가로 뛰어드는 장면은 마치 포식자에게 쫓기는 초식동물(?)의 필사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빗속에서도 오래도록 좁은 공간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나 혼자라도 도망치기 위해 카메라 감독조차 쫓아올 수 없을 정도로 종잇장 같은 몸매로 창틀을 빠져나가고 지나는 레미콘 차를 얻어 타고 도망치는 과정도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처럼 다가왔다.

 

흥미로운 건 광희의 놀라운 친화력이다. 어딘지 약해보이지만 이 친화력은 이 추격전에서 그를 끝까지 가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친구인 동준의 아버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고 옷을 바꿔입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리고 유재석과 한 은행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의심스런 그를 살피기 위해 은행 길 건너편의 집으로 들어가 추이를 살피는 조심스러움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광희는 그 가게의 주인의 마음을 얻었고 결국 그 가게 주인은 끝까지 광희를 숨겨주고 도주하게까지 도와줬다,

 

마지막 탈주지점인 헬기장으로 가는 길에서도 광희의 친화력은 빛을 발휘했다. 그는 지나는 한 학생에게 무작정 다가가 옷을 바꿔 입자고 했고 마치 그 학생이 광희인 것처럼 꾸미고 자신은 카메라맨으로 위장해 헬기를 타려고 했다. 광희와 그 학생 그리고 헬기장까지 차로 데려다주게 된 여자까지 세 사람은 어느새 마치 같은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들처럼 파이팅을 외쳤다.

 

물론 먼저 도착해 헬기를 타고 있었던 형사에 의해 잡히긴 했지만 광희의 가능성이 충분했던 미션이었다. 그 가능성은 소심해서 오히려 모든 걸 세세하게 살피고 계획하는 그 성격과 누구든 서슴없이 다가가 도움을 요청하고 또 쉽게 친해지는 그 친화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후일담으로 광희는 그것이 <무한도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저 하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오롯이 광희라는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킨 미션이 아닐 수 없었다.



Posted by 더키앙

<무한도전> 역대급 추격전, 또 하나의 레전드 탄생

 

<무한도전> ‘공개수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추격전이 아닌가 하고 생각됐던 이번 프로젝트는 그러나 전혀 다른 역대급 추격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은 이번 프로젝트가 가진 독특한 상황 설정에서 비롯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공개수배는 마치 비슷한 제목의 범인 추적 대국민 프로그램처럼 기획되었다. 실제 부산의 형사들이 추격전에 투입되었고,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자신들을 체포하려는 이들 형사들로부터 탈주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부산이라는 실제 공간과 그곳의 형사가 투입됐고 게다가 부산 시내 곳곳에서 결과적으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시민들은 가상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 그러니 여기에 갖가지 죄목으로 쫓기는 범인이 된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니라면 이건 마치 미국의 <캅스> 같은 경찰이 실제 범죄현장을 덮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처럼 보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투입되면서 이 리얼리티쇼는 절묘하게도 가상의 상황극과 엮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추격전이 가진 긴박감과 동시에 웃음까지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실제 형사들이 본부의 지원을 받으며 <무한도전> 멤버들을 추격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유발했고, 한편 그렇게 쫓기는 멤버들이 보여주는 리액션들은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운 건 형사들에 의해 붙잡힌 <무한도전> 멤버들이 만만찮은 저항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잡혔다가 몰래 도망친 박명수나 정준하에 대해 형사들도 혀를 찼다. 물론 그건 실제 수갑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들이 그간 여러차례의 추격전을 통해 얻게된 노하우가 빛을 발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유재석은 역시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누구보다 비상한 두뇌와 단단한 체력과 순발력으로 형사들의 추격을 물리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나갔다. 역대급이었던 건 방공호로 마련되어 있던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는 과정이었다. 마치 미로처럼 생긴 그 특별한 공간은 이번 추격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역시 추격전에도 또 웃음에도 베테랑이었다.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아 옛 해사고에 휴대폰을 찾으러 간 유재석은 들려오는 음산한 벨소리에 여러 차례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며 이거 공포특집이야라고 말해 보는 이들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광희는 의외로 추격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소심한 성격은 추격전에서는 주도면밀함으로 드러났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좁은 공간에 숨어 형사가 지나치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반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괜찮았다 여겨지는 건 이것이 예능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웃음과 긴박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공적으로도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점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본 부산시민들이 몰려들어 팬심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그 과정을 프로그램은 시민의 제보로 편집해 넣었다. 즉 시민의 제보 하나가 범인 검거에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이 프로젝트가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하필 부산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부산이라는 공간과 특유의 부산사투리가 이 추격전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실제로 그 많은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부산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고 특유의 부산사투리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최적이었다.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시작했던 게 <무한도전>의 추격전이다. 하지만 이번 공개수배는 이 추격전이 하나의 리얼 상황처럼 특정 현실 공간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역대급이다. 리얼과 가상이 적절히 조화되고, 웃음과 긴박감이 넘나들며, 게다가 재미와 의미까지 모두 더한 이번 공개수배는 그래서 또 하나의 추격전 레전드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Posted by 더키앙

휴가철, 대중문화로 주목받는 촬영지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가 주목받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올해 휴가철을 맞아 가장 주목받는 곳은 어딜까. 최근 이른바 뜨고 있는 작품들을 염두에 둘 때, 떠오르는 두 지역이 있다. 그것은 현재 시청률 40%에 육박하고 있는 '선덕여왕'의 경주와, 역시 1천만 관객을 예고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해운대'의 부산이다.

물론 '선덕여왕'의 촬영지는 경주만이 아니다. 용인의 MBC세트장에서도 촬영을 하고, 양평에서도 야외 촬영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경주가 '선덕여왕' 촬영지로 주목받는 것은 그 곳 보문단지 내에 조성된 신라밀레니엄파크 내에 있는 세트장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껏 사극이 조명하지 않았던 신라를 온전히 품고 있는 곳으로서의 경주가, '선덕여왕'으로 주목받는 여행지가 되는 이유다.

따라서 드라마 '선덕여왕'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세트장에서만이 아니다. 선덕여왕 하면 우선 떠오르는 첨성대가 그렇고, 지금까지는 조금은 쓸쓸하게 존재해온 선덕여왕릉이 그렇다. 그 곳에 가면 드라마가 왜 그다지도 천문에 관심을 두는가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드라마의 이야기지만 미실(고현정)과 덕만(이요원)이 천문을 두고 벌이는 대결구도는 실제로 선덕여왕이 얼마나 여기에 관심이 많았는가를 거꾸로 알려주는 대목이다.

첨성대가 있는 대릉원 주변에는 실제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가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 조성된 지천으로 피어난 연꽃들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그 앞에 서면 카메라를 꺼내고픈 욕망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드라마 포스터에 선덕여왕이 쓰고 있는 금관과 금귀고리를 보려면 대릉원 맞은편에 있는 천마총에 가보면 된다. 천마총도 천마총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에 조성된 소나무 군락이 장관이다.

경주가 '선덕여왕'으로 들썩이고 있다면, 부산은 영화 '해운대'로 들썩인다. 1천만 관객을 앞두고 있는 '해운대'는 그 제목 자체가 해운대이기 때문에 이 공간이 갖는 특별함은 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가 즐비하게 걸려 있어, 영화 속 장면과 실제 장면의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해운대를 통째로 잡아먹는 쓰나미를 잡아낸 영화는, 해운대를 인파의 쓰나미로 법석대게 만든다.

해운대라는 공간이 영화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앞으로는 바다가 있고 뒤로는 호텔과 빌딩들이 서 있는 그 공간적 특수성에 비롯된 바, 해운대의 묘미는 바닷바람 맞으며 호텔 잔디밭에서 벌어지는 쇼를 감상하는 것이다. 누리마루에서 보는 멋진 풍광은 영화 해운대에서 엄정화가 다가오는 쓰나미 앞에 이리 뛰고 저리 뛰던 그 장면을 이야기하게 만든다. 영화 '해운대'가 보여준 부산만의 지역적인 재미, 특유의 활력은 해운대라는 공간에 서면 현실로서 보여진다.

문화 컨텐츠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익히 알려진 바다. '주몽'의 성공이 그 테마파크가 있는 전라도 나주를 일으켜 세웠듯이 '선덕여왕'은 경주를 재발견하게 만들고 있고,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 한 편이 강원도 영월을 우리에게 새롭게 보이게 했듯이, '해운대'는 부산을 우리 앞에 새로 꺼내놓고 있다. 휴가철, 이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단순한 여행지, 그 이상의 문화가 있는 곳이다.

Posted by 더키앙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