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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강', 온달 캐릭터 입고 성장하는 나인우

 

"내가 널 속였어. 널 이용하려고 네 마음도 삶도 훔쳤어." 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평강(김소현)은 온달(나인우)을 찾아와 솔직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건 아마도 처음 온달에게 접근한 평강의 진짜 속셈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온달을 찾아와 그 속내를 털어놓는다는 건, 이용하려 접근했던 그의 마음이 진심으로 바뀌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온달 역시 평강의 그런 속셈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기꺼이 이용당하려 했던 것. 그래서 평강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니. 알면서도 함께 했으면 속은 게 아냐." 온달은 평강에게 그가 자신이 선택한 '운명'이라고 한다. 절벽 위에서 서로 대련을 벌이며 나누는 대화와 결국 평강을 그 넉넉한 가슴에 안기게 하며 "내 각시, 내 사람"이라 말하는 온달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

 

온달이라는 인물이 그렇게 변화하고 성장하게 된 건 평강 덕분이다. 평강이 귀신골에 나타나 온달에게 무술과 병법을 가르치고 대업에 대한 꿈을 갖게 만드는 과정은, 우리에게 익숙한 평강공주와 온달장군의 설화 속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평강이 온달을 성장시키며 진짜 배우자로서 맞이하게 되는 사적인 이야기처럼 그려지지만, 동시에 그가 귀신골 사람들을 본래의 모습이었던 순노부 사람들로 성장시키고 복권시키는 이야기와 병치된다.

 

온달의 성장과 순노부 사람들의 성장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 놓은 건 그래서 설화의 재해석이면서 역사가 어떻게 민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설화가 되는가에 대한 단초 또한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런데 더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이 설화를 재해석해 그려낸 퓨전사극 속 온달의 성장담이, 그를 연기하는 나인우라는 배우의 성장담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지점이다.

 

사실 나인우는 <달이 뜨는 강>이 갑작스레 맞이하게 된 지수 학교폭력 논란의 위기 속에 대체되어 투입된 배우다. 그다지 눈에 띄는 작품으로 주목받은 적이 별로 없는 나인우가 그 역할을 맡았다고 했을 때, 시청자들에게 그는 무명배우에 가까웠다. 그리고 실제로 별로 두드러지지 않은(이전 작품의 이미지가 별로 없는) 나인우는 거의 백지상태로 온달이라는 캐릭터를 입게 됐다.

 

온달이 대업 같은 꿈을 꾸기보다는 귀신골에서 조용히 살아가기를 원했던 인물이고, 그래서 다분히 바보 같은 웃음을 짓는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나인우라는 백지상태의 배우와 잘 어우러진 면이 있다. 하지만 평강 역할을 하는 김소현이 든든하게 액션부터 멜로까지 다양한 연기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온달의 성장과 더불어 나인우라는 배우도 성장하고 있다. 이제 제법 액션에서도 테가 나오고, 멜로 장면에서도 절절하고 달달한 눈빛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평강이 온달을 진짜 배우자로 맞이해 이들이 진짜 부부가 되고, 갑작스레 북주와의 전쟁은 온달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낼 것으로 보인다. <달이 뜨는 강>이라는 드라마의 제목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 제목에 담긴 건 평강과 온달이라는 이름을 차용해 평강이라는 강이 있어 온달이라는 달이 뜬다는 의미지만, 이제 김소현이라는 강이 있어 나인우라는 달이 뜬다는 의미로도 다가오고 있어서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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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부족한 청춘들의 일과 사랑에서의 성장서사

 

"나 개발 빼곤 다 엉망이야. 언어영역은 낙제 수준이고 메타포도 몰라. 피아노, 그림, 예체능 쪽으로 꽝이고 이게 디저트 포크인지 샐러드 포크인지도 구별 못해. 나 천재 아니고 바보 천치야."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에서 남도산(남주혁)은 애써 그를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나게 하려는 서달미(배수지)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의 말대로 그는 서툴다. 코딩 빼고는 잘 하는 게 없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는 서툴기 그지없다. '도산아 자?' 하고 묻는 메시지에 아직 안 잔다며 아직 자기에 이른 시간이고 보통에는 몇 시에 자는지를 답변으로 쓰는 인사다. 그걸 옆에서 본 엄마가 답답해하며 "지워"라고 하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게 만들 정도로.

 

일에 있어서도 그는 서툴기 이를 데 없는 청춘이다. 남다른 코딩 능력으로 삼산텍을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지만 수익모델은 전혀 없는데다 그 방법도 잘 모른다. 그나마 서달미를 만나고 샌드박스에 입주하게 되면서 삼산텍의 비즈니스 그림이 그려진다. 그래서 투스토의 투자를 받지만 그건 원하는 인재만을 꺼내 쓰기 위한 전형적인 에크하이어였다. 결국 남도산은 개발자 3명만 미국 본사로 가서 일하게 되고 서달미와 디자이너 정사하(스테파니 리)는 해고통보를 받는다.

 

남도산보다는 사업적 마인드가 있다 여겨졌지만 서달미 역시 서툴기는 마찬가지인 CEO였다. 투스토의 계약이 삼산텍을 공중분해시키는 에크하이어였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그의 이런 위기관리를 해준 건 다름 아닌 한지평(김선호)이었다. 이미 잘못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서야 서달미는 깨닫는다. 잘못된 선택 하나가 만든 결과를 힘겨워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스타트업>에서 삼산텍의 남도산, 이철산(유수빈), 김용산(김도완)은 모두 답답한 면들을 가진 청춘들이다. 그런데 그 답답함은 아직 순진하고 세상물정을 몰라 모든 게 서툴러서 생겨나는 답답함이다. 김용산은 과거 형이 샌드박스에 들어갔다가 데모데이 때 한지평으로부터 혹독한 질문을 받고 자살한 일이 한지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김용산이 비즈니스의 세계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잘못된 사업을 그대로 두면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 한지평의 지적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에 있어 냉철한 한지평 역시 서툰 청춘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어떤 지적을 하고 비판을 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직언을 해왔다. 그것은 물론 그가 하는 일이긴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비수처럼 박히는 상처였을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한 '눈길'이라는 어플을 삼산텍에서 내놨을 때 사업성이 없다며 혹독하게 말했던 그는 그 사업이 자신이 은혜를 입었던 최원덕(김해숙)을 위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책한다. 자신은 '순딩이'가 아니고 "남이 상처받든 말든 막말하는 개차반"이라고 말한다.

 

<스타트업>의 청춘들은 모두 완벽하지 않다. 아니 서툰 점들이 더 많다. 특히 삼산텍의 청춘들은 마치 살벌한 세상에 이제 막 던져진 갓난아기 마냥 천진무구하지만 위태롭기 그지없다. 그래서 이런 미숙함은 <스타트업>의 로맨틱 코미디적 상황을 그려내는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연알못' 공대생의 멜로 같은.

 

하지만 드라마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들의 성장담을 그린다. 그래서 서툰 청춘들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잘못된 계약서에 사인을 해 모든 걸 망가뜨리기도 하며 때론 상대의 마음을 생각하지 못하고 던진 직언으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 아픈 과정들이 이들이 조금씩 성숙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드라마는 그려내고 있다.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이제 산산이 부서져버린 삼산텍과, 그래서 각자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거나, 언니의 회사에 들어가거나 하며 3년을 버텨낸 청춘들. 그들이 과연 어떤 변화와 성장을 보여줄 지가 기대된다. 아는 게 코딩뿐이었던 남도산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모든 게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청춘들의 성장이 자못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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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청춘들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샌드박스들

 

한 명의 청춘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샌드박스들이 필요할까.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을 보면 서달미(배수지)나 남도산(남주혁) 같은 청춘들의 성장기에 무수히 많은 샌드박스들이 존재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샌드박스들이 있어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

 

먼저 서달미에게 가난해도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그 삶을 통해 전하고 간 아버지 서청명(김주헌)이 있다. 그는 서달미가 놀이터에서 그네를 마음껏 탈 수 있게 그 밑에 모래를 깔아줬던 인물이다. 물론 꿈이 실현되기 직전에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지만, 아버지의 그 삶은 서달미가 가난해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 할머니 최원덕(김해숙)이 가게를 팔아 학비를 마련하자 대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어 할머니의 푸드트럭을 사준 서달미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서달미의 든든한 샌드박스가 되어준 사람은 할머니 최원덕과 그의 부탁으로 서달미에게 남도산이란 이름으로 편지를 써줬던 한지평이었다. 잘되면 찾아오지 말고 힘들면 언제든 찾아오라는 최원덕의 희생적인 삶이 있었고, 풀죽은 서달미에게 첫사랑의 설렘과 더불어 위로의 힘을 전해줬던 한지평의 편지가 있었다.

 

또한 서달미가 가진 아이디어들은 남도산을 비롯한 이철산(유수빈), 김용산(김도완)의 삼산텍 같은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을 통해서만이 실현 가능해지는 것들이었다. 남도산 역시 삼산텍을 창업하게 된 데는 없는 살림에 아들의 미래에 투자한 부모님들의 희생이 존재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봐주고 투자해주는 사회적 장치들이 요구됐다.

 

서청명이 해준 '샌드박스'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스타트업 기업 샌드박스를 차린 윤선학(서이숙) 대표 같은 사회적 존재 역시 필요했다. 서달미나 남도산 같은 청춘들이 실력은 있지만 가난해 꿈을 펼치지 못하고 포기하지 않게 샌드박스 같은 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서달미와 남도산은 그래서 함께 도전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서달미와 남도산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원인재(강한나) 같은 경쟁자도 또 한지평 같은 멘토도 필요했다. 경쟁이 싫어 늘 지는 쪽을 선택했던 남도산은 샌드박스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솔루션이 다른 팀과 경쟁에서 지게 되자 승부욕을 갖게 된다. 또 늘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서달미는 스타트업 초기에는 대표에게 지분을 몰아줘야 안전하다는 한지평의 조언을 듣고 지분의 대부분을 남도산에게 몰아준다. 그렇게 하면 투자자들이 헷갈릴 수 있다고 한지평이 조언하지만 서달미는 투자자들에게 갈 때는 늘 남도산과 자신이 동행하겠다며 자신은 그걸 '선택'했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은 이처럼 한 편의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조건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한 권의 책처럼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매회 창업을 위한 과정들이 등장하고, 위기상황들이 미션처럼 제시되며 그걸 하나씩 뛰어 넘어 성장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만만찮은 취업 현실 속에서 창업의 꿈을 펼쳐나가는 청춘들의 성장기가 그것이다.

 

여기서 성장해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판타지를 제공하지만, 그 판타지의 밑그림을 보면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요구되고 필요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막막한 현실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꾸게 해주는 어른들과 그걸 실제 사회에서도 실현해나갈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시스템들이 전제될 때 이런 판타지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스타트업>은 청춘들의 막연한 판타지를 카타르시스로 제공한다기보다는 이들이 이런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전제조건들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인가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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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역시 예능의 달인다운 이경규의 성장

 

"와우 우리 형님 만세다! 우리 형님 도망갈 줄 알았는데." 모니터를 통해 달려드는 비숑몬스터즈 뚜비, 도담, 구름이의 공격을 온 몸으로 막아낸 이경규를 보던 강형욱은 환호를 질렀다. 그럴만한 상황이었다. 개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보호자들을 모두 방으로 들여보내고 이경규가 일어서자 개들이 달려들었다. 함께 그 집에 투입된(?) 트와이스의 나연, 모모, 쯔위는 자칫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드는 걸 애써 앞에서 피하지 않고 막았던 것.

KBS <개는 훌륭하다>가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초반에만 해도 이경규의 역할은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반려견 가족으로도 유명한 이경규이기 때문에 그가 이런 프로그램에 나오는데 대한 진정성은 충분하다 여겨진다. 반려견들과 보다 잘 생활하고 싶은 욕구는 그 누구 못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는 훌륭하다>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강형욱일 수밖에 없었다. 갖가지 문제견들이 왜 그런 행동들을 하는 지 그는 정확하게 파악해냈고, 거기에 맞는 처방전을 내림으로써 극적인 행동의 변화를 보여줬다. 심지어 보기에도 위압적인 어마어마한 대형견들과 온몸으로 부딪치며 보여준 강형욱의 진심어린 노력은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정서적 기반이 되어주었다.

 

이경규의 역할은 프로그램에 예능적 성격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경규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자신도 반련견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물론 그건 이경규 특유의 너스레가 섞인 유머처럼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단한 전문가인 것처럼 얘기하다가도 현장에 투입되어 개가 달려들면 화들짝 놀라 피하거나 달아나는 게 그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에게 엉덩이를 물린 굴욕적인 장면은 방송 내내 자료화면으로 등장하곤 했다.

 

그렇게 어언 반년이 지난 지금, 이경규는 강형욱의 서당개(?)로 이제 풍월(?)을 읊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방영됐던 입질과 물건에 대한 집착이 심한 안하무인견 홍시에게서 차분하게 대치하고 그가 쥐고 있던 물건을 이경규가 빼앗는 장면은 강형욱이 "나이스"라고 외칠 정도로 놀라운 광경이다. 결국 홍시를 안정시키고 엎드리게 만든 이경규는 특유의 으쓱한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강형욱이 "전문 훈련사 같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편에서 뚜비의 목줄을 쥐고 강형욱이 했던 것처럼 제대로 제압해 보이는 이경규의 모습은 그가 어째서 예능의 달인이라 부르는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관찰카메라 형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과거 코미디를 베이스로 해온 이경규 같은 인물이 적응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JTBC <한끼줍쇼>를 통해 보통 사람들과 어우러지거나, 채널A <도시어부>를 통해 리얼한 낚시의 세계를 담는 지금의 트렌드에도 제대로 섞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걸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도시어부>의 낚시나 <개는 훌륭하다>의 반려견은 그가 실제로 관심 있어 하는 분야라는 것. 그래서 <개는 훌륭하다>에서 그는 그저 방송에서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의 훌륭한 성장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을 통해 이경규가 얼마나 성장할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정도로.(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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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부2’, 이성경과 안효섭의 성장이 특별히 흐뭇한 건

 

무엇이 이들을 성장시켰을까. 돌담병원에 오기 전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는 저마다의 트라우마와 문제들을 안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서우진은 어린 시절 동반자살 시도를 했던 부모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고 빚에 쫓기는 신세였다. 그래서 갑자기 응급실에 들어온 동반자살 시도 가족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서우진은 환자를 외면하지 못했다. 그의 트라우마는 환자 앞에 선 의사라는 그 위치가 극복하게 해줬던 것.

 

차은재는 수술실 울렁증이 있었다. 수술실만 들어가면 압박감에 토하기 일쑤였고 심지어 도망쳐 나오기도 했던 것. 하지만 김사부(한석규)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 차은재는 울렁증을 극복했다. 문제의 근원은 뭐든 엄마가 뜻하는 대로 하고 싶지 않아도 의사가 되려 했고 억지로 수술방에도 들어가려 했던 데서 비롯됐다. 결국 차은재를 변화시킨 건 수술방에서 환자를 마주하고 선 자신이었다. 김사부는 “이건 네 수술”이라고 했고 차은재는 엄마 앞에서 “이건 내 인생”이라 외쳤다.

 

김사부가 처방해줬던 약이 플라시보였다는 걸 알게 된 후 차은재는 갈등했지만 결국 서우진이 요청한 수술을 약에 의지하지 않고도 해냈다. 그는 이미 김사부와 함께 여러 차례 수술방에 들어갔고 그런 경험들이 더해져 스스로에 대한 강한 믿음이 생겼다. 그는 결국 수술방 울렁증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다뤄지고 있는 서우진과 차은재의 성장기는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 패턴을 보여준다. 먼저 두 사람에게 어떤 위기 상황이나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갈등하며 힘겨워하지만 여기에 대해 김사부가 취한 조치가 그 문제를 해결하게 해준다는 패턴. 그런데 김사부의 조치는 무엇일까. 그는 직접 조언을 해주기보다는 어떤 경험을 통해 스스로 그 문제를 이겨낼 수 있게 해준다. 그건 다름 아닌 환자를 마주하게 하고 그 수술 경험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수술방 바깥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나 문제들은 수술방 안에서 해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

 

<낭만닥터 김사부2>는 크게 보면 자본으로 운영되는 병원과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병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다. 그래서 큰 틀에서 서우진과 차은재의 문제들은 자본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빚에 쫓기는 청춘이 그렇고 부모가 정해놓은 부유하지만 가치를 찾기는 어려운 삶에 갇혀버린 청춘이 그렇다.

 

그 외부적 조건으로서의 자본 시스템이 야기한 문제들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환자의 생명을 구해내는 병원의 본질적인 일들이 수행되는 수술방에서 해결된다. 이것이 가능해지는 건 그 수술방에서 소중한 생명을 살려내는 그 손길들이, 자본화된 병원에서 생명 앞에 서게 되는 의사들의 본분을 되살려내기 때문이다.

 

차은재와 서우진이 수술방에서 환자들을 수술하며 느끼는 보람과 가치를 먼발치서 부러운 듯 바라보며, 박민국(김주헌)이 시키는 VIP를 위한 일들에 허덕이는 양호준(고상호)의 모습이 대비되는 건 그래서다. 돈이 아닌 의사로서의 보람과 가치는 스스로 하는 행위에 따라 비로소 찾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은재와 서우진의 성장을 보며 시청자들이 흐뭇해지는 건 그래서 단지 그들이 처한 어떤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이 의사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그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병원의 존재가치가 그래야 한다 공감하기 때문이다. 김사부라는 시대의 사부와 그가 가치를 부여한 돌담병원 같은 진짜 병원 그리고 그 병원에서 성장하고 있는 제2, 제3의 김사부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청춘들의 성장기를 병원 밖으로 확장해 보면 자본화되어 움직이고 이미 태생부터 미래가 결정되는 사회 속에서 청춘들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은유될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일을 찾아 행하는 것. 거기서 진정한 보람과 삶의 의미 또한 찾아질 수 있을 테니.(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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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부2’, 한석규 같은 사부와 성장하는 안효섭과 이성경

 

보통 금요일을 우리는 ‘불금’이라 부르지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에서 돌담병원의 금요일은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이라 불릴 정도로 아비규환이 되는 요일이다. 유독 사고들이 많아 갖가지 환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 눈치 챘다시피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이라는 부제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따온 것이다. 그만큼 죽었다 복창해야 하는 정신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고라니가 갑자기 나타나 생긴 버스 사고 때문에 외국인 공연단 사람들이 큰 부상을 입고 들어오고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약을 먹인 후 스스로 뛰어내려 동반자살을 하려던 가족이 응급실로 실려 들어온다. 또 일반 감기약을 과다복용해 의식이 없는 아이까지 응급실에 실려 오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정신없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이 상황을 케어해야 하는 서우진(안효섭)은 동반자살 가족 때문에 과거 자신에게도 벌어졌던 가족동반 자살시도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굳어버린다. 김사부(한석규)는 자살시도를 한 아빠를 살피하고 했지만 서우진은 왜 죽으려 한 사람을 굳이 살려야 하냐고 거부한다. 트라우마 때문에 서우진은 그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에 응급실을 떠나버린다.

 

급하게 두 환자의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마취과 의사도 부족하고 수술과 서포트를 해줘야 할 서우진과 차은재도 아직 도착하지 않자 김사부는 고민에 빠진다. 마침 김사부에게 경쟁의식을 느낀 박민국(김주헌)이 돌담병원 원장직을 수락하기로 마음먹고 마취과 의사를 지원해주고, 서우진과 차은재가 나타나 수술이 시작된다.

 

다행스럽게도 서우진과 차은재는 그 수술을 통해 트라우마 극복에 한 걸음을 내딛는다. 서우진은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아빠를 성공적으로 수술하고, 차은재는 수술방 트라우마를 넘어서 끝까지 서포트를 해낸다. 아직 밝혀진 건 아니지만 김사부가 차은재에게 건넨 약은 ‘플라시보(위약)’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믿음을 주기위해 플라시보를 써서 트라우마를 이겨내게 하지 않았을까.

 

<낭만닥터 김사부>는 사실 그 제목에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거의 담겨있다. 낭만과 닥터와 사부가 그 키워드다. 사실 우리네 사회에서 배울만한 어른은 점점 판타지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물론 숨은 어른들이 많겠지만 안타깝게도 신문지면을 채우는 건 어른보다는 흔해빠진 꼰대들이다. 그래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꼰대가 아닌 진정한 사부가 될 수 있는 어른을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있다.

 

그 사부의 모습은 물론 ‘낭만적’인 것이지만, 그래서 각박한 현실에 더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의학드라마이면서도 <낭만닥터 김사부>가 다르게 보이는 지점은 바로 ‘우리 시대의 사부 혹은 어른’을 이야기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진정한 사부가 있어야 현실에 상처 입은 청춘들도 트라우마를 넘어 성장할 테니.

 

‘살아있는 금요일의 밤’은 그래서 다른 의미로도 들린다. 모두가 불금을 즐길 때도 저렇게 사투를 벌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래서 그 금요일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 진정한 사부들이 있고 그 사부들과 함께 성장하는 청춘들이 있어 그게 가능하다는 그런 의미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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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유재석, 어쩌다 끼친 가요계 선한 영향력

 

드럼은 항상 밴드의 뒤편에 자리하는 악기였다. 하지만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를 보다 보니 드럼은 뒤편에 있는 게 아니라 중심에 있는 악기였다. 다른 악기들과 노래를 모두 아우르고 끌어안는 악기. 유재석은 농담으로 “이젠 드럼이 맨 앞으로 올 때가 됐다”고 말했지만 그게 그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게 된 건 <놀면 뭐하니?> 때문이었다. 유재석의 작은 드럼 비트 하나로 이토록 다양한 음악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니.

 

그 작은 비트는 힙합이 되기도 하고 달달한 발라드 듀엣곡이 되었고 또 재즈가 되기도 했다. 유희열이 “역대급 콜라보”라고 했듯이 이 릴레이 프로젝트에는 어마어마한 천재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만일 비즈니스로서 접근해 이런 콜라보를 하려 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뮤지션들은 처음에는 난감해하는 듯 했지만 차츰 저마다 재미와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이런 저런 시도들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그건 어쩌면 뮤지션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이번 ‘유플래쉬’로 그간 우리네 음악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건 유재석의 스승인 손스타가 언급했듯 드럼 같은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이다. 손스타는 “덕분에 방송 보고 드럼 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점점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형 덕분에 드럼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을 통해 다양한 세션들이 참여하면서 그 악기들이 가진 저마다의 매력들이 소개된 바 있다. 이상순이나 적재가 더한 기타의 매력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들려준 베이스의 중후한 맛, 한상원의 펑키한 재즈 기타, 이상민의 드럼과 윤석철의 빈티지한 피아노 등등이 그것이다. 늘 완성된 형태로만 접하던 음악을 과정을 따라가면서 알게 된 악기들의 매력이다.

 

게다가 음악이 우리와 그리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것도 이번 프로젝트였다. 유재석처럼 드럼을 단 한 번도 쳐본 적 없는 인물의 비트가 이렇게 음악으로 만들어지고, 나아가 흥미를 느낀 유재석이 한상원의 제안에 재즈 라이브 공연을 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물론 유재석을 리드하고 맞춰준 한상원이 있어 가능한 무대였지만, 그래도 차츰 재즈의 그 자유분방함을 즐기며 빠져드는 유재석의 모습은 그것이 바로 음악이라는 걸 실감하게 했다. 다른 연주자들과 눈빛으로 합을 맞춰가고, 신나는 펑키 그루브에 저 스스로 빠져 몰입해가며, 이에 한상원도 또 관객들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그 광경은 음악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순간을 보여줬다.

 

유재석이 의도한 건 아니었을 테지만 그가 쏘아올린 작은 비트 하나는 의외로 우리네 가요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다양성’을 이끌어낸 면이 있다. 어쿠스틱 악기들과 늘 뒤편에 있는 연주자들, 또 장르적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음악들이 그 작은 비트 하나로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소개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건 어쩌면 진짜 ‘드럼 지니어스’일 지도 모를 유재석 덕분이 아닐까 싶다. “성장판이 안 닫혀 있다”는 얘기가 실감날 정도로 투덜대고 난감해 하면서도 도전하고 성장하는 유재석으로 인해 가능했던 일들이라는 것. 물론 이런 창대한 결과를 그려낸 건 결국 김태호 PD의 놀라운 실험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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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지정생존자’, 지진희가 보여주는 성장하는 강력한 리더십

 

어설픈 이상이 아니다. 뼈 때리는 현실감이다. 최근 정치를 다루는 드라마가 내세우는 리더십의 조건은 이렇게 바뀌었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얼떨결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지진희)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 그렇다.

 

그는 환경부장관으로 있을 때도 자신을 ‘과학자’라고 불렀다.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계산을 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러한 팩트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는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그런 권력을 기반으로 해야 비로소 이상도 추구될 수 있는 것이다.

 

야당 대표 윤찬경(배종옥)이 박무진 권한대행이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 해임됐었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 언론 인터뷰에서 기습적으로 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을 때, 그는 정치적 선택이 아닌 ‘진실’을 이야기하는 쪽을 선택했다. 사실 그대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던 것. 결국 그 한 마디는 박무진 대행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을 만든다.

 

이전에도 박무진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역할이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초유의 국회의사당 폭탄테러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강경론자들의 주장과 마침 사라진 북한 잠수함으로 인해 데프콘 2호를 발령하라는 목소리들이 높았지만, 그는 데이터 분석으로 그것이 북한 잠수함의 침투가 아닌 표류라는 걸 밝혀냄으로써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칫 더 심각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탈북자들에 대한 보복성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이를 통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하려는 강상구(안내상) 서울시장이 ‘특별감찰구역 선포’를 했을 때도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선택들을 해야 하는 박무진은 여전히 60일을 지키다 돌아가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을 규정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결국 박무진은 한주승(허준호) 비서실장을 해임하면서까지 대통령령을 발령함으로써 자신이 권력 행사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북한의 전직 고위급 인사가 스스로를 테러범이라 주장하는 동영상으로 이관묵(최재성) 합참의장이 박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전을 수행하려 하자, 박무진은 그를 해임시키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껏 수동적이 위치에만 서 있던 그가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그 역시 이제 점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가를 깨닫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차영진(손석구) 선임 행정관이 국가 기밀에 해당되던 북한 전직 고위급 인사의 동영상을 공개함으로써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게 되자, 박무진이 차영진을 해임이 아닌 비서실장에 앉히는 대목은 박무진 권한대행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항상 이상적인 바른 길만을 고집하던 그가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의 박무진 대통령 권한대행을 통해 요구하는 리더십은 지금의 대중들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한때 정치 드라마에서도 종종 보였던 이상적인 인물들에 대한 공감보다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리더십을 보이는 인물에 대한 공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대의명분이나 소신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대중들은 말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소신은 분명히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순진해서는 안 되는.(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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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꽃’, 조정석과 윤시윤이 그리는 동학혁명의 진면목

 

“니 안의 도채비 내가 죽여줄텐게, 니 안의 백이현으로 다시 살더라고.”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에서 백이강(조정석)은 백이현을 때려눕히고 그가 총을 쏘던 오른손을 돌로 내려치려 하며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는 망설인다. 그 돌을 들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이 전봉준(최무성)의 칼에 찍혀 못쓰게 된 그 상황을 마음속으로는 사랑하는 동생이 겪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백이현은 마치 도와달라는 것처럼 “그냥 망설이지 말고 그냥 찍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연모하고 혼인을 약속했던 황명심(박규영)의 오라비 황석주(최원영)가 신분이 낮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전장으로 내보냈다는 사실을 알고는 통제할 수 없는 분노와 욕망에 휘둘린다. 그는 일본에서 배웠던 총을 들고 동학군들을 저격하는 ‘도채비(도깨비)’가 된다. 그들을 향해 총을 쏘고는 있지만 그는 그것이 엇나간 욕망 때문이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다.

 

전봉준(최무성)이 폐정개혁안을 전제로 전라도관찰사 김학진(남문철)과 화약을 맺으려하자 그에게 한양행을 약속하며 전봉준을 저격하라는 명을 받은 도채비 백이현이지만, 그는 결정적인 순간 자신이 토사구팽 당할 꼭두각시라는 걸 알게 된다. 어떻게든 성공해 황석주가 보란 듯이 황명심을 찾아가겠다는 욕망에 뛰어든 도채비의 삶이지만, 그는 깨닫는다.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걸.

 

오른손을 내려치려는 형 백이강에게 “그냥 망설이지 말고 그냥 찍어”라고 백이현이 말하는 건, 그래서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이 욕망을 누군가 끊어내 주길 내심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다. 하지만 백이강은 결국 백이현의 손을 내려치지 못한다. 대신 그에게 엄포 섞인 충고를 한다. “도채비 말여 니가 싸워서 이겨봐. 다시 도채비로 만나불면 그 때는 죽여분다 잉.”

 

이 짧은 시퀀스는 왜 <녹두꽃>이 전봉준을 주인공으로 하지 않고 대신 백이강과 백이현이라는 형제를 주인공으로 세웠는지가 정확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한 때 ‘거시기’로 불리던 백이강은 전봉준이 그 민초들을 핍박하던 손을 칼로 찍으면서 백이강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서자로서 포기하듯 살아왔던 그는 동학군의 별동대장이 되어 민초들을 위해 그 손을 쓰게 된다.

 

그렇게 거시기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찾은 백이강은 이제 그 손으로 동생 백이현의 도채비 손을 내리치려 한다. 그것을 통해 그가 도채비가 아닌 백이현으로 되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백이강이 핍박받는 일을 내면화하며 버텨냈던 삶을 벗어나 자신들을 불행한 삶으로 이끄는 세상과 대결하는 혁명을 꿈꾸게 한 것처럼, 노력해도 올라설 수 없는 신분의 벽 앞에서 분노하던 백이현이 그걸 벗어나 개혁의 꿈을 꾸게 되는 그 과정을 <녹두꽃>은 담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새로운 시대의 혁명과 개혁에 대한 열망을 동학이 추구하고 있었고, 그것은 과거의 삶을 살아오던 이들이 그 삶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 것들이었다. 그래서 동학농민혁명은 전봉준처럼 전면에 등장하는 영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소한 민초들이 스스로의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는 이야기가 된다. ‘거시기’를 버리고, ‘도채비’를 버린 그들이 비록 당장은 무너질지라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그런 이야기.

 

그래서 <녹두꽃>은 이제 겨우 꽃망울이 피기 시작한 시대의 혁명과 개혁을 요구했던 동학농민혁명의 진면목을 제대로 그려낸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일개 영웅담이 아닌 민초들의 의식이 깨어나는 과정을 배다른 형제의 애틋한 정과 서로 부딪치고 성장하는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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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좋아’, 발칙한 상상력으로 전하는 을들을 위한 위로

“약 바르고 치료하고 뭐든 하면 몸에 난 상처는 나을 수 있겠죠. 하지만 사람 가슴을 후벼 판 상처는요 영원히 남아요 돌이킬 수 없어요.” KBS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에서 이윤미(예원)는 내부고발자라는 누명을 쓰고 직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는다. 계약직이라는 이유까지 들먹이며 쏟아내는 팀장의 모욕에 이윤미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이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이루다(백진희)는 백진상(강지환)을 찾아가 어떻게 회사가 이럴 수가 있냐고 토로한다. 그러자 백진상은 회사는 그럴 수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회사에 인격이 있겠나. 회사의 목표는 성장뿐이야.” 

사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하나의 대사지만, 백진상의 말은 씁쓸하게도 공감되는 면이 있다. 매일 같이 출근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이 힘겨운 건 진상을 부리는 상사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무런 감정도 없이 오로지 성장만을 목표로 굴러가는 회사라는 차가운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 시스템이 갑과 을을 만들고, 그 갑은 을들을 몰아세워 실적이라는 지상과제를 얻어내게 만든다. 그것으로 갑의 행위는 회사라는 무감한 시스템이 요구하는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니 회사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을들을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선택의 길은 남아서 견뎌내던가 아니면 나가던가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죽어도 좋아>는 이러한 직장생활에서 샐러리맨들이 느끼게 되는 무력감을 공감대로 끌어와 거기에 타임루프라는 판타지를 통한 위로를 전한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을들이 느끼는 건 자신이 어떤 선택을 통해 그 시스템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이루다에게 타임루프라는 고난(?)인 동시에 기회인 설정을 부여한다. 처음에는 팀장 백진상이 죽게 되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그 타임루프가 마치 다람쥐가 빠져버린 쳇바퀴처럼 이루다를 괴롭히지만, 그는 조금씩 알게 된다. 자신의 다른 선택으로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윤미가 그런 공개 모욕을 당해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그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이루다는 백진상에게 “번개에 맞아 죽으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그가 죽어야 다시 똑같은 하루가 반복될 것이고, 그 반복 속에서 그가 다른 선택을 통해 미래도 바꿀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간 하루에서 이루다는 이런 공개 비판 상황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원인이 ‘기밀공문’을 유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실을 밝히겠다 결심한다. 그런 용기만이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생각한 것.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백진상과 강준호(공명)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백진상은 회사의 문제를 담은 기밀공문을 유포했다는 걸 강인한(인교진) 사장이 문제삼아 공개 비판까지 하려했다는 걸 감사팀에 알려 감사를 하게 만들었고, 강준호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팀 내에서 신뢰하지 못하는 인물을 꼽으라는 회사의 요구에 팀장들을 지목하자고 제안한다. 결국 이루다의 용기 있는 결심이 발단이 되어 백진상과 강준호가 움직이게 되고 결국 이윤미가 공개 모욕을 당하는 그런 상황들이 벌어지지 않게 된다. 

이루다의 선택으로 상황이 바뀐다는 이야기는 무력감을 느끼는 샐러리맨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거기에는 능동적인 선택이 존재하고, 그것을 바뀌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름처럼 진상으로 갑질 하는 백진상 팀장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생사여탈권을 이루다가 쥐고 있다는 사실은 직장 내 을들에게는 통쾌한 카타르시스가 아닐 수 없다. 

<죽어도 좋아>는 그래서 웃다가 짠해지다가 분노했다가 속이 다 시원해진다. 그런데 그 일련의 감정들을 느끼고 공감하다 보면 직장 내의 시스템들이 가진 문제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들을 해야 하는가 역시 이루다라는 인물의 타임루프를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백진상이라는 팀장을 온전히 제대로 된 상사로 갱생시킬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아>는 그런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드라마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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