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송재정 작가의 세심한 노력에 폐인들이 늘고 있다

게임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를 하는 데는 1차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그건 게임을 잘 아는 이들과 잘 모르는 이들 사이의 확연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세계에 있어서 너무 초보적인 이야기를 다루면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지만 게임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시시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너무 복잡하거나 어려우면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마니아들은 열광해도 보통사람들은 감흥을 느낄 수 없는.

그런 점에서 보면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신기한 드라마다. 증강현실이라는 낯설 수 있는 게임의 세계 깊숙이 들어가지만 어찌된 일인지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도 어느새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든 자신을 발견한다.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싶지만, 그간의 전개 과정을 보면 이 작품이 그 게임이라는 낯선 세계에 조금씩 우리를 빠져들게 하기 위해 얼마나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활용한 방법은 충분한 튜토리얼과 여행, 멜로 같은 당의정을 더해 최대한 친숙한 느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드라마의 제목은 전혀 게임과는 무관한 듯한 느낌을 준다. 현빈과 박신혜가 주인공들이니 누가 봐도 달달한 멜로가 떠오른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풍광까지 더해지면 이보다 좋은 그림이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편안하게(?) 시청자들을 유입시켰다. 유진우(현빈)와 정희주(박신혜)가 그라나다의 보니따 호스텔에서 만나 툭탁거리며 조금씩 케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실제로 이 멜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유진우는 IT투자회사인 제이원 홀딩스 대표가 아닌가. 누가 봐도 이 구도는 우리가 그토록 많이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렇게 편안하게 접근시켜놓고 갑자기 유진우는 그라나다의 한 광장을 나가 증강현실 게임을 시작한다. 나사르 전사의 석상이 살아 움직이고 어느 카페에서 얻을 수 있는 녹슨 철검으로 밤새도록 그 전사와 싸움을 반복하는 장면이 다소 코믹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이 코믹한 시퀀스는 사실상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게임의 세계로 들어가는 튜토리얼의 역할을 해준다. 증강현실의 게임 세계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거기서는 레벨을 높여나가야 하며, 그래서 더 좋은 무기를 얻을 수 있다는 룰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츰 이 세계가 익숙해질 즈음 게임 안에 만들어진 디지털 이미지들과의 대결만이 아니라 다른 유저와의 대결 또한 가능하다는 걸 유진우의 라이벌 차형석(박훈)의 등장을 통해 보여준다. 이처럼 게임의 세계에 발을 조금씩 깊게 들어가면서도 동시에 시청자들이 본래 기대했던 유진우와 정희주 사이의 케미 역시 이어간다. 보니따 호스텔을 100억에 팔라는 유진우의 제안과 조금씩 호감을 갖기 시작하는 정희주 그리고 두 사람 사이를 사랑의 메신저처럼 이어주는 귀여운 여동생 정민주(이레)가 낯설 수 있는 이 게임 속 모험 속에서도 편안한 느낌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갑자기 게임 속에서 유진우의 칼에 맞아 죽은 차형석이 진짜 죽은 사체로 발견되고, 그가 그 후에도 유진우에게 계속 게임 속 캐릭터로 나타나는 상상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준다. 놀랍고 믿기 힘든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미 이 단계가 되면 시청자들은 그 세계 깊숙이 자신이 들어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유진우에 몰입하게 된 시청자들은 사이버 좀비가 되어 그를 공격해오는 차형석에게 죽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을 대변하듯 정희주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차형석을 가로막아 유진우를 구한다. 증강현실의 게임 이야기와 멜로가 절묘하게 이어지는 순간이다. 

송재정 작가의 작품이 가진 특징인 것처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어느 가상(판타지)의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전개하고 있지만 여타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조심스럽고 세심한 전개 과정을 보여준다. 게임 자체를 잘 모르는 이들도 빠져들 수 있게 적절한 멜로 코드와 캐릭터들의 매력을 당의정처럼 끼워 넣고 그 힘이 증강현실 게임이라는 세계의 낯설음조차 익숙해지게 만들어낸다. 

굳이 스페인 그라나다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점과, 거기서 주인공 남녀가 만나 관계를 시작하는 건, 그래서 게임이라는 마법 같은 공간을 좀더 친숙하게 이해시키기 위한 중요한 장치로까지 여겨진다. 여행이든 연애든 빠져들수록 비현실도 현실처럼 여겨지게 되는 건 게임의 세계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이처럼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충분한 튜토리얼을 마친 드라마는 이제 서울로 돌아와 그 환상적인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나간다. 아들인 차형석이 제이원 홀딩스를 나갈 때도 또 그라나다에서 사체로 그가 발견됐을 때도 냉철한 모습을 보인 차병준(김의성)은 마치 유진우를 아들처럼 여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낸다. 

제이원 홀딩스의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이사로 있는 그는 알고 보면 자식을 내치거나 그 죽음도 선선히 받아들일 정도로 무서운 사업가다. 유진우를 아들처럼 대한 것도 그 사적인 관계 때문이 아니라 사업적인 선택이었을 뿐이다. 증강현실 게임에 엄청난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고 이를 파헤치며 해결하기 위해 게임 출시를 막고 있는 유진우를 이제 그는 대놓고 끌어내리려 한다. 이는 향후 유진우와 차병준의 회사경영을 놓고 벌어질 한 판 대결을 예감하게 만든다. 

한편 유진우가 더더욱 게임에 빠져 들어가는 과정은 게임 마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다. 보다 좋은 무기를 얻어야 계속 나타나는 차형석 좀비를 이겨낼 수 있다는 설정 속에서 유진우는 계속 업그레이드된다. 또한 비서인 서정훈(민진웅)이 그와 동맹을 맺게 되면서 차형석이 그에게도 보이고 그 또한 공격받게 된다는 새로운 룰이 등장하는 점도 그렇고, 레벨 90에 도달하면서 나타난 시타델의 매가 마스터인 세주의 메시지를 갖고 오는 장면도 게임 마니아들을 열광시킬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레벨을 높이려는 그 의도가 사라진 정희주의 동생 정세주(찬열)를 찾기 위함이라는 설정은 게임을 모르는 이들까지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다. 동생이 실종된 걸 알고 무슨 일이든 하려는 정희주와 유진우가 함께 동생을 찾아가는 긴장감 넘치면서도 로맨틱한 모험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 마니아들은 물론이고,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까지 빠져들게 만드는 치밀하고 세심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송재정 작가의 파격적인 세계가 보편적인 열광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이유다. 한 주를 기다리기가 힘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폐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사진:tvN)

‘알함브라’, 달달한 멜로인 줄 알았는데 놀라움의 연속

게임 속에서 죽은 인물이 실제 현실에서도 사망한 채 발견되고, 마치 디지털로 탄생한 좀비처럼 그 죽은 자는 비가 오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음악이 들려올 때 다시 나타나 자신을 죽인 자를 공격한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이야기 전개는 매 회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처음 제목과 그라나다라는 이국적 풍광 속에서 현빈과 박신혜가 만나는 장면을 보고 이 드라마가 달달한 멜로라고 생각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게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첫 회, 그라나다에서 현실을 방불케 하는 증강현실 게임에 빠져버린 유진우(현빈)의 이야기로 보기 좋게 깨졌고, 이 상상을 초월하는 게임의 투자를 두고 라이벌인 차형석(박훈)과의 대결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말미에 1년 후 폐인이 되어버린 채 총을 쏘며 달려드는 이들과 싸우는 유진우의 모습으로 뒤통수를 쳤다. 

결국 드라마는 조금씩 멜로가 아니라 현실과 연결되어버린 게임의 세계가 만들어내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걸 드러낸다. 그러면서 100억을 주고 정희주(박신혜)의 호스텔을 구입함으로써 호스텔 명의로 된 이 게임의 특허권을 유진우가 갖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으나, 그 게임의 또 다른 유저였던 차형석과 게임 속에서 대결을 벌여 이긴 유진우는 다음 날 그 차형석이 실제로 피가 다 빠져버려 죽은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게임이 현실과 연결되고, 게임에서 죽은 유저는 실제로 죽게 된다는 것. 하지만 놀라운 반전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차형석이 죽은 공원 벤치를 찾아가 게임에 접속한 유진우는 거기 죽은 채로 앉아 있는 차형석의 디지털 이미지를 발견하고 갑자기 ‘적이 나타났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NPC(Non-player Character: 유저에게 퀘스트나 아이템을 제공하는 가상 캐릭터)가 되어 살아난 차형석의 공격을 받는다.

유진우는 이것이 본래 게임의 설정이거나 이 게임을 만들고 사라져버린 정세주(찬열)의 장난이라고 여기지만, 그 날 밤 사라진 정세주가 겪은 일을 유진우도 겪게 된다.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오고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기타소리와 함께 차형석의 NPC가 찾아와 다짜고짜 유진우를 공격한다. 놀라운 건 그 디지털 좀비(?)의 공격에 유진우는 실제로 피를 흘리고 결국 호스텔 난간에서 밑으로 떨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 사건을 통해 일 년 후 폐인이 된 채 그라나다로 들어오는 기차 안에서 일단의 의문의 사내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유진우가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유추해낼 수 있다. 그것은 죽여도 다시 나타나는 디지털 좀비가 된 게임 속 NPC들의 공격과 싸우며 버텨왔을 거라는 것이다. 

게임과 현실이 접목되는 SF판타지가 완전히 낯선 세계는 아니지만, 게임 캐릭터들이 좀비처럼 죽어도 다시 살아나 계속 공격해오는 이야기는 실로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이 세계 속에 빠져버린 유진우는 사라진 정세주를 추적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들을 찾아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게임 속에서 만난 정세주를 그대로 캐릭터화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치는 엠마는 그에게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을 뒤집는 반전의 반전. 사실상 이것이 송재정 작가의 작품 세계에 일관되게 이어져온 흐름이다. 독특한 세계관이 가진 매력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마법을 선사하는 작가. 하지만 벌써부터 그 놀라움만큼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정리되어 나갈까 하는 점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매회 반전을 선사하다 보니 너무 많은 떡밥들이 넘쳐나고 뒤로 가면 이를 정리해내는 게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 과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그 기발한 상상력과 놀라운 반전 전개만큼 완성도 높은 마무리를 보여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tvN)

현빈과 박신혜라 더 믿게 되는 '알함브라'의 가상현실

송재정 작가의 전작 드라마인 <W>를 본 시청자라면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이와 비슷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라는 걸 일찌감치 감지했을 게다. <W>가 만화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과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 하지만 쉬워 보여도 게임이라는 가상과 현실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믿게 만들고 나아가 빠져들게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송재정 작가는 어떤 마법을 부린 걸까.

게임과 현실 세계를 넘나들 것이란 암시는 이미 첫 회에 잠깐 등장해 누군가에게 쫓기다 사라져버린 AR게임을 개발한 정세주(찬열)의 이야기로 전해진 바 있다. 그래서 그의 게임에 투자하기 위해 스페인 그라나다에 왔다가 놀라울 정도로 실감나는 그 증강현실 게임 세계에 유진우(현빈)가 점점 빠져드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는 이 새로운 세계에 익숙해지고 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유진우는 광장 한 가운데 거대 석상으로 서 있는 나사르 왕국의 전사가 갑자기 살아 움직이며 자신을 공격해 오고 그와 싸우기 위해서는 그 곳 카페 화장실에 있는 비밀고리를 잡아당겨 녹슨 철검이라도 구해 와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밤새도록 화장실을 오가며 전사와 싸운 유진우가 날이 밝아오는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를 해치우고 레벨을 올리는 과정은 시청자들이 이 세계로 들어가는 튜토리얼인 셈이다.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앞으로 그려나갈 세계를 드디어 드러내는 대목은 유진우의 오랜 라이벌인 차형석(박훈)이 증강현실 게임 속에서 대결하다 그에게 지고는 사체로 발견되는 장면이다. 그저 게임인 줄로만 알았던 세계가 갑자기 현실이 되어버리면서 가상과 현실은 그 경계를 침범해 버린다. 역시 2회 마지막에 살짝 등장한 1년 후 유진우가 그라나다로 들어가는 기차 안에서 일단의 세력들에게 쫓기며 총알 세례를 받는 장면은 그 1년 간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를 시청자들로부터 상상하게 만든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이 가상이 현실로 침범해오는 마법의 세계를 유진우가 겪게 되는 증강현실 게임의 세계를 통해 보여주면서 동시에 정희주(박신혜)에게 벌어진 마법(?) 같은 현실 이야기를 더해 넣는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유진우가 만성 적자에 빚만 늘어가던 호스텔을 100억을 주고 구입하는 것. 유진우는 그 게임의 특허를 등록한 가족법인 보니따호스텔을 소유하기 위해 그런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것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정희주에게는 이 일이 마법 같은 사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조금씩 가상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과정은 우리가 게임에 점점 빠져들 때 느끼는 비현실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마도 처음부터 게임과 현실이 연결되었고 그래서 게임에서 진 누군가가 실제로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했다면 믿기 어려웠을 이야기는, 유진우가 그 게임에 빠져들고, 그 과정을 또한 시청자들이 같이 경험하면서 어느새 그럴 듯한 이야기로 믿게 만든다.

지금 돌아보면 스페인의 그라나다라는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한 것도 그저 이국적인 배경만이 아니라 이런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우리네 현실 공간 위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은 현실의 침범으로 몰입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 먼 곳을 사건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건 게임이라는 비현실과의 접합을 더 용이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현빈과 박신혜라는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데도 적용되는 대목이다. 이들은 현실의 인물이면서 동시에 게임 속으로 들어가도 이물감이 별로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외모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어느 카페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기타로 연주하는 게임으로 만들어진 정희주를 만나는 유진우의 한 장면은 그래서 가상과 현실이 마주하는 것이지만 진짜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게임에 빠져들며 현실감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어느 새 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열려버린 세계에 들어가게 된 시청자들은 이제 유진우와 정희주가 겪게 될 모험과 그 모험을 통해 만들어질 마법 같은 관계를 기대하게 된다. 단 몇 회 만에 매혹되게 만든 송재정 작가의 마법이다.(사진:tvN)

<MBC연기대상>, 이종석 대상 당연히 받을 만 했지만

 

2016<MBC연기대상>의 대상은 이종석에게 돌아갔다. 누구나 공감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상 올해 MBC드라마에서 <W>만큼 독보적인 성과를 드러낸 작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웹툰과 현실을 뛰어넘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화제가 끊이지 않았던 데다, 성공적인 시청률까지 거뒀다는 점이 그렇다. 혹자는 <W>가 올해 그나마 MBC드라마의 유일한 명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MBC연기대상(사진출처:MBC)'

그래서인지 실제 <MBC연기대상> 전반에 있어서도 <W>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올해의 작가상으로 송재정 작가가 받았고, 베스트커플상으로 한효주, 이종석이, 황금연기상 미니시리즈 남자 부문에 김의성이, 최우수 남녀 연기상에 나란히 한효주, 이종석이 받았다. 게다가 올해의 드라마로 <W>가 선정됐고 대상까지 이종석이 받았으니.

 

그나마 자존심을 지킨 건 <쇼핑왕 루이>로 우수연기상을 받은 서인국과 <역도요정 김복주>로 역시 우수연기상을 받은 이성경, <가화만사성>으로 나란히 연속극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이상우, 김소연 그리고 <결혼계약>으로 특별기획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유이 정도다. <몬스터><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전체 시상에서 제외되었다. 전반적으로 <W>로 시작해서 <W>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였던 것.

 

물론 이런 시상은 맥락 있는결과였다고 보인다. 전반적으로 장편 드라마들을 많이 포진시켰던 MBC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작품성과 완성도에 집중하고 또 실험을 하는 작품들이 적었다. 시청률은 나왔을지 몰라도 시청자들의 화제성이 그리 높지 않았고 또 MBC드라마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던 건 그래서다. <W>에 이토록 이번 연기대상이 집중된 건 어쩌면 MBC드라마가 내부적으로도 어떤 변화를 생각하고 있는 반증이 아닐는지.

 

하지만 시상 방식에 있어서 이번 <MBC연기대상>은 어딘지 자연스럽지 못한 미진함을 남겼다. 대상을 수상한 이종석이 무대에 올라 한 수상 소감이 어째 대상 수상소감 같은 느낌으로 남지 않았다. 그는 내가 남들처럼 멋들어진 소감을 잘 못한다. 감사드린다.”며 간략하게 수상소감을 끝내려 했고, 그러자 분위기가 이상하게 끝나는 걸 알아챈 MC 김국진이 더 할 말이 있지 않냐고 계속 말을 이어가려 했다. 이종석의 수상소감에 대해 성의가 없었다는 시청자들의 말들이 쏟아졌다. 물론 그것이 그의 성격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어쨌든 대상 수상을 너무 간단하게 처리해버려 마치 인기상같은 느낌을 준 건 사실이다.

 

최우수연기상으로 이미 상을 받은 이종석이 다시 대상으로 상을 받는 그 과정이 조금 맥이 빠지는 느낌을 주기도 했고, 대상을 온전히 네티즌 투표로 뽑은 것도 이 상을 인기상처럼 느끼게 만든 이유가 됐다. 물론 이렇게 네티즌 투표를 내세운 이유는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항상 대상 수상에 대한 많은 구설수들이 나왔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아예 나오지 않게 직접 투표 방식을 썼던 것.

 

누구나 다 대상 감으로 지목했던 이종석이 상을 받은 것이지만 그 시상 방식이나 수상 소감 같은 그 시상의 과정들은 오점을 남겼다. 이종석이 대상을 탄 건 맥락 있는 일이었지만, 그 시상 과정은 시청자들을 맥 빠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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