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전성시대, 뉴스·드라마·예능 다 잡았다

늘 지금만 같으면 JTBC라는 방송사 브랜드는 지상파의 자리를 지워버릴 듯싶다. 개국한 지 5년이 조금 지났지만 JTBC는 뉴스면 뉴스, 드라마면 드라마, 예능이면 예능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위상을 만들어낸 것일까.

'뉴스룸(사진출처 :JTBC)'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최고의 뉴스 브랜드를 꼽는다면? 많은 이들이 서슴없이 JTBC <뉴스룸>을 꼽을 것이다. 손석희 앵커가 영입된 후 JTBC의 보도부문은 그간 지상파 뉴스들이 언론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그 빈자리를 채워왔다. 공영방송이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JTBC <뉴스룸>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직접 팽목항까지 내려가서 끝까지 보도했던 세월호 참사 보도는 JTBC의 뉴스가 가진 진정성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보도되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들은 그간 속고 있었던 국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었다. 뉴스 프로그램 하나가 이토록 큰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건 거꾸로 말해 제대로 된 뉴스 프로그램이 얼마나 부재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뉴스룸>은 이제 지상파도 그 새로운 형식이 가진 효용성을 인정하는 뉴스 프로그램이 되었다.

JTBC 예능프로그램은 초창기부터 JTBC만의 색깔을 만들어왔다. <썰전>, <비정상회담> 같은 시사, 교양 정보를 예능과 접목한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끌었다. 물론 <아는 형님>이나 <한끼줍쇼>, <님과 함께2> 같은 웃음에 포커스가 맞춰진 예능 프로그램이나, <히든싱어>, <팬텀싱어> 같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형식들 중에서 특히 JTBC의 정보가 섞인 예능프로그램은 최근 들어 시국과 만나면서 펄펄 날고 있다. <썰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말하는대로> 같은 시국 버스킹 프로그램도 주목을 받았다. <한끼줍쇼>는 웃음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보여주는 서민적 정감이 어우러진 감동까지 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노희경 작가의 <빠담빠담>이나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 같은 드라마가 초창기 JTBC의 드라마 투자에 대한 일종의 선언적 의미를 가졌다면, 안판석 감독, 정성주 작가의 <밀회>는 완성도로서나 대중성으로서는 양자를 만족시킨 완성도 높은 JTBC 드라마의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로도 다양한 드라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JTBC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그 후 아쉬웠던 건 시청률이었다. <욱씨남정기>가 작년 그래도 3% 시청률을 내며 선전했지만 여전히 갈증은 남아있던 차에 이제 새롭게 시작한 <힘쎈여자 도봉순>이 그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2회 만에 5.7%를 기록한 이 드라마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낸 뉴스에서 독자적인 색깔의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드라마까지 JTBC는 확실한 성과를 내며 방송사의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일궈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그간 누려온 헤게모니 속에서 어떤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 중단없이 투자하고 달려온 결과다. 게다가 비지상파로서 승승장구하던 케이블 채널 tvN마저 뉴스 프로그램의 부재로 인해 JTBC에 밀리고 있는 형국. 실로 JTBC 전성시대다.

<비정상회담>이 현 시국을 말하는 화법

 

아이들을 위해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에요.” JTBC <비정상회담>이 토론 안건으로 올린 대통령의 자격에 대해서 미국 대표인 마크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위기 속의 평정심을 가진 자여야 하며 그래서 새벽에 울린 비상전화에도 늘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 밑에는 <비정상회담>이 달아놓은 의미심장한 자막이 눈에 띄었다. ‘비상시국엔 언제든 연락이 되어야.’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아마도 <비정상회담>이 토론 안건으로 각국 비정상들에게 대통령의 자격을 질문한 건 지금의 정국과 무관한 선택이 아니었을 게다.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대구의 한 여고생이 자유발언으로 했던 말처럼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리고 있는 이번 사안에서 최순실은 사실 게이트의 역할을 한 것이고 실제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게 대중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의 비정상들에게 대통령의 자격을 묻는 일은 거꾸로 우리네 대통령에 대한 질문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미국 대표 마크가 말한 그 자격들에서 시청자들은 우리네 대통령의 해당사항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다른 비정상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똑같이 발견하게 되는 비애다. 멕시코 대표 크리스티안은 토론실력을 이야기하며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할만한 대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고 경청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 말을 잘 들어야 나중에 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도 했다.

 

프랑스 대표 오헬리엉은 연설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을 연 연설문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의 자격이라고 말했다. 독일 대표 닉은 총리의 자질은 국민들의 희망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고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제일 중요한 건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본 대표 오오기는 총리는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과의 소통은 필수덕목이라고 했고, 이탈리아 알베르토는 국제적 인지도와 권력이 있는 사람으로 유럽연합 등에서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파키스탄 대표 자히드는 종교와 국가를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이번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에서 불거져 나온 샤머니즘논란을 떠올리게 했다.

 

<비정상회담>의 성시경은 이어서 측근비리에 대한 논제를 던지며 의미심장한 농담을 덧붙였다. “측근비리. 보통 성씨가 최씨죠. 최측근.” 그리고 미국 대표 마크가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가 남편의 저격사건 이후 점성술사에게 빠져 심지어 국정 정책에까지 끌어들였다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처한 최순실 게이트와의 싱크로율 때문에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것은 <비정상회담>이 이번 국가적인 사태에 즈음해 그 시국을 말하는 독특한 화법이다. 직접 거론하지 않아도 비정상들이 해외 각국의 이야기를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어떤 비교점과 유사점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 <비정상회담>의 토론이 그 어떤 풍자나 패러디보다 신랄하게 다가온 이유다

<바벨250>의 소통 도전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

 

힘겨운 모내기 끝에 새참으로 먹은 잔치국수가 너무나 맛있었던 프랑스에서 온 니콜라는 애써 안 되는 언어소통으로 그 이름을 묻는다. 하지만 그게 뭘 묻는 건지 알 수 없이 이기우는 거의 멘붕이다. 보다 못한 동네 아줌마까지 나서지만 역시 공통된 언어 없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불통이 되진 않는다. 서로가 말하는 걸 애써 이해하려 노력하고 표현하려 하기 때문에 그 의지만으로도 어떤 소통의 지점을 만나게 되는 탓이다.

 

'바벨250(사진출처:tvN)'

그렇게 몇 분을 오리무중 언어의 늪(?)에서 헤매던 중, 드디어 니콜라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동네 아줌마가 그 질문을 이해하고는 잔치국수라는 그 음식의 이름을 알려준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있다면 별 것도 아닌 일이고, 그것이 예능이 될 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바벨250>이라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것이 예능이 된다. 외국인들이 등장해 그들만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가는 신개념 예능 프로그램. tvN <바벨250>이 도전하고 있는 새로운 외국인 예능이다.

 

2년 전만 해도 외국인 예능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처럼 다가왔다. 물론 외국인들이 방송에 출연한 건 꽤 오래 전일이다. 로버트 할리나 이다도시 같은 외국인들이 방송에 나와 독특한 사투리나 발성으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주었다. 그러다 MBC <진짜 사나이> 같은 군대 체험 프로그램에 샘 해밍턴 같은 외국인이 등장하고, JTBC <비정상회담>이 스타 외국인들을 배출하면서 외국인 예능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어언 2년이 지난 지금, 외국인 예능은 과거만큼 뜨겁지 않다. 한 때는 외국인들이 함께 모여 이문화를 체험하고 여행을 떠나는 그런 예능 프로그램들도 나왔지만 금세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남아 있는 <비정상회담>은 여전히 뜨겁지만, 새로운 외국인들로 교체를 시도하는 것처럼 무언가 변화를 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니 <바벨250>이라는 외국인 예능이 조금은 트렌드에 늦은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바벨250>은 지금껏 해왔던 외국인 예능과는 사뭇 다른 면면을 보여줬다. 한국말이 유창한 외국인들이 아니라 전혀 모르고 소통 자체가 안되는 외국인들을 모두 모아놓고 바로 그 언어로 안되는 소통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나간다는 것이 이 예능 프로그램을 참신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래서 그들은 잔치국수하나에도 그 소통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사실 다랭이논에서 일을 하고 그 보상으로 새참과 닭 다섯 마리를 주는 식의 미션은 이미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 익숙한 방식들이다. 하지만 <바벨250>이 주목하는 건 그런 미션 자체가 아니라 그걸 이해하고 함께 해나가는 이들의 소통 과정이다. 닭 다섯 마리를 가져와 닭장을 짓는 과정에서 한 팀은 그걸 완벽히 이해하고 함께 작업에 돌입하지만 다른 팀은 닭은 당장 잡는다는 줄 알고 끔찍해하다가 나중에야 그걸 이해한다. 이런 소통의 과정은 틀에 박힌 미션도 달리 보이게 만들어 준다.

 

궁극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건 아마도 소통이라는 것이 언어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는 게 아닐까. 언어가 달라도 또 인종이 다르고 나라가 달라도 서로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일. <바벨250>이 가벼운 예능의 형태를 갖고 있으면서도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이 갈급한 우리네 현실과 무관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잔치국수한 마디로 이처럼 모두가 즐거워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능이라니. 외국인 예능의 새로운 영역에 대한 <바벨250>의 도전이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는다

100회 맞은 <비정상회담>이 꼬집은 우리 사회

 

100회 특집으로 준비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진중권의 제안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들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그간 안건에 따라 자국의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의 잘못된 부분들을 에둘러 비판한 적은 있었지만 대놓고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은 건 흔치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한국에서 살며 느낀 이런 저런 점들을 그저 끄집어내 놓았지만 그 이야기들은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들을 모두 담고 있었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기욤이 지적한 건 나이 문화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어린 사람을 무시하고 가르치려 한다는 것. 여기에 대해 제임스는 나이 많은 사람이 항상 맞는 것 아니고, 또 어리기 때문에 틀린 것도 아니다.”라고 밝히며, 나아가 나이 많은 사람의 기대에 너무 맞추고 싶어서 자기 꿈을 잘 안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은 여러 가지 방법인데 사회의 기준에만 맞추다 보면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욤과 제임스의 이야기는 우리가 현재 첨예하게 겪고 있는 세대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결국 꼰대로 치부하며 세대가 소통하지 못하는 까닭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어른이면 다 맞다는 식의 잘못된 편견 때문이라는 것. 최근 들어 진정한 어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생겨나고 있는 건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해져 있다는 걸 반증한다.

 

일리야와 블레어가 꺼내놓은 건 일상생활의 매너에 대한 것이었다. 일리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보이듯이 서로 양보하는 일상생활의 문화가 약간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블레어는 운전할 때도 배려심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기욤은 아는 사람과 낯선 사람을 대하는데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가진 배타성을 잘 드러내준다. 아는 사람끼리는 지나칠 정도로 가깝게 대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배타적인 문화.

 

줄리안은 무비판적인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뉴스 같은 걸 봐도 진위를 파악하기보다는 그저 다수의 의견으로서 그걸 받아들이는 한국 사람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 그는 한국 사람이 자기 색깔을 내기보다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려 한다자기만의 생각과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타쿠야는 여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같이 엮이려고 열심히 하는 것 같다혼자 뭘 하는 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했다. 흔히 대세를 따라가는 우리네 문화의 쏠림 현상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다니엘이 지적한 결혼식 주례 선생님 소개 멘트가 너무 타이틀 중심이라는 이야기에서는 우리네 스펙사회의 단면이 보였고, “시어머니 문화가 이해 안 간다결혼은 두 가족이 하나 되는 것이지만 결국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샘 오취리의 지적에서는 우리네 결혼 문화의 문제들이 담겨 있었다. 나아가 한국 빼고 전 세계가 명절이 제일 행복한 날이라고 한 기욤의 이야기에서는 흔히 명절 증후군을 겪는 우리네 명절 풍경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들어 있었다.

 

직장생활에서도 알베르토는 계약서에 명시된 휴가가 있어도 눈치가 보여 못가는 우리네 직장인의 문화가 가진 부조리함을 지적했고, 타일러는 기욤이 말한 나이 문화와 알베르토의 직장 문화를 함께 거론하며 부당한 일을 당하는데 아랫사람이니 당해야지 하며 사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장유유서가 어른은 맞고 어린이는 따라야 한다는 게 아니라며 유교와 권위주의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사실 그들은 느낀 대로 경험한 대로 있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은 것뿐이지만 그것이 발가벗겨진 우리네 문화의 뒤틀어진 면들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결코 웃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지만 이런 점들이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의 진가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문화. 그것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개선의 시발점은 분명히 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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