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의 사람냄새, <삼시세끼>의 정서

 

tvN <삼시세끼> ‘고창편에 유해진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반색했다. 사실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새롭게 남주혁이 합류했지만 영화 스케줄 때문에 유해진의 참여여부가 미정이라는 소식은 아쉬움을 넘어서 <삼시세끼> ‘고창편에 대한 불안감까지도 갖게 만들었다. 역시 완전체는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의 조합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스케줄을 조정해 유해진이 합류한다는 소식으로 불안감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도대체 유해진의 무엇이 이토록 대중들의 환호를 이끈 것일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사실 만재도에서 찍은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화려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존재는 차승원이다. 이른바 차줌마라는 닉네임까지 얻은 차승원은 뭐든 척척 요리를 해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가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삼시세끼> 어촌편이 섬이라는 공간에 붙박여 있으면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눈을 즐겁게 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차승원과는 사뭇 다른 정서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유해진이다. 물론 하루의 저녁거리를 위해 물고기를 잡으려는 그 갈증이 분명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유해진에게서 남은 인상은 아무 것도 잡지 못한 채 헛헛한 발걸음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이 주던 쓸쓸함같은 것이다.

 

아무런 소득이 없어(?) 미안한 마음에 괜스레 웃어 보이고 허세를 떨기도 하지만 거기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 서민들의 퇴근길 정서다. 쥐꼬리 만 한 월급을 위해 하루를 열심히 살다가 돌아오는 가장의 발길. 가족들의 저녁이 걱정이지만 그래도 애써 가장으로서 웃어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모습 같은 것들이 유해진에게서 전해지는 짠한 정서였다. 물론 그러다 어느 날 물고기 횡재를 얻어 어깨가 들썩들썩하는 모습도 정겨웠지만.

 

차승원이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나서 어스름해지는 시각, 술 한 잔의 힘을 빌어 이런 저런 살아왔던 이야기를 건네는 유해진의 모습은 자연스럽다. 그것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찍는다기보다는 그저 오래도록 함께 해온 동료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난 여행에서 진솔한 마음을 털어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유해진의 이러한 힘을 쭉 뺀 자연스러운 모습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는 특유의 공기 같은 걸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옛날식 라디오를 찾아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신청한 노래를 들으며 흥겨워하는 모습. 이만한 자연스러움이 있을까. 그것은 서민들 누구나 퇴근 후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차승원이 <삼시세끼>를 지루할 틈 없이 음식의 향연으로 채워준다면, 유해진은 그 음식을 놓고 갖는 저녁 시간의 사람 냄새 가득한 정서를 채워준다. 입도 즐겁고 속도 든든하지만 마음까지 푸근해지는 건 다름 아닌 유해진의 이런 사람 냄새 덕분이다. 그의 합류에 팬들이 환호하는 건 그래서다.

<꽃청춘>, PD 납치극(?)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동참하는 까닭

 

몰래카메라에 납치극(?). tvN <꽃보다 청춘>에서 나영석 PD의 눈이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다. 사실상 섭외가 그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꽃보다 청춘><응답하라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 네 사람을 나미비아 여행길로 끌고 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무려 두 달 전부터 마치 <응답하라1988> 스텝인 양 <꽃보다 청춘>VJ를 스파이로 투입해 그들이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만드는 한편, 사실상 푸켓 포상휴가 역시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 편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준비되었다. 푸켓에 몰래 따라간 나영석 PD는 납치 디데이까지 그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호텔에서 나오지 않은 채 몇 끼를 나시고랭으로 때우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나미비아에 가는 걸 전혀 모르고 국내 스케줄 때문에 귀국한 박보검을 빼고 나머지 세 사람은 나영석 PD가 연출한 대로 몰래 카메라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김성균부터 라미란까지 이미 한 사람씩 인터뷰를 통해 이 몰래 카메라에 동조한 <응답하라1988> 가족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를 깜짝 속이는데 성공했다. 나영석 PD가 나타나자 그들은 마치 환영을 보는 듯한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어찌 보면 꽤 오래도록 반복되어온 몰래카메라, 납치극 설정이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에서 유연석, 바로, 손호준이 만난 날 그대로 여행을 떠났던 건 그것이 대책 없어도 즐거울 수 있는 청춘의 여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에서도 사전 미팅처럼 만난 자리에서 조정석, 정우, 정상훈이 그 자리에서 공항으로 납치됐고(?), 후발대로 합류한 강하늘 역시 시상식장에서 턱시도 차림 그대로 납치되어 아이슬란드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번은 푸켓 현지에서 납치되어 아프리카로 날아가는 상황이다.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꽃보다 청춘>의 몰래카메라 납치극이기 때문에 좀 더 새로운 방식들이 동원되고 그 방식은 갈수록 치밀해진다. 그런데 어찌 보면 늘 비슷한 패턴의 몰래카메라 납치극인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시청자들은 늘 그 나영석 PD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에 똑같이 동화되는 것일까.

 

그것은 나영석 PD의 섭외 방식에 해답이 있다.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의 배낭여행에 동참하는 출연자들을 대중들이 기꺼이 환영할 수 있는 인물들로 채워 넣는다. <응답하라1988>이 끝나고 류준열이나 박보검 같은 출연자들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었다. 그러니 이들의 여행을 들여다보고 싶은 건 누구나의 인지상정이다. 그들은 어찌 보면 대중들이 납치를 해서라도함께 하고픈 인물들이 아닌가.

 

나영석 PD는 여기서 정확히 시청자들의 입장을 대신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래서 나영석 PD의 시선을 따라서 치밀한 계획을 하고 결국 출연자를 속이고 납치해 떠나는 그 일련의 과정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동참할 수밖에 없다. 기분 좋은 몰래카메라고 기분 좋은 납치극이다. 속이는 과정도 기분 좋지만 그렇게 속은 출연자들이 그것을 기분 나빠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영광스러운 납치로까지 받아들이는 그 결과도 기분이 좋다.

 

나영석 PD는 방송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또 그걸 보는 시청자도 모두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좋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나영석 PD의 몰래카메라 납치극이 늘 옳게 여겨지는 건 이런 그의 방송 철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신원호 PD가 발굴하면, 나영석 PD는 날개를 달아준다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 박보검. tvN <응답하라1988>에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4인방을 이제 <꽃보다 청춘>에서 보게 됐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에 이어질 아프리카편에 이들이 출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이들이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에 합류하는 그 과정은 역시 나영석 PD 다웠다. 드라마 종영 후 포상휴가로 떠난 푸켓에서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을 납치(?)한 것. <꽃보다 청춘>의 콘셉트로 자리잡은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이 이번에는 푸켓에서의 납치 동행(?)이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치러진 것.

 

전후 사정을 전혀 몰랐던 박보검은 일찍 귀국했다가 다시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후발대가 되어 아프리카에서 펼쳐질 <꽃보다 청춘>의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응답하라1988>이 팬들이라면 이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말미에 이르러 누가 남편인가를 두고 그토록 뜨거웠다는 건 결국 이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강했다는 증거다. 그들이 드라마에서 이제 나와 여행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또 서로에 대한 우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건 그 캐스팅만으로도 대박을 예감케 만든다.

 

그러고 보면 이미 <응답하라1994>가 화제를 남기며 종영한 후 거기 출연했던 유연석, 바로, 손호준의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이 신원호 PD와 나영석 PD의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이었던 걸 기억해낼 수 있다. 결국 그 연장선에서 보면 드라마를 통해 신원호 PD가 키워낸 인물들은 고스란히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에 투입되어 확실한 시너지를 만들어왔다.

 

<응답하라1994>의 손호준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꽃보다 청춘>에 이어 <삼시세끼> 정선편에 게스트로 출연했고 <삼시세끼> 어촌편에는 아예 고정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에서의 인기는 예능을 통해 훨씬 더 확장되었다. 출연자들로서 이만한 성과가 있을까.

 

드라마와 예능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진 건 오래다. <응답하라> 시리즈로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예능 드라마가 아닌가. 예능적인 방식과 드라마가 절묘하게 연결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신원호 PD는 지금까지의 행보를 통해 증명해왔다. 그러니 이러한 독특한 드라마에서 탄생한 스타들이 나영석 PD의 예능에 안착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원호 PD와 나영석 PD가 만들어낸 드라마와 예능의 최강 콜라보레이션은 그래서 웬만하면 그 무엇도 당해내기 어려운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강력한 시너지는 이들의 프로그램에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만들어낸다. <응답하라1997>을 할 때는 캐스팅이 어려워 굴욕을 겪기도 했다는 신원호 PD. 하지만 이 신원호 PD가 발굴하고 나영석 PD가 날개를 달아주는 최강 콜라보 시스템을 거절할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삼시세끼>의 자연, 사람, 음식이 남긴 것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 지...” <응답하라1988>에 흘러나오는 동물원의 혜화동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2가 종영했다. 종영에 즈음해 생각해보면 <삼시세끼>가 하려던 이야기는 그 가사의 한 구절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참 많은 것들이 <삼시세끼>를 통해 환기되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만재도는 이제 너무나 친숙한 섬이 되었다. 그 누가 열 시간 넘게 달려가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외로운 섬이라고 하겠는가. <삼시세끼> 어촌편이 두 차례의 시즌으로 펼쳐놓은 만재도의 구석구석들. 바다가 멀리 내려다보이던 세끼 집과 주인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아 보이는 만재슈퍼, 정상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지던 수평선들, 늦여름에 물장구 치고 놀던 바다, 참바다 유해진이 낚시를 하던 포인트들과 잔뜩 기대하게 만들던 통발 놓던 포인트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곳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가족 같은 사람들. 도시에서 눈 돌려봐야 건물에 막히고 마는 우리의 시야가 잊고 있던 그 자연의 구석구석을 <삼시세끼>는 우리에게 돌려주었다.

 

그 곳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니 더욱 좋을 수밖에. <삼시세끼>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 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나온다. 투덜대고 어딘지 결벽증이 있어 보이지만 만드는 음식 속에 그 사람의 정이 듬뿍 느껴지는 차중마 차승원, 물고기를 잡지 못한 날이면 한껏 의기소침해지고 그러다 물고기를 잡은 날은 한껏 허세를 부리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참바다 유해진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마치 자식처럼 동생처럼 끈끈함을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막내 손호준.

 

그 곳을 찾은 박형식, 이진욱, 윤계상은 손님이라기보다는 머슴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것이 어쩌면 그들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었을 것이다. 손님이 아니라 한 가족 같은 느낌을 주었을 테니 말이다. 그들은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진정한 식구의 훈훈함을 보여주었다.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만재도의 자연과 사람과 음식은 그렇게 우리가 잊고 살아가던 것들의 가치를 되새겨 주었다.

 

도시에 다시 모여 결국은 잡지 못한 참돔과 돌돔을 먹으며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나누는 대화 속에는 만재도에 대한 그리움이 벌써부터 묻어나 있었다. 유해진은 언제고 힘들어질 때 혼자라도 만재도를 꼭 찾아갈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도 다시 제각각 돌아간 일터에서 또다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갈 것이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은 만재도에서의 그 여유롭던 한 끼와 바다를 내려다보며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던 한 때와 산체 벌이와 함께 뒹굴던 시간들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그 곳을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삼시세끼>를 통해 그 곳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 우리들도 간혹 만재도가 그리워지는 날이 올 지도. 그럴 때면 우리도 잠시 이 곳을 떠나 저 곳으로의 일탈을 꿈꿔보는 건 어떨지. 그 곳에 가면 어쩌면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며 잊고 있던 것들을 되찾을 수도. 차승원과 유해진과 손호준이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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