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시즌송 장범준과 예능춘궁기 <무도>의 만남

 

역시 예능춘궁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봄철로 접어들수록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123행운의 편지특집의 17.4% 시청률(닐슨 코리아)은 매회 조금씩 떨어져 326웨딩싱어특집에서는 11.5% 시청률을 찍었다. 35일과 15일 이 예능춘궁기를 아예 대놓고 기획으로 삼은 시청률 특공대편이 방영되던 시기에도 시청률은 13%, 12%로 떨어지고 있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건 물론 <무한도전>만의 상황이 아니다. SBS <백종원의 3대천왕>130일 시청률이 9.5%를 찍었었지만 326일 현재는 7.7%까지 떨어졌다. KBS <불후의 명곡>은 프로그램 특성상(음악 프로그램이 대체로 그렇다) 시청률 등락이 출연가수와 특집 성격에 따라 늘 오르락내리락 해왔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이 프로그램도 어쩔 수 없는 춘궁기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시기가 아닌가. 애초에 TV 앞에 있는 시간이 적어지는만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 ‘웨딩싱어특집은 아예 이 봄철이라는 시즌을 기획 포인트로 잡은 것처럼 보였다. 패션을 선도한다는 의미로 멤버들이 봄철을 상징하듯 꽃 장식까지 한 과한 의상들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콘셉트로 앞부분이 빠르게 편집된 후 갑자기 웨딩홀로 들어가 웨딩싱어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어찌 보면 서로 다른 기획 특집을 이어붙인 듯한 느낌.

 

봄철 패션 콘셉트의 아이템보다 확실히 웨딩싱어특집은 시선을 잡아끌만한 요소들이 분명히 있었다. <무한도전>이 가장 강하다는 음악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무한도전>이 이른바 대박 시청률을 가져갔던 아이템들을 떠올려보면 <무한도전> 가요제는 물론이고,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같은 음악 아이템이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무한도전>의 음악 아이템들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역시 관련 게스트들과 함께 하는 콜라보레이션이다. 이번 웨딩싱어특집에도 성시경이 나와 축가의 특징들을 설명해준데 이어, 정준하가 섭외한 정성화와 정상훈은 뮤지컬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어떤 축가들보다 연출의 묘를 기대하게 만들었고, 광희가 섭외한 아이돌들인 윤두준, 정용화, 이준은 이들이 함께 모였다는 섭외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장범준과 박명수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일단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온 장범준이 방송에 얼굴을 내밀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물론 방송을 통해 장범준 스스로 이건 2집 앨범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 방송에 나오게 된 건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장범준이 누군가. 봄철 시즌송으로 불리는 벚꽃엔딩의 주인공이다. 어찌 보면 <무한도전>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예능춘궁기에 늘 부활하듯 되살아나는 인물이 장범준이다. 기가 막힌 이 조합은 여러모로 보나 예능춘궁기를 맞은 <무한도전>의 재기발랄함이 만들어낸 작품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노력이 예능춘궁기를 호락호락 넘겨주진 못할 것이다. 봄철을 맞아 야외 나들이를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에서 느껴지는 <무한도전>의 진정성은 분명히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슈가맨>, 짜깁기로는 유재석도 어쩔 수 없다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을 찾아서(이하 슈가맨)>는 시작 전부터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유재석이 처음으로 선택한 비지상파 프로그램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프로젝트는 실패다. 2%에 못 미친 시청률 때문이 아니다. 유재석이라는 최고의 MC를 데려온 프로그램치고는 너무나 완성도도 또 화제성도 못 미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슈가맨을 찾아서(사진출처:JTBC)'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다. 90년대 노래 한 곡으로 최고의 가수로 등극했다가 사라져버린 슈가맨을 찾아 그 곡을 리메이크해 차트 역주행을 하겠다는 콘셉트는 이미 <무한도전> 토토가나 <불후의 명곡>과 다른 아이템이 아니다. 오히려 슈가맨이라는 한정은 이들 프로그램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만을 만들었다.

 

<무한도전> 토토가에 등장한 가수들은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지만 그래도 웬만한 시청자들이 인지할 수 있는 가수들이었다. 하지만 <슈가맨>의 가수들은 다르다. 첫 회에 출연했던 박준희와 김준석은 물론이고 2회에 출연한 유승범과 김부용도 마찬가지로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온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이들에 대한 화제가 별로 일어나지 않는 건 그래서다.

 

물론 유승범의 질투같은 곡은 들으면 단박에 알 수 있는 노래다. 동명의 드라마 OST였기 때문에 무수히 들었을 곡이고, 또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특정 상황에 자주 등장했던 곡이다. 그나마 반가운 곡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이 원하듯 차트 역주행을 시킬 만큼의 반향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것은 <슈가맨>의 형식이 그만큼 시청자들을 빨아들일 정도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서 그 날 출연할 슈가맨이 누구인가를 퀴즈 형식으로 풀고, 그를 무대 위에 소환해 토크를 하는 건 너무 전형적이다. 마치 오래된 옛 가수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아침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스튜디오에서 별다른 장치 없이 이렇게 슈가맨을 불러 주목시킬 수 있는 건 <무한도전> 정도가 될 것이다. 낯선 슈가맨을 이미 캐릭터가 다 잡혀 있는 프로그램에 세우는 것과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에 세우는 건 그 차이가 너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무대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원하듯 슈가맨의 노래와 리메이크곡이 차트 역주행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음악쇼적인 요소다. 그런데 <슈가맨>의 무대란 너무 어정쩡하다. 토크쇼를 하는 스튜디오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누가 시켜 노래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노래를 들으며 함께 호응해줄만한 관객도 없다. 물론 승패 판정을 위한 관객 몇 명이 있지만 이런 정도로 노래가 전하는 감동을 전해주기는 어렵다.

 

<슈가맨>은 유재석을 데려온 프로그램치고는 너무 안이한 기획이다. 물론 2회 파일럿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완성도를 채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 아무리 발군의 역량을 가진 유재석이라고 해도, 소재에서부터 프로그램의 완성도까지 너무 빈틈이 많은 이 프로그램을 살리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새로운 투유 프로젝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슈가맨을 찾아서>의 앞에 굳이 투유 프로젝트라고 붙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재석과 유희열을 중심으로 몇 개의 파일럿을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제 프로그램의 성패가 스타 MC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시대는 지났다. 물론 유재석 같은 스타가 있다면 훨씬 유리할 것이지만, 그래도 잘 기획된 프로그램이 우선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짜깁기 정도로는 유재석도 어쩔 수 없다.



김영희 PD가 전하는 중국판 <아빠 어디가>의 인기비결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는 요즘 중국 방송사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한국인 중 한 명이다. 중국 후난TV<나는 가수다> 포맷이 수출되면서 생긴 일이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 지도와 자문역을 맡아 이른바 플라잉 디렉터(FD·Flying Director)로 활약하게 되면서 그는 마치 한류 예능 콘텐츠를 대변해주는 인물로 부상했다. 지난 9월 그는 북경TV제작자협회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고 12월에는 광저우 난방TV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내년 2월에도 후난TV 초청 강연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의 강연료는 국내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높은 수치라고 한다. 그만큼 그의 말 한 마디에 대한 중국 방송사들의 갈증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중국에서 유명인사 된 김영희PD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가수다>가 국내 가요계 전반에 미친 영향이 실로 지대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 흔치 않은 오디션은 운용에 있어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끝없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대중들의 기대치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를 다양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이것은 결국 시즌제가 아닌 매주 편성으로 프로그램이 운용되면서 생긴 문제다. 적절히 끊어주고 휴지기를 만들어주는 시즌제는 대중들의 기대감을 조절하고 다양한 가수군과 그들이 전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필수적인 형식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결국 김영희 PD<나는 가수다> 형식의 완성은 국내가 아닌 중국이 되었다. 국내에서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나는 가수다> 중국판을 시즌제로 만들었고, 거기에 중국인들의 정서적인 면을 고려한 그들의 영웅상을 무대 형식으로 재현했다. 즉 실력은 출중하지만 메인에서 멀어져버린 가수들을 끄집어내 무대에 올림으로써 중국 대중들의 억눌린 정서를 그 소영웅들을 통해 풀어냈다는 점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즌1의 마지막 시청률이 3% (중국에서는 1%가 성공 시청률이라고 한다)에 육박했던 것.

 

하지만 중국에서의 김영희 PD 입지를 더 공고하게 해준 것은 <아빠 어디가> 중국판의 대성공이었다. 시즌1 중국 시청률이 5%대를 넘었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같은 대도시에서는 무려 8%대에 이르기도 했다. 이 수치는 중국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적인 것이라고 한다.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는 국내에서 매주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판을 지도 감독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마침 중국에 있던 김영희 PD<아빠 어디가> 중국판의 지도와 자문을 맡게 됐던 것.

 

김영희 PD가 들려준 <아빠 어디가> 중국판을 처음 찍을 때 벌어진 에피소드는 대단히 흥미롭다. 처음 촬영 현장에 나가보니 아이들이 장난이 아니더라는 것. 아빠들이 있어도 도무지 통제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방송을 찍어야 하는데 모이라고 해도 모이지도 않는 상황. 결국 김영희 PD는 아빠들을 다 모아 놓고 이렇게 설득을 시켰다고 한다. “당신들의 아이들은 정말 예쁘다. 하지만 지금 이런 식이라면 결코 예쁘게 방송에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아빠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적인 면들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빠들이 아이들을 조금씩 변화시켜가는 모습이 방송에 잡히면서 <아빠 어디가>에 대한 중국 대중들의 열광이 생겨났다고 한다.

 

여기에는 중국만의 특수한 문화적 요인도 깔려 있다. 중국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했던 산아제한 정책(독생자녀제 獨生子女制)으로 1자녀 이상을 둘 수 없게 되면서 소황제(小皇帝), 소공주(小公主)라고 불리는 독특한 아이들 세대가 생겨났다. 외자녀들이 그러하듯이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이들 세대는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 혜택까지 누리게 되었다. 소황제라는 지칭이 말해주듯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칫 이기적이고 나약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문제였다. <아빠 어디가>가 바로 이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주었다는 것이다. 회를 거듭하면서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중국인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나는 가수다>에 이은 <아빠 어디가>가 만들어낸 중국에서의 대성공은 현재 중국의 예능 한류 포맷 러시를 만들어냈다. <12>, <불후의 명곡>, <슈퍼스타K>, <K팝스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뜨겁다 싶은 예능 프로그램 포맷들이 중국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포맷이 <아빠 어디가> 같은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12>은 큰 기대를 업고 지난 6월 쓰촨TV에 포맷 수출계약을 맺어 방영되기도 했는데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것은 여행에 대한 우리와 중국의 정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포맷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성패는 잘된 포맷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현지화하는가 하는 제작진의 파트너십과 노력이라는 것.

 

김영희 PD는 중국이 대단히 매력적인 예능 한류의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불안요소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즉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가진 노하우가 존재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국 중국의 방송사들은 지금 현재 우리네 방송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일종의 투자를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 투자가 성과를 보이는 프로그램이 바로 <아빠 어디가>. 이 프로그램은 지금껏 중국 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자막이 본격적으로 예능의 툴로 활용되면서 중국 방송 전체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지금껏 잘 보이려 하지 않던 중국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소재로서 떠오르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로서 중국 시장에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나는 가수다>에 이은 <아빠 어디가>의 성공에 대해 중국의 광전국(우리의 방통위에 해당>이 최근 한 방송사당 1년에 한 편만 포맷 수입을 허가하는 수입제한조치를 내리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는 관대하기 때문에 특히 중국의 예능 한류는 앞으로도 한동안 장밋빛 흐름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2의 쌀집아저씨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은 국내의 예능 제작진들에게도 고무적인 일이면서 동시에 예능이 한류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불후>, 열린 자세가 최후의 승자를 만든다

 

<불후의 명곡>은 이제 굳이 ‘시즌2’를 꼬리표로 달지 않는다.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성장했고 진화했다. 이제 지금의 <불후의 명곡>을 보며 과거 컨추리꼬꼬가 전설(?)을 모셔놓고도 장난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 때의 <불후의 명곡>을 떠올릴 이는 없을 게다. 어떻게 <불후의 명곡>은 이렇게 엄청난 변신을 통해 그 위상을 지금에 이르게 할 수 있었을까.

 

'불후의 명곡'(사진출처:KBS)

기적 같은 일이지만 처음 <불후의 명곡2>를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대중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의 짝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나는 가수다>의 파괴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가수다>는 어떤 성역 같은 것이 만들어져 이른바 ‘나가수급 가수’는 다르다는 것이 대중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나가수급’이라는 성역은 거기 오르는 가수층을 얇게 만들어버린 한계로 작용했다. 유독 가수 선정 문제로 논란을 많이 겪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가수들의 팽팽한 경쟁 구조는 초반 대단한 긴장감을 끌고 와 무대에 대한 화제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 일종의 ‘나가수형 무대’의 리메이크 방식이나 노래 구성 심지어 가창 방식까지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초반 소소하게만 느껴졌던 <불후의 명곡>은 그러나 <나는 가수다>의 그늘에 가려져 있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힘은 뭐든 필요하면 끌어안는다는 열린 자세에서 나왔다. 초반 아이돌들로 구성되었던 가수진은 차츰 중간급(?) 보컬리스트들이 투입되면서 무게감을 높여나갔다. 그 결과 지금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가수진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는 허각이나 울랄라세션 같은 <슈퍼스타K>가 낳은 오디션 가수들도 있고, 영지 같은 보컬 트레이너 출신 가수도 있으며, JK김동욱이나 정인 같은 이른바 <나가수>급 가수들도 있고, 킹스턴 루디스카나 장미여관 같은 인디밴드에서 박재범 같은 아이돌까지 포진해 있다. 물론 케이윌이나 이정 같은 중간급 보컬리스트들이 보여주는 절정의 무대나, 임태경, 소냐 같은 뮤지컬 가수, 또 문명진 같은 숨은 고수들이 보여주는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불후의 명곡> 들국화 편에서 JK김동욱이 부른 ‘그것만이 내 세상’이나 더원의 ‘이별이란 없는 거야’가 <나는 가수다>의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면, 이번 이승철 편에서 허각과 울랄라세션이 보여준 무대는 <슈퍼스타K>의 감동을 떠올리게 했다. <슈퍼스타K>에서 울랄라세션이 불렀던 ‘서쪽하늘’을 허각이 불렀을 때 그 노래를 듣던 울랄라세션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나, 울랄라세션이 ‘방황’을 불렀을 때 거기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 임윤택의 잔상에 찡했다는 허각의 이야기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다채로워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래 진화라는 것은 끝까지 살아남는 이가 모든 요소들을 가져가기 마련이다. 관객이 보여주는 눈물의 리액션이나 시작 전 잠깐 무음으로 멈춰서는 연출은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하고, 또 전설을 앞에 세워두고 불러야 하는 부담감은 <슈퍼스타K>의 오디션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인디에서 아이돌, 중견 가수들까지 격과 급을 따지지 않는 <불후의 명곡>만의 무대는 즐기면서도 긴장감이 가능한 독특한 자기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경쟁만이 아니라 함께 모여 소통하는 모습, 그것이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라는 것을 이 프로그램은 말해준다.

 

시작은 미미해도 그 끝은 창대하게 된 <불후의 명곡>은 이제 그 특유의 열린 자세로 <나는 가수다>든 <슈퍼스타K>든 뭐든 끌어안으려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결국 그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불후의 명곡>의 끝없는 진화와 성장은 명곡이 가진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만 천착하면서 열린 자세로 천천히 제 갈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지금의 <불후의 명곡>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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