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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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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없네요.”- 봉준호 ‘기생충’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동익(이선균)이 사는 번듯한 2층집에 하나둘 기생하며 살게 된 기택(송강호)의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 신분을 속이고 기택은 운전기사로, 기우(최우식)는 과외선생으로, 기정(박소담)은 미술치료 교사로, 그의 아내 충숙(장혜진)은 가정부로 들어온다. 동익이 누리고 사는 집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눈에 보이지 않게 그림자 속에 숨어 살아가는 기택 가족의 세상이 된다. 하지만 캠핑을 떠나 빈집에 남은 기택의 가족이 마치 제 집처럼 술판을 벌이고 놀 던 날 그 착각은 깨진다. 마침 폭우가 쏟아지면서 동익의 가족이 돌아오자 바퀴벌레들처럼 숨게 된 것. 그리고 그 폭우는 낮은 지대에 있는 기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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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으로 첫 드라마 데뷔한 송강호“사랑과 존경의 의미로 다들 그렇게 불러요. 삼식이, 삼식이 형님, 삼식이 삼촌. 전 너무 좋아요. 제 별명이요.”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삼식이 삼촌’은 이 작품의 주인공인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이 하는 그 대사로 시작한다. 이 첫 대사는 16부작 ‘삼식이 삼촌’이라는 작품이 사실상 이 인물의 서사라는 걸 예감케 한다. 삼식이 삼촌을 연기하는 송강호는 특유의 힘을 쪽 빼서 과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목소리로 자신을 그렇게 소개한다. 시청자들은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삼식이 삼촌’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1950년대말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작품의 첫 회가 끝나갈 즈음, 이 대사의 의미는 삼식이 삼촌과 김산(변요한)이라는 인물이 던지는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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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 먹고사니즘에만 몰두했던 시대의 느와르“피자 아세요? 드셔 보신 분? 의원님, 드셔 보셨습니까? 제가 유학시절에 피자집 다락방에서 살았습니다. 하루 한 끼 제대로 못 먹던 유학시절에 매일 피자 굽는 냄새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여러분 총칼이 아니라 경제입니다. 누구도 끼니 걱정하지 않는 나라. 하루 세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나라! 제가 유학시절에 가장 부러웠던 건 전투기도 항공모함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피자였습니다. 전 국민이 굶으면서 전쟁에 이기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개혁당 주인태(오광록)를 지지하는 연설에서 김산(변요한)이 하는 피자 이야기에 박두칠(송강호)의 눈이 반짝 빛난다. 그 역시 대한민국 정재계를 쥐고 흔드는 청우회 사람들 앞에서 한바탕 피자 이야기를 꺼냈던 적이 있어..
사람이라면 응당.. '택시운전사'가 광주를 담는 방식망자의 맨발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왜 그토록 더럽혀지도록 그 맨발이 수고를 다했을까. 무슨 일이 있었기에 맨발인가. 살아생전에 쉬지 않고 어딘가로 데려다주곤 했으나 이제 겨우 그 끝에 이르러 영원한 휴식에 들어간 고마움과 미안함 같은 감정들이 그 맨발에 묻어난다. 그래서 그 망자의 맨발에 신발을 굳이 신겨주고픈 마음은 사람이라면 응당 그러고픈 인지상정일 것이다.영화 에서 만섭(송강호)은 독일의 외신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손님으로 태우고 광주로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많은 맨발들을 맞이하게 될 줄 전혀 몰랐다. 만섭은 자신의 영업을 위해서라도 대학생들이 데모 좀 그만 했으면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진 소시민이었으니까. 그에게 ‘독재..
하늘의 별이 된 김영애, 마지막까지 보여준 연기투혼“묵은 빚은 돈으로 갚는 거 아이다. 눈으로 발로 갚는 기다.” 아마도 영화 을 봤던 분들이라면 고 김영애가 연기한 국밥집 아줌마의 이 대사를 기억할 것이다. 국밥 한 그릇 먹을 돈이 없어 도망쳤던 송 변호사(송강호)가 성공해 돌아와 그 때의 빚을 갚겠다며 돈을 내밀자 아줌마가 했던 그 대사. 이제 그렇게 찰진 대사를 더 이상은 들을 수 없게 됐다. 김영애는 지난 9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고인이 된 그녀의 소식이 특히 놀랍게 다가왔던 건, 최근까지도 우리의 기억 속에 선연히 남은 작품들 때문이다. 유작이 된 KBS 에서 우리는 전혀 그녀가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뒤늦게 알려진 것이지만 끝까지 진통제 투혼을 보이며 펼친 연기는 그래서 우리에..
비극을 대하는 과 의 다른 선택 600만 관객과 80만 관객. 추석을 보낸 영화 과 의 성적은 극명히 나뉜다. 이 두 영화 비교대상이 되는 건 같은 날 개봉한 우리네 영화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두 영화 모두 역사를 다뤘고, 그 역사 속 주인공들의 삶이 비극적이었으며, 그 역사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일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요즘 같은 시기에 비극을 다룬다는 건 흥행에 있어서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은 조선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의열단의 이야기를 담았다. 물론 주인공은 조선인 출신의 일본 경찰인 이정출(송강호)이지만 그가 의열단의 인물들을 겪으며 갖게 되는 심적 변화가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결국 해야 되는 일을 하기 위해 숭고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의열단원들의 면면들은 슬..
, 송강호가 왜 최고의 배우인가를 증명하다 김지운 감독의 에서 송강호라는 배우가 차지하고 있는 지분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연기하는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 즉 일제에 붙어 경무부장으로 독립운동가들을 검거하는데 앞장서는 인물이면서 의열단을 와해시키기 위해 밀정으로 투입되면서 겪게 되는 심적 변화가 이 영화의 거의 모든 메시지나 재미를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출은 조선총독부 경무국이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을 잡기 위해 상하이로 보내진 밀정이면서, 동시에 의열단원의 핵심요원으로 이정출에게 접근해 경성으로 폭탄을 실어 나르는 일에 그의 도움을 얻어내려는 김우진(공유) 사이에 서 있는 ‘경계인’이다. 사실 이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많은 관점들 중에서 ‘경계인’이라는 관점은 중요..
와 , 이준익 감독이 그린 청춘의 자화상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의미는 송몽규와 같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대에 살았던 아름다운 청년들처럼 지금 이 시대의 송몽규들에게 많은 위로와 응원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52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을 차지한 이준익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밝혔다. 올해는 과 이 쌍 천만 관객을 동원한 여름 시장과 까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한 해였다. 백상은 그 중 와 를 만든 이준익 감독의 손을 들어주었다. 는 6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했고, 역시 저예산 영화에도 불구하고 116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 하지만 두 작품 다 관객 수로는 여타의 영화들에 밀렸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