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신하균에서 이규회·천호진까지 모두 괴물로 만든 건

 

모두가 괴물 같다. 아마도 범죄 스릴러에서 누가 범인일까 하는 건 가장 중요한 드라마의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이들이 괴물처럼 보이는 드라마다. 그건 그만큼 이 범죄 스릴러의 동력이 멈추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처음에는 이동식(신하균)이 괴물처럼 보였다. 20년 전 실종된 여동생을 찾기 위해 거의 미쳐버린 형사. 마침 외사과에서 만양파출소로 내려온 이 자그마한 동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주원 경위(여진구)는 이동식을 범인이라 끝없이 의심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의심이 맞는 것처럼 이동식이 실종된 만양슈퍼 강진묵(이규회)의 딸 강민정의 잘려진 손가락 열 개를 슈퍼 앞 평상에 가지런히 내려놓는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이러니 이동식이 괴물이라 확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드라마는 이내 강민정을 죽인 범인이 그의 아빠인 강진묵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시청자들은 오리무중에 빠져버리지만, 그것이 강진묵을 통해 그가 숨겨 놓은 사체를 찾으려는 이동식의 큰 그림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결국 연쇄살인을 벌이고 사체들을 곳곳에 묻어버린 괴물이 바로 강진묵이었다는 게 확실해진다.

 

하지만 16부작 드라마에 고작 8회 만에 괴물이 밝혀졌다는 건 어딘지 찜찜함을 남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국 범인은 강진묵만이 아닌 또 다른 인물이 있다는 게 그가 자살하며 남긴 '유연이는 아니야'라는 글귀를 통해 명확해진다. 그리고 강진묵이 20년 전 집을 나간 아내 윤미혜를 찾아다녔고, 그가 찾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같은 윤미혜의 친구인 방주선은 물론이고 업소에서 일하던 많은 여자들을 죽였다는 걸 알아낸다. 그가 강민정을 죽인 것도 20년 동안이나 찾아 헤맨 윤미혜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던 그를 민정이 자극했고 결국 살해하게 된 것.

 

이렇게 보면 강진묵이라는 인물의 연쇄살인은 아내 윤미혜와 관련되어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이동식의 여동생인 유연이는 아니라며, "유연이는 내가 너한테 돌려줬거든.."이라는 말은 또 다른 범인이 있고, 그 범인이 누구인지를 강진묵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동식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집 벽 속에서 유연이의 사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갑자기 자살하게 된 강진묵을 방조한 혐의로 남상배 파출소장(천호진)이 긴급체포된다. 강진묵이 암시한 또 다른 범인이 그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만들어지고, 실제로 강진묵이 자살하던 날 누군가 유치장을 찾아와 그에게 낚시줄과 윤미혜의 시체 검안서를 건네줬고, 그 날 남상배가 그 곳에 들어가는 걸 유재이(최성은)는 목격한다.

 

한 걸음 뒤편에 있었지만 남상배는 어딘가 이상했던 인물이다. 마을 사람들을 챙기는 것처럼 보이고, 심지어 이동식이 슈퍼 평상 앞에 잘려진 손가락을 놓는 장면이 찍힌 CCTV를 지웠던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의 숨겨진 과거는 유재이의 모친이자 실종된 한정임의 첫 사랑이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그가 숨겨진 또 다른 범인일까.

 

<괴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 같이 괴물처럼 보이고 무언가 자신들만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이 범죄스릴러를 끝까지 쫄깃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런데 이렇게 괴물로 보이는 이들은 모두 저마다 실종된 이들을 애타게 찾는 인물들이다. 유연이를 20년간 찾아온 이동식은 물론이고, 연쇄살인범이었던 강진묵도 집 나간 윤미혜를 20년간 찾아 헤맨 인물이다. 그리고 아마도 남상배 역시 사라진 첫사랑 한정임을 찾아 헤매지 않았을까.

 

실종된 인물을 수십 년 간 찾아 헤맨 자들이라는 상황은 이들의 이상한 행동들조차 납득하게 만든다. 저 정도의 절박함이라면 저런 '미친 짓'도 하게 될 것이라는 공감이 생기는 것. 그래서 <괴물>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괴물 같은 느낌을 주고, 그것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괴물>은 이런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무얼 말하려는 것일까.

 

그건 아무래도 이 낙후되어 있는 변두리라는 공간과, 심지어 사람이 계속 실종되어도 그 누구도 찾지 않는 그 공간의 쓸쓸함과 소외가 어떤 괴물들을 만들어내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개발, 부동산 같은 투기적 목적으로만 바라보는 땅 속에 사라져버린 사체들이 나온다는 건 그래서 강렬한 비판의식을 담아낸 은유처럼 읽힌다. 거기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니까.(사진:JTBC)

'꼰대인턴' 의외로 끈끈한 박해진과 김응수의 케미가 말해주는 건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에서 가열찬(박해진)과 이만식(김응수)은 서로 으르렁대는 대결구도를 가진 인물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열찬이 옹골 라면사업부에서 인턴으로 일했을 때 당시 부장으로 그에게 꼰대 짓을 했던 이가 바로 이만식이다. 하지만 5년 후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준수식품에서 핫닭면을 성공시켜 승승장구하는 가열찬의 팀에 옹골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전전하던 이만식이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정반대의 상황은 이제 가열찬의 이만식에 대한 복수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만식 또한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다. 그 역시 이 팀에 들어오게 된 것이 다 나름의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다. 준수식품에서 잘나가는 가열찬을 견제하려는 2세 경영인인 대표 남궁준수(박기웅)의 요청으로 안상종 마케팅 영업본부장이 친구인 이만식을 끌어와 일부러 가열찬의 팀에 넣은 것.

 

회사 내 서열로는 가열찬이 이만식에게 꼰대 짓을 할 것 같은 구도지만, 이만식 같은 꼰대 짓을 하지 않고 팀의 존경을 받으며 살겠다 마음먹었던 가열찬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이만식과 같은 사람이 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둘이 있을 때는 으르렁대지만 팀원들 앞에서는 천사 같은 상사의 모습을 애써 연기한다.

 

<꼰대인턴>은 이처럼 역전된 관계가 주는 웃음과 통쾌함을 선사하는 드라마지만 흥미롭게도 거기에 머무는 드라마는 아니다. 의외로 가열찬과 이만식은 팀이 처한 어떤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면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며 보상을 대놓고 요구하는 진상 고객을 응대하는 데 있어서 이만식과 가열찬은 그 방식이 달랐다. 이만식은 기선제압을 하려 했고 가열찬은 고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진상고객이 같은 팀 인턴인 이태리(한지은)의 옛 남자친구였다는 게 밝혀지고 그래서 은근히 이태리와 다시 관계를 이어가는 걸 문제해결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진상고객에게 가열찬은 팀원 한 사람이 더 소중하다며 일갈하고, 결국 진상고객이 언론에 나서면서 문제는 더 커진다.

 

흥미로운 건 대기발령을 받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가열찬을 이만식이 돕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라면에서 나온 바퀴벌레의 유전자검사(?)를 통해 그 바퀴벌레가 진상고객의 집에서 나온 거라는 걸 밝혀낸다. 그런데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건 가열찬이 이만식이 남모르게 돌보고 있었던 과거 옹골 때문에 자살시도를 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국밥집 사장님의 병원비를 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열찬 역시 그 일을 알고는 이만식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병원비를 냈던 것이고.

 

<꼰대인턴>은 꼰대와 인턴이라는 직장 내 관계가 만들어내는 갑과 을의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뒤집어 놓았다는 건 역지사지를 통한 어떤 소통의 물꼬를 이 작품이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래서 가열찬과 이만식은 둘 다 회사 내에서 계속 엮이게 된 관계의 악연으로 부딪치게 되지만, 그러면서도 의외로 문제를 함께 해결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건 무얼 말해주는 걸까. 결국 꼰대든 인턴이든 어떤 일터 같은 특수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위계와 서열에 의해 그 역할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그걸 벗어버리고 나면 둘 다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일에 감정이 움직이고, 상처에 아파하고, 때론 함께 해낸 일에 기뻐하기도 하는 사람. 꼰대와 인턴이라는 외피를 어쩔 수 없이 쓰고 있지만 그 누가 그런 존재가 되고 싶겠는가 하고 드라마는 가열찬과 이만식의 의외로 끈끈한 케미를 통해 묻고 있다.(사진:MBC)

겨울방학 맞은 ‘유퀴즈’가 걸어온 길, 걸어갈 길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겨울방학을 맞았다. 길거리에서 인터뷰가 이뤄지는 프로그램 특성상 겨울은 방송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 첫 시작했던 방송도 11월에 일단락된 후 올 4월 봄이 되어 다시 재개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겨울이라 프로그램이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다기보다는 일종의 재정비 기간의 의미도 컸었다. <유퀴즈 온 더 블럭>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은 보통사람들의 인터뷰가 주 목적이긴 했지만 초반 퀴즈쇼에 대한 애착이 적지 않았다. 다섯 문제를 맞혀야 100만원의 상금을 주는 방식의 룰을 가졌었던 건 그만큼 퀴즈를 내고 푸는 그 과정에 이 프로그램이 몰두했다는 방증이다. 아마도 어떤 방식으로든 예능적인 포인트를 가져가야 한다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있었을 듯싶다. 덜컥 길거리로 나가 아무 사람이나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방송을 채운다는 건 요행처럼 여겨질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올 4월에 돌아오면서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좀 더 과감해졌다. 퀴즈에서 한 문제만 맞혀도 100만원의 상금을 주는 것으로 룰을 바꿨다. 이건 퀴즈에 집중하기 보다는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퀴즈쇼는 그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준 분들을 위해 상금이든 상품이든 퍼주고픈 제작진의 마음이 담긴 장치처럼 변모했다.

 

올해 마지막 방송을 했던 제주도에서 해녀 분들과 가진 인터뷰와 그 끝에 이어진 퀴즈쇼를 보면, 억지로라도 문제를 맞히게 해서 100만원의 상금을 주고픈 유재석과 조세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출연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청자들조차 저분들이 꼭 100만원을 타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들이 그 분들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 평생을 힘겹고 바쁘게 사느라 자식들에게 제대로 못해준 걸 미안하다며 “다시 한 번 내 딸로 태어나 달라”는 어머니나, 가장 소중한 글자를 적어달라는 말에 서슴없이 아내의 이름을 적는 문해학교 어르신, 오로지 가족이 배 곯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묵묵히 한 가지 일을 50년 넘게 해오신 세탁소 아저씨, 재가한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그 새 가족들과 갈등이 계속 생겨 어머니를 위해 그 집을 울며 떠났지만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존칭을 쓰고 계셨던 아저씨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묵묵히 옆에서 울어주던 아내분... 세상엔 참 보이진 않지만 따뜻하고 위대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보여줬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올해의 마지막으로 이제 초겨울에 들어간 제주를 찾았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훈훈한 담소들을 나눴다. 바람이 유독 많이 부는 제주의 길들을 추웠지만 그 곳에서 만난 분들과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데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의 빛나는 삶의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를 줬다. 때론 행복하고 때론 힘겹고 때론 슬프고 때론 즐겁지만 그 많은 경험들이 얽혀진 우리네 삶은 얼마나 기적같은가를 이 프로그램은 계속 들춰 보여주었다. 겨울방학을 끝내고 따뜻한 봄에 다시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사진:tvN)

‘동백꽃’은 어떻게 기적을 만들었을까

 

결국은 작품인가.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드라마의 규모는 성공과 직결되는 요소로 꼽히기 시작했다. 몇 백 억이 들어간 드라마들이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던 것. 하지만 기적 같은 성공을 거둔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면 역시 작품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화려한 외형이나 규모가 아니라.

 

옹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동백(공효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 <동백꽃 필 무렵>은 멜로드라마와 코미디로 경쾌하게 시작하지만, 까불이라는 희대의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면서 추리극과 스릴러 장르를 껴안았고 그를 잡기 위한 반전의 반전 스토리가 이어졌다. 여기에 어린 시절 동백을 버리고 떠났다 다시 찾아온 엄마 정숙(이정은)의 이야기는 가슴 먹먹한 가족드라마를 보여줬고, 동백과 그 엄마를 챙기고 지키려는 옹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휴먼드라마의 면면을 더해줬다.

 

사실 장르가 뭐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이처럼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건 드라마가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달한 멜로와 빵빵 터지는 웃음 뒤에 소름끼치는 스릴러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추리가 적절히 섞였고,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결국 <동백꽃 필 무렵>이 한 이야기는 사회적 잣대에 의해 편견어린 시선 때문에 위축된 삶을 살아가는 그 어떤 존재들도 모두 저마다 그 존재 자체로 사랑받아왔고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동백과 그 엄마 정숙이 행복하게 다시 살 수 있기를 시청자들을 바랐고 옹산 사람들도 바랐다. 이 두 지점이 맞닿은 곳에서 이 드라마의 커다란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화려한 도시의 이야기도 아니고, 눈 돌아가게 모든 걸 갖춘 멋들어진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아닌 시골 마을의 촌스러운 캐릭터와 그들이 엮어가는 이야기가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말했듯이 그저 일어나는 기적은 없다. 그 기적은 잘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겹쳐져 일어나는 결과일 뿐이다.

 

그 기적의 중심점에 있는 인물은 단연 이 작품을 쓴 임상춘 작가다. 이미 <쌈, 마이웨이>에서부터 남다른 감수성으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이 작가는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확고한 자기 세계를 드러냈다. 소외되어 시선조차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이들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어느 들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동백꽃을 피워내는 볕 같았다.

 

그렇게 볕을 받아 연기자들의 연기가 피어났다. 동백 역할로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은 공효진과 ‘촌므파탈’이란 신조어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준 강하늘, 엄마 역할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이정은과 고두심, ‘옹벤져스’라 불린 옹산 아주머니 역할을 맛깔나게 연기해낸 김선영, 김미화, 이선희, 백현주, 찌질한 남편과 걸크러시 아내 케미로 사랑받은 오정세, 염혜란, 인생캐릭터 만난 손담비에 시골 파출소장으로 큰 웃음을 줬던 전배수, 미워할 수 없는 아빠 역할의 김지석과 관종 역할의 지이수 그리고 이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미친 존재감 필구 역할의 김강훈과 마지막 부분에 빛을 발했던 까불이 이규성과 그 아버지 신문성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어디 하나 치우치지 않고 내려 쬐는 공평한 볕처럼 작가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많은 옹산 사람들의 마음들이 모여 까불이를 잡고 동백의 어머니를 살려내는 기적을 만들었듯이, 작가를 위시해 연출자, 연기자와 스텝들까지 그 마음이 하나가 되어 드라마를 살려내는 기적을 만들었다. 사실 KBS 드라마는 그간 너무 깊은 부진을 겪었고 그래서 좀 더 강한 대작들의 지지를 받아야 회생할 수 있을 것 같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동백을 지킨 건 동백 자신이었던 것처럼, KBS 드라마는 KBS적인(작가도 연출자도 또 스토리까지도) 힘으로 자신을 지켜냈다.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 기적은 결국 화려한 외형이나 외부의 힘이나 규모가 아닌 사람이 만들어낸다는 걸 <동백꽃 필 무렵>은 보여줬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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