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백종원, 음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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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음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D.H.Jung 2024. 10. 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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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선 백종원

흑백요리사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가 화제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폭발했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음식 문화권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흑백요리사’에 충격을 받은 눈치다. 중식, 일식 같은 요리들이 완고한 원조의 틀 안에 갇혀 자신들이 최고라고 외쳐왔던 것이 일종의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흑백요리사’는 한식을 굳이 내세우지 않고도(한식은 물론이고 일식, 중식, 이태리요리 등등의 셰프들이 모였다) 한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저마다 타국의 요리법을 가진 셰프들이지만, 한식의 식재료인 묵은지나 홍어 같은 걸 과제로 내주자 자연스럽게 응용되고 퓨전화된 한식들이 등장했다. 한식의 특징이 뭐든 ‘비벼내는’ 것에 강점이 있다는 걸 ‘흑백요리사’는 보여줬고 거기에 해외에서도 반응들이 쏟아진 것이다. 

 

‘흑백요리사’는 물론 최종 우승자가 된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이나 에드워드 리 같은 무수한 셰프들을 스타로 배출했지만, 그 중심을 딱 잡아준 심사위원으로서 백종원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맛은 주관적인 것이라 순위를 매기긴 쉽지 않은 영역이다. 결국 이 흑백으로 분류되어 참여한 유명한 100명의 셰프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쟁을 하는 이 프로그램이 가능해진 건, 그 주관적이라고 해도 그 결과에 선선히 모두가 납득할만한 상징적인 존재가 절대적이다.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인 모수의 오너 셰프인 안성재가 맛에 있어서 ‘익힘의 정도’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심사위원으로 그 권위를 부여받았다면, 백종원은 자타공인 요리에서부터 다양한 음식 경험 나아가 사업에 이르기까지를 두루 꿰뚫고 있는 국내 음식 콘텐츠에 관한 한 상징적인 존재로서 심사위원의 자격을 인정받았다. 이들이 서게 되면서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 이미 인정받고 있는 셰프들이 이 서바이벌을 긍정하며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백종원의 존재감은 음식은 물론이고 방송인으로서도 전문가라는 걸 보여준다. 그는 먹성 좋은 먹방의 달인답게 심사가 아닌 진심으로 먹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으로 웃음을 주고, 전 세계의 음식들을 먹어본 경험치를 바탕으로 블라인드 심사에서도 재료가 뭔지, 어떤 방식을 썼는지, 의도는 뭔지를 단박에 파악해내는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특히 블라인드 심사에게 그가 먹는 장면은 그 자체로 밈이 될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건, 역시 그것이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로 연결되어지는 지점까지 나아가게 한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실제 요식업계가 들썩일 정도로 여기 출연한 셰프들의 음식점들이 대호황을 누리게 되었는데, 백종원은 출연한 셰프들을 자신의 유튜브에 출연시켜 이들을 다시금 조명시키기도 했다. 

 

‘흑백요리사’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최근 방송은 방송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새로운 경향이 됐다. 한때 방송이 현실과 유리된 여가나 오락 정도로 여겨져 오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백종원을 비롯해, 오은영, 강형욱 같은 전문가들이 방송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게 된 건 그래서다. 이들 전문가들은 각자의 영역 안에서 현실에 변화를 이끄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을 방송과 접목해 현실을 바꿔나가는 일들을 한다. 그 중에서도 백종원은 프랜차이즈 대표이면서 요리연구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송가로 뛰어들어 그 시너지를 만든 인물이다. 그가 해온 방송들을 들여다보면 음식이라는 그의 전문 영역들이 방송과 만나 어떻게 현실을 바꿔왔는가가 새삼 실감난다. 

 

그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쿡방을 통해 재미있는 음식연구가이자 방송인 정도로 대중들과 눈을 맞췄지만,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3대천왕’,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하면서 그의 존재감을 순식간에 각인시켰다. 이들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그저 먹방, 쿡방에 머물러 있던 음식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의 영역을 확장해 사업의 영역으로 넓혔다는 것이고 나아가 상권으로까지 나아갔다는 점이다. ‘푸드트럭’이 창업 청춘들의 미래를 바꿔줬다면, ‘3대천왕’은 지역 맛집들에 손님들의 줄을 세웠다. 그리고 ‘골목식당’은 불황에 힘겨워 하는 서민들의 식당을 솔루션을 통해 호황으로 바꿔주고 나아가 골목상권을 살리는 방향으로까지 나갔다. 2018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 백종원이 참석해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몇 년 사이에 급상승했다. 

 

물론 백종원이 방송을 통해 현실에 변화를 준 건 상권 살리기만이 아니다. 그는 요리 문화에 대한 변화 또한 이끌었다. ‘집밥 백선생’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집밥’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과거 집밥이 막연하게 ‘엄마의 밥상’을 떠올리게 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그저 ‘집에서 해먹는 밥’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놓았고 따라서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만들었다. 본격적인 유튜브 방송에 뛰어들어서는 ‘백종원 시장이 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예 예산이라는 지역 상권을 살리는 대형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자체들에게 자극을 줘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들이 이를 모델로 삼으려는 흐름까지 만들었다. 

 

백종원의 이런 현실까지 바꾸는 방송은 당연히 비즈니스적인 접근이 전제된 결과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사업가로서 그에게 방송은 그저 여가가 아니라 하나의 중요한 방편이 되기도 하는 셈이니 말이다. 항간에는 그래서 방송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것은 유튜브 같은 개인방송이 일상화되고 그것이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는 영상의 새로운 시대에 흐름일 수 있다. 즉 누구든 저마다의 영역을 고도화하고 전문화하는 그 정점은 결국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그것이 지금은 개인방송 같은 영상을 통해 누구나에게 열려 있다는 것이다. 백종원이 그 페르소나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바로 이 시대의 변화다. 누구나 자신만의 전문적인 영역을 갖게 된다면 그걸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들어와 있다. (글:국방일보,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