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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비극

 

도대체 이 비극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 걸까. 아이가 아파트 창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한정은(한혜진)과 이우철(김태훈)은 맞벌이 부부였고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친정엄마 최순옥(김미경)이 시골에서 올라와 있던 중이었다. 마침 계약직 사원 신소희(윤소희)를 위한 회식 때문에 늦게 된 한정은은 전화 저편에서 기침을 하는 엄마에게 감기약을 드시라고 했고, 그 약을 먹고 깜박 잠이 든 사이 사건이 벌어졌다고 믿었다.

 

tvN 2부작 드라마 <외출>은 한정은의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아이. 가족이 온전할 리 없었다. 창가에만 가도 공포에 질려버리는 한정은은 그래도 회사생활을 억지로 버텨내고 있었고, 엄마 최순옥은 자신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다. 남편 이우철은 이 비극 속에서 아내와 장모를 애써 챙기려 노력했다.

 

한정은은 이 사건이 엄마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그걸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앉아 있는 것도, 함께 밥을 먹는 것도 힘겨워했다. 실제로 시골에 사는 엄마를 굳이 서울 집으로까지 오게 한 건 한정은 자신이었다. 아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에 엄마는 도와주려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첫 회의 말미에 이르러 한정은은 이 비극에 숨겨진 사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고가 있던 날 엄마는 잠이 든 게 아니라 아이를 재우고 잠시 외출을 한 것이었다. 최순옥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건 그래서였다.

 

<외출>은 아이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한정은네 가족이 겪는 고통을 다루고 있지만, 실상 다루려고 하는 건 육아문제다. 드라마는 한정은의 회사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되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꺼내놓는다. 계약직인 신소희를 정규직으로 하는 것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스크 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성이기 때문에 결혼해 출산을 하게 되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휴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육아가 여성의 몫이라는 암묵적인 차별의 시선이 깔려 있다. 부정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네 사회는 여전히 이런 차별의 시선이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면 재취업이 어렵다는 현실은 여성 스스로도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하는 등의 선택을 꺼리게 만든다. 한정은이 굳이 엄마에게 아이를 돌봐 달라 부탁을 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어째서 아이를 마음 놓고 출산하고 육아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걸까. 어째서 회사 내에서도 그런 복리는 준비되어지지 않는 걸까. 남성의 육아휴직이 과거보다는 늘었다고 하지만 왜 여전히 아주 적은 수치에 머물고 있는 걸까. 육아를 위해 경력이 잠시 끊겼다고 해도 어째서 그 경력이 계속 이어지게 할 수는 없는 걸까. 나아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잠재적 휴직자 취급을 받으며 차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걸까.

 

<외출>은 2부작 드라마지만 거기에 걸맞는 단편으로서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한정은과 최순옥 모녀의 절절한 아픔과 고통이 이 땅에 사는 무수한 엄마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육아문제가 그저 개인이 감당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나서야할 일이라는 걸 드라마는 아프게도 꼬집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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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 죽음을 보는 옥택연이 이연희에게는 설렌다는 건

 

만일 누군가의 죽음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MBC 수목드라마 <더 게임 : 0시를 향하여(이하 더 게임)>는 김태평(옥택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런 질문을 던진다. 그는 누군가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죽음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 그는 자신의 쓸쓸한 죽음까지 이미 본 인물이다.

 

사람이라면 눈앞에서 이제 죽음을 향해 가는 누군가를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김태평도 그 운명을 바꿔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결코 단 한 번도 자신이 봤던 누군가의 죽음을 되돌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앞에 서준영(이연희)이라는 형사가 나타나면서 그 운명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와 눈이 마주쳤지만 김태평은 서준영의 죽음이 보이지 않았던 것.

 

20년 전 벌어졌던 희대의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른바 ‘0시의 살인마’의 범죄가 재연되고, 납치되어 관 속에 생매장된 한 학생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김태평은 운명이 바뀌는 기적을 보게 된다.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던 자신이 본 죽음이 삶으로 바뀌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가까스로 구출된 학생은 죽은 듯 보였지만 숨통이 트이며 살아났다. 김태평은 그런 기적을 만들어낸 서준영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보고 처음으로 설렜다”고.

 

학생이 생매장 당했다 구출되는 과정은 마치 OCN 드라마 <보이스>가 보여주곤 했던 숨 막히게 돌아가는 스릴러의 속도감을 보여줬다. 관 속에 놓여 있던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학생이 묻힌 곳을 추정해나가고,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눈물을 삼키며 아이를 안정시키려 노력한다. 점점 다가오는 자정은 학생의 죽음이 임박해온다는 긴박감을 만들고, 아이러니하게도 학생의 아버지인 언론인 이준희(박원상)는 그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아이인 줄도 모르고 특종에만 혈안이 된다.

 

<더 게임>은 이처럼 잘 짜여진 스릴러 장르의 정석을 그려가지만, 여기에 죽음을 보는 김태평이라는 인물과, 그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서준영이란 인물, 게다가 자신의 아이인 줄도 모르고 누군가의 죽음을 특종으로만 바라보는 이준희 같은 인물까지 더하면서 스릴러 그 이상의 메시지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 사회는 누군가의 죽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김태평처럼 죽음을 바뀔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삶을 희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준영 같은 이도 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씻기지 않는 고통이지만 그 죽음을 특종으로만 보는 자본화된 경쟁 사회의 인물도 있고, 누군가의 죽음을 마치 게임하듯 즐기는 희대의 살인마도 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쉽게 포기하거나 이용하거나 게임하듯 처리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누군가의 죽음을 보고 그것이 바뀌지 않는 운명이라 생각해온 김태평은 삶이 의미가 없다. 결국 자신 또한 쓸쓸하게 죽을 존재라는 걸 본 마당에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그 일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것은 어쩌면 어쨌든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처지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보이지 않는 서준영 같은 인물을 만나고 그로 인해 예견된 죽음이 바뀌는 기적을 경험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도 우리가 어떤 삶을 느끼고 희망하며 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때론 그 운명도 바뀌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 죽을 운명 속에서도 우리가 왜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더 게임>은 이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고 눈을 마주치면 죽음을 보던 김태평은 그래서 처음으로 서준희를 보며 가슴이 설렌다. 그 설렘은 사랑의 설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설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서서히 늙어가다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만나고 설레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 판타지가 더해진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지만, 꽤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드라마가 나타났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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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새삼스러운 비감

 

이거 갱스터 무비 혹은 스파이 무비 아냐. 아마도 이 영화를 우리네 현대사를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게다. 총이 등장하고, 도청은 물론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팽팽한 권력 대결이 있고 정점에서 그 대결구도를 이용하는 독재자가 있다. 대통령과 중앙정보부장, 비서실장 같은 한 나라의 중차대한 정책들을 결정하는 이들이 등장하지만 그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마치 갱스터 무비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욕설이 난무하고 총을 꺼내 머리에 대고 위협하기도 하며 몸싸움을 벌인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미국 측 인물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에게 ‘갱 영화’ 운운하는 대목은 그래서 흥미롭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나라에서 총이 일상적으로 꺼내지는 국정의 풍경이라니. 그런데 비극적이게도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물론 허구적 상상력이 더해지긴 했지만 우리에게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다루고 있다. 41년 전 궁정 안가에서 울려퍼진 총성.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총으로 쏴 시해한 10.26 사태가 그것이다.

 

영화는 혹여나 벌어질 수 있을 잡음들을 없애기 위해 실제 인물 대신 가상의 이름으로 대체했다. 김규평(이병헌)은 김재규이고 비서실장 곽상천(이희준)은 차지철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통(이성민)’으로 불린다. 이미 10.26 사태가 여러 차례 다큐와 영화 등에서 소개된 바 있어 누구나 보면 익숙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름을 이렇게 바꿔놓고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 벌어졌던 일들과 인물들을 촘촘히 구성해 채워 넣자 <남사의 부장들>은 진짜 갱스터 무비와 스파이 무비의 장르적 색깔을 드러낸다.

 

‘혁명’을 꿈꾸며 군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박통을 보좌하며 함께 걸어온 김규평은 그 장기집권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걸 직감한다. 중앙정보부장으로서 미국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독재타도’와 ‘민주화’의 목소리들이 무력으로 눌러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재자의 마음은 더 오랜 집권에 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곽상천 같은 군 강경파의 달콤한 충성이 있었다. 수백만의 시위대들도 탱크로 밀어붙이면 된다고 하는 얼토당토않은 말들이 무시로 오가고 또 그걸 지시하는 집권자. 게다가 그 독재자는 2인자를 키워주는 듯 이용하곤 내버린다. “임자 옆엔 내가 있잖아. 임자 맘대로 해.”라는 대사로 집약되는 이 독재자는 알아서 충성하라며 일을 시키지만(심지어 사람 죽이는) 그렇게 일이 끝나고 나면 토사구팽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아픈 현대사가 말해주듯이 영화는 이미 그 결론이 다 나와 있다. 박통은 그렇게 시해되고 곽상천도 그 자리에서 죽는다. 박통을 시해한 김규평은 사형 판결을 받고 이 사건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혁(서현우) 보안사령관은 신군부 독재를 이어간다. 워낙 영화 같은 이야기인데다, 영화가 이를 갱스터 무비 같은 장르적 색깔을 더해 보여주고 있어 아는 이야기인데도 시종일관 긴장감을 잃지 않는 영화.

 

하지만 그럴수록 새삼스런 비감이 느껴진다.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최고의 권력자와 그 권력을 주무르던 2인자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갱단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게 그렇다. 그건 영화적 각색 때문이 아니라 당대 시대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니 당대를 살았던 국민들은 얼마나 더 비극적인 삶을 겪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사진:영화'남산의 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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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의 비극, 피라미드 경쟁이 만든 아비규환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파국이다. 결국 혜나(김보라)를 살인교사한 건 김주영(김서형)이었다. 예서(김혜윤)를 전교 1등 만들기 위해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걸 알게 된 혜나를 사람을 시켜 죽게 한 것. 혜나가 녹음해놓았던 김주영과의 대화 파일을 듣고는 그를 찾아온 한서진(염정아)에게 김주영은 오히려 으름장을 놓았다. 만일 사실을 밝히게 되면 시험지 유출 사태가 드러나게 되고 그러면 예서는 0점 처리되는 데다 학교를 떠나야할 수도 있다는 것.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기는커녕 더 극으로 치닫는다. 이렇게 된 건 드라마가 전반부에 촘촘하게 터질 시한폭탄들을 장치해뒀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같은 이른바 명문대를 보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하는 부모들. 그 안에서 지쳐가거나 미쳐가는 아이들. 이미 SKY캐슬이라는 곳은 언제든 불씨 하나만 던지면 터져버릴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거기에 불씨 정도가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불 자체 같은 김주영이 들어오면서 이미 파국은 예고된 것이었다. 한서진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김주영을 끌어들였다. 그것은 섬뜩한 인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예서의 ‘서울대 의대’를 포기할 수 없는 그의 욕망 때문이었다. 김주영은 그 약한 고리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한서진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예서까지 엄마보다 자신을 더 따르게 만들었으니.

혜나의 살인용의자가 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황우주(찬희) 때문에 그 엄마인 이수임(이태란)은 한서진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빌었다. 김주영이 관련되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알게 된 이수임은 한서진 또한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진실을 밝힐 수 없는 한서진이었다. 그는 자신이 공조했고 김주영이 불 질러 놓은 지옥문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게다가 황우주를 면회 갔다 온 예서가 그를 돕기 위해 혜나가 김주영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리려 하자, 결국 한서진은 이 문제가 ‘시험지 유출’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려줌으로써 딸마저 지옥문에 들어서게 했다. 좋아하는 친구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됐지만, 사실을 밝히는 순간 자신의 ‘서울대 의대’의 꿈은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혜나가 강준상(정준호)의 숨은 딸이었다는 ‘출생의 비밀’ 코드는 후반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파국에 힘을 더했다. 갑자기 실려온 병원장 조카를 먼저 수술하게 함으로써 어쩌면 살릴 수도 있었을 혜나를 죽게 했다는 사실은 그를 지옥문으로 이끌었다.

흥미로운 건 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파국의 이면에 자리한 ‘피라미드 경쟁’의 끔찍한 실체를 이 드라마가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서진이 지옥문에 들어선 건 결국 피라미드 경쟁 속에서 어떻게든 딸을 서울대 의대에 보내야한다는 그 엇나간 욕망 때문이다. 예서를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세우기 위해서는 친구인 우주를 밟고 서야하는 현실을 드라마는 극적인 이야기 속에서 그려내고 있다.

또한 드라마는 이 지옥문이 입시경쟁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강준상의 비극을 통해서 보여준다. 강준상이 자신의 딸인 줄도 모르고 혜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건, 병원장에게 잘 보여 그 권력 경쟁의 피라미드에서 좀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함이 아닌가. 결국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피라미드형 경쟁 시스템은 대학은 물론이고 사회에서도 계속 이어진다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가족들로부터 쫓겨났던 차민혁(김병철)이 며칠 동안 주문해 만든 거대 피라미드 조형물을 집안으로 들이는 장면은 얼마나 이 경쟁체제에 우리가 집착하고 있는가를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그는 아이들에게 꼭대기에 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진진희(오나라)의 아들 우수한(이유진)은 사실 파라오는 피라미드의 중간 즈음에 있다며 그 곳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피라미드 경쟁 시스템 속에서 그 위로 올라가려는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지옥문을 떠올려 보면 이 아이의 한 마디가 그저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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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송혜교·박보검 연애담 속 긴장감이 유지된다는 건

서점에서 저 멀리 자신의 남자친구 김진혁(박보검)을 바라보는 차수현(송혜교)은 그가 보내는 미소에 미소로 화답한다. 하지만 한참을 쳐다보는 그의 눈에는 마치 샘물이 솟아나듯 조금씩 눈물이 차오른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 차수현은 헤어지려 마음먹는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의 이 한 장면은 그리 대단한 극적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차수현의 눈에 조금씩 차오르는 눈물이 먹먹하게 느껴진다. 거기에는 말로는 다 담아내기 어려운 이 비극적인 여인의 아픈 삶의 정체가 담겨져 있어서다. 

차수현에게 김진혁의 어머니가 찾아와 눈물로 “미안하다”며 “헤어져 주세요”라고 간곡히 요청할 때 차수현의 눈에 차오르던 눈물은 그 말에 대한 서운함보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슬픔이 더 컸을 게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깨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그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차수현에게는 도저히 그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다가온다.

차수현은 그런 삶을 그저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정치인 아버지 차종현(문성근)의 딸로 살았고, 태경그룹 정우석(장승조) 대표와 정략적인 이유로 결혼했으며, 이혼 후에도 태경그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그에게 남자친구 같은 소소한 일상은 허락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차수현이 포장마차에서 그를 너무나 잘 아는 친구이자 비서인 장미진(곽선영)에게 “진혁씨는 모든 게 처음”이지만 자신은 결혼도 했었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고 말했을 때, 장미진이 그에게 “너도 처음이잖아. 너도 첫사랑이잖아.”라고 말하며 함께 눈물 흘리는 장면은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는 결혼도 했었지만 누굴 사랑한 적은 없었다.

차수현은 “정말 헤어지기 싫다”고 장미진에게 말하지만, 혼란스럽다. 자신에게 한 번도 허락된 적 없던 일상의 행복. 그런 그에게 다가온 김진혁이라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 하지만 자신과 가까워지면 자신이 겪었던 그 일상이 없는 삶으로 김진혁과 그 가족들까지 끌어들일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차수현으로서는 고민스럽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자친구>는 그래서 마치 차수현과 김진혁이라는 두 사람이 만나 어느 쪽 삶을 향해 걸어갈 것인가를 들여다보는 드라마 같다. 차수현이 살아왔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지워진 삶인가 아니면 김진혁이 살아왔던 그 소소한 일상의 행복으로 채워진 삶인가. 차수현의 삶이 김진혁의 삶을 덮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김진혁의 삶이 차수현으로 하여금 그 일상 없는 삶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것인가.

그저 차수현과 김진혁의 연애담만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자친구>가 어떤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바로 그 이면에 담긴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갈등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미 차수현의 아버지 차종현이 “내려 놓는 삶”을 살겠다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차수현은 과연 모든 걸 내려놓고 잃었던 자신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결혼을 하거나 연애가 이뤄지는 것만큼 중요한 이 드라마가 엔딩에 담아야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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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기대 없었던 '내안의 그놈'이 의외의 선전한다는 건

연말연시 이른바 기대작으로 불리던 한국영화들은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에 송강호가 주연으로 등장한 <마약왕>은 180만 관객(10일 현재)에 머물렀고, <과속스캔들>, <써니>의 연속 흥행으로 기대감이 높았던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도 140만 관객에 머물렀다.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에 하정우가 출연한 <PMC:더 벙커>도 160만 관객에 그침으로써 대작 한국영화들은 모두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물론 이런 작품들과 최근 개봉한 <내안의 그놈>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작품성이나 완성도, 주제의식 등등 모든 걸 비교해도 <내안의 그놈>이 이들 대작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업영화로서 영화가 주는 즐거움과 재미에만 포인트를 맞춰 비교해본다면 조금 다를 것 같다. 전혀 기대가 없이 한국영화가 그렇지 하며 <내안의 그놈>을 봤던 관객들은 그 뻔한 소재로 빵빵 터지는 의외의 재미에 당혹감마저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안의 그놈>은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그 흔한 ‘영혼 체인지’를 소재로 삼고 있다. 왕따로 빵셔틀을 하며 살아가는 고등학생 동현(진영)과 잘 나가는 엘리트 건달 판수(박성웅)가 어느 날 추락사고로 인해 영혼이 바뀌는 설정. 너무 흔하고 뻔한 설정이라 그런지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지만, 바로 그렇게 기대감을 전혀 갖기 못하게 만드는 설정에서 의외로 빵빵 터지는 웃음은 강도가 더 세다.

뻔한 설정을 가져왔지만 <내안의 그놈>은 지금의 대중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억압된 정서를 그 코미디 설정 안에 콕콕 박아 넣어두었다. 이를테면 뚱뚱한 몸으로 학교에서 왕따 괴롭힘을 당하는 동현의 몸으로 건달 판수의 영혼이 들어감으로써 그간 당해왔던 그가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을 평정해버리고 여학생들이 하트를 보내는 인물로 거듭나는 과정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그렇다. 그 통쾌함이 더해지면서 코미디의 웃음은 미소를 넘어 폭소가 된다.

또한 고등학생과 중년 남자라는 나이 차가 영혼체인지로 뒤집어지고, 그래서 툭툭 나오는 반말이나 행동거지가 주는 웃음 속에도 묘한 나이의 위계를 뒤집는 카타르시스가 담긴다. 물론 이 세대 차이는 영혼체인지로 엮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는 단계로 넘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영화는 일관되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미디에 집중한다. 판수의 영혼이 들어간 동현이 학교에서 잘 나가는 모습과 거꾸로 동현의 영혼이 들어간 판수가 겁쟁이가 되는 모습의 대비 또한 웃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여기에 더 코미디적 재미를 더하는 건 고등학생 동현의 몸을 갖게 된 판수가 과거 헤어진 판수의 첫사랑 미선(라미란)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동현이 좋아하는 같은 반 친구인 현정(이수민)의 엄마가 미선이었다는 설정은 그래서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복잡 미묘하게 꼬이는 관계로 인해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코미디를 완성하는 건 결국 박성웅, 라미란, 김광규와 더불어 이 영화로 연기자로서의 가치가 확실히 느껴지게 된 진영의 연기다. 이들은 뻔한 상황도(심지어 비극적 상황을) 리얼한 연기를 통해 웃음으로 바꿔내는 힘을 만들어낸다.

사실 <내안의 그놈>에 그다지 큰 주제의식이나 메시지 또는 영화적인 스타일의 성취 같은 거창한 것들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의미 과잉인 현실이 주는 피곤함을 잠시 벗어나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 동안 웃고 싶다면 이만한 영화가 없다. 웃음 자체에 처음부터 끝까지 천착하는 코미디가, 어째서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사진:영화'내안의 그놈')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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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의 풍자 판타지에 이토록 빠져드는 이유

도대체 무엇이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이 드라마의 시청률표를 보면 그 상승곡선이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1.7%(닐슨 코리아)로 첫 회를 시작했지만 2회에 4.3%로 치솟았고, 10회에 11.2%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13회에는 13.2% 최고 시청률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그 열광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건드리고 있는 ‘사교육 문제’에 대한 풍자다. ‘SKY 캐슬’이라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사교육이 그것이다. 수 십 억을 들여 입시 코디네이터를 두기도 하고, 집에 아예 감금시키듯이 아이를 공부시키는 공간을 만들어놓기도 하는 이들의 사교육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100% 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극화된 면들이 있지만, 실제로 입시 코디네이터가 존재하고 저들만의 세상처럼 여겨지는 가진 자들의 은밀한 사교육이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지경이 되어버린 게 우리네 교육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교육이 개천에서도 용이 되기 위한 유일한 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개천에서는 절대 용이 나기 어려운 교육시스템이 되었다. 자녀들의 입시가 부모들의 재력과 무관하지 않게 된 현실이 아닌가.

그런데 <SKY 캐슬>은 이렇게 가진 자들의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보여준다. 그것도 그저 대학입시에 떨어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그런 실패다. 그 첫 번째 사례는 영재네 집안의 비극이다. 서울대 의대에 들어감으로써 이들의 사교육은 성공한 듯 보였으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의 부추김에 의해 영재는 가출을 하고 결국 그의 엄마 이명주(김정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코디네이터 김주영이 한서진(염정아)의 딸 예서(김혜윤)을 맡게 되면서 불안감은 계속 이어진다. 영재네가 이사를 나가고 그 집으로 들어온 이수임(이태란)은 아이들의 불행을 막기 위해 이를 소재로 동화를 쓰려하고 그 취재과정에서 김주영의 놀라운 과거행적을 알게 된다. 영재 이전에 그가 맡은 학생도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는 것. 이수임은 김주영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한서진에게 경고하지만 그는 이를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김주영이 과거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딘가 이들 기득권자들과 그 자녀들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고 실제로 자신이 맡은 아이들을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실적을 내며 유명해졌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에 모든 걸 잃게 만드는” 그의 방식은 교육이 아니라 복수에 가깝게 느껴진다.

드라마는 현실에서는 그 기득권을 통해 성공이 대물림되는 사교육을 ‘처절한 실패’로 그려냄으로서 박탈감을 느껴온 우리네 서민들에게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재네가 무너졌고, 예서 역시 불안한 상태이며, 차민혁(김병철)이 그토록 총애하는 하버드에 들어간 줄 알았던 딸은 사기행각으로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입주과외라는 명목으로 한서진의 집에 들어온 혜나(김보라)는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SKY 캐슬>은 우리네 교육시스템을 풍자하는 드라마지만, 동시에 현실과는 달리 저들이 파괴되어가는 걸 판타지로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른바 ‘생기부 전형’으로 불리는 입시 경쟁에서 가진 자들이 막대한 투자로 얻어가는 ‘교육과 학벌의 세습구조’ 속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는 그 박탈감을 잠시 동안의 판타지로나마 깨주고 동시에 비판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수직상승하는 시청률 수치와 열광이 말해주는 건 어찌 보면 그 박탈감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 아닐까.(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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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염정아·김서형 같은 괴물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네 비뚤어진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 사회 전반의 부조리들이 보인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여기 등장하는 ‘SKY캐슬’이라는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대한민국의 축소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이 드라마의 시작점으로 되돌아가보면 영재(송건희)네의 비극이 과연 이 SKY캐슬이라는 곳에서 벌어졌던 사건인가가 무색해질 정도로 아무 변화도 없는 이 곳의 현재에 놀라게 된다.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며 축하파티가 열렸지만, 그 지옥 같은 삶에 복수하듯 가출해버린 영재로 인해 그의 엄마 이명주(김정난)가 자살함으로써 한 집안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나버렸다.

가장 가까이서 이명주를 따르고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까지 이어받아 자신의 딸 예서(김혜윤) 또한 서울대로 보낼 꿈에 부풀었던 한서진(염정아)은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김주영의 뺨을 때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에게 무릎을 꿇는다. 그래서 다시 예서의 입시 코디가 된 김주영은 보란 듯이 아이를 전교회장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이를 반대하던 한서진의 남편 강준상(정준호)까지 설득시킨다.

한 집안이 박살나는 비극을 보면서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불나방처럼 그 속으로 다시 뛰어드는 이 이야기는, 잘못된 부조리한 경쟁시스템들에 의해 그토록 많은 비극들이 벌어지고 그 때마다 큰 충격에 빠지지만 그럼에도 금세 잊어버린 채 다시 그 비극을 반복하는 우리네 사회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시스템은 건재하다. 그래서 비극은 반복된다.

<SKY 캐슬>은 입시라는 문제를 전면에서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이 드라마가 다루려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있는가를 들여다본다. 한서진의 둘째딸 강예빈(이지원)이 편의점에서 도둑질을 하는 그 증상은 그걸 입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허용하는 그 엄마 한서진이 있어서다. 한서진은 교육의 목적이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도둑질은 그 과정으로서 허용되는 것이다. 어른들의 비뚤어진 가치관과 세계관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예서가 전교회장이 된 걸 축하한다는 명분으로 열린 파티에서 영재네의 비극을 소재로 이수임(이태란)이 동화를 쓰려 한다는 사실을 끄집어내자 이에 대해 보이는 반발은 우리 사회가 가진 일그러진 얼굴들을 드러낸다. 이 곳에 사는 이들은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비극을 끄집어내는 일을 “명예가 손상되고 품위가 실추되는” 일로 여긴다. 지진희(오나라)는 이런 일이 알려지는 게 “집값부터 떨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강준상은 그래서 이수임이 하려는 일을 “남의 비극을 소재삼아 돈벌이를 하려는 짓”이라 폄하한다.

이에 대해 이수임은 자신이 글을 쓰려는 진짜 의도를 밝힌다. “영재네에서 있었던 엄청난 비극이 여러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절망스러워서요. 입시경쟁으로 해마다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데도 우리 사회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게 비통하다 못해 참담해서요.”

하지만 이들은 비극을 멈추려 하기보다는 비극 자체가 없는 것처럼 치부하며 그 경쟁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친다. 그건 입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일하는 일터에서도 똑같이 벌어지는 일이다. 촌극처럼 그려지는 우양우(조재윤)가 끊임없이 강준상의 눈치를 보며 대학병원 내 서열극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고, 이런 경쟁시스템이 만들어낸 김주영 같은 사실상 사설 불법정보원 같은 일까지 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괴물이 그렇다.

이들은 끊임없이 그 시스템이 야기하는 비극들을 보고 있고 가까이서 겪고 있지만 그걸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사건은 없는 것처럼 여기려 한다. 게다가 그 비극의 주인공들을 심지어 이 경쟁시스템의 낙오자 정도로 취급함으로써 그 부조리한 시스템을 더 공고하게 만든다. 결국 아이들은 죽어나가거나 그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괴물이 되기도 한다. 한서진이나 김주영 같은 어른들만이 괴물이라 여겨졌던 <SKY 캐슬>에 엄마가 죽은 후 자신이 강준상의 딸이었다는 걸 알게 된 혜나(김보라)가 또 다른 괴물처럼 등장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도대체 이 비극은 어째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걸까. <SKY 캐슬>에 시청자들이 집중하게 되는 건 이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우리네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를 축소판처럼 담아내고 있어서다. 경쟁시스템 안에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경쟁하듯 살아가다 보니 제대로 그 시스템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들여다보지 않았던 우리들은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그 축소판을 통해 새삼 그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부지불식간에 모르는 것처럼 지나치곤 했던 그 현실과.(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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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와 안아줘’, 비극 앞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좋아해서 미안해.”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의 채도진(장기용)은 한재이(진기주)에게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차마 입 밖으로 내놓지 못한 진심. 어린 시절 나무와 낙원으로 서로를 부르며 바라봤던 그들이지만, 채도진은 이미 그 때부터 그의 사랑이 만들어낼 비극을 예감했던 것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걸 감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낙원을 밀어내려고도 했지만 이미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 사건이 터졌다. 그의 아버지 윤희재(허준호)에 의해 한재이의 부모가 모두 살해당했고, 나무는 낙원을 지켜내기 위해 아버지를 경찰에 넘겼다.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힌 윤희재가 자신이 잡힌 건 경찰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들 때문이라고 밝힌 건 그래서였다. 하지만 그렇게 윤희재가 체포된 건 비극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끝없이 따라붙는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채도진에게 달라붙었고, 그건 피해자의 딸인 한재이도 마찬가지였다. 

<이리와 안아줘>는 채도진과 한재이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담고 있지만, 거기에는 이 거대한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윤희재는 감방에서 자서전을 내며 자신이 그런 괴물이 되게 된 것이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 탓이라고 변명한다. 그는 그래서 “악은 계승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은 피해자들에게는 비수가 된다. 살인자의 거짓 변명일 뿐이기 때문이다.

윤희재는 감방에 들어와 있지만 엇나간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흉기를 휘두른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그가 쓴 책과 그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찢어지는 상처를 입는다. 그걸 너무나 잘 아는 채도진은 스스로 방송사를 찾아가 자신의 얼굴을 걸고 그 책은 거짓이라고 밝히는 인터뷰를 한다. 그는 어린 시절 낙원에게도 그랬지만 마치 나무처럼 버티며 아픈 이들을 지켜주려 한다. 

그렇게 늘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피해자 가족들이 나타나 때리면 맞고 질책하면 죄송하다 사죄하며 버티고 서 있는 채도진은 진짜 나무 같은 인물이다. 모진 바람을 맞아도 묵묵히 서 있는 그에게 역시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엄마 채옥희(서정연)는 “울고 싶을 땐 참지 말고 울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어도 눈물조차 피해자들에게는 상처가 될 것을 알기에 채도진은 애써 눈물을 참는다. 아무도 없이 홀로 남았을 때 조용히 눈물을 흘릴 뿐.

<이리와 안아줘>는 살인자의 아들 혹은 피해자의 딸이라는 굴레를 갖게 된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가를 보여준다. 그 모진 현실 앞에서 채도진 역시 어쩌면 저 살인자인 아빠가 변명하듯 악을 계승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채도진은 악이 그렇게 길러지고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변명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드라마는 앞부분에 윤희재가 한 “악은 계승되는 것”이라는 말을 부정하는 채도진의 “악은 그저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 말은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채도진과 한재이의 사랑은 그래서 서로 표현도 제대로 못하며 바라보는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또한 그런 사랑의 마음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그나마 삶이 살만해진다는 걸 보여준다. 나무처럼 버텨내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그늘이 되어주는 선택을 한 채도진과, 그 나무의 아픔을 느끼며 다가가 안아주는 한재이의 마음. 그들의 얼굴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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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멜로’가 이 비극을 단짠 멜로 코미디로 담은 까닭

SBS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의 서풍(준호)은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 중식당 ‘화룡점정’에 미슐랭 별을 안겨준 요리사. 죽기 살기로 일하며 배운 것으로 그 중식당에 그 이름처럼 ‘화룡점정’을 해준 인물이다. 그리고 그 중식당은 그 호텔에도 ‘화룡점정’이 되어 그 호텔이 6성급이 되는 계기가 되어준다. 하지만 그건 단번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밑바닥에서부터 힘겨운 세월의 공을 들여 오른 자리. 그래서 호텔 그 꼭대기에 자리한 ‘화룡점정’에서 일을 끝마치고 바깥이 내다보이는 전망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는 그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번진다. 마치 이제 모든 걸 이뤘다는 듯.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결국 그는 실력과 노력만으로는 오를 수 없는 곳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재벌3세로 호텔 사장에 부임한 용승룡(김사권)은 하루아침에 그가 가졌다 생각했던 모든 걸 지워버린다. 첫사랑으로 결혼까지 한 석달희(차주영)를 유혹해 파경에 이르게 만들고, 서풍과 대립각을 세우던 ‘화룡점정’의 일인자 왕춘수(임원희)가 그를 밀어내기 위해 세운 모략을 그대로 받아들여 지방 호텔로 좌천시켜버린다. 결국 그 높은 곳에서 서풍은 눈물을 삼키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실력을 통한 신분상승은 그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기름진 멜로>는 이처럼 서풍에게 닥친 비극의 연속을 담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절절한 눈물보다는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택한다. 용승룡이 석달희와 밀회를 갖는 호텔방 문짝에 중식칼을 꽂아 넣고 돌아간 서풍의 이야기는 기묘하게도 ‘엑스칼리버’ 설정으로 이어진다. 일주일이 지나도 뽑혀지지 않은 칼 때문에 용승룡이 직원들에게 한 소리를 하자, 왕춘수가 칼은 자신이 잘 안다며 나서지만 칼 주인의 저주가 깊어 못 뽑겠다고 하는 대목이 그렇다. 이러한 짠내와 단맛을 섞어 넣은 건 서풍만이 아니다.

재벌가의 딸로 결혼을 준비하던 단새우(정려원)는 승마와 펜싱을 취미로 하며 뭐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인물로 이제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였다. 하지만 결혼식장에 오라는 신랑은 오지 않고 대신 경찰이 들어와 아빠 단승기(이기영)를 경제사범으로 구속해가자, 이 장밋빛 인생은 하루아침에 빚쟁이 파산녀가 되어버린다. 

결국 자신에게 남은 말 한 마리를 끌고 세상이 두렵다며 펜싱 헬멧을 쓴 채 그는 한강다리에 오른다. 한강물에 뛰어들기라도 하려던 찰나, 그 옆에 있던 서풍이 주머니에서 포춘쿠키를 꺼내 건넨다. 뛰어들기 전에 그거라도 까보자고. 절망의 끝이지만 이들이 굳이 포춘쿠키를 까먹는 장면은 그래서 어떤 희망을 예감케 한다.

그 희망은 사채업을 하는 전직 조폭 두칠성(장혁)이 된다. 서풍은 하필이면 자신이 일했던 호텔 중식당 바로 앞에 이제 막 폐업해버린 두칠성의 가게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를 찾아간다. 그 가게를 다시 일으켜 호텔 중식당 손님들을 다 빼앗아오겠다고 결심한 것. 전직 조폭이지만 두칠성은 단새우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진’ 순정남의 면모를 갖춘 데다, 그가 위기에 처하자 수십 명과 마치 이소룡처럼 대적하는 무술(?)실력의 소유자이고, 무엇보다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이 더 이상 나쁜 일 하지 않고 조촐한 중국집이라도 하나씩 차리길 바라는 바른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두칠성과 서풍 그리고 단새우의 만남은 밑바닥에서의 연대로 그려지고, 그들이 향하는 칼끝은 저 높디높은 호텔을 향하게 된다. 비극이 유쾌한 복수극이자 빵빵 터지는 희극으로 바뀌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이들은 세상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개성과 생각으로 세상에 맞서는 인물이다. 그 캐릭터가 가진 힘은 그래서 이 시대를 사는 서민들에게 묘한 판타지를 선사한다. 

다소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첫 회는 몸 풀기였을 뿐이었다. 마치 더 멀리 높이 뛰어오르기 위한 웅크림이라고나 할까. 마치 복수극이나 비극을 담으면서도 유쾌한 정서를 잃지 않는 주성치가 나오는 중국영화의 장르적 특징들을 가져온 연출도 흥미롭다. 세상의 현실들이 가진 어쩌면 ‘기름진’ 그 굴곡과 분노가 그 밑바닥 정서에 존재하지만, 이 드라마는 결코 ‘느끼한’ 전개가 아닌 유쾌한 전개를 꿈꾸고 있다. 현실을 공감하면서도 통쾌함을 전해주는 단짠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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