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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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유혹', 만일 속도를 조금 늦췄다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2. 23. 01:27
속도에 대한 강박이 완성도를 망치다 뭐가 그리도 급했던 걸까. 이 폭주기관차 같은 '천사의 유혹'이라는 드라마는 도대체 왜 그리도 달리고 또 달렸던 걸까. 만일 속도에 대한 강박이 없었다면 이 드라마의 완성도는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복수극에 복수극을 넣고, 그 속에 가족관계와 연인관계를 거미줄처럼 엮어놓은 이 드라마는 만일 속도를 조금 줄여, 감정선을 충분히 살려놓고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에 디테일을 살릴 수 있었다면 꽤 괜찮은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한 여인이 갖게 된 불륜과 아이에서 비롯된 이 불운한 가족사는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결국 그 칼날은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상투적이지만 고전적인 주제를 향해 달려간다. 신우섭(한진희)의 아내인 조경희(차화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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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차'와 '천유', 속도체험 극과 극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2. 15. 17:22
다른 듯 닮은 꼴, '다함께 차차차'와 '천사의 유혹' "오늘은 드디어 비밀이 밝혀질까?" '다함께 차차차'를 보는 분들의 마음은 한결 같다. 하지만 이 일일드라마가 끝나는 지점에서의 반응도 한결 같다. "또 저러고 끝나네?" 이것이 '다함께 차차차'가 지금껏 시청자들을 끌고 온 방식이다. 120여회 동안 이 드라마가 해온 이야기는 실로 앙상하다. 가족드라마가 담기 마련인 다양한 세대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결혼을 하려는 진우(오만석)와 나윤(조안)을 끝없이 가로막는 점입가경의 인물들로 점철되면서 퇴색해버렸다. 처음에는 너무나 격차가 나는 집안이라서, 또 이미 정해놓은 배필이 있다는 이유로 그들의 결혼을 반대하던 나윤의 모친인 은혜(이응경)는, 점점 잃었던 기억을 되찾아가는 자신의 남편이 진우의 작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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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있는 '천사의 유혹', 좋기만 할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0. 20. 07:32
드라마를 역할극으로 만드는 감정이 얹어지지 않는 속도감 시놉시스를 드라마로 만들었나. '천사의 유혹'을 보다보면 그 머리가 핑핑 돌아갈 정도의 속도감에 심지어 이런 생각마저 떠오르게 만든다. 이제 3회 분량을 방영했을 뿐이지만 그 스토리는 보통 드라마들이 흔히 20회 정도의 분량에도 담기 어려운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혹자는 그래서 단 "첫 회를 보고도 16회를 다본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복수를 하기 위해 원수인 신우섭(한진희)의 아들인 신현우(한상진)와 결혼을 한 주아란은 정부인 남주승(김태현)과 불륜의 관계를 남편인 신현우에게 들키게 되고, 바로 그 날 신현우를 태우고 가던 주아란은 말다툼 끝에 차 사고를 당하게 된다. 주아란은 신현우가 혼자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