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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송혜교, 박보검이 웃을 때마다 가슴이 아린 건

“부모잖아. 엄마고 딸이잖아.”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차수현(송혜교)은 그녀를 찾아와 영부인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다짜고짜 “쥐죽은 듯 살라”고 말하는 진미옥(남기애)에게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런 차수현에게 진미옥은 차갑게 대꾸한다. “관계가 중요해? 난 가치가 중요해. 쓸모 있는 자식으로 살아.”

이 말은 차수현의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든다. 관계보다 가치. 그건 부모자식 간의 관계로 모든 것이 허용되고 용서되기도 하는 보통의 관계와는 너무나 다른 차수현과 엄마의 관계를 잘 말해준다. 부모 자식이라도 가치가 없으면 필요 없다는 말이고, ‘쓸모’가 있어야 자식도 자식이라는 말이다. 차수현은 차 안에서 그 말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좀체 웃지 않고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는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사실 애써 눈물을 참고 있는 얼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두운 얼굴 속에 담긴 속내를 읽어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진혁(박보검)이다. 그는 그 얼굴을 보고는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차수현을 위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라고 적으려던 김진혁은 대신 ‘거봐요. 모델보다 더 예쁠 거라고 했잖아요. 봄입니다.’라고 보낸다. 그 문자 메시지 하나에 차수현은 살짝 미소를 짓는다.

전에 김진혁이 생일선물로 준 립스틱을 왜 바르지 않냐고 물었을 때 차수현은 봄에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김진혁은 이렇게 말한다. “릴케라는 시인이요. 쌀쌀한 도시에서도 서로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사람들만이 봄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했거든요.” 그 말을 듣고 차수현이 바르고 나온 립스틱 이야기로 김진혁은 그의 겨울 같은 얼굴에 봄을 피어나게 한다. 

차수현은 관계보다 가치가 중요하다는 엄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쌀쌀한 겨울 같은 세상에 홀로 던져져 있다. 정치인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삶을 살아온 적이 없고, 팔려가듯 결혼을 했으며 결국 이혼했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정치 생명을 쥐고 흔드는 재벌가 시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관계보다 가치가 중요한 엄마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재벌가 시댁에 딸을 다시 팔려고 한다. 

호텔 체인의 대표로서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진 게 하나도 없는 인물이 바로 차수현이다.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 살아가는 삶이 허용되지 않아서다. 제 아무리 많이 갖고 있으면 뭐하나.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조차 할 수 없는 처지라면. 차수현의 얼굴이 항상 무표정하지만, 그 무표정 속에서 마치 울기 직전까지 참고 있는 아이 같은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회사 로비에서 차수현이 만나는 김진혁을 스캔들의 주인공처럼 몰아세우며 공개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김진혁이 나서서 두 사람의 관계를 공개했을 때 차수현의 얼굴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복잡한 모습을 보여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눈이지만, 입은 이렇게 나서준 김진혁에 대한 기쁨으로 미소가 피어난다. 그 장면은 엄마와는 달리 가치보다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차수현과 김진혁의 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런가. 사람을 가진 것과 태생과 스펙으로 구분해 가치를 매기고, 겉보기에 그 가치가 등가로 매겨지는 사람과의 만남이 아니라면 그것을 부적절한 관계로 매도하기 마련이다. 이제 썸을 타기로 한 차수현과 김진혁은 그런 차가운 겨울의 시선들 속에 서 있다. 관계가 공개적으로 알려진 후 회사에서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뚤어져 있고, 차수현의 전 시어머니인 김화진(차화연)은 이 관계를 저들이 생각하듯 대표의 가치를 등에 업고 이용하려는 젊은 사원의 다른 의도가 있는 행동으로 치부한다. 

차수현은 본래부터 웃을 일이 없는 세상 속에 있었고, 김화진으로부터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대우를 받은 김진혁은 차수현이 살아왔던 그 세상을 실감하게 된다. 두 사람은 결코 웃을 일이 없는 이 냉혹하고 쌀쌀한 겨울의 세상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만의 시선이 마주칠 때는 미소를 띠운다. 어찌 보면 숨 막힐 듯한 현실 속에서 한숨으로 버텨왔던 차수현은 겨우 김진혁 앞에서 잠시라도 숨을 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들이 웃을 때는 가슴이 아려온다. 

내부순환도로 교각에 붙여진 김환기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을 보며 그 작품의 모티브가 된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라는 시구를 김진혁은 조용히 읊조린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그러자 화답하듯 차수현이 시구의 뒷부분을 이어준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 시는 모든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말하고 있다. 가치 따위가 아니라 모든 관계들이. 그래서 그 시구 절 앞에서 다시 만나 썸 타기로 한 두 사람은 겨울의 현실 속에서도 아프지만 기쁜 봄날의 미소를 피워낸다. 

봄은 시간이 지난다고 그저 오는 게 아니고 또 기다려서 맞는 게 아니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봄이 오면 화사한 색감의 립스틱을 바르겠다던 차수현은 김진혁을 통해 화사한 립스틱을 바르는 일로 봄이 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의 진정한 관계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스스로 선택한 삶과 거기서 만나게 되는 진정한 관계들. 그 속에서만이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겨울 같은 우리네 삶을 봄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언프리티 랩스타>가 서바이벌을 추구한 까닭

 

다시 시작한 <언프리티 랩스타>. 그 포문은 스튜디오에 덜렁 놓여진 의자들에 출연하는 여성 래퍼들이 한 명씩 들어와 앉는 첫 대면에서부터 시작됐다. 아무 것도 없이 의자들만 놓여진 공간에 들어오게 된 관계가 서먹서먹한 여성 래퍼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경계한다. 모르는 사람도 같은 공간에 들어와 있으면 하기 마련인 그 흔한 인사조차 없이 침묵하는 그 몇 분 간은 그래서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다.

 


'언프리티 랩스타(사진출처:Mnet)'

물론 이미 유명한 길미나 원더걸스 유빈 혹은 시스타의 효린 같은 출연자도 있다. 그들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서 서로 간의 인사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런 방송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는 헤이즈, 애쉬비, 키디비, 트루디 같은 출연자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을 보인다. 물론 그들은 앞에서 내색하려 하진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들의 얼굴 표정에서 속내를 읽어낸다. 여기에 따로 촬영되어 붙여진 인터뷰에서 과감하게 드러나는 속내가 덧붙여지면 이 침묵의 스튜디오의 긴장감은 더 높아진다. 누군가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기만 해도 마치 싸움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살벌한 공기가 조성된다. 시청자들로서는 이 분위기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차피 랩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면 랩만 제대로 들려주면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언프리티 랩스타>는 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 터져 나오는 속내를 랩이라는 장르에 얹여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어떤 면으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가깝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모래알 같은 무수한 지원자들 속에서 진주같은 원석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언프리티 랩스타>는 이미 무대 위에 올려진 여성 랩퍼들 중에서 미션을 통해 한 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을 표방하고 있다.

 

그 꼴찌와 일등을 가르는 투표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서바이벌적인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은 랩을 들고 무대 위에 서 있지만 실상은 늘 생존과 탈락의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는 무인도에 올려져 있는 셈이다. 잘 하면 마지막 생존자가 되어 모든 걸 가질 수 있지만 잘못 하면 갖고 있던 것조차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서바이벌은 논란의 불씨를 항상 갖고 있다. 이를테면 효린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에 대해서 도대체 랩퍼도 아닌 이가 왜 나왔는가 하는 의구심과 불쾌감을 드러내는 다른 랩퍼들의 반응은 효린이든 아니면 해당 래퍼에게는 꽤나 논쟁적인 면을 만들 수 있다. 효린의 말처럼 랩을 좋아하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었다는 말에 동조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살벌한 현장에서 좋아해서 도전한다는 얘기가 배부른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또 결국 1회 첫 미션에서 꼴찌가 된 효린이 원테이크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반복되는 NG 때문에 립싱크를 했던 대목도 마찬가지다. 다른 랩퍼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랩을 해야 되는 순간에 립싱크는 랩퍼로서는 자격미달이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미안해 그렇게라도 자기 분량을 희생한 효린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실 최근 들어 힙합이 하나의 젊은 트렌드로 자리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힙합은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여성 랩퍼들은 더더욱 그렇다. 주로 랩이 들어갔던 가요들이 여성들의 멜로디에 남성 랩퍼들의 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 미 더 머니>로부터 기화해 <언프리티 랩스타>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상당 부분 여성 랩퍼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형식이 서바이벌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주목받는 여성 랩퍼들의 면면 또한 센 언니의 이미지로만 너무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랩이 가진 특성상 이런 센 이미지는 어쩔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랩이라는 것이 타인에 대한 디스와 자신의 처지에 대한 토로로만 한정되는 건 너무 편향적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언프리티 랩스타>가 편견으로 자리했던 여성들의 수동적인 이미지를 깨준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프리티만을 요구하는 세상에 언프리티해도 멋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여성들의 능동적 이미지를 다양화하고 다원화하는 차원에서도 이제는 언프리티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과감한 독설을 날릴 수 있는 이미지나, 또 여성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이미지 같은 다양한 여성 랩퍼의 결을 살려내는 건 어려운 일일까. 그래서 애초에는 프리티를 강요받는 세상에서 언프리티를 보여줬던 것이 이제는 반드시 여성 랩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마치 언프리티를 강요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뛰어넘는 일. 그게 <언프리티 랩스타>가 진화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아빠를 부탁해>, 이토록 훈훈하고 뭉클한 순간이라니

 

그들은 함께 있을 때는 여전히 소년들 같다. 서로가 하는 말에 툭툭 장난을 걸기도 하고 누군가에 말에 맞장구를 치기도 하며 때로는 부러워하고 때로는 짠해지기도 한다. SBS <아빠를 부탁해>의 아빠들 얘기다. 그들은 각자 찍어온 관찰카메라를 함께 모여 보면서 서로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 아니면 얼마나 비슷한지를 확인한다.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그들은 여전히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소년처럼 굴지만 화면 속에서는 영 서툰 아빠의 모습 그대로다.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하고, 딸의 친구들이 찾아오면 자리를 피해준다는 핑계로 그 서먹한 관계로부터 도망치기 일쑤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잘못한 일에 호된 꾸지람을 하고는 후회하고, 자신과는 영 다른 입맛을 가진 딸과의 외식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화면 속의 아빠는 우리가 일상에서 보던 바로 그 보통의 아빠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지 않은가. 아빠들은 이경규처럼 딸 예림이와 친구들에게 정성들여 라면을 끓여줄 정도로 살가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겉으로는 겸상 하면 권위 떨어진다며 자리를 피하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맛있게 먹는 딸과 친구들을 흘낏흘낏 훔쳐보고 다 먹고 나면 설거지까지 해주려고 나선다.

 

아빠들은 조민기처럼 딸 윤경이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여권을 챙기지 않은 실수에 호통을 치지만,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영상통화로나마 혼자 지내는 네가 스스로 잘 챙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랬던 것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그리고 수줍지만 퉁명스럽게 속내를 툭 던진다. “보고싶다.” 그 한 마디 속에는 그래서 참 많은 아빠의 속내가 담겨있다. 미안함과 대견함과 그리움 그리고 쓸쓸함까지.

 

아빠들은 강석우처럼 딸 다은이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절로 입에서 노래가 나온다. 피곤해 하는 다은이가 툴툴 대면서도 함께 옥상을 청소하는 그 시간이 아빠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쌈을 제대로 싸먹고, 설렁탕에는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는 다은이는 그래서 아빠 강석우에게는 여전히 신기한 존재다. 식성은 달라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아빠들은 조재현처럼 나이 들어가는 아버지의 젊은 날 고생을 되돌아보며 자신 역시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먹먹해지기도 한다. 가파른 길을 연탄을 가득 채운 리어카를 끌고 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래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10년 후 또 사진 찍으러 오자는 손녀 혜정이에게 그 때는 할아버지 없다고 말하자 눈물을 흘리는 혜정이에게 “20년 후면 아빠도 위험하다는 조재현의 농담 속에는 그래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쓸쓸함과 그걸 아쉬워하는 딸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난다.

 

왜 우리는 일찍이 아빠들의 진짜 속내를 몰랐던 걸까. 나이 들어 그 아빠의 나이가 됐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그 서먹함과 무표정 속에 숨겨져 있던 아빠들의 쓸쓸함과 따뜻함이다. <아빠를 부탁해>가 뭉클해지는 순간은 바로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는 그 속내를 지금 바로 눈앞에서 발견하는 순간이다. 그 무표정이 사실은 눈물도 많고 그 서먹함이 실제로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는 그 순간.

 

Posted by 더키앙

<아빠를 부탁해>의 관찰카메라 특별하게 다가오는 까닭

 

호통치고 면박주고 때론 낄낄 대던 이경규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SBS <아빠를 부탁해>의 이경규는 우리가 방송으로만 대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검사와 시술을 받기 위해 병실에서 초조해하는 이경규는 그 나이의 보통 아빠들과 다를 바 없는 중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것은 낯설기도 했지만 또한 쓸쓸한 공감대가 느껴지는 모습이기도 했다.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이경규의 민낯이다.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아빠를 부탁해>의 시선이 남다를 수 있는 건 그것이 딸의 관점 나아가 일반 대중들의 관점으로 거기 등장하는 아빠들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딸 예림이가 보게 된 병상에 누운 아빠 이경규의 모습은 저 스튜디오에서 좌중을 쥐락펴락하는 아빠의 모습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털털하기 그지없는 예림이가 하릴없는 농담을 괜스레 건네면서도 간간이 얼굴이 걱정으로 굳어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짠하게 만든다.

 

거기에는 무뚝뚝하게만 보였던 예림이의 아빠에 대한 마음이 어른거린다. 표현은 하지 않아도 걱정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그 감정이 얼굴에 묻어나고 때로는 그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 괜스레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무뚝뚝하게 대했던 아빠의 진심을 다시 발견하게 됐을 때, 그런 아빠를 오해했던 딸의 마음은 한없이 먹먹해졌을 것이다.

 

예림이가 아빠 이경규의 진심과 실제 모습을 발견하고 차츰 소통해가는 과정은 바로 <아빠를 부탁해>라는 관찰카메라가 가진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흔히들 관찰카메라라고 하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악취미 정도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아빠를 부탁해>의 관찰카메라는 서로 속내를 몰랐던 관계들의 실체를 찾고 발견해내는 새로운 시선의 역할을 해준다.

 

우리는 사실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일상이 어떻게 꾸려지고 있고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얼마나 오해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아빠를 부탁해>는 바로 이런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일상을 다시 들여다보는 관찰카메라다. 그래서 한 자리에 모인 아빠들은 다름 아닌 자신들의 일상을 찍은 영상을 보며 때론 깜짝 놀라기도 하고 때론 <웃찾사>를 보는 것 마냥 폭소를 터트리기도 한다.

 

그렇게 카메라에 담긴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한 아빠들은 그래서 바로 그것을 계기로 딸과의 새로운 관계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딸도 마찬가지다. 그간 강하다고만 여겨져 왔던 아빠 이경규의 아픈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발견하는 딸은 아마도 아빠에 대한 마음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딸의 관점을 취하고 있는 <아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의 공감대가 시청자들과 만나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변화다. 마치 이경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소통의 물꼬를 트는 딸 예림이의 시선처럼, 이 관찰카메라는 그간 발견하지 못한 이경규의 새로운 면모를 통해 대중들과의 소통의 길을 열어준다.

 

흔히들 이경규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날방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일면일 뿐이라는 걸 <아빠를 부탁해>는 보여준다. 방송 중에도 가슴을 툭툭 치며 힘겨움을 애써 숨기는 모습은 쉴 새 없이 달려온 나이든 베테랑 방송인의 남다른 고충을 느끼게 해준다. 지금껏 방송에서의 어떤 역할을 강요받으며 살아온 이경규에게 <아빠를 부탁해>라는 카메라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건 거기에 방송인 이경규가 아닌 인간 이경규 아니 아빠 이경규의 모습이 담기기 때문이다. 예림이의 시선을 빌어 비로소 이경규의 또 다른 숨겨진 반쪽의 모습이 채워지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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